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떠난 새벽길 (한수산 순례 에세이)

내가 떠난 새벽길 (한수산 순례 에세이)

$16.19
Description
신앙의 새벽길을 떠난
세 순례자의 이야기
초대 조선대목구장(교구장) 브뤼기에르 주교님과 최양업 신부님이 걸어갔던 신앙의 여정을 다룬 한수산 작가의 순례기이다. 이 책은 브뤼기에르 주교님과 최양업 신부님이 걸으셨던 길들, 작가가 직접 찾아간 시완쯔와 마찌아즈 교우촌, 롤롬보이의 오늘날, 신학생 최양업과 함께했던 김대건, 최방제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들을 다룬다.
특유의 필체로 100년이 넘는 시간을 뛰어넘어 신자들을 향한 두 사제의 마음을 되살려 낸 한수산 작가는 한국 천주교회사의 험난한 시대를 관통한 그들의 여정으로 독자들을 안내한다.

북 트레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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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한수산

강원도인제에서태어나춘천에서자랐고,경희대학교영문과를졸업했다.1972년동아일보신춘문예에단편소설「사월의끝」이당선되고1973년한국일보장편소설공모에『해빙기의아침』이입선되면서작품활동을시작했다.장편소설『부초』,『유민』,『4백년의약속』,『푸른수첩』,『말탄자는지나가다』,『욕망의거리』,『군함도』,산문집『우리가떠나온아침과저녁』,『한수산의순교자의길을따라1·2·3』,『꽃보다아름다워라,그이름』등이있다.오늘의작가상,현대문학상,채만식문학상,가톨릭문학상을수상했으며,세종대학교국문학과교수를역임했다.

목차

추천사6
책머리에10

1부나의새벽길
나는왜그새벽길을갔는가18

2부브뤼기에르주교의새벽길
1.브뤼기에르주교,그분은누구인가34
2.이제떠나며46
-먼그곳으로,그분의자취를찾아서
3.토굴속에서만나는브뤼기에르주교56
-시완쯔西灣子에서
4.츠펑赤峰으로가는길76
5.선종지마찌아즈馬架子에서다94
-그분의묘비가있는동산천주당(성당)
6.100여년이흘러서…유해가돌아온길108
-압록강에서

3부최양업신부의새벽길
1.빛의갑옷을입고126
-압록강에서
2.길은안개속에묻히고144
3.6월에찾아간머나먼그곳152
-마카오澳門에서
4.최방제에게바친다180
-먼저떠난그의안식을위하여
5.마카오를떠나서202
-필리핀,롤롬보이성지

출판사 서평

따뜻한필체로풀어쓴
작가한수산의신앙새벽길
소설『부초』와『유민』의작가,생명의가치에대해탐구하며부드럽고아름다운문체로호평을받았던작가한수산.언제부턴가그의기도는이렇게시작해서이렇게끝을맺었다.“주님,저로하여금영원히이곳에머무를것처럼일하면서,곧떠나갈사람처럼준비하게하소서.”
이는초대조선대목구장(조선교구장)브뤼기에르주교가교황에게보낸편지에“지금부터,이곳에영원히머무를것처럼일하면서곧떠나갈사람처럼준비하고있겠습니다.”라고적은것을작가가마음에품으며했던기도이다.한작가가바치는기도의시작과끝,신앙을키워가던중에정권의폭압으로고초를치렀던작가,그악몽을잊기위해한동안고국을떠나살아야했던작가가따서만든기도문은그가미뤄두었던글들을모아다시한권의책을세상에내놓는계기가되었다.
우여곡절끝에백두산에서세례를받은한수산작가는한국교회사의흔적을만날때마다감동과숭고함에자랑스러움을느끼며,순교자들이걸어간길을따라걸어갈수있기를희망하고바랐다.그렇게그는작가특유의따듯하고섬세한필체와직접촬영한사진으로‘한국가톨릭의
새벽길을가는’자신만의여정을출발했다.
이책의추천사를쓴서울대교구구요비욥주교는“짙은어둠과도같은시련이무겁게내리깔린새벽길”을걸었던브뤼기에르주교님과최양업신부님,그리고그들의길을따라걸으며작가로서의사명과신앙인으로서의도리를다하고자한한수산작가의글에“기쁜마음으로(희망의)빚을져보고자합니다.”라고하며우리의삶을지탱해주는신앙의힘을이책에서찾아볼것을독자들에게권했다.

