늙은 차와 히치하이커 (윤고은 소설)

늙은 차와 히치하이커 (윤고은 소설)

$13.06
Description
생존에는 상관없지만, 삶을 좀 더 따뜻하게 하는 여덟 가지 이야기
이효석문학상, 한겨레문학상, 대산대학문학상 수상 작가인 윤고은의 세 번째 소설집 『늙은 차와 히치하이커』. 2014년부터 2016년까지의 작품을 묶은 이번 소설집에서 조금 더 두 발을 땅에 단단히 붙이고 서서 가슴을 먹먹하게 하는 따스하고도 고유한 여덟 가지 이야기를 들려준다. 또한, 소설가 정소현과의 대담은 소설가 윤고은의 솔직 담백함과 사랑스러움을 확인하게 해주어 소설의 매력을 더한다.

윤고은은, 삶보다 더 큰 악몽을 달고 살아가는 이들에게, 너무도 바쁘게만 그리고 삶을 연장하기 위해서만 애쓰는 이들에게 ‘난 그쪽 세계의 생존이 어떤 의미인지 잘 알지 못한다’고 말하면서도, 그들이 짊어진, 매일같이 싸고 푸를 삶이라는 생존배낭 안으로 소독제일 수도, 온기일 수도 있는 여덟 가지 이야기를 슬며시 밀어 넣는다.

생존에 있어선 아무 소용없어 보이는 이 소설들은 ‘나는 누구인가’, ‘여기는 어디인가’라는 싱크홀 속에 갇혀 이러지도 저리지도 못하는 우리에게 쿨함과 다정함으로 다가와 그 느닷없음이란 공포로부터 꺼내어준다. 그녀의 소설들을 통해 우리는 서로 등과 가슴을 맞대고 함께 걸어가는 이야기들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그 목적지가 어디든, 최대한 자유로운 곳으로, 유머러스한 품격을 잃지 않은 채로.
저자

윤고은

저자윤고은은1980년서울에서태어나동국대문예창작학과를졸업했다.2003년대산대학문학상을받으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장편소설《무중력증후군》,《밤의여행자들》,소설집《1인용식탁》,《알로하》가있다.한겨레문학상,이효석문학상,김용익소설문학상을수상했다.

목차

된장이된
불타는작품
전설적인존재
Y-ray
책상
다옥정7번지
오두막
늙은차와히치하이커
대담|생존배낭에서나온소설가들윤고은×정소현(소설가)

출판사 서평

삶이라는이길고환한밤을통과하게해주는
따스하고도고유한여덟가지이야기
이효석문학상,한겨레문학상,대산대학문학상수상작가
유머러스한품격을지닌소설,《늙은차와히치하이커》


이효석문학상,한겨레문학상,대산대학문학상수상작가인윤고은의세번째소설집《늙은차와히치하이커》가출간되었다.이번소설집은윤고은의다섯번째책으로,두번째소설집《알로하》(2014)이후꼭2년만에펴내는책이다.첫장편이었던《무중력증후군》(2008)이후대담한상상력과유쾌한풍자,그리고신선한문체로현대사회의가벼움과무거움을독보적인개성으로이야기했던작가는,2014년부터2016년까지의작품을묶은이번소설집에서조금더두발을땅에단단히붙이고서서가슴을먹먹하게하는따스하고도고유한여덟가지이야기를들려준다.또한,소설가정소현과의대담은소설가윤고은의솔직담백함과사랑스러움을확인하게해주어소설의매력을더한다.
윤고은은,삶보다더큰악몽을달고살아가는이들에게,너무도바쁘게만그리고삶을연장하기위해서만애쓰는이들에게“난그쪽세계의생존이어떤의미인지잘알지못한다”고말하면서도,그들이짊어진,매일같이싸고푸를삶이라는생존배낭안으로소독제일수도,온기일수도있는여덟가지이야기를슬며시밀어넣는다.생존에있어선아무소용없어보이는이소설들은‘나는누구인가’,‘여기는어디인가’라는싱크홀속에갇혀이러지도저리지도못하는우리에게쿨함과다정함으로다가와그느닷없음이란공포로부터꺼내어준다.《늙은차와히치하이커》를읽으며우리는서로등과가슴을맞대고함께걸어가는이야기들을마주하게될것이다.그목적지가어디든,최대한자유로운곳으로,유머러스한품격을잃지않은채로.

