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젤리크

안젤리크

$16.80
Description
전직 에투알 무용수의 죽음 뒤에 가려진 진실은 무엇인가?

- 복잡한 퍼즐이 맞춰지는 순간 광기에 휩싸인 욕망의 실체가 드러난다.
- 서스펜스 마스터 기욤 뮈소의 2022년 신작!
- 프랑스 베스트셀러 1위!
《안젤리크》는 한국에서 19번째로 출간하는 기욤 뮈소의 장편소설이다. 2004년에 발표한 《그 후에》 이후 기욤 뮈소의 소설 모두가 프랑스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하고 있다. 세 번째 소설 《구해줘》는 아마존 프랑스 85주 연속 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했고, 국내 주요 서점 200주 이상 베스트셀러에 등재되었다. 매년 《르 피가로》지와 〈프랑스서점연합회〉에서 조사하는 베스트셀러 작가 순위에서 8년 연속 1위를 기록했다. 2016년에는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가 한국 영화로 만들어져 대단한 화제를 불러 모았다. 2018년 작 《아가씨와 밤》이 2022년 《FR2》 방송에서 6부작 드라마로 제작되어 인기리에 방영되었고, 그 외 다수의 소설이 영화와 드라마로 제작되었다. 그의 소설은 현재 세계 45개국에서 출간돼 독자들로부터 폭넓은 공감과 지지를 이끌어내고 있다. 프랑스 언론은 ‘기욤 뮈소는 하나의 현상’, ‘페이지터너라는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작가’, ‘언제나 상상의 한계를 뛰어넘는 반전으로 독자들을 놀라게 하는 작가’라는 수식어를 붙여주며 찬사를 보내고 있다. 《뉴욕 타임스》는 기욤 뮈소에게 ‘서스펜스 마스터’라는 수식어를 붙여주었고, 스페인의 《엘 문도》는 ‘기욤 뮈소 현상은 여전히 계속된다.’라는 말로 10년 전 프랑스 언론의 수식어를 오마주했다.

기욤 뮈소는 20년 가까이 작가로 활동하는 동안 매년 한 권씩 소설을 내고 있고, 프랑스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에서 베스트셀러가 되고 있다. 초기에는 로맨스와 판타지가 결합된 작품들이 주를 이루었다면 근래 들어 스릴러의 비중이 큰 편이다. 기욤 뮈소가 무려 20년 가까이 변함없는 인기를 누리고 있는 비결이 있다면 언제나 변신을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3년 동안 기욤 뮈소는 《아가씨와 밤》, 《작가들의 비밀스러운 삶》, 《인생은 소설이다》를 통해 작가와 등장인물들의 관계를 주제로 매우 깊이 있고 내밀한 이야기를 선보였다. 작가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현실과 픽션 사이의 팽팽한 긴장 관계를 집중 조명한 이 세 편의 소설을 일컬어 기욤 뮈소 자신은 ‘작가 3부작’이라고 부른다. 프랑스에서는 실제로 이 세 편의 소설을 따로 묶어 출판하기도 했다.

《안젤리크》는 기욤 뮈소가 작가에 주목했던 소설에서 반전과 서스펜스를 능수능란하게 구사하는 이야기꾼으로 되돌아왔음을 알리는 작품이다. 언제나 자신이 치열하게 살아왔지만 세상이 공정한 대우를 해주지 않아 늘 같은 자리를 맴돌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가진 간호사 안젤리크 샤르베, 지하철에서 불량배가 휘두르는 칼을 온몸으로 막아내며 여성 승객의 안전을 지켜주기 위해 최선을 다하지만 추격 과정에서 총을 발사해 범인이 반신불수가 되는 바람에 여론의 비난에 직면하고 감찰까지 받게 된 강력반 반장 마티아스 타유페르, 태어나자마자 생모에게 버림받고 새엄마를 유일한 엄마로 알고 자라지만 그 엄마마저도 석연치 않은 죽음을 맞게 되자 직접 진실 규명을 위해 뛰어든 의대생 루이즈 콜랑주, 각고의 노력 끝에 영광스러운 파리 오페라 발레단의 에투알 무용수 자리에 올랐으나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명성을 누린 시간은 잠시뿐 다시 무대 뒤로 쓸쓸히 사라지는 아픔을 겪는 스텔라 페트렌코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안젤리크》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어느 누구 하나 예외 없이 우리가 저마다 비밀 하나쯤은 감추고 살아가는 것과 마찬가지로 치유하기 쉽지 않은 상처를 안고 있다. 그 상처를 누군가는 제대로 봉합하고, 덧나지 않게 약을 바르고, 말끔히 아물게 해 성장의 밑거름으로 삼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건강하고 순탄한 성장을 방해하는 장애 요소가 되기도 한다. 가령 안젤리크의 경우 후자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안젤리크는 스스로 생각하기에 열심히 살았으므로 세상에서 합당한 자리가 주어져야 마땅하고, 그 자리를 타인이 차지하고 있기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빼앗을 수 있다는 식의 비뚤어진 가치관을 갖고 있는 인물이다.

