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세기 르네상스

12세기 르네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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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서양 중세사에 관심 있는 독자라면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없을 고전 해스킨스(C. H. Haskins: 1870~1937)의 『12세기 르네상스』가 번역되어 나왔다. 1927년 처음 발표되자마자 단숨에 르네상스 연구에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낸 이 책이 이제야 우리말로 번역되어 나온 것은 늦어도 한참 늦은 감이 있다. 게다가 이후 수많은 관련 논술들이 쏟아져 나와 있는 지금, 이제 와서 이 책이 갖는 의미에 다소 의문을 가질 수 있다. 이에 대해서는 토마스N.비슨(하버드 대학 사학과 명예교수)이 ?한국어판 서문?에서 “이 책은 간행될 당시 필요한 책이었으며, 다른 중요한 저서들과는 다르게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용하다”, “이 시기 유럽의 전반적인 역사적 상황에 대해 훌륭한 안내서 역할을 하는 해스킨스의 이 책은 오늘날에도 그 가치가 명확하다”고 한 지적이 답이 될 것이다.
저자

C.H.해스킨스

지은이:C.H.해스킨스(CharlsH.Haskins)
하버드대학사학과교수및인문자연과학대학원장을역임하였고,미국중세사학회(MedievalAcademyofAmerica)의창설에주도적역할을하는등미국에서의유럽중세사연구와지적전통의확립에중요한초석을놓았다.중세유럽이어떻게로마제국와해이후의암흑기를극복하고합리적효율적정치제도내지사회제도를확립하게되었으며,이를기반으로어떻게고유한문화를꽃피우게되었던가라는문제의식에서제도사와문화사에대한학문적지평을크게확대하였다.주요저술로는NormanInstitutions,StudiesintheHistoryofMediaevalScience,StudiesinMediaevalCulture등이있다.  

옮긴이:이희만
숭실대학교사학과및동대학원졸업,미국하버드대학대학원수학,문학박사.
미국애리조나주립대학겸임교수,국사편찬위원회연구위원.
공저로<알자스문화예술>과역서로<중세유럽의정치사상>등이있다.  

목차

서문
한국어판서문
옮긴이의글

제1장역사적배경
제2장지적중심지
제3장서적과도서관
제4장라틴고전의부활
제5장라틴어
제6장라틴어시
제7장법학의부활
제8장역사서술
제9장그리스및아랍저술의라틴어로의번역
제10장과학의부활
제11장철학의부활
제12장대학의형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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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유럽중세암흑론’에의대반격,해스킨스의<12세기르네상스>
역사의연속성은연이은시대들간의날카롭고강렬한대비를거부한다!
유럽의12세기는생명과화려한색채,변화와창조로반짝이는시대였다!


서양중세사에관심있는독자라면더이상의설명이필요없을고전해스킨스(C.H.Haskins:1870~1937)의<12세기르네상스(TheRenaissanceoftheTwelfthCentury)>가번역되어나왔다.
1927년처음발표되자마자단숨에르네상스연구에새로운흐름을만들어낸이책이이제야우리말로번역되어나온것은늦어도한참늦은감이있다.게다가이후수많은관련논술들이쏟아져나와있는지금,이제와서이책이갖는의미에다소의문을가질수있다.이에대해서는토마스N.비슨(하버드대학사학과명예교수)이'한국어판서문'에서“이책은간행될당시필요한책이었으며,다른중요한저서들과는다르게오늘날에도여전히유용하다”,“이시기유럽의전반적인역사적상황에대해훌륭한안내서역할을하는해스킨스의이책은오늘날에도그가치가명확하다”고한지적이답이될것이다.
보통르네상스라고하면14~15세기이탈리아를비롯한북유럽에서고대그리스·로마문화를이상으로하여인간에관한새문화를창출해내고자한부흥운동을일컫는다.19세기에프랑스문화사가미슐레를거쳐스위스의부르크하르트에의해전형적인르네상스상이제시되면서전통적인해석으로자리잡은“중세는암흑기였다”는인식에반기를들며해스킨스는‘12세기르네상스론’을내놓았다.
이제목자체가당시사람들에게대단히도발적이고충격적으로받아들여졌으리라는건충븐히짐작이간다.중세에어떻게르네상스가가능하였다는말인가?해스킨스는이질문에답하기위해관련자료들을풍부하게제시하며자신의논지를신중하고도치밀하게전개하였다.그렇게하여르네상스개념을중세로까지소급적용하여역사의연속성과변화를강조함으로써그동안가려져있었던중세유럽의역사와문화를일정하게‘복권’하는데성공을거두었다.

