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조선,이민외에답은없는가?
악질기업(주)대한민국에서불안정한피고용자로살아가는당신에게
오늘날대한민국을설명하는키워드중가장눈에띄는것이‘헬조선’이다.‘지옥’이라는뜻의영단어hell과한반도의전근대국가인‘조선’을합친말이다.그런데왜‘헬한국’이아니고‘헬조선’인가?‘금수저,흙수저’와같이계층자체가고착화돼마치조선때와같은‘신분세습’사회가된것아니냐는통찰이깔려있을것이다.아무리‘노오력’해도행복한삶을누릴수없을지모른다는불안감.오늘날우리사회를가장잘설명하는정서다.
한국사회에대한날카롭고근본적인성찰을이어온박노자교수(노르웨이오슬로대)의신간≪주식회사대한민국≫은바로이와같은‘헬조선’에대한분석이다.헬조선의원인은무엇이고,그럼에도‘헬조선에서민란이일어나지않는이유’는무엇인지,그리하여지금우리가나아가야할길은무엇인지이야기한다.
‘기업국가대한민국’이만들어내는현대판계급사회
‘주식회사대한민국’이라는제목에서알수있듯,저자가꼽는가장근본적인문제는대한민국이라는국가가자본의탐욕을견제하고사회약자를보호하기는커녕스스로‘기업국가’화되어자본의이익보호에집중하고사회적약자의연대는막아선다는점이다.
대한민국을하나의주식회사에견주어본다면상황은더욱명확해진다.(주)대한민국의주주는누구인가?“경영참여는꿈도못꾸고,하라는대로잔업과특근을하느라일주일실질노동시간이50~60시간이나되는,40대이상되면근골격계질환이나신경질환을앓게되는대한민국의‘피곤한노동자’들은과연‘주주’인가?”(11쪽)
대기업의대주주나임원,고급공무원,혹은땅부자등고액재산보유자들이야말로(주)대한민국의진짜주주라할수있을터인데,이들은서로겹치거나혼맥등긴밀한사회적네트워크로연결되기까지해서매우공고하고배타적인집단이되었다.그러기에(주)대한민국은기업중에서도악질기업이되기쉽다.오로지주주들의배당금극대화만을위해분투할뿐,피고용자에대해서는그저주주배당금극대화의‘재료’쯤으로여기는것이다.
특히대기업-하도급중소기업으로,정규직-비정규직으로이원화되어있는경제구조를보자.재벌들은아주제한적으로만직접고용을하며,대부분은각종하도급·영세업체에고용되어열악한노동조건에서일하거나비정규직혹은‘알바’신세를면하지못한다.정규직-비정규직사이의차이는단순히고용형태의차이가아니다.의료·교육등본인의생존과자녀의성장에가장필요한사회적서비스부터기업에소속되어있지않으면제대로꾸려나가기힘들다.실업수당,국민연금등각종사회적임금들은그지급기간이짧거나조건이까다롭거나생활이불가능한작은액수다.결국정규직직장이없는이상한국사회에서인간다운삶이란불가능에가깝다.이런측면에서비정규직양산은현대판천민계급만들기와다름없다는게저자의지적이다.
‘생존전사’가될것인가,자율적개인이될것인가
결국생존에대한불안을조장하며끊임없이착취를이어가는것이헬조선의모습이다.하여우리는‘개인’이라기보다는‘전사’로살아가고있다.살아남기위해서,부적응자로낙인찍혀걸러지지않고어떻게든사회에편입되기위해서매일같이처절한싸움을벌이고있는것이다.“우정이라는그럴듯한명분으로친구들과어울리”지말고계획한공부에매진하라던한사교육기업의광고문구는우리사회가‘생존전사’를키워내는데얼마나“총동원”되고있는지를단적으로보여준다.‘전사’가되기위해서‘우정’따윈필요없다는것이다.