기욤 뮈소는 《안젤리크》에서 다양한 인물들을 등장시키지만 어떤 특정한 잣대로 그들을 평가하거나 규정하려고 들지 않는다. 그저 그들이 뚜벅뚜벅 길을 걸어갈 때 슬며시 뒤따라가 보고 그 결과를 기록으로 남겨두는 목격자 역할에 충실하고 있다. 여러 인물들을 입체적으로 관찰하면서 그들이 성장기에 겪었을 상처를 그려보고, 그 상처들이 다른 상처들을 만났을 때 어떤 물리적 혹은 화학적 반응이 일어나는지 지켜볼 뿐 적극적으로 나서서 이렇게 또는 저렇게 하는 게 좋겠다는 식의 훈수를 두지 않는다. 어찌 보면 기욤 뮈소는 우리가 사는 세상의 이곳저곳에 돋보기를 들이대 가면서 부분적이나마 한 시대의 자화상을 그리고자 애쓰고 있는지도 모른다. 《안젤리크》는 저마다 독특한 개성을 가진 인물들이 파리와 베네치아를 오가며 펼치는 반전 소설로 처음부터 끝까지 긴장의 끈을 늦출 수 없다.

북 트레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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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기욤뮈소

빠른사건전개와생동감있는화면구성,마치한편의영화를보는듯한감각적인요소들로독자들을매혹시키는이시대프랑스문단을대표하는작가.

1974년프랑스앙티브에서태어나니스대학에서경제학을공부했고,몽펠리에대학원경제학과에서석사과정을이수한후국제고등학교교사로재직하며집필활동을시작했다.첫소설『스키다마링크』에이어2004년두번째소설『그후에』를출간하며프랑스...

출판사 서평

자기애에사로잡힌욕망이기회를만날때멈출수없는비극이시작된다.

파리오페라발레단의전직에투알무용수인스텔라페트렌코가6층자택에서추락해사망한다.경찰수사결과집안으로들어가는유일한출구인현관문이굳게잠겨있고,외부에서침입한흔적이전혀남아있지않아단순실족사로판단하고수사종결한다.부검결과스텔라가사망한바로그날부르고뉴와인을마시고마리화나를피운사실이밝혀지면서경찰의실족사결론은매우합리적이고타당해보인다.스텔라의딸루이즈는경찰의실족사결론을수용할수없어전직강력반반장마티아스를찾아가재수사를부탁한다.마티아스와루이즈는서로티격태격다투며불협화음을이루면서도함께힘을합해스텔라의죽음에얽힌비밀을풀어줄퍼즐조각을찾아나선다.

파리오페라발레단의에투알무용수가되는게꿈이었던스텔라는어린시절부터피나는연습에매진해왔고,오토바이충돌사고로등과무릎을크게다치지만초인적인노력으로재활에성공한다.그결과파리오페라발레단에서가장높은서열인에투알무용수가되어화려한스포트라이트를받지만영광은잠시뿐은퇴와함께다시무대에서내려와야하는처지가된다.매일이다시피관객들의환호와주목을받았기에부상후유증으로온몸이아파도행복했던에투알무용수스텔라는다시평범한생활인이되어야하는현실앞에서참기힘든비애를느낀다.이제영광과환희의빛이영원히사라졌다는사실을인정하고받아들여야하지만스텔라가삶에서감당해야하는짙은어둠이가까이다가선다.