라틴어와그리스어천재로16세에존스홉킨스대학을졸업하고20세에박사학위를받으면서바로교수가된해스킨스는1902년하버드대학역사교수겸문리과대학원장에임명되어1931년까지재직하면서미국‘중세사학회’의창설에주도적역할을하고,미국의유럽중세사연구와지적전통확립에중요한초석을놓은탁월한학자다.해스킨스의이책이간행되기전에는라틴고전의부활을중심으로개성과자아의발견,예술작품으로서의국가의태동,자연과세계에대한새로운인식등을특징으로하는부르크하르트류의르네상스개념이지배적이었다.이는중세와이탈리아르네상스간의역사적문화적단절을전제로하였다.그러나12세기르네상스를중세유럽사회의역동성과문화적창조성의역사적산물로규정한해스킨스는12세기르네상스를협의의의미의고대라틴고전의부활로한정하지않고,광의의의미의지적문화적운동으로이해하였다.

해스킨스에따르면,12세기에는다음과같은진정한르네상스가일어난세기였다.“이시기서유럽에서는십자군운동이일어났고,도시및초기관료제적국가가태동하였으며,로마네스크양식이절정에달하였을뿐아니라고딕양식도출현하였다.또한속어문학이나타나고,라틴고전및라틴어시그리고로마법이부활하였다.아랍의과학지식이가미된그리스의과학과철학이다수부활하였을뿐아니라,최초의유럽대학들이형성되기도하였다.12세기는고등교육,스콜라철학,유럽의법률체계,건축과조각,종교극,라틴어시및속어시등의분야에서대단히의미깊은흔적을남겼다.”
중세의특징을연속성과변화라는두가지키워드로파악한해스킨스는이탈리아르네상스이전에도라틴고전의부활과지적문화적운동들이있었는데,9세기의카롤링르네상스,오토르네상스등이그것이며12세기는특히나그특징이뚜렷했다고주장했다.
우선그는지적중심지로서수도원,주교좌성당,궁정,도시및대학을폭넓게조망하였다.수도원에서종교적목적으로행해진필사작업이제도적으로이교적인라틴고전을보존시켰음을수도사들이남긴자료를통해생생하게묘사하였다.그리고수도원의쇠퇴와함께지적중심지로부상한것이도시를중심으로자리잡은주교좌성당이었는데,이시기에프랑스샤르트르,오를레앙,파리등의주교좌성당이크게유명세를떨치고특히파리와오를레앙은대학으로까지성장하였다고보았다.12세기르네상스의대표적인문인이자학자인힐데베르,아벨라르,존솔즈베리,피터롬바르드등도모두이러한주교좌성당출신이었다.여기에덧붙여궁정도속어시를비롯한문학은물론속어로집필된역사서술에서중요한중심지의역할을하였다.

해스킨스는이탈리아르네상스의특징으로지적되는라틴고전의부활에대해상당히많은지면을할애하였다.유럽역사에서매우오랫동안문화의한척도였을정도로라틴고전은중요한위상을차지하였는데,그는12세기에라틴고전이부활한증거로서라틴저술가들의작품에대한광범위한독서,주석및문법과수사학에대한적극적인학습과훈련,그리고우수한라틴어산문과운문의엄청난생산을제시하였다.이를테면문인베르길리우스,오비디우스,호라티우스의작품들과산문작가키케로의저술들이12세기를전후로하여다수인용되고,분석되었다.특히매우이교적이었던<변신>,<사랑의기예>등의작가인오비디우스가12세기에으뜸가는문인으로등장하였고,그의작품들이많은지식인들의사랑을받았다.엄격한규율을준수하던수도원에서조차이들이교도저술가의작품이활용되었다는사실은라틴고전의부활에대한확고한증거였다.그리고12세기에부활한라틴어는프리스키아누스,도나투스등의문법학자의라틴어문법서와파피아스의라틴어사전을비롯한다수의라틴어사전류등에서도확인된다.한편라틴문법과관계깊은수사학은중세에다른경험을하게되었는데,키케로를비롯한고대수사학자들이연설에초점을맞추었던반면,중세의수사학은서간문작성법에많은관심을기울였다.저자에의하면,이것은법학교육내지법률학교에서의실용적인태도를반영한것이었다.
로마제국의역사적유산으로6세기에편찬된<로마법대전>은오랫동안방치되었다가12세기에부활하였다.해스킨스는이와관련하여12세기의중요한역사적사건이로마법의단순한부활이아니라‘과학적인법학’의부활이라고지적하였다.<로마법대전>,특히고대로마법학자들의법률이론이포함된<법령집>의발견및이르네리우스와주석학파등볼로냐의뛰어난로마법학자들의교수법에힘입어과학적인법학이부활하였다는것이다.그배경에는교역과도시의부활이있었고,이는종래의관습법보다보편적이고체계적인법률로서로마법을요구하였다.로마법의부활은교회법은물론여러지역의관습법을비롯한영국의법률(보통법)의체계화내지발전에도적지않은영향을끼쳤다.유럽전역으로부터선진법률과새로운법학적방법론을습득하기위해법학도들과법학자들이법학부활의중심지인이탈리아볼로냐로집결하였고이렇게하여볼로냐는법학부중심의대표적인대학이되었다.

