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책의저자이용식교수는법학자이자경제학자,국제관계분야의전문가로,한국외교통상부에서근무했고,미국과호주,영국등각국에서교수직을역임했으며,현재미국웨스트버지니아대학교로스쿨에재직하고있다.저자는이책에서남북한,중국,일본,몽골등의동북아역내국가와미국과러시아라는‘외부에서온내부자’로불리는역외국가를함께다루며,5가지코드로동북아시아의역동성을분석하는새로운방법론을보여준다.
곧,①민족주의②경제개발③유교④자유주의⑤세력균형에대한추구가그것이다.우선현대적맥락에서민족주의는동북아시아국가들의행동이만들어내는정치ㆍ경제적역학을이해하는핵심요인이다.위안부문제등과거전쟁범죄문제와관련된역내각국(한중일)의행동,인접강대국인중국과러시아로부터의독립과자치권을보존하기위해노력하는몽골,중국몽,곧‘중화민족의위대한부흥’으로묘사되는중국의행보등은민족주의적인성향을잘보여준다.경제개발은2차세계대전과한국전쟁으로인한심각한경제적궁핍으로고통을받은동북아국가들의뚜렷한국가목표로,수십년동안경제개발을이루기위해가용자원을동원했다.한국과일본은경제를성공적으로성장시켜고소득국가의지위를달성했고,중국도1970년대후반경제개혁을통해시장중심의경제개발과수출진흥에주력하여G2의지위로부상했다.전근대동북아의지배이데올로기였던유교는현대에서는더이상공식적으로통용되지않는다.그러나중국은유교적덕목을앞세워동북아를주도할권리가있다고여기며,지도자에대한충성을모토로하는유교적전통은북한김정은정권의절대통치를정당화하는데기여하고있다.암묵적인형태로유교적가치나유교적질서는여전히동북아의국내및지역정치에영향을미치고있다.
자유주의의핵심요소인정치적평등과개인의자유에대한추구는사회적안정을위해위계질서를중시하는유교의특성과완전히부합하지않는다.최근젊은세대사이에서유교적질서에대한신봉이약화되는경향은자유주의와유교전통간의긴장과갈등을초래하는요인이되고있다.2차대전후,한국과일본두나라는미국의영향아래자유민주주의국가로발전했으며,자유주의는몽골에도상당한영향을미쳤다.중국은여전히권위주의적공산주의체제를유지하나,민중들사이에서는자유주의적요구가점차부상하고있다.마지막으로동북아에서중국의압도적인경제력과군사력에위협을느끼는국가들은중국에대응할수있는경제력과군사력을갖춘미국과동맹을체결했는데,이는역내세력균형을유지하려는움직임으로해석할수있다.동북아의세력균형은한국,일본,미국을포함한민주주의국가그룹과중국,러시아,북한을포함한권위주의국가그룹간의힘의균형으로볼수있다.
그러나트럼프의일방주의정책은한미일간의결속력을약화시키고있으며격화되는미중갈등은동북아시아를불안정하게만드는요인이다.동북아시아의상당한정치적,경제적불안정은지속가능한평화를어렵게하며,이지역에서군사적충돌의위험을높이고있다.이러한복잡한지역역학관계를고려할때,기존의세력균형을통해지속가능한평화를달성하는것은어렵다.지역및세계에서더큰역할을원하는중국과,자국의정치적,경제적영향력을유지하기위해중국의팽창을억제하려는미국이‘서로가수용할수있는균형점’에합의하기는쉽지않을것이다.또한양국간경쟁과대립을고려할때,역내안정을제고할수있는더효과적인세력균형은양자간합의로는달성하기어려우며,EU와같은지역적구조내의다자적인접근과제도화를통해이룰수있을것이다.
지역적긴장과대립은동북아시아의군사력배치에도원인이있다.한미일연합전력은중국을비롯한이지역의다른강대국들에심각한군사적위협이될수있으며,동북아시아에배치된미해군은남중국해와동중국해를장악하려는중국의시도를물리적으로저지함으로써양국간심각한갈등요인이되고있다.한편,미국과한국간군사동맹의주된목적은북한의침략으로부터한국을방어하는데있으며,한국군은수십년에걸쳐상당한역량을갖춘세계적수준의전력으로발전해왔다.한미연합전력은북한이극복하기어려운것이며,이에대응해북한은격차를줄이기위해핵무기와탄도미사일을개발해왔다.
