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쇼 데모크라시와 미야자와 도시요시의 자유주의 헌법학 (양장)

다이쇼 데모크라시와 미야자와 도시요시의 자유주의 헌법학 (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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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다이쇼 데모크라시를 재조명하다
미야자와 도시요시(宮澤俊義)의 자유주의 헌법학으로 보는 일본 민주주의 사상의 전환점
오늘날 헌법 개정 문제는 일본 사회의 중요한 화두 중의 하나이다. 현행 헌법의 탄생 과정을 점령군의 외압으로 규정하고 자주 헌법 제정을 외치는 목소리가 있는가 하면, 다른 한편에서는 전쟁의 공포에서 벗어나 경제성장을 이룩한 일본국헌법 체제의 옹호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있다. 이른 시기부터 시작된 헌법 개정 시도는 줄곧 국회의 1/3 이상을 차지한 저항 세력에 가로막혀 실패했고, 보수주의자들은 그러한 상황을 끊임없는 ‘해석 개헌’을 통해 헌법의 공동화를 추진해 왔다. 그들은 지금 일본 사회의 우경화를 기회로 단숨에 ‘보통 국가’, 다시 말해 전쟁하는 국가 일본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이에 대항하는 호헌파의 입장은 국제 평화를 희구하는 이상주의에서 경제성장과 안정을 유지하려는 생활 보수주의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하지만, 일본국헌법 체제를 지키려 한다는 점에서는 일치하고 있다. 헌법의 해석을 통해 실질적인 개헌을 추구하는 ‘보수’ 세력과 조문에 충실하여 현 체제를 유지하려는 ‘진보’ 세력 간의 대립 구도는 지금으로부터 약 100년 전 다이쇼 데모크라시 시기에도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 대립 구도가 정반대였다. 해석 개헌을 시도한 쪽이 진보 진영이었고, 보수주의자들은 조문을 근거로 천황 주권을 주장했다.

저자

이수열

저자:이수열
일본와세다대학일본사학과를졸업하고와세다대학대학원과규슈대학대학원에서일본근대사전공으로석사와박사학위를취득하였다.현재한국해양대학교국제해양문제연구소HK교수로재직중이다.일본근현대사상사,동아시아해양사,글로벌히스토리등에관심을갖고있다.
저서로는『일본지식인의아시아식민지도시체험』,『동아시아해역의해항도시와문화교섭』(Ⅰ,Ⅱ),『한국선원의역사와문화』등이있고,번역서로『동인도회사와아시아의바다』,『새로운세계사』,『자유해』등이있다.

목차


책을펴내며

들어가는글

제1장다이쇼데모크라시정치사상
제1절유기체국가관
제2절사회와국가
제3절국권과주권
제4절이법과실정법
제5절국가와자유
제6절입헌주의의양상

제2장과학적헌법학의수립
제1절방법론의시대:1920년대
제2절학설이원론
제3절법의실정성과정당성
제4절자유주의적입헌주의

제3장독재정과민주정
제1절정치의시대와저항권
제2절독재정과민주정
제3절위기의의회제
제4절국민대표개념
제5절대중민주정으로의전망

제4장1930년대후반의법학과정치
제1절천황기관설사건과법학의정치화
제2절자유주의의전회
제3절대정익찬회논의

맺는글
참고문헌
연표
찾아보기

출판사 서평


다이쇼데모크라시를재조명하다:
미야자와도시요시(宮澤俊義)의자유주의헌법학으로보는
일본민주주의사상의전환점

오늘날헌법개정문제는일본사회의중요한화두중의하나이다.현행헌법의탄생과정을점령군의외압으로규정하고자주헌법제정을외치는목소리가있는가하면,다른한편에서는전쟁의공포에서벗어나경제성장을이룩한일본국헌법체제의옹호를주장하는목소리가있다.이른시기부터시작된헌법개정시도는줄곧국회의1/3이상을차지한저항세력에가로막혀실패했고,보수주의자들은그러한상황을끊임없는‘해석개헌’을통해헌법의공동화를추진해왔다.그들은지금일본사회의우경화를기회로단숨에‘보통국가’,다시말해전쟁하는국가일본을실현하기위해노력중이다.이에대항하는호헌파의입장은국제평화를희구하는이상주의에서경제성장과안정을유지하려는생활보수주의에이르기까지매우다양하지만,일본국헌법체제를지키려한다는점에서는일치하고있다.헌법의해석을통해실질적인개헌을추구하는‘보수’세력과조문에충실하여현체제를유지하려는‘진보’세력간의대립구도는지금으로부터약100년전다이쇼데모크라시시기에도찾아볼수있다.하지만이번에는그대립구도가정반대였다.해석개헌을시도한쪽이진보진영이었고,보수주의자들은조문을근거로천황주권을주장했다.

다이쇼데모크라시의바탕은민족공동체에대한절대적인충성!

