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말오대의동란을제압하고중국재통일에성공한북송에서
150만인구를자랑한임안을수도로삼아공전의번영을구가한남송까지
송대300여년을정밀하게분석한중국송대사의고전!
중국사상중요한변혁기로평가되는‘송대사’를둘러싼시대구분논쟁으로부터강력한황제권력에의한관료정치체제의확립,형세호계층의대두와사대부사회의성립으로특징되는새로운서민사회의등장,부국강병책으로제시되어송대전시기에걸쳐가장치열한논쟁을불러일으켰던왕안석의신법의플러스와마이너스적인측면,상업과주자학,인쇄술,문학,회화,도자기등문화와과학,예술분야에서이룩한눈부신발전,요·금·몽골(원)의비한족왕조의흥망까지광범위한내용을총망라한<중국의역사-송대>가번역출간되었다.
□치열한시대구분논쟁을불러일으킨송대의역사
그동안중국사에관련하여많은책들이출판되었지만,정도차이는있어도누구나중국역사상가장중요한변혁기중하나로꼽는송대역사를다룬대중적이면서도심도있는개설서를찾아보기어려운상황에서송대사의역작으로손꼽히는<중국의역사-송대>가번역출간되었다.옮긴이도지적하였듯이한국학계에서자체적으로충실하고풍성한내용을갖춘송대개설서를선보이기전까지는이책의출판이송대사에대한갈증을어느정도풀어줄청량제역할을해줄것이다.
물론이책이처음출간된것은꽤이전이어서옛버전이라는느낌도없지않지만,역사라는학문의특성상세월의흐름에도굳건하게그가치를발하는저술들이존재하며,이책역시그러한평가를받기에마땅하다.이책의가치가여전히유효하다는사실은일본고단샤(講談社)에서‘중국의역사(中國の歷史)’시리즈(1974년4월~1975년2월까지총10권출간)중제5권<오대와송(五代と宋)>이라는타이틀로1974년도에선보인이래스테디셀러의자리를지켰으며2004년에고단샤학술문고(講談社學術文庫)로<오대와송의흥망(五代と宋の興亡)>이라는제목으로재간행된사실에서도잘드러난다(도서출판혜안은이책의출간으로1~6권까지의번역을마무리지었다).
이책은일본어원서에서오대사(五代史)와고려사를제외하고송(宋)부분만따로떼어번역한것이다(‘오대’부분은<중국의역사-수·당·오대>로이미출간되었다).책의내용은크게송대사를둘러싼시대구분론,송의정치체제,국제관계,사회경제,재정문제,왕안석의신법,신·구법당의당쟁과북송멸망,남송의정치와금과의관계,남송의멸망,송대농업과상업도시의발전,송대문화로이루어져있는데,독자들은이책을일독하며송대사에대한다양한이해와입체적경험을할수있을것이다.
이책이처음출간된1974년을전후한일본의중국사학계에서는이른바‘당송변혁기’를둘러싸고치열한논쟁이벌어지고있었다.송대에확연히두드러지는중요한변혁들을두고,간단하게나이토고난(內藤湖南)을시작점으로하는교토대학중심의‘송대근세론’과도쿄대학중심의‘송대중세론’으로정리하기도하지만이논쟁에는그렇게일률적으로단순히도식화하기어려운매우다양한스펙트럼이존재한다.이책의저자들이모두도쿄대학출신이면서도송대의시대구분과관련하여“논의가갈리는바로서앞으로의연구를기다려야”(책16~19쪽참조)할것이라고한저자나카지마의지적은이러한고민을잘보여준다하겠다.
책의저자인스도요시유키(周藤吉之)는이논쟁의최일선에서연구를진행하면서일본의송대사나아가중국사연구를세계적수준으로끌어올린연구자중한명이다.최근중국대륙에서이루어지고있는당송변혁기를테마로한연구의상당수가1960~70년대일본학계의영향을받았음은말할필요도없다.이책의또다른저자인나카지마사토시(中島敏)도<송사>식화지를비롯한여러자료들을번역역주함은물론송대사분야에서많은업적을쌓아올린대표적인학자다.이두연구자들은모두20세기초에태어나서평생송대사연구에천착하여대가의반열에오른학자로서,그들의평생을통한연구의정수라할내용이이책에모두담겨있다고해도좋을것이다.
□방대하고복잡한역사를풍부하고치밀하게그려낸책
송대는강력한황제권력에의해관료정치체제를확립하였고,이체제는과거시험에합격한문인관료에의해지탱되었다.그러나북방의요(遼)와서하(西夏),금(金)을방어하느라재정은악화되고,대지주와대상인과결탁한관료의악정은신법과구법간의당쟁을불러와북송이멸망한다.화북에내쫓겨강남에서다시흥기한남송은금과화약을체결한후개발에박차를가해남송의도시들은그야말로공전의번영을구가하고주자학과인쇄술등문화,과학등의분야에서눈부신발전을이룩하였다.