전직강력반반장인마티아스타유페르는불의를보면참지못하는성격이다.마티아스는파리에서올레수부아로가는열차에서칼을들고젊은여성을위협하는세명의청년들을제지하려다가칼에찔린다.심각한부상을당한마티아스는다음역에서하차해급히달아나는청년들을추격하고,칼을휘두른엘리아스압베스를향해총을쏜다.척추에총상을입은엘리아스는반신불수가되어평생휠체어신세를져야한다.마티아스에대한비난여론이쇄도하는가운데칼에찔린상처를치료받던중심각한심장이상이발견된다.심장이식수술을받지않으면살수없다.마티아스는다행히수술을받고강력반에복귀하지만심한후유증탓에동료들로부터신뢰를잃어조기은퇴해야하는처지가된다.

현직간호사인안젤리크샤르베는자기애가유난히강한인물로목적을이루기위해서는수단과방법을가리지않는다.친절하고싹싹할뿐더러붙임성이좋아주변사람들과잘어울리지만좀처럼속마음을보여주지않고,욕망을이루기위해서라면기꺼이카멜레온이된다.파리에서지하철로한시간떨어진올레수부아에서월세를살며매일이다시피사람들로북적거리는전철을타고출퇴근해야한다.겉으로보기에는평범한인물이지만안젤리크의내면깊숙이숨겨져있는자기애는지극히위험하다.

패션계의명품브랜드아쿠아알타의유일한상속자인마르코사바티니는쌍둥이누이동생리비아가사고로사망한이후크게절망해오랫동안방황을거듭한다.아버지의반대를무릅쓰고그림을그리고,마약을상용하는인물이다.마르코의그림은차츰파리의화랑들과수집가들로부터인정을받기에이르지만그가코비드-19에감염되어병원에입원해있는동안상상하기힘든사건이발생한다.

로뮈알드르블랑은디지털괴짜로불릴만큼컴퓨터실력이뛰어나다.스텔라의아파트맞은편에살며한때스텔라와공모해동영상을촬영하고상대를협박하는사건을저지른다.뛰어난컴퓨터실력을발휘해마티아스의수사에큰도움을준다.

이소설의등장인물들은저마다꿈과목표를갖고있지만세상은원하는자리를호락호락하게내어주지않는다.등장인물들의목표를이루기위한노력이각양각색으로펼쳐진다.스텔라는피눈물나는노력을하고,안젤리크는언제나목표를위해변신할준비가되어있고,마티아스는경찰신분으로마땅히해야할일을했을뿐인데감찰을받고,루이즈는생모에게버림받고새엄마를엄마로알고지내지만결국또잃게된다.마르코는명품브랜드의상속자이지만아버지의질책에반기를들며고집스럽게화가의길을가고,로뮈알드는아버지의억울한죽음이후방에틀어박혀컴퓨터에빠져지낸다.『안젤리크』는이렇듯다양한개성을가진인물들이어우러져펼쳐가는소설이다.저마다인상적인삶의양상을보이는가운데과연어떤인물이진정한행복과사랑을누리게되는지지켜보는것도각별한재미가있다.

이소설은예측불허의매혹적인이야기,속도감넘치는전개,감탄을자아내는반전,기발한아이디어가함께하고,독자들을폭넓은상상의세계로데려간다.지난20년동안축적된기욤뮈소의내공이원숙한매력과함께빛을발하는소설이다.

책속에서

스텔라페트렌코는신장172센티미터에메뚜기처럼길고날렵한다리,백조처럼긴목의소유자로1990년대부터2000년대까지화려한스포트라이트를받으면서활발하게활동한스타무용수들가운데하나였다.1969년마르세유출생이고,그녀의부모는우크라이나리비우에서이주해온이민자들로경제사정이어려워그다지유복하지않은어린시절을보냈다.

