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에 새긴 인생 : 석각속 중국 고대의 풍경

돌에 새긴 인생 : 석각속 중국 고대의 풍경

$20.00
Description
묘비, 묘지, 왕조의 기념비 등 돌에 새겨진 중국 고대사 장면들을 복원하다!
모든 사람들의 공통된 욕망은 무엇일까? 영원히 죽지 않고 사는 것일까? 영원히 죽지 않고 살고 싶다고 해도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몸은 죽어도 자신들을 영원히 기억시키는 방법을 고안해 냈다. 기록을 남기는 것이다. 그런데 그 기록이 쉽게 찢어지거나 타는 종이나 나무가 아닌, 단단하여 쉽게 손상되지 않는 돌에 새겨졌다면 그야말로 불멸이 약속되지 않았을까? 이 책은 중국 고대인들이 남긴 석각(石刻) 자료들을 이용하여 중국 고대인의 욕망과 그들이 빚어낸 다양한 장면들을 복원하고 재조명하고자 하였다.
일찍이 진시황이 순행로마다 순수비를 세웠던 것처럼 고대 중국인들은 자신들의 업적과 욕망을 돌에 새겨 사람들에게 보여 기억시키고자 하였다. 그렇다고 그 욕망이 동일한 형식으로 표현되지는 않았다. 필요에 따라 묘기(墓記), 묘비(墓碑), 묘지(墓誌), 매지권(買地券), 진묘문(鎭墓文) 등의 형식들을 채용하였다. 어쩌면 다양한 형식은 그만큼 다양했던 욕망이 만들어낸 결과가 아닐까? 명성이 좌우하는 선거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자 자신의 충성심과 학식을 드러낼 필요가 있던 이들은 묘비를 세웠으며, 가문의 위대함을 유지하기 위해 가족 구성원의 결속이 필요했던 이들은 묘지를 제작하였다. 출세와는 거리가 멀었던 일반 서민들은 죽어서도 삶이 계속되길 바라며 무덤에다 토지계약서인 매지권을 시신과 함께 묻었다. 돌을 이용한 것이 개인만은 아니다. 왕조는 무상한 권력이 영원하기를 바라며 기념비들을 제작하여 왕조의 위대함을 선전하고, 때로는 왕조의 위기를 돌파하고자 하였다. 이처럼 고대 중국인들이 남긴 석각들이 어떤 목적에서 제작되었는지를 추적한다면 그들의 욕망이 무엇이었는지를 밝힐 수 있을 것이다.
인간이 시대와 사회의 산물이라면, 그들의 욕망 또한 시대와 사회의 결과물일 수밖에 없다. 저자는 석각에 기록된 내용들이 중국 고대의 정치·사회·문화와 어떻게 관련을 맺고 있는지를 밝히기 위해 특정 석각을 둘러싼 역사상을 촘촘하게 복원하고 있다. 묘비를 통해서는 고대 중국의 선거 제도와 그 제도를 통해 형성된 사대부 사회의 본질을, 묘지를 통해서는 위진남북조 시기 귀족제의 내면을 그려내고 있다. 매지권과 진묘문을 통해서는 점차 활발해지는 토지 매매의 시대상과 삶의 고통 속에서 민간 재래 신앙의 영향력이 증대되었던 후한 말의 사정을 재구성하였다. 후한의 멸망과 조위(曹魏)의 건국, 서진의 중국 통일 시기는 왕조의 기념비를 통해서 조망하였다.
조금은 생소할 수 있는 석각이라는 소재를 이용한 이 책은 기존 정치사 위주에서 벗어나 사회사, 문화사, 민중사의 시각으로 중국 고대사를 서술하고 있다. 독자들이 석각이라는 특별한 도구를 통해 문헌 사료 속에서 발견할 수 없었던 보다 적나라한 중국 고대인들의 욕망을 확인하고, 중국 고대의 역사상을 새롭게 구축하기를 기대한다.
저자

홍승현

저자:홍승현
숙명여자대학교사학과대학원석사,서강대학교사학과대학원박사,현재창원대학교사학과교수
주요논저
<魏晉시기志怪의撰述과讖緯의새로운역할>(『東洋史學硏究』160,2022),『南齊書』五行志의구조와특징(『中國古中世史硏究』63,2022),『宋書』五行志와『搜神記』에투영된孫吳인식(『中國古中世史硏究』60,2021),중국고대災異說의기원과성립(『史叢』102,2021),孫吳의正統性과神秘主義(『東洋史學硏究』152,2020),『석각의사회사』(혜안,2022),『正史五行志의세계-後漢書』(혜안,2022),『돌,영원을기록하다』(공저.경북대,2018),『왕조멸망의예언가』(역서.경북대,2015),『禮儀之國』(혜안,2014)

목차

책머리에

1장기억과영원-불멸의상징,돌
고대중국인의의식속첫번째돌이야기|불멸을꿈꾸는인간|‘명’이라는문체의발명|형도전의발견|무덤속묘기의역할|종묘제사에서무덤제사로|효로다스리는천하[孝治天下]|지상으로올라온기념비|지하에남겨진기념비

2장명성을새긴돌-묘비
묘비의의미|최초의묘비|묘비의외형|이력의서술-묘비의정형화1|가계의서술-묘비의정형화2|입비의목적|인물평의기준변화|문생고리,새로운제작자들|묘비의뒷면[碑陰]|명사의완비-묘비의정형화3|조조와금비령

3장종족법을새긴돌-묘지
금비령이후|묘지의두가지기원|구경꾼없는기념비|가족관계의강조와귀족제-서진묘지|피난지의묘지-동진묘지|사라진명사와새로워진가족관계의서술|명사의귀환-유송묘지|호인들의장례와표지|십육국시기의묘지|변화하는묘지|초원에서화북으로,다시중원을향해-효문제이전북위|효문제의한화정책|성족분정과북위묘지의정형화|호인의묘지기술|위대한가계|뛰어난개인의능력|기성품이된묘지-당의묘지

4장계약을새긴돌-매지권
매지권의출현|전형적인매지권의등장|농후해진미신적요소|진묘매지권|절강형매지권|강을건넌매지권|매도자와입회자-동왕공과서왕모,그리고낙양의금동자|고용의대가,고전|매지권의융합|진묘매지권에서도교매지권으로|남진하는매지권|매지권의계층성|매지권문화의전파와<무령왕매지권>|한물간유행|<무령왕매지권>의제작자들

5장주문을새긴돌-진묘문
경계를넘을때필요한통행증|고지책|의물소의출현|진묘문의구조|진묘문의역할|해주병|부역으로부터해방|죽은자를위한문서에서산자를위한문서로-돈황의진묘문|진묘석

6장영광을새긴돌-왕조의기념비
선양전야|왕조의영광-<상존호비>와<수선표비>|위기극복의정치학|몰락해가는왕조의개혁|국정교과서<희평석경>|진황·한무와동류|태학의부흥|어린황제의강경과<정시석경>|어리석은황태자|또다른계승자|황태자를구하는<벽옹비>|오관중랑장과임치후의갈등|건안문학의흥성과조비의열세|조비의승리|여영집단과초패집단|<대향비>의실체|<대향비>의역할

참고문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