해스킨스에의하면,12세기서유럽인들은고대그리스의과학저술은물론아랍의의학,천문학등의저술도라틴어로번역하여이를새로운지적동력으로삼았다.유럽내부의지적자원에만의존하지않고유럽이외의뛰어난지식과이론까지적극수용하는중세유럽인들의개방적인태도도12세기르네상스를가능하게만든원동력이었다고지적한것이다.해스킨스의독창성이특히잘드러나는분야중하나는역사서술이다.12세기유럽인들이과거에대한인식과기억을공유하기위해집필한역사서술에관심을집중한해스킨스는이시기에성인,황제,주교,종교전쟁,십자군등의다양한주제가서술되었으며,속어로된도시연대기도태동하였음을밝혔다.특히그는12세기역사서술의중요한특징으로서속어로된역서서술이등장한것에주목하였다.성직자와교회만의언어였던라틴어와대비되는속어가궁정과도시의언어로등장하였고이는향후역사서술에서매우중요해질것이었다.12세기르네상스의한원동력으로서그리스와아랍이라는외부적요인및역사서술에서라틴어이외에속어의중요성에눈을돌린저자의이같은인식은예리한지적통찰이아닐수없다.
이책에는또한고등교육기관으로서교과과정,학위,졸업식등을요체로하는학문공동체인대학이중세,각별히12세기의역사적산물임이잘드러나있다.해스킨스는아리스토텔레스체계의새로운수용을비롯한지적혁명과함께이대학의대두라는제도적혁명이병행하여일어났음을지적하고12세기를유럽지성사의한전환점으로삼았다.중세대학의역사에관한전문가답게해스킨스는중세대학을크게교수단을중심으로형성된파리대학의유형과학생단을중심으로형성된볼로냐대학의두유형으로명쾌하게설명하고,당시대학생들이남긴서신과기록물을통해이들의일상생활도흥미롭게소개하고있다.

해스킨스의이책은라틴고전과라틴어,라틴어시와속어시,로마법,역사서술,과학,대학등의광범위한분야를하나의일관된논지로탁월하게재구성함으로써,12세기르네상스의실체를간결하면서도입체적으로보여주어오늘날에도변함없이그중요성을인정받고있다.또한폭넓은역사이해를바탕으로전12개장에걸쳐중세의필경사,시인,학생,학자등이남긴다양한기록들을적절하게활용하여서술에생동감을불어넣은것도이책의뛰어난장점으로지적할수있다.
오늘날르네상스에대해서는‘중세의완전한부정’이라기보다‘중세에대한비판적·창조적수용혹은전화’로파악하고“르네상스를중세와근대의과도기”로보는주장이점차설득력을얻어가고있다.여기에는“역사의연속성은연이은시대들간의날카롭고강렬한대비를거부하고,…이전사람들이알고있던것에비해중세는덜어둡고덜정적이며,이탈리아르네상스는덜밝고덜급격한변화를경험하였다.생명,화려한색채및변화를보여주는중세는지식과아름다움을강렬하게추구하였을뿐아니라예술과문학,제도에서도매우창조적인업적을이룩하였다.이탈리아르네상스와유사한운동들이,비록영향을미치는범위는덜했어도,이탈리아르네상스보다앞서나타났다.사실상이탈리아르네상스는중세로부터점진적으로유래된것이었다”('서문')라고단언한해스킨스의영향이지대하다할것이다.

마지막으로존솔즈베리와피터아벨라르등을포함하여12세기의역사와문화에오랫동안천착하였고,해스킨스의지적전통이오늘날에도살아있는하버드대학에서수학한이희만박사의꼼꼼하고깔끔한번역도돋보인다.20세기초엽에간행되었음에도불구하고,여전히유럽역사에관한고전으로평가받는이책을중세유럽의역사와문화는물론이탈리아르네상스에관심을가진사학도만이아니라일반독자들에게필독서로서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