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막걸리를 마신다면 (설재인 장편소설)

너와 막걸리를 마신다면 (설재인 장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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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것대산 막걸리 집 여자 화장실 세 번째 칸
그곳에서 기이한 일이 벌어진다
것대산 끝자락에 위치한 잘 나가는 막걸리 집 옆의 옆에 있는 가게. 산행을 마친 주영과 엄마는 배를 채우고자 그곳으로 들어간다. 청국장과 함께 막걸리까지 한잔 걸치고 난 뒤 화장실로 향한 주영. 그런데 다시 돌아온 주영 앞에 기이한 광경이 펼쳐진다. 엄마의 맞은편, 그가 앉아 있던 자리에 웬 남자가 앉아 청국장을 ‘처’먹고 있는 것이 아닌가. 놀란 마음도 잠시, 너무도 태연한 엄마의 얼굴에 주영은 옆자리에 앉아 곁눈질을 하기 시작한다. 이 모든 것은 33년 인생의 짬밥이자, 그동안 수백 번도 넘게 철판을 깔아왔던 경험 덕택이었으리라. 그러자 남자가 엄마에게 묻는다. “아빠는 오고 있대?” 아빠? 저게 무슨 소리야? 그리고 놀랍게도 이내 엄용민 씨가 모습을 드러낸다. 다부진 체구, 까무잡잡한 피부, M자형 탈모, 숯검정 눈썹. 모든 것이 그대로다. 화가 나면 언제나 모녀에게 보내던 그만의 경고까지. 비웨어, 커션, 그리고 워닝.
그 ‘워닝’ 때문일까, 아니면 취기 때문일까. 몽롱한 기운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던 중 옆을 보니, 어느새 세 사람은 사라지고 없다. 대신 그곳에는 남성용 구찌 반지갑 하나가 덜렁 남겨져 있다. 주영은 쿵쾅거리는 심장을 부여잡고 지갑을 열어 신분증을 확인한다. 거기에는 아까 엄마가 아들이라고 불렀던 남자의 얼굴이 떡하니 붙어 있다. 그리고 그 옆에 적힌 이름 ‘엄주영.’ 그것은 주영이 33년간 써온 이름이었다.

북 트레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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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설재인

1989년생.한때는고등학교에서수학을가르쳤으나인생이요상하게흘러가서,이제는하루종일소설을쓰고읽는일을한다.근육이간을보호해주지못하는걸아주잘알지만그래도술을오래마시기위해매일세시간씩체육관에머무른다.

소설집『내가만든여자들』,『사뭇강펀치』,장편소설『세모양의마음』,『붉은마스크』,에세이『어퍼컷좀날려도되겠습니까』를썼다.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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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이런걸뭐라고해?평행세계?

「“엄마,그거알아?나는남자로태어나지않은걸너무다행이라고생각해.”
“무슨뚱딴지같은소리야,넌또?”
“내가남자로태어났잖아?학교다닐때애들괴롭히고,연애하면서여자괴롭히고,자식낳으면맨날소리나지르고,그랬을거야.때렸을지도몰라.진짜로.”
“무슨소리야,너인성그렇게나쁜애아니고,엄마가그렇게안키우려고기를썼을거야.”
그다음에이어하고싶던대답은속으로만뱉었다.유치원다닐때부터인서울해서해방될때까지집에서보고배운게그것뿐인데,엄마가아무리발버둥친다해도별수있었을것같아?십여년을그런집구석에서커야했던아이가짠,하고성인군자가될수있을것같아?」

같은이름,같은주민등록번호,같은엄마아빠?여기까지생각이미치자뭔가이상한일이벌어지고있다는생각이든다.혹시아까등산을할때엄마에게했던말이씨가되어돌아온것일까.어찌저찌막걸리집에선나왔는데이제어디로가야하나.주영은복잡한마음을안고방황하다우선지갑을돌려준다는핑계로남자엄주영과다시마주하기위해용암지구대로향한다.그리고또한번머리를부여잡는다.거기엔‘최은빈’이있었다.주영의세계에서그의베스트프렌드였던,그러나어느날의싸움으로한순간에남이되었던옛친구가.
물론은빈역시주영을알아보지못한다.다만,남자인엄주영은잘아는것같다.은빈의입을통해들은남자엄주영은주영을충격에빠지게한다.엄주영,빨간줄은없는사람이었다.그러나온갖나쁜짓을일삼는패거리의‘따까리’였다.잘나가는애들한테빌빌기고,망보며기생하는존재.친구들의힘이자기의것인줄착각하는멍청이.그게바로‘남자’로태어난주영자신의모습이었던것이다.이런걸평행세계라고하던가?지극한현실주의자였던자신에게이런말도안되는일이벌어지다니…….