스텔라페트렌코는열두살에파리오페라부속학교에입학하기위해파리에왔다.스텔라는성공에대한일념을바탕으로한계단씩목표를향해올라갔고,열일곱살에파리발레단에입단했다.그후카드리유,코리페,쉬제의단계를거치며상승곡선을이어갔다.스물두살에프르미에당쇠르가되었고〈백조의호수〉공연에서일인이역인오데트와오딜역을연기해극찬을받았다.불행하게도바로그해에파리시내에서오토바이에부딪치는사고를당했고,등과무릎을크게다쳐수술을받았다.수술후오랜기간재활치료를하느라스텔라의발레리나경력은한동안중단될수밖에없었다.사망하기직전까지스텔라는등과무릎의수술후유증으로고생했고,간헐적으로찾아오는통증때문에늘신경을곤두세우고살았다.스텔라는치명적인운명의장난에도굴하지않고과거의명성을되찾기위해눈물겨운투쟁을벌였고,그결과다시무대에오를수있게되었다.그녀는비교적늦은나이인서른살에에투알무용수로등극했다.
---pp.32~33

마티아스는유튜브를통해스텔라가공연한프로코피예프의〈로미오와줄리엣〉을하이라이트로보았다.불과몇장면에지나지않았지만가슴이먹먹해질만큼인상적인무대였다.스텔라는도자기같은하얀피부에뼈만앙상하게남은발레리나의상투적인이미지와거리가멀었다.얼굴만보아서는우크라이나출신인지도알수없었다.솔직히처음봤을때만해도우아한구석이조금도눈에띄지않았다.근육질체구에하루여덟시간씩맹훈련을해다져진긴다리,뼈처럼보이는두팔,각진얼굴,움푹파인두볼,왠지심란한느낌을풍기는눈,뒤로틀어올린머리에서한두가닥흘러내린머리카락그어디에서도우아한느낌을찾아보기힘들었다.

스텔라가춤을추면서이야기는완전히달라졌다.이무슨연금술인지,스텔라는무대에서춤을추는동안세상에서가장우아하고아름다운여성,독특하고매력적인여성,사람의마음을설레게만드는오라를풍기는여성으로변모했다.마티아스는발레를보는동안마음의평정심을잃고스텔라의매력에깊이빠져들었다.마치해묵은아르마냑에서증발한알코올기운때문에취기를느끼듯이.
---p.34

“엄마의죽음에대해알아보셨어요?”
마티아스는커다란냄비에서물이끓는동안인덕션근처에음식재료들을모두모아두었다.
“관련기사들을찾아꼼꼼하게읽어보았고,그당시수사를담당했던여자형사와이야기를나누어봤어.”
“어떤결론을얻었는데요?”
마티아스는계란세개를깨노른자만대접에담고나서파르메산치즈를첨가해휘저었다
“넌왜네엄마가살해당했다고생각하지?”
“어떤논리적근거가있지는않아요.그냥직관이죠.”
마티아스가어이가없다는듯이천장을바라보았다.
“직관은믿을게못돼.”
“엄마를가장잘아는딸의직관이라면다를수도있지않을까요?”
“네엄마의혈액에서알코올1그램이검출되었고,발코니에서대마초를재배했어.”
“그런데요?”
“네엄마는정서적으로안정되어있지않았다는뜻이야.”
“그래서요?”
“네엄마의죽음으로이득을보는사람이누가있을까?”
루이즈는어깨를으쓱하더니두팔을크게벌리며고개를저었다.
---pp.55~56

그나마가장실현가능한시나리오는DPJ3팀형사들이주장하는대로실족사였다.술에취한스텔라가화분에물을주려고사다리에올라갔다가추락했다고보는게가장설득력이있어보였다.마티아스가그런생각을말하자루이즈가고개를저으며원망스러운눈길로쏘아보았다.그때갑자기마티아스의얼굴에강력한빛이반사되었다.방금전누군가길건너편건물에서창을열거나닫았고,거울처럼빛을반사한것이다.