한수산과함께떠나는
브뤼기에르주교님의새벽길
초대조선대목구장,조선선교에관한교황의권유마저외면하려했던전교회에작심하고비판문을써내려가며복음에충실하고자했던선교사,결코성공할수없는선교를담대한마음으로출발하는순례자,이역만리내몽골열하성에서조선으로의입국을앞두고갑작스레주님의곁으로간바르톨로메오브뤼기에르!한수산작가는브뤼기에르주교를기리는이들과함께얼핏보기에처참한실패로귀결된것같은그의여정을첫번째로톺아본다.

“주교님의여로가,거기담겨있는정신이지금어떤모습으로우리에게되살아나야하는가.…아무도나서지않던그운명을자신의시대정신으로받아들여‘내가하겠습니다.’하고결연히죽음의길에올랐던한사제의영혼,그정신의거룩함,거기오늘의나를비춰보면서,우리들의삶에브뤼기에르주교의그정신이어떻게접목되어야하는지를가슴에새기는것만이그분의이루지못한꿈을우리가이어가는길은아닐까.”-2부중1.브뤼기에르주교,그분은누구인가,44쪽.

그러나브뤼기에르주교의여정에비할수는없지만,한수산작가가떠난여정도성지순례를얼마든지쉽게떠날수있는오늘날의상황에비교해보았을때그리쉬운것은아니었다.떠남이주는희망과설렘이예상치못한난관과사고의부침에뒤엉킨작가의에세이는마치비포장도로를달리는낡은관광버스안에서작가의옆좌석에앉은승객이된것같은느낌을준다.
베이징을출발해시완쯔와장자커우를거쳐츠펑과마찌아즈까지브뤼기에르주교가알지도못한채생의마지막을향해걸었던그길을,그럼에도불구하고“내가하겠습니다.”하고결연하게나섰던그길을작가는직접밟아가며걷는다.옛선인의삶을찾는길은언제나아쉬움과회한으로덜컹거리지만,그뒤늦은감동이라도체험했을때우리는그들에대한공경과추앙을비로소이루어냈다고할수있을것이다.그과정에서고락을함께한이들이있어그여정은더욱복되고소중한기억으로남아,‘천국의길’에서다시마주할수있음을깨닫는여정이되는것은아닐까.
한수산작가는얼핏실패로보이는브뤼기에르주교의여정이결코그렇지않음을힘주어설명한다.브뤼기에르주교가조선을향해떠나며보낸편지에“조선에도착하면…성교회의경계를넓혀나갈조선인들을사제로서품할것입니다.”라고남긴그의의지가끝내이루어졌다는것이다.

“주교님은결국이일까지도해내시지않았는가!그분의고귀했던뜻과고난이영글어열매가맺히고…선종후20년이지난1845년성김대건신부는상하이에서한국최초의사제로서품되지않았는가.” -2부중6.100여년이흘러서…유해가돌아온길,123쪽.

한수산과함께떠나는
최양업신부님의새벽길
한수산작가의두번째여정은‘땀의순교자’최양업신부의새벽길이다.더넓은세상으로첫발을내딛은신학생최양업을따라압록강에서시작해마카오와필리핀롤롬보이로이어지는여정을쫓는작가는훗날의몰이해가가져온오류와자신이세운또다른가설사이의경계를들뜬마음으로오가고뛰어넘는다.
마카오로향하던최양업일행의유학길에대한풀리지않은의문점,수치스러운추문을남기고조선을떠났던유방제신부에관한제언提言,역사적사실은무시한채졸속으로이루어지는무책임하고불성실한고증과추측에던지는조소등한층더넓고다양한주제를다룬이야기의씨실과날실을작가는종횡무진직조한다.그렇게잘짜인명징한이야기들은마법의양탄자가되어독자들을압록강과변문(비앙멘)으로,홍콩에서마카오로,필리핀롤롬보이의망고나무아래로인도한다.그렇게떠나가닿은곳에서작가는170년전의최양업과일행을만난다.