다이쇼데모크라시는자유민권운동과함께근대일본을대표하는민주주의운동의하나이다.다이쇼데모크라시는천황제를전제로한개혁구상이었다는이유로이전에는부르주아운동의하나로치부되었지만패전이후일본역사학계가민주주의적전통의하나로재평가하게되면서본격적인연구가이루어졌다.오늘날역사학계가내리는일반적인평가를보면,다이쇼데모크라시운동은군주제를유지하면서도헌법의새로운해석과보통선거,의회중심주의의도입을통해데모크라시정치를구현하고자했고,그러한시도는1930년대들어시작된파시즘때문에좌절했다고본다.이번에출간된이수열교수의『다이쇼데모크라시와미야자와도시요시의자유주의헌법학』(도서출판혜안)은이시기에활동한미야자와도시요시를중심으로한헌법학자들의저작을꼼꼼히들여다보고분석하여이같은역사학계의평가와는다른특징들을발견하고전후일본의헌법까지전망한저서이다.가까운옆나라일본에대해서는많이알고있는것같지만실제로정밀하고전문적인분석이많이부족한우리실정을감안하면,대단히귀중한성과물이라하겠다.
저자는먼저다이쇼데모크라시운동에서주장한‘민주주의사상’이천황을포함한‘민족공동체’에대한절대적인충성을바탕으로하였음을지적하였다.국가의주권이위협받는상황속에서전쟁과함께성장한그들에게국가란절대적인가치를갖는존재였다.그래서데모크라시도자유도모두국가의안녕과부강을위한수단이었다.이런점에서그들을국사(國士)의에토스를지닌경세가들로표현하였다.민족공동체에최고의가치를두고국민의자발적인충성심을유도하는정치제도로서의회중심주의를주장하는한,이데모크라시정치에서는개인의사적인이익이나권익실현은당연히부정되었다.다이쇼데모크라시가개인의자유를되돌아보지않고국정참가의권리만을주장하는참정권운동으로일관한이유도이때문이었다.그리고이국가중심적사고때문에개인의자유는독립적가치를갖을수없었고민주주의운동에한계를초래했다.

개인에게최고의가치를부여한미야자와의자유주의헌법학

미야자와도시요시는일본헌법학사,더넓게는정치사상사에서개인과국가의관계를혁신적으로재정의한인물이었다.미야자와의헌법학은먼저과학의체계나이론의구축에법학의최종목표를설정하였다는점에서이전의헌법학들과는크게달랐다.일본헌법학에서주어로군림해오던국가를그는강제조직으로다시정의하였다.또그는민족이나국가가아닌개인에최고의가치를두었던점에서도달랐다.국가의강제력과개인의자유를두개의축으로삼아전개한미야자와헌법학은필연적으로자유주의적성격을강하게띨수밖에없었다.미야자와는민주주의를개인의자유를보장하기위한정치형식으로이해하고,국가의강제력과개인의자유사이의균형과긴장을강조했다.이러한접근은다이쇼데모크라시운동의한계를비판적으로극복하여새로운민주주의의가능성을모색하는중요한시도였다.특히그가1930년대에발표한일련의국민주권구상을보면,일본의‘전후’가한발앞서찾아온듯한느낌을받는다.

천황기관설의미노베와미야자와

정치학영역에서다이쇼데모크라시를이끈대표적인사상가라면요시노사쿠조(吉野作造)와오야마이쿠오(大山郁夫)가있고,헌법학에서는미노베다쓰키치(美濃部達吉)가있다.기존의연구는미노베를천황주권에도전한민주주의헌법학자로평하는것이보통이다.하지만그내용을들여다보면,오직국가만이소유할수있는‘통치권’과국가내부의최고기관이갖는‘주권’을구분하고전자에최고의가치를두었다는점에서그는결코민주주의자가아니었다.주권논의에서결코일반적이라고할수없는미노베의이러한주장은당시의상황에힘입어데모크라시와결합할수있었지만,실상은국민에대한국가의우위를주장하는보수주의자의면모를갖고있었다.다이쇼데모크라시의주요사상가들이국민의사익을부정적으로바라보고국가앞에서국민의희생을강조한이유는그들이최고가치로인정하는대상이국가,즉민족공동체였기때문이다.다이쇼데모크라시운동과천황대권론자의대결구도는통설에서이야기하는‘국민주권대군주주권’이아니라‘국가주권대군주주권’이었다.이러한헌법상황을보며자신의학문을구축해나간미야자와는다이쇼데모크라시운동이주장한의회중심주의를더욱민주화하여일종의의회주권을구상했다.한명한명의구체적인국민의사로의회대표를구속한다는그의대중민주정(大衆民主政)은실질적인국민주권을목표로한것이었다.그러나이러한시도는그가비판적으로극복하려했던미노베의입헌주의마저탄압의대상에오르면서더이상의진전을보지못하게된다.천황기관설사건은미노베뿐아니라미야자와에게도큰상처로남았다.