사실송대사는정치제도적으로대단히복잡하고,사회경제적으로도극히다양한양상을띠고있기때문에그역사를제대로이해하기가결코쉽지않다.이책에서도설명하고있지만,제도적측면만보더라도엄청나게복잡한구조로되어있는데다신종의원풍연간의이전과이후가또다르며(책42~47쪽),남송대에서도그변화는계속되었다.국제관계도요,금,서하,고려,몽골에이르기까지실로여러국가들과교섭과대립이라는국면을반복한다.사회적으로는그전의귀족대신형세호계층이대두하고사대부사회가성립하면서이에의해새로운서민사회가등장하고,경제적으로는그성격을둘러싸고논쟁이되고있는지주전호제가일반화되고,농업생산력의제고,상업경제의발달,지폐의등장같은뚜렷한변화를보인다.문화적으로는‘송학’으로대표되는성리학과함께과학기술분야에서큰진전을이룩하였으며,회화와도자기를비롯한예술방면에서도그야말로빛나는성취를보였다.아마도독자들은이책을읽어나가며자연스레송왕조시기가단순히중국의역사속에서가아나라,인류문명사에서어떠한성취를이룩한시기였는지를파악할수있을것이다.
□평화가가져온번영,21세기에송대역사를다시보다
특히우리역사의입장에서오늘날송대사를음미해보면더욱그러한데,실제로시사하는바가적지않다.첫째,우선송대사는한국의역사,그중에서도조선왕조역사와비교해볼만한유사성이꽤보인다.우선무장(武將)의회군(回軍)으로인한역성혁명을통해나라가건국되었고,과거제도가활발하게운용되었고,치열한당쟁이전개되었으며,조정내부에서의례(儀禮)를둘러싼논쟁이벌어졌으며,성리학을중심으로한신유교가부흥내지지배이념으로작동하였으며,왕조의중간에이민족국가의침입으로왕조가멸망의위기에처했다는점등이그러하다.회화같은예술적측면에서도송왕조가조선왕조에미친영향의폭은매우깊었다.조선왕조내부에서도끊임없이송대사에관심을갖고논의가이루어져,정조임금이<송사(宋史)>의잘못된점을시정하기위해<송사전(宋史筌)>을편찬한것은이같은지극한관심을잘보여준다.약500년이라는시간차를두고나타난송과조선이라는두왕조의유사성과상이성을염두에두면서송대역사를음미해보는것도매우흥미로울것이다.
둘째,중국사에서행해진여러개혁들가운데콘텐츠를둘러싸고가장치열한당쟁이벌어졌던왕안석신법에관한것이다.왕안석신법에대해서는수많은연구와평가가존재하지만,연구자가아닌일반독자들이그세부적인내용을접하기는어렵다.이책에서는왕안석신법에관해구체적으로그내용과실행과정을매우면밀하게잘보여준다.독자들은왕안석의신법이송대사회에적용되면서어떤진전이이루어졌고아울러그실시과정에서어떤마이너스측면을드러냈는지함께살펴보면좋을것이다.중국사에서민간경제에대한공권력의공공연한개입은한나라무제때부터현재시장경제를지향하는사회주의중국에까지면면히이어져오고있는데,왕안석신법의전개를이러한관점에서살펴보는것도흥미로울것이다.
셋째,국제관계에관한것이다.북송은요나라와이른바전연의맹을맺어막대한세폐를주는대신평화를확보한다.사실이런상황은현재의국제관계에서도늘상볼수있는모습이기도하다.또북송황제는요나라황제와는형제관계,금나라황제와는숙질내지군신관계로설정하였다.이것은천하의중심을자처해온중원왕조에게는씻을수없는굴욕이지만,오늘날의힘의역학관계에입각한다원화된국제관계와유사한측면이있다.송대에이루어진‘화평을위한타협’은당대만이아니라후대에도비겁자,매국노로혹독하게비판받고폄하되곤하였지만‘평화가가져오는사회번영’이라는측면에서민족의자존심같은것보다더바람직스러운선택지일수도있음을저자는여러곳에서지적하였다.즉북방에강적을두고끊임없이그중압에시달리면서도국내적으로평화를유지하며북송의수도개봉은상업으로크게번영하고(이는장택단의그림?청명상하도?에잘묘사되어있다),남송은북송을넘어서는눈부신경제,문화발전을이룩하였다.그리고이평화롭고번영된사회를기반으로기존의전통적인귀족문화대신새로운관료와사대부층,그리고상인의서민층문화를꽃피울수있었다.일본의동양사학자미야자키이치사다(宮崎市定)는이러한송대의상황을서양의르네상스에대비시킬만큼높게평가하였다.
송대사에서주목해야할부분은너무많고그내용역시분명간단치않지만,역사전공자나역사를공부하는학생들뿐아니라일반독자들에게도이책을충분히음미하며일독해볼것을적극권하는이유가여기에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