“풀이시들고말라있지만봄이오면초원으로변할구릉들을바라보았었다.신학교로가는세소년도저산을바라보았겠지.그들이바라보았을산을나도바라보고있다고생각하자,한순간눈앞이흐려지며시간의넓이를넘어서는감동이밀려오지않았던가.”
-3부중2.길은안개속에묻히고,150쪽.

“내가마카오취재여행을6월로계획한것도그들이이곳에닿았던때와같은계절의마카오를밟음으로써그들의체험을조금이라도더가깝게느끼기위해서였다.그들이바라보던햇살,그들이맞았을비와바람,더위속에그들이흘렸을땀을느끼고싶었다.”
-3부중3.6월에찾아간머나먼그곳,160쪽.

“자신을가르치던신부님들과함께와서최양업과김대건이지냈다는이곳.바로여기에서,그들이들었던새소리와강물소리를들으며하룻밤을보낼수있다는생각에나는가슴이뛸수밖에없었다.이것또한시간이허물수없는원형질이다.새들이우짖는소리가강물이소리치며흐르는소리가어찌변하겠는가.길고긴세월을건너가,그들이들었던소리로똑같이우짖는새소리를,그때와똑같이강변의풀을쓸고가는물결소리를들으며하룻밤을보낼수있다는생각에나는그저기뻤다.” -3부중5.마카오를떠나서,221-222쪽.

170여년의시간을넘나드는
사람과사람에관한이야기
한수산작가의감수성은한곳의이야기를그저그곳에멈춰둔채끝나지않는다.현재그가머물고있는장소의이야기는어느새작가가섭력해왔던수많은성지의이야기들에가서닿고,장소의이야기는어느새인간과삶에대한심도깊은고찰로이어진다.시간과공간을초월하는신앙선조에대한이야기의향연은한수산작가만이할수있는가장높은수준의찬양일것이다.

“강가의물새가우는것일까.낯선새소리가들려왔다.잠자리에서몸을뒤척이면서생각했다.최양업도저새소리를들었으리라.저바람소리를들었으리라.빗발이야자수를때리고가는소리는그때나지금이나다름이없으리라.” -3부중5.마카오를떠나서,223쪽.

한수산작가가순례여정에서만난다양한인물들의이야기는또하나의작은에세이처럼다가온다.중국의애국교회로알려진츠펑주교좌성당에서교구장대리와의피곤과서글픔을동반한조우,그럼에도끝까지순롓길을함께하며고난을기쁨으로승화시켜준동행들,마카오여행지에서만난찰나의인연이선사한성요셉신학교박물관옥상에서의휴식,천호성지에서이어진인연의도움으로얻은롤롬보이에서의작은피정,한수산작가의글에서는바로인간에대한오랜고뇌에서나오는희망은물론,순례과정에서만나는사소한난감함과즐거움까지만날수있다.그것은마치할머님댁의반짇고리사이에서어린손주들을기다리는색색의종합사탕세트와도같은다정한행복의맛이다.

“전시된자료들을오가며무언가를골똘히적고있는나를내내지켜보던직원이었다.무거운카메라와가방을자신에게맡기게한그가웃음가득한얼굴로손짓을하며나를데리고계단을오르기시작했다.몇층인가,꺾이고또꺾이는계단을올라간그가머리위로난덧문을열면서나를올라가게했다.얼굴을들이밀며올라서니,그곳은지붕위였다.올라가서편하게앉아있으라면서,그는담배나한대피우라는손짓까지했다.갈색기와지붕위에올라가앉으니거리의지붕너머로멀리마카오의또다른모습이바라보였다.”
-3부중3.6월에찾아간머나먼그곳,178-17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