시대를앞서간미야자와의대중민주정의숙제

이책의특징은무엇보다일본의의회정치를둘러싼여러논의들을1910년대와그이후로나누어고찰하고정밀하게비교한것이다.의회중심주의는다이쇼데모크라시운동이추구한중심적인정치목표였다.의회제는근대입헌주의를실현하기위한정치방식이다.여기에국가주의적정신이가미되었을때데모크라시는어떤모습으로다시태어나는가?민본주의자들이의회정치에서궁극적으로기대한것은무엇인가?그의회는무엇을할수있고,무엇을할수없는가?이는국가주의적데모크라시운동이근대입헌주의의역사에서어떤부분을수용하고어떤부분을배제했는가의문제이다.비슷하지만서로다른의회제민주주의관의문제이다.다이쇼데모크라시사상을형식의일치와정신의차이에주목하면서사상사적으로재조명해보려한저자의작업은,지금까지다이쇼데모크라시연구가주로정당정치의수립까지를대상으로하고그뒤의와해과정은정당의부패나외압의결과로설명한기존의시각에문제를제기하고,사상내부에서좌절의원인을찾아내다이쇼데모크라시운동을전체적으로조망하는결과물을도출하였다.
비상시로서의1930년대는일본의정치·사회사뿐아니라사상사의관점에서도커다란분기점이었다.1910년대의의회중심주의는‘세계의대세’와조화를이루었던데비해1930년대의세계적차원의행정부강화현상은의회중심주의와정면으로대치했다.정치의통일성과행정의효율성을추구하는관점에서보면,정치의다원성을전제로하는의회정치는이제더이상비상시정치와통제경제를담당할적임자로보이지않았다.의회중심주의와데모크라시운동이밀월관계에있었던1910년대와비교하여1930년대이후의의회제를둘러싼객관적인상황은전혀달랐다.그리고이때처럼정신의차이에서비롯하는국가주의적데모크라시사상의문제점이드러난시기도없었다.일본의의회주의자들은과연‘위기의의회제’를지키려했는가?아니면기능부전에빠진의회를버리고강력한행정부의정치지도로비상시상황을타개하려했는가?미야자와는민주주의가치가선행하기일쑤였던다이쇼데모크라시사상을상대화하며자유주의적입헌주의를구상했다.민주주의를개인의자유를보장하기위한국가·정치형식으로이해하였던미야자와는자유주의와민주주의를목적과수단의관계로파악했다.이러한점은개인의자유에대해원리적인거부감을표명했던다이쇼데모크라시사상과큰대조를보였다.또이시기미야자와는독일공법학계의정치화가가져온형이상학적국민대표개념의부활에대한이데올로기비판을감행했다.그과정에서탄생한대중민주정(大衆民主政,Massendemokratie)은의회를국민의사에종속시킴으로써실질적인국민주권을추구하는내용이었다.비상시하에서미야자와는당대에발표된정치개혁안의이데올로기적성격을자유주의의입장에서과감하게비판한논쟁가였다.다이쇼데모크라시사상은1930년대에들어두가지데모크라시로분화되어갔다.그정통적계승자들이적극적으로상황에개입하며의회중심주의에서멀어져간데비해,미야자와는의회정치를더욱민주화하는방향을제시했다.두진영은상황에대해저마다다른태도를보였고,서로다른제안을내놓았다.이두가지데모크라시사상의기원과계보를밝히는작업은다이쇼데모크라시사상의역사적전개와귀결을통해다이쇼데모크라시운동을거꾸로되돌아보려는시도이기도하다.
미야자와의헌법학을통해사상사의관점에서확인할수있는결론은크게두가지이다.먼저1930년대에일어났던의회제의몰락은다이쇼데모크라시시기의의회중심주의자들을포함한총체적자괴현상이었다는점,그리고일본의데모크라시사상은1930년대에들어하나의질적변화를경험했고,그것이패전이후의일본국헌법체제를준비한사상적토양이되었다는사실이다.

헌법학으로보는현대일본사회의이해

지금일본에서헌법개정의입장에서제출된헌법시안들을보면,‘민족공동체’에최고의가치를두거나‘황실’의존엄과‘국민’의의무를강조하는점에서다이쇼데모크라시사상과의유사성이눈에띈다.미야자와와그의‘8월혁명설’을‘악의근원’으로지목하는선동적인발언까지나오는사태도이러한상황의반영이다.저자는결국향후일본사회가새로운헌법을제정할지아니면지금체제를유지할지는오로지일본국민의몫이라고본다.그리고혹시라도시안에보이는수준에서개정이이루어진다면그것은전전(戰前)으로의회귀또는후퇴가될것이라고우려하였다.이런점에서다이쇼데모크라시와미야자와도시요시의사상이과거사로만그치지않고여전히현재진행형의주제가될수밖에없다는이수열교수의주장은일본에게는뼈아프지만확실히곱씹어볼만한고언이라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