우리가이렇게‘동원’되며이시스템의유지에기여하게되는가장큰요인은아무래도‘성장신화’일것이다.여태까지의성장속에서어느정도생계안정을이룩한부모세대가있고,그지원으로실업자가돼도당장굶어죽을일은없는많은젊은이들이있다.이들은한편으론‘헬조선지옥도’를그리면서도,한편으론경제성장과각자의노력이결국문제를풀어줄것이라고은근히기대한다.하지만성장은둔화되고,재벌경제가아무리수출을잘해도다수의삶이나빠지기만하는경험은늘어나기만한다.
‘헬조선’의피해자들이연대해서이사회를바꾸지않는이상다른길은없을것이다.생존공포라는상황에빠진사람들에게‘사회적책임’요구한다는것이지나치게가혹할지도모른다.하지만생존공포에빠져그저경쟁에서살아남아일정한사회적지위를획득하는것만을꿈꾸는사람은,사회적부조리를거부할줄아는자율적개인이될수없다.그리고이것이바로이사회의‘주류’가간절히열망하는사항이다.
결국,문제는‘정치’다
저자는한국현대사에서세번의큰전환이있었음을이야기한다.첫전환은1960년대초반의개발주의적권위주의국가로의전환이었다.노동자들은그저성장에필요한‘재료’일뿐이었지만‘성장덕에’아사지경에서탈출할수있다는점에감지덕지해야했다.두번째전환은1980년대말부터이루어진제도적민주주의의도입이었다.1987년이후,밑으로부터의압력을느낀정권들은기초적인일부사회보장제도들을제한적으로도입하기시작했다.하지만머지않아1997~1998년대한민국은세번째대전환을맞이했다.신자유주의적‘주식회사형’국가로의전환이었다.이책은바로이주식회사형국가에대한종합보고서성격을띤다.
총4부로구성된이책에서‘1부지옥의논리’는‘헬조선’을떠받치고있는논리들을살펴본다.경제력을중심으로차별하고서열화하는모습,‘생존’이라는미명아래양심보다이윤을추구하는모습,‘능력’이라는이데올로기에갇혀스스로를착취하는모습등을살펴본다.‘2부그들이원하는세상’은‘박근혜시대’우리사회주류세력의모순과한계를집중분석하고,‘3부씨줄과날줄:병영국가,민족주의,식민성’에서는‘박근혜시대’를가능하게했던우리사회기저에깔려있던인식들을이야기한다.마지막‘4부문제는국가다’에서는대안을향해한걸음나아간다.적어도재분배기능,자본에대한견제·보완기능은갖춘국가로나아가자고외친다.
“결국문제는‘정치’다.”(10쪽)하지만여기서의정치란단순히정치인들이하는행위가아니다.대한민국의기본적구조와그구조를유지하려는지배계층의힘,그리고그에맞서는피해대중들의저항력.이두거대한힘이서로맞서그사이에서어떠한균형을이루는것이정치의본질이다.우리사회는이런정치가제대로자리잡지못하였고,특히최근의진보정치약화는바로이부분을놓치고있기때문이라는게저자의진단이다.그리고어쩌면당연한,하지만부인할수없는해답을다시한번강조한다.“우리사회는공통의책임의식을공유하는자율적인개인들사이의연대만이살릴수있을것이다”(33쪽)라고.