마티아스는손으로차양을만들어길건너편건물들로눈길을던졌다.서로마주보고선7층의흰색건물세채가눈에들어왔다.이제보니발레리나의죽음과관련해갖가지증언은많았지만솔깃한정보를제공한사람은없었다는생각이들었다.마티아스는발코니로통하는창문을반쯤열어둔상태로집안으로들어와욕실로갔다.사소한단서라도찾아볼생각이었다.구급상자를열어보니여러개의콘돔,벤조디아제핀,설트랄린이눈에띄었다.당연하지만무대뒤편은언제나공연장보다덜근사하기마련이었다.
---p.66

선명한두개의줄이나를비웃었다.이런결과가나오리라짐작했다.생리가지연되고,가슴께가단단해지고,가끔구역질이났기때문이다.나는임신테스터를세면대에던져버리고샤워꼭지아래에섰다.뜨거운물줄기를맞으며아이아빠가누군지알아보기위해지난시간들을더듬어보았다.머릿속에서역순으로지난날을떠올려보던나는코랑탱르리에브르기자에게주목했다.8월초에틴더를통해그를만나처음데이트를했다.기분이어찌나별로였는지벌써기억에서일부가사라져버렸다.코랑탱은기사를써서여러매체에파는프리랜서기자였다.그는활동가기자를자처하면서적극적행동주의와언론사이에서서성거리는작자였다.그작자는가스통라가프식동글동글한얼굴에염소수염이있고,탈모증상이있어늘커다란챙이달린비니를쓰고다녔다.그가프로필에올린사진과실제얼굴은전혀달랐다.

코랑탱은나를제마프기슭에있는앙팡테리블바로데려갔다.그는‘행복한지구가필요해.’라는표어가그려진우스꽝스런티셔츠차림이었고매사에똑부러지는자기의견을갖고있었다.나는그가쉴새없이자기말만해대는바람에15분쯤듣다가아예귀를닫아버리고레몬드롭잔을연신비웠다.그결과내주량을넘겨과음하게되었다.그렇지않고서야내가위젠바를랭가에위치한코랑탱의아파트까지따라갈리없었으니까.
---pp.103~104

“조심해요,위험하니까!”스텔라가외친다.스텔라의목소리가지붕바깥에서부는바람때문에평소와다르게들린다.나는지붕위에납작엎드렸고,마치다른세상에온것같은기분이든다.지붕위에서보는전망이숨이멎을만큼아름다웠다.검은점판암들과아연조각들이넘실거리는현기증나는바다.나는균형을잃지않으려고애쓰면서몸을반쯤일으켜세운다.바람이어찌나세게불어대는지눈에익은지표들을찾고방향을잡기까지제법애를먹는다.아연지붕에반사되는햇빛에눈이부셔손으로차양을만든다음에야집으로통하는창문의위치를확인한다.조심조심홈통을따라내려가다가갑자기불어온돌풍때문에하마터면균형을잃고떨어질뻔했다.몸이와들와들떨리고흥분이최고조에이른나는두려움을떨쳐버리고자소리내어웃는다.나는이처럼평범한일상에서벗어나는순간들,오늘하루는다른날들과달랐다고말할수있는특별한순간들을사랑한다.집으로들어갈수있는여닫이창문하나가활짝열려있다.이제몇미터만더가면된다.나는뼈가부러지는사고를당하지않고무사히열려있는창문으로들어간다.
---p.110

‘성공하는사람들은도대체뭘어떻게하는것일까?’라는노랫말이있다.나는빙글빙글돌아가는인생의톱니바퀴에나를제대로끼워맞추지못하며살아왔다.나는늘나의삶에서저만치비켜서서허우적대다가똑같은실수를반복한다.자주길을잃고헤매고있다.나는더이상진정한내가아니다.내가진정으로추구하는내가아니다.
약간정신이나간여자.
나를가리키는이표현이딱들어맞는순간들이있다.
안젤리크,넌약간정신이나갔어.
엄마는자주그렇게말한다.한때내친구였던여자들도그렇게말한다.내인생에잠시끼어들었던남자들도그렇게말한다.
넌약간정신이나갔어.

바리케이드반대편에서는삶이다른밀도로굴러간다고생각하다니?인생의소금이되어주는삶의작은행복들을믿지않다니?새로운삶이가능할거라믿으면서도망치기를바라다니?항상‘무심한지혜보다광적인열정’을선호하다니?게임이나하고,가끔포르노영상이나보는주제에시큰둥하게작업을걸어오는저비용남자들보다나은남자들을원하다니?그런말끝에항상‘넌약간정신이나갔어.’라는말이따라붙는다.
---pp.125~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