생존엔별도움이되지않지만결국우리를버티게하는것들

《늙은차와히치하이커》의소설들은모두살아남는다는것에대한고찰이자이야기일지도모른다.표제작〈늙은차와히치하이커〉에‘생존배낭’이나와서만은아니다.‘살아남는다’라는건‘살아있다’는말과도‘살아간다’는말과도같지않다.그속에는어떤뭉클함과처절함이있으며,찌질함과진심이있다.그렇다면먼저작가윤고은은살아남았을까?“원래신춘문예로등단하면그해에한두명만살아남는다”(〈책상〉)고하니어쨌든작가로서는살아남은게분명하다.살아남은작가는,살아남았기때문인지‘문학이뭐라고생각하세요?’라는질문대신우리가‘어떻게살아왔는지’나‘어떻게살고있는지’에귀기울이는것같다.달력작가로살아남기위해지면이필요한‘일구’와‘나’(〈전설적인존재〉),책상을들고여전히살아남은한남자,‘기암’(〈책상〉),제살던시대를통째로도둑맞은채새로운시대에서살아남아야하는동명동인‘박태원’(〈다옥정7번지〉),죄책감,억울함,배신감으로부터,오두막에서의그기억으로부터벗어나기위해애쓰는과거의한‘연인’(〈오두막〉),떼인돈을받기위해전문가‘조’를찾아가는‘부녀’(〈된장이된〉),화가로서살아남기위해작품을불태워야하는화가(〈불타는작품〉),생존배낭을만드는회사에다니지만결국회사에서살아남는게더큰문제인‘나’(〈늙은차와히치하이커〉),불량품인채살아가야하는‘Y-ray’와‘Y’들은(〈Y-ray〉),모두저마다의생존배낭을짊어진채살아남기위해무던히도애쓰고있다.하지만,정확히말한다면윤고은이바라보는건‘살아남은사람들’이아니라‘살아남지못한사람들’과그사람들곁에서‘여전히살아남으려애쓰는사람들’일것이다.살아남는사람들을살아가게하는건결국살아남지못한사람들이므로.윤고은소설의특징이었던대담한상상력은말하는개‘로버트’나(〈불타는작품〉),지금이시대로와버린작가박태원에서(〈다옥정7번지〉)여전히빛을발하지만,우리는이번소설집에서조금더핍진해진윤고은을만나게된다.‘생존’을바라보는,‘삶’과‘일상’을꿰뚫는‘재기발랄함은보존된채로맛은점점깊어지는오래된된장’같은그런시선을느낄수있다.‘창문입니다.쓰레기통이아닙니다’라는문장앞에서,오두막안에서들리는‘살려주세요’라는말앞에서우리는어떤선택을하게될까?“잘못선택했으나끝까지읽는그런책이되었으면좋겠어요”라는윤고은의말은그런고민앞에선우리를조금이나마편하게한다.윤고은은인물들을지켜보듯가만히지켜보고있지않을까?우리가늙은차를얻어타고울룰루에닿을때까지.끝까지닿을수있도록격려하면서.

“누구나책상하나의무게는다짊어지고걸어가는게아닐까.”

《무중력증후군》작가의말에서윤고은은이렇게말한다.“활자는바이러스다.백신은없다.”그랬기에,우리가짊어진생존배낭은,아웅다웅하며그안에밀어넣은물품들은애초부터비효율적일수밖에없었을것이다.백신이없다면우리는무엇을짊어지고,어떤무게를견디며살아가야하는걸까?어쩌면,경량화에도표준화에서어울리지않는,무겁고기능은적은‘책상’같은걸짊어지고가는게“인생이몇조각으로큼직하게부서지는순간”앞에서결국우리를버티게할지도모른다.동생을업고쓰러질때까지걸었던‘마일러’처럼.마일러는쓰러진걸까?아마,결코아닐것이다.《늙은차와히치하이커》를통해윤고은이보여준이야기들처럼,모든것이몰살당한것같은밤일지라도,이야기가놓여있는우리의사각형책상위에는소독제일수도,온기일수도있는햇빛이모여있을것이다.행복하고만족스러운빛은아닐지라도,그노란빛과함께우리는조금씩옆으로옮겨갈수있을것이다.비록앞은아닐지몰라도,조금이라도더나은곳으로.살아서말이다.

■대담
“비루한나에게뭔가가있다,는느낌을주는게소설이에요.”