책속으로추가
생존공포라는부자연스러운상태에빠지게된사람들에게“사회적책임을져라”하고요구한다는것자체가지나치게가혹할는지도모른다.생존공포증은엄연히‘병리적상황’이기때문이다.사회적으로유발된병리적상황이다.생존공포에빠져그저경쟁에서살아남아일정한사회적지위를획득하는것만을꿈꾸는사람은사회적부조리를거부할줄아는자율적개인이될수없다.그러나바로이것이야말로이사회의‘주류’가간절히열망하는사항이다._33쪽
모든지배이데올로기들처럼능력주의는사실상그저허구에불과하다.대다수가스트레스,열등감,자책을안고불안속에서떨어야하는사회는단기수익은더올릴지몰라도장기적으로는침몰로간다.인간의진정한능력은남들과의경쟁적비교가아닌남들과의연대,세상의눈치를보지않는독창성으로부터비롯된다._78쪽
남한지배층은사실내부동질성이강한하나의배타적집단이다.주요재벌과관벌(전직국무총리,외교부장관등),그리고언론재벌·재벌언론들을보면,이미일제강점기때부터벼슬을하거나기업을경영했던그조상들이자기들만의‘네트워크’를만들기시작하는경우가많았다.현재저들은혼맥으로철저히이중삼중연결돼있으며,서울의몇군데특정동네에서살며,자녀들을같은학교나같은대학에보낸다.이들이한국을배타적으로소유한다해도과언이아닐것이다.부서열상위1%가개인소유의땅50%이상을가지고있으며,주식부자1%가시가총액의63%를소유하는사회가바로대한민국아닌가?
문제는한국을저들소유의개인회사처럼여기고있는저관리자들의‘이너서클’이,그무엇도누구와나누어본적이없다는것이다.저들의지배는철저히독점적이고배타적이다.저들이소유하는기업에서노동자들이경영참여권을한번이라도가져본적이있는가?노조대표자몇명이이사회에참석한다고해서저들이가져가는배당금이크게줄어들일도없지만,그렇다하더라도저들이원칙상저들의권력을나눌생각이없는것이다._120~121쪽
‘민족배신’보다는,국내외적권력형폭력에의가담이야말로‘친일파문제’의핵심이다.친일파를단죄하는것은‘민족정기를되찾는’일이라기보다는,폭력사회에서정상사회로가기위한전제조건이다.친일파가초기부터사실상권력을그대로승계해온대한민국의명백한특징은,식민지적폭력성이그대로이어져오히려확산된것이었다.조선인이라면아무나무조건고문해도된다는사고방식에익숙해진친일경찰출신들이나,중국등지에서현지인을학살하는일에익숙해진일군장교출신들은,결국대한민국이라는새로운테두리안에서도자국민을똑같은방식으로대하는것을당연시하게됐다.광복70주년이지난시점에서친일파이야기를왜꺼내느냐는사람들을가끔볼수있는데,그이야기를광복100주년이돼도계속해야할이유는바로여기에있다.미국의절대적보호아래서반공의‘보루’가되어신생독립국가대한민국에서권력을그대로이어받은친일파들이구사해온식민지적대민통치방식이지금도그대로행해지기때문이다._175쪽
세월호를침몰하도록한것은국가와자본이라고하지만,문제의중심에있는것은분명히‘국가’다.고물선박구입과과적운항등을저지른것은자본이었지만,규제되지않는다면그어떤자본도필연적으로이와같은폭리를노리는행위를할것이다.‘오로지이윤’만을추구하는것은자본의생리다.자본의이윤추구본능을공공이익을위해견제하고,자본의탐욕으로인한사고가났을때에피해자들을구제하고,참사의원인을규명하고책임자들을처벌하는것은국가만이할수있다.세월호사태가보여준것은,대한민국이그중에서어떤것도못한다는점이었다._205쪽
한국군대는군사기관인동시에종속적신자유주의를지탱해주는유순한‘인력’의양성기관이다.꽃다운나이에연애나즐기고취업준비나해야하는청년들을사회와격리시켜반복적인복종훈련을시키는것은사실개개인으로서자연스럽게받아들이기어려운,매우가혹한처사다.이렇게부자연스러운상황을그들이자연스럽게받아들이게끔하자면어떻게해야하는가?맞다,바깥사회까지군사화시켜야병영속에갇히는게자연스럽게느껴질것이다.일반사회전체에서‘군기잡는’분위기는박근혜정권이전에도있어왔지만안보주의정권의이데올로기에힘입어강화됐다.초등학생부터초로의직장인까지신자유주의시대판새마을운동이라고할각종의‘극기훈련’을종종받게해‘한시적유사군인’으로만드는것이하나의커다란병영을방불케하는한국사회의현실이다._229~23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