감히내이름을걸고망나니짓을저질러?

그저기분나쁜꿈이었다치부하며다시원래세계로돌아갈수도있다.그런데주영의눈에자꾸만한사람이아른거린다.자신을아가씨라불렀던엄마‘배중숙’씨.내세계에서는결혼하지않는딸때문에고생했는데이세계에서는그보다더한아들을가지고있다니,배중숙씨는어디에서도행복할수없는걸까.이꼴을보고도아무것도하지않을수는없었다.그리하여주영은결심한다.엄마를위해남자엄주영을개과천선시키기로.그리고이유는또있다.감히자신의이름을달고망나니짓을저지른죗값도받게해야할것아닌가.탁구와유도로단련된주영의전완근이불끈거리기시작했다.
그러나당연히뭣도없는이평행세계에서혼자힘으로는무리인일.그런주영에게선택지는하나였다.이모든사실을털어놓을수있는단한사람,최은빈에게모든것을말하고도움을요청하는것.주영은은빈에게자신이평행세계에서왔음을고백한다.믿지못하는은빈에게주영은자신의세계에사는은빈의학창시절을줄줄읊는다.장우혁에서시작해김동완을거친그의유구한덕질의역사를.반신반의하던은빈은엄마를구하겠다는주영의확고한마음에흔들린다.주영은은빈과함께근무하는박병옥경사에게도그들의계획을전하며설득한다.마침내살기좋은청주시를만들자는명목아래세사람은의기투합한다.
어떻게하면남자엄주영을개과천선시킬수있을까를고민하며그의뒤를밟던주영과은빈은그가곧결혼을앞두고있다는사실을알게된다.그의정체에대해아무것도모르는,무려띠동갑연하인연재와.한마디로불행에빠질여자가한사람더있다는것.배중숙씨와연재까지,그들을그냥두고볼순없다.우선은연재부터구하기로한다.연재의친구다정까지힘을보탠이팀의첫번째목표가정해진다.‘남자엄주영결혼파투내기.’과연주영은남자로태어난자신을개과천선시키는데성공할수있을까?

명랑하고발랄하게뛰노는문장사이
숨을멈추게만드는리얼한현실고발

평행세계를상상할때우리에게는여러선택지가주어진다.직업,학벌,애인등등다양한설정값을변경하며또다른'나'의인생을그려볼수있는것이다.설재인작가는이중에서도가장원초적인요소를선택했다.바로'성별'이다.그렇게“내가만일남자,혹은여자로태어났다면어떤모습일까?”라는우리모두의호기심을자극하는소설《너와막걸리를마신다면》이탄생했다.
그러나저자는기발한상상으로재미있는이야기를만들어내는데에서멈추지않는다.그를기반으로본인이그려낸세계속에서현실적인문제들을고발한다.두엄주영은같은환경에서자라났으나서로다른모습으로성장한다.둘다폭력적인아버지의모습을보며유년시절을보냈지만남자엄주영만이아버지의모습을답습하고,더나아가여자엄주영은‘불행해질여자들을구하고자’하기까지한다.그이유는소설전반,곳곳에서드러난다.저자가여자엄주영을비롯해배중숙,최은빈,심연재,김다정과같이그의주변에위치한여자들이걸어온길을통해왜이러한차이가발생할수밖에없었는지를깨닫게만들기때문이다.그리하여마침내우리는“나도너랑똑같은부모밑에서자랐지만너처럼되지않았어.”라고외치는여자엄주영의말에고개를끄덕이게된다.더이상같은불행이반복되지않기를희망하는그를응원하면서,남자엄주영이하루빨리정신을차리기바라면서.
이처럼장르적재미와사회적메시지를둘다잡는데성공한작품이지만,이소설의가장큰매력은한층노련해진작가특유의완급조절이다.각자의매력을뿜어내는인물들과그들이주고받는대화가통통튀는탁구공처럼페이지위를오가다가도,어느한순간,어느한장면이우리를울컥하게만들기때문.《너와막걸리를마신다면》은악행이만연하는사회속에서사랑은더욱빛난다는것을누구보다잘아는작가,언제나어떤환경속에서도그안에숨어있는사랑을찾고사랑의연결고리를엮어내는작가설재인의작품세계를적극적으로만나볼수있는소설이다.올여름국내독자들의마음속에‘설재인’이라는이름이아로새겨질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