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경과 경계의 동아시아사

변경과 경계의 동아시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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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조선 세종 때 압록강과 두만강을 경계로 국경이 확정되고, 이를 통해 한국의 영토가 완성되었다’는 인식은 올바른 것일까?
‘영토의 덫’이라는 말이 있다. 영토라는 공간은 처음부터 자명한 것으로 주어지는, 혹은 자연적인 것으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인간에 의한 개입이나 조작에 의해 인공적으로 생성된 것이 영토인데, 이를 인정하지 않고 영토 자체를 자의적으로 분할하여 논의할 때에 발생하는 함정을 이르는 말이 곧 영토의 덫이라는 것이다. 영토에 의미를 부여하여 그 공간을 성역화하게 되면, 그 영토를 둘러싼 분쟁을 해결하는 길은 더욱 멀어지게 된다.
현대 한국인들은 15세기 초반 세종대에 압록강과 두만강을 경계로 국경이 확정되었으며, 이를 통해 한국의 영토가 완성되었다는 인식을 역사교육을 통해 되풀이하여 교육받는다. 그러나 백두산을 중심으로 압록강과 두만강이 자연적인 경계 역할을 수행했다고 보는 것은 역사적 사실과 부합하지 않는 인식이다. 그럼에도 이런 역사인식을 유지하고 그에 심각한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영토의 덫’에 빠지고 끊임없는 ‘국경’충돌의 위험성을 높이게 된다. 그럼 이런 인식에서 벗어나고자 하려면 어떻게 보아야 할까?
저자

윤해동

저자윤해동
한양대학교비교역사문화연구소HK교수

목차

책머리에

1부제국과변경,거시적조망
윤해동|한국변경사연구시론-지대,선,영토
1.머리말
2.네르친스크조약과조선의변경지대인식
3.북경조약과변경지대인식변화
4.맺음말

박혜정|변경에서보는청제국-북서부스텝과동남해안의사이에서
1.머리말:청제국에서의변경의중요성
2.제국과변경
3.북서부변경의평정을통해보는청제국
4.동남해안의해양변경에서보는청제국
5.맺음말

조원|元후기『經世大典』의편찬과六典體制
1.머리말
2.文宗톡테무르시기『經世大典』의편찬
3.『經世大典』의구성과六典體制
4.『經世大典』의구성에반영된정치적의도
5.맺음말

2부자타인식의심층
김보광|고려전기탐라에대한지배방식과인식의변화
1.머리말
2.탐라의고려來附와편입:‘外國’에서‘蕃土’로
3.문종대이후의탐라에대한지배방식:‘蕃土’에서郡縣으로
4.지배방식에따른탐라인식의변화
5.맺음말

한승훈|변경의접촉지대三島,그리고巨文島의탄생
1.머리말
2.조선과일본의접촉지대三島
3.영국의삼도탐사와점령
4.영국의철수와조선의巨文鎭설치
5.맺음말

3부경계지대의텍스트
이세연|『新羅之記錄』의구상과변경의심성
1.머리말
2.두가지혈맥과변경의貴種
3.경계인의자타인식
4.실용과생존의‘弓馬之道’
5.맺음말

정면|‘白族’의탄생-『白族社會歷史調査』와『白族簡史』의분석을중심으로
1.누가‘백족’을만들었는가?
2.‘백족의형성’과洱海지역大姓의家譜
3.‘大理白族自治州’의성립과土官·土司
4.帝國과변경:정체성’만들기

출판사 서평

이책은한양대학교비교역사문화연구소에서주최한학술회의‘변경과경계의동아시아사’의연구성과들을묶은것이다.책의필자들은‘국경선’이라는선(線)으로서의경계위에존재하는내셔널히스토리의허구를드러내고자하는‘변경사(borderhistory)’의문제의식을공유하며‘지대(zone)로서의경계의맥락’에서동아시아사를되돌아본다.필자들은19~20세기에집중되었던변경사연구의지평을넓혀동아시아의한층다채로운역사경험을생동감넘치는필치로그려냈다.국민국가라는‘기울어진운동장’이건재한이상,‘역사교과서국정화의망령’은언제고다시부활할수있다.내셔널히스토리가자아낸/자아내고있는역사인식의‘자명함’을비틀어끊임없이다르게질문해야한다는필자들의주장은한국사회의역사현실에대한근본적인문제제기이기도하다.
필자들의‘다르게질문하기’는세가지층위에서실천되고있다.첫째제국과변경에대한거시적조망을시도하며기존의역사상을해체하는것,둘째중심과주변의복잡다단한관계망속에서자타인식의심층을파헤치는것,셋째,변경을둘러싼텍스트의짜임새를다각도로조망하는것이다.
첫번째방식의접근과관련하여윤해동은한반도변경지대의역사를트랜스내셔널한시각에서파악해야한다고주장한다.한반도의북쪽변경은유럽의베스트팔렌체제성립에자극받은네르친스크조약,북경조약의영향하에지대에서선으로전환되어갔다.‘국경선’이확정되면서사람들의이동에는제약이가해지고,주민들의정체성을강화하는작업이추진되었다.그이전까지광대한변경지대로존재하던요동지역을둘러싼변경의식은,백두산정계비설치이후차츰압록강과두만강을경계로하는변경의식으로변화하였다.이후추진된대한제국의‘간도영유화’정책은근대적민족주의가정착하면서‘영토민족주의’로전환하는계기가되었다.
뒤이어박혜정은중국대륙의북서부스텝과동남부해안의두갈래변경으로부터청제국을균형있게조망해야한다고강조한다.북서부변경에서청제국은근대제국들가운데가장성공적으로제국의팽창과중앙집권적개혁을적절히변주하여,소규모민족국가들로분열되는일없이제국규모의중화인민공화국으로이행할수있는토대를마련했다.그러나해안변경에서는국익을위하여근대의역동성을전유할만한체제적인식적조건을갖추지못했다.유럽이18세기동안전세계에서도서와해안지역에대한주권을주장하며식민적수탈체제를구축하는동안,청제국은해양의이웃세계에대한관심이없었고,이는서양이아편전쟁으로중국을개방한이후해안변경의불안정성이본격화되면서드러났다.동중국해해적들과연계된백련교도의난,서양선교사들과연계된광동인들의태평천국의난그리고동남아를오가던중국인체류자들이주도한신해혁명은청제국전체를무너뜨렸다.
다음으로조원은근세동아시아전장(典章)의기본틀인6전(六典)의모델을제시한『경세대전(經世大典)』에대해분석하고있다.『경세대전』의편찬사업은톡테무르즉위직후규장각학사원을중심으로진행되는데,여기엔다분히정치적인맥락이숨어있다.정치적암투끝에제위에오른톡테무르는자신의정치적정통성과절대권력을천명해야하는입장에처해있었고,이에중원의전통적인정서(政書)를표방한형식의『경세대전』을편찬하게되었다.이를통해생동감넘치는원제국의다이너미즘을상상케한다.

