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고대 법제의 기원과 전개

중국 고대 법제의 기원과 전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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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방대한 출토법제문서를 활용하여
진한(秦漢)시기 중국 법률과 사회상을 새롭게 파악한 연구서!
이 책은 중국고대사, 특히 진한(秦漢)시기 법제사를 40여 년간 열정적으로 연구해 온 임병덕 충북대 교수의 깊은 내공을 담은 연구서이다. 중국사에서 진ㆍ한제국이란 최초의 통일국가의 출현으로 형성된 국가구조와 정신문화의 형태는 이후의 중국 전 역사를 관통할 정도로 절대적 영향을 끼쳤다. 예를 들어 ‘황제’제도와 관료제와 군현제, 유교의 국교화 같은 것이 대표적이다.
법제사에서 전국시대에 중요한 것은 진나라 상앙(商鞅)의 변법 개혁인바, 그것은 새로운 점령지에 대한 현제 구성, 분이법(分異法)을 통한 소가족 출현과 씨족제 해체, 촌락내 민들의 상호 감찰, 엄격한 상벌 규정 등 이후 부국강병 통일국가의 바탕이 되는 법적 조치들의 시행이었다. 이를 사상적으로 완성한 인물은 한비자, 그것을 현실정치에 실천해서 완성시킨 인물은 진시황이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진대 출토법제사료인 『악록진간(嶽麓秦簡)』ㆍ『수호지진묘죽간(睡虎地秦墓竹簡)」 등과 한대의 출토법제사료 『이년율령』, 공문서인 「이야진간(里耶秦簡)」 등을 활용하여 진한대의 법령 시행의 실상을 확인하고 있다. 『수호지진묘죽간』이 공개된 1970년대 후반 이후 중국 진한사연구는 출토문헌을 중심으로 진행되었다. 이 책은 이러한 출토법제문서에 기초한 연구성과라 할 수 있다.
저자가 정리한 연대순 출토법제문서를 보면, 『수호지진묘죽간』→ 『악록진간』→ 『이년율령』→ 『토자산한간』→ 『수호지77호한간』→ 한문제 13년(B.C.173)의 형제개혁(刑制改革)→ 『호가초장한간』(한문제 16년)으로 되어 있다. 따라서 이 책은 전국 진(秦)나라→ 진의 통일 이후→ 한나라 초→ 한문제 형제개혁(刑制改革) 이전→ 한문제 형제개혁 이후에 이르는 방대한 시기의 중국 고대 법제를 구체적으로 다루고 있다.
저자는 책에서 우선 중국 진한시기 여성의 지위와 노비의 성격을 다루었다. 『수호지진묘죽간』과 『이년율령』에는 여성의 법적인 지위에 대한 규정이 나오고 있고 『악록진간』에는 여성의 상속에 대한 매우 상세한 규정과 내용이 나오고 있다. 특히 재산의 상속과 관련하여 구체적으로 부계(父系)만을 인정하고 모계(母系)는 인정하지 않고 있음을 분명히 하고 있어서 진(秦)대의 가정의 재산권은 아버지와 아들로 이어지는 부계에 의해 장악되었음이 확인되고 있다. 저자는 여성이 호주가 되는 사례를 내세워 진한시기의 여성의 지위나 자율성을 논하는 것이 의미가 없다는 것을 분명히 하였고, 진한시기 여성의 지위가 법가사상에 기초한 것임을 강조하였다.
또한 진한시기의 사오(士伍)와 서인(庶人)의 성격을 규명하였다. 사오와 서인에 대해서는 대체로 『이년율령』 이후에 활발한 논쟁이 이루어졌는데, 「이야진간」과 「악록진간」에도 이를 보강할 수 있는 자료가 포함되어 있다. 후대의 백성(百姓)과 가까운 용어가 사오이고 진한율의 서인은 그 이전과 이후의 개념과 다른 특수한 존재였다. 공문서인 「이야진간」에는 진령(秦令)의 실제 시행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가 포함되어 있는데, 이를 사료로 한 수많은 연구성과가 국내외에서 발표되어 중국고대사 연구의 진전에 획기적인 기여를 하였다.
또한 저자는 중국역사상 유가의 이상인 문치주의를 실현한 군주로 평가하는 한문제의 형제(刑制)개혁 중 가장 중요한 육형(肉刑)의 폐지와 종신무기의 노역형도를 유기의 노역형도로 바꾸었던 의미와 법제사적 관점에서 크게 주목을 받은, 연좌제 및 몰수제, 빕방죄 폐지라는 수탕상좌율(收帑相坐律)과 비방요언율(誹謗妖言律)의 폐지를 다루었다. 책에서 소개하는 「형주호가초장서한간독석수(荊州胡家草場西漢簡牘釋粹)」는 한문제의 형제개혁 이후에 발간된 출토법제문서로 진한 법률의 변화를 이해하는데 크게 도움이 되는 규정이 나오는 사료이다. 특히 최근 공개된 1606·1554·1553·1557간의 내용은 그동안 크게 논쟁이 되고 있었던 「한서」 「형법지」의 규정에 오류가 있었음을 구체적으로 확인해주고 있다.
다른 사료 『악록진간』은 진·한 초기의 혼인·노비·처등의 현실에 대한 많은 시사를 주는데, 그동안 진한율의 벌금형과 속형(贖刑)과 관련해서는 국내학계에서는 이에 관한 추론이 제시되었는데, 「악록진간」의 공개 이후 논증과정 그 자체도 불안할 정도로 추론에 의존한 연구였음이 입증되었다.
이 책에서 다룬 다수의 출토법제문서들에는 수전(授田)의 의미로 ‘행전(行田)’ 혹은 ‘행(行)’이란 표현이 나타난다. 즉 당시 수전의공식적인 법제용어가 ‘行田’ 혹은 ‘行’이었다. 또한 상앙의 분이령(分異令)의 실체와 전택의 매매 사례도 확인된다. 진한시대의 토지제도를 국유제로 보아야할지 아니면 사유제로 보아야할지는 이론의 여지가 있지만, 전택이 매매가 된 것은 분명하다고 본다.
저자는 이밖에 출토문헌은 아니지만, 일본 교토대학 인문과학연구소에서 발간한 『강릉장가산이사칠호묘출토한율령 연구」나 「악록서원소장간《진율령(1)》역주」와 무한대학에서 편찬한 『이년율령여주얼서』 등의 주요 자료들의 내용도 소개하고 있다.
1970년대 이후 중국고대사에서 가장 왕성한 연구분야는 진한시기 율령을 중심으로 한 법제사 였다. 이 시기의 법제사 연구를 종합한 이 책을 통해 국내 중국고대사 연구 수준을 높이고, 고대중국사회의 실제 역사상 규명에 한걸음 더 나아갈 수 있는 바탕이 되리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