정소현(이하정)_소설이자신을변화시킨부분이있다면무엇인가요?
윤고은(이하윤)_변화의기점을잘모르겠어요.‘이렇게’있던나를‘저렇게’변화시킨건없는것같은데.
정_작가본인은소설이자기를변화시키는걸모르지만,제삼자가볼때는소설이항상옆에서작용하고있기에계속영향을받는게아닐까요?
윤_그럴수도있죠.소설을쓸때좀특별해지는느낌이있어요.특별해진다기보다도아무렇지도않은게아닌상태,라고해야할까요.비루한나에게뭔가가있다,는느낌을주는게소설이에요.없으면많이초라할거같아요.피부는좋아질수있어요.멍때리는것도없어질지모르고요.(웃음)

“어떤사람을대할때전그사람안에있는농담같은걸읽고싶어져요.유머러스한품격같은거랄까.”
정_윤고은의소설에는악한사람이등장하지않는거같아요.〈오두막〉의연인처럼악해서가아니라약해서잘못을하는경우는있어도악의로인해갈등을만들어내는인물은존재하지않는다는생각이들었어요.심지어떼인돈받아주는조도험한일하는사람같지않게순해요.
윤_아마도제가보고싶은방향으로보는거겠죠.어떤사람을대할때전그사람안에있는농담같은걸읽고싶어져요.단지말장난정도를말하는건아니고요.유머러스한품격같은거랄까,아기자기하고,동심에가까운좀소박한형태의순정같은것.수수료대신된장을받고도가만히있었던조를떠올리면,그사람은떼인돈받아주는일에대한자부심이있어요.프로예요.돈에대해정확할것같지만,그프로가돈대신된장도접수할수있었던건아마아버지의사연이조안의농담을건드렸기때문아닐까요.물론멋있는척은다했지만,뒤늦게구시렁거리거나그다음부터전단에‘현금결제만가능’이라고써넣을수도있겠지만.전그런사람들에게매력을느끼거든요.약간의낭만이랄까,계산안되는품격같은걸가진사람이요.그걸농담이라고부르고요.겉모습이나현재위치,처한상황이어떻든누구나그런농담을갖고있다고생각해요.다만노출된정도가다를뿐이지.타인에게서그런농담을읽게될때설레요.소설속인물들을만들때도속에품은농담에대해생각하게돼요.인물이자기안의농담을생매장하거나거세해야하는상황이올때,그럴때란어떤것인가상상하고요.그러다보니제가주로다루는인간은악하다기보다는약하다는말로설명할수있을것같은데요.각자다들살아남자라고생각하는사람들이많은데문제는각자살아남기만하다보면방치되고방관할수밖에없는상황들이오잖아요.그런상황이올때는약함이가해가될수도있다는생각을해요.나는약해서나를지키려고했을뿐인데그런방관과무관심,혹은지레집어먹은겁같은게결국악이되는경우요.내가희생당할수는없으니어쩔수없다는건데내희생과타인의희생이저울위에올려둘만큼비슷한무게가아닌데도그런논리가적용될수있어요.예를들면자신의담배한대와타인의목숨이비교대상이된다고생각하는사람들이요.그런게좀무서워요.

*책속으로추가*

그밤으로부터며칠의시간이더흘렀고,내가이해한사실은이렇습니다.사라진건집이나약국,골목이아니라하나의시대라고.여기제살던시대를통째도둑맞은사내가있다고.그렇게나는어느날갑자기더이상누구의식민지도아니고모던보이도없는그런시대로떨어져버린겁니다.그러고보니시대가사라졌다고말하는것보다는그저그시대로부터내가사라졌다고말하는게더간편한것도같군요.그시대에서나만증발해버리면,그시대나이시대나무탈하지않겠습니까.(173쪽,〈다옥정7번지〉)

사건이후그들이헤어지기직전까지도영은몇차례문자메시지를받았을것이다.그문자에는바람을뚫고그들을찾아왔던말,그다섯글자‘살려주세요’가적혀있었다.케이는그문자의출처를알고있었는데,문자가제대로갔는지의심스러울만큼도영은내색하지않았다.발신인은없고수신인은분명한문자가몇차례그녀에게로날아가다가어느순간멈췄다.그들이헤어지고서도영의전화번호가바뀌자,그문자는날아갈곳을잃었다.케이가힘들었던건이젠아무리미칠것같은날이어도누구에게도이런말을할수없다는점때문일지도몰랐다.케이는속으로중얼거렸다.나도왜그런문자를보냈는지설명할수가없어.왜제일사랑하던사람에게,너에게그런문자를보냈는지.아마네가물어봐주기를기다렸나봐.그랬다면이렇게말하고싶었어.정말그기억으로부터좀살려달라고.(235쪽,〈오두막〉)

나는가방안에서위키의사진을꺼냈다.이제내차례인가.밤은길었지만,이야기는우리가이길고험한밤을멈춘채통과하는한방법이었다.위키의이야기를하다보면까만밤,붉은흙위로한아이가다른아이를등에업고걸어오는장면과도마주칠수있을지모른다.서로등과가슴을맞대고걸어가는아이들말이다.(279쪽,〈늙은차와히치하이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