두번째방식의접근과관련하여김보광은고려전기의제주(탐라)가‘外國→蕃土→郡縣’으로전환되어가는과정을추적한다.삼국시대이래독자적인정치단위로존재했던탐라는고려현종대에주기(朱記)를하사받아일종의기미주인번토로전환되었고,탐라구당사(耽羅勾當使)가등장하는문종대이후고려지배체계속에자리매김되었다.다만외국으로서의탐라의기억은완전히불식되지는않아,13세기에도탐라는여전히‘남만(南蠻)’으로불리곤했으며일정한수탈조차묵인되는특수지역으로남아있었다
한승훈은‘접촉지대(ContactZone)’를키워드로삼아근대전환기거문도의역사를추적한다.거문도가조선전기이래로조선인과일본인이조우하는접촉지대였음을확인하고,이를토대로19세기후반거문도가제국간의세력다툼속에서‘영국군의거문도점령사건’을통해한층농밀한접촉지대로거듭나게되었음을보여준다.당시영국군과거문도주민사이의평화로운관계를두텁게서술하면서도‘부드러운제국주의’의이면에도사리는제국의냉철한셈법을가감없이보여준다.각저자가다루는시기와시선사이에는상당한차이가보이지만,중심과주변의자타인식의결이결코매끄럽지않았다는점,인적?물적교류를포함하여늘다양한변수가뒤엉켜있었다는점이공통적으로확인된다.

세번째접근방식과관련하여이세연은17세기중반일본의북쪽변경에서생산된『신라지기록(新羅之記?)』이라는연대기를분석하며변경의심성을해명한다.이『신라지기록』을생산한마쓰마에(松前)가문의중층적인혈맥의식,실용과생존을근간으로하는‘궁마지도(弓馬之道)’의내실에주목하여,중앙[京都]과에조(蝦夷)거주지를아울러응시하는마쓰마에가문사람들의경계인으로서의감각,타자와의연이은전란에서비롯된변경고유의망탈리테를도출해낸다.
뒤이어정면은중화인민공화국의‘민족식별’작업을거쳐소수민족인‘백족(白族)’이탄생하게된경위를추적한다.민족식별작업의허구,국가권력이주도하는역사서술의민낯을드러내기위해필자는시종일관“누가백족의선민인가?”가아니라“누가백족(의선민)을만들어냈는가?”라는물음을던진다.20세기중반대리(大理)지역의‘민가인(民家人)’들은중화인민공화국의‘소수민족’이되어스스로의자치구역을갖는것을주저하였다.스스로‘한인’과다를바없다고생각했던이들은‘한족’의일부가되어사회주의공화국의국민이되기원했는지도모른다.그러나중화인민공화국은‘백족’인민의‘상층’을포섭한결과‘백족’이라는족칭이공식화되고,대리백족자치주가탄생하였다.

이책은앞서간행된『제국과변경』(혜안,2017)의연장선상에있다.두책은2013년에결성된연구회[제국과변경]의활동을기반으로하고있다.2017년가을까지만4년간이어진연구회에서는다양한이야기들이오갔는데,그근간에는한가지공통된문제의식이있었다.즉,베스트팔렌체제,양차세계대전이후유럽각국의국경획정문제,프론티어에서프론티어로이어졌던북아메리카의서부개척,미국과멕시코간의국경획정문제,변경의시각에서청제국의역사를다시읽어내고자하는신청사의연구동향등구미의역사경험과역사인식에서비롯된변경사의문제제기를한반도,동아시아의맥락에서어떻게소화할것인가라는화두가공유되었다.『제국과변경』과더불어이책이동아시아변경사의대해로이어지는넉넉한물길이되기를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