경제적측면에서,동북아시아의현경제ㆍ통상체제는역내국가들의경제ㆍ통상이익을보호하기에충분하지않다.동북아시아는중국,한국,일본이모두회원국으로참여하고있는RCEP(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를통해세계에서가장광범위한자유무역지대를형성했다.반면트럼프행정부는무관세를규정한한미FTA등을무시하고2025년에는전세계를대상으로국제통상규범을위반하여전례없는관세를부과하기에이르렀다.이로인해초래된무역갈등은현재의경제ㆍ통상체제로는해결하기어려운것이다.미중양국이참여하는보다포용적이고다자적인지역경제ㆍ통상체제를구축하는것은,장기적인해결을모색하는경제협력의장을제공할수있다.
현재의지역체제는동북아시아의정치적,경제적안정을효과적으로보장하지못하고있다.동북아시아는유럽의NATO나ASEAN과같은다자간안보기구나지역협력체가부재한지역이다.동북아에서실효성있는다자간안보체제를구축하려면,미국과중국이서로의목표에관한충분한이해를공유해야한다.그러나신뢰의부족이장애가되고있다.중국이협의와심의에기반을둔투명하고보다민주적인내부지배구조를확립한다면,국제사회에서중국의공식입장에대한신뢰도가향상될수있을것이다.미국트럼프행정부역시전세계를상대로한관세부과와같은현재의일방주의적인무역정책을철회하고,국내적으로도무분별한이민자추방이나대학탄압과같은비민주주의적인정책을지양하며,헌법과사법부의판결을존중하는태도를보여야손상된국제사회의신뢰와지지를회복할수있을것이다.
한국으로서도북핵문제를효과적으로해결하기위해서는실효성있는지역안보체제가필요하며,이체제에북한을참여시켜야한다.북한의참여를유도하기위해서는북한과미국및동맹국들의불신과적대감이개선되어야하는데,이는정치적으로어려운과제이다.핵문제와관련해,양측은당장북한의완전한비핵화가이루어지지않더라도,문제해결을위한협상의범위,절차,구체적조치에대해우선적으로합의해야한다.북한과의협상에는중립적인입장에있는국가,예컨대북한및다른동북아국가들과우호적인관계를유지하고있는몽골과같은국가가중요한역할을할수있다고저자는보고있다.
저자는신뢰가동북아시아의지속가능한평화를이루기위한핵심요소라고주장한다.그예로,과거에논의된바가있는한국과몽골간국가연합은몽골에는자본,기술및시장을제공하고,한국에게는광물자원과영토공간을제공함으로써상호이익을충족시킬수있다.또한이러한국가연합에북한이참여하여확대된다면,남북한통일을촉진하는계기가될가능성도있다.남북한과우호적인관계를맺고있는몽골이국가연합의일원으로서두나라사이에서중재자역할을수행할수있다고본다.
저자는한몽연합혹은북한이참여하는남북한ㆍ몽골연합은동북아시아의개방된지역체제로서역내다른국가들의참여를허용하면서유럽연합과유사한국가연합으로성장할잠재력을지닐것으로예측한다.이동북아국가연합은경제통합기구이자정치적협의체로서기능할수있다.이러한통합적인지역체제를형성하기위해서는무엇보다도역내국가간의신뢰구축이필수적이다.동북아시아국가들이기본적인권과시민의자유와같은공통된가치를공유하게된다면,이러한가치가신뢰구축의기반이될수있을것이다.역내국가들이경제적,정치적통합을추구할수있을정도로충분한신뢰를구축했을때,동북아시아의지속가능한평화는마침내현실화될수있다는것이이책의결론이다.
저자는동북아의현재상황을이해하는데효과적인역사적접근법을활용하며,독자들에게다른곳에서는쉽게접할수없는동북아시아의풍부한맥락을제공한다.동북아문제의잠재적인해결책과전략에대한저자의접근방식은폭넓은지적기반에기초하고있기에매우유용하다.동북아의복잡한역학관계를흥미롭고독자의사고를자극하는방식으로다루었다는점에서이책은대단히매력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