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리버 유람기

걸리버 유람기

$11.00
Description
조너선 스위프트의 『걸리버 여행기』(1726)의 완역본이 국내에 처음 출판된 것은 1992년의 일이다. 세계문학이라 일컬어지는 다른 많은 작품들이 그전에 이미 여러 번역본으로 소개되어온 것에 비하면 다소 늦은 감이 없지 않다. 1909년 최남선이 「알사람 나라 구경」과 「왕사람 나라 구경」으로 구성된 축약본 『걸리버 유람기』를 선보인 이래 우리는 이 작품을 어린이를 위한 동화 정도로만 알아왔고, (아마도) 지금까지도 많은 독자들이 그러할 것이다.
김미연 성균관대 비교문화연구소 연구교수에 따르면 이러한 현상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동아시아 한ㆍ중ㆍ일 3국은 물론 전 세계적으로 유사하게 진행되었다고 한다. 그 편집 방식에 따라 독자층을 다양하게 설정할 수 있는 작품이기에, 이본異本을 다양하게 생산함으로써 전 연령이 두루 읽을 수 있어 세계문학으로 도약할 수 있었다고도 그는 설명한다.(해제 「『걸리버 유람기』의 번역 계보와 세상 읽기」 참고)
그전에, 신랄한 현실 비판과 정치풍자, 신성 모독 등이 문제가 되어 영국에서 초판을 출판하던 당시 스위프트 역시 감옥에 갇히는 일을 두려워하지 않는 인쇄업자에게 원고를 맡기겠다는 마음으로 출판했다고도 한다.
저자

김연수

소설가.1994년작가세계문학상을수상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소설집『스무살』『내가아직아이였을때』『나는유령작가입니다』『세계의끝여자친구』『사월의미,칠월의솔』『이토록평범한미래』『너무나많은여름이』,장편소설『7번국도Revisited』『사랑이라니,선영아』『꾿빠이,이상』『네가누구든얼마나외롭든』『밤은노래한다』『원더보이』『파도가바다의일이라면』『일곱해의마지막』,산문집『청춘의문장들』『소설가의일』『시절일기』등이있다.동서문학상,동인문학상,대산문학상,황순원문학상,이상문학상을수상했다.

목차

알사람나라구경_걸리버유람기소인국표착관광록 _7
왕사람나라구경_걸리버유람기거인국표착관광록 _41
날사람나라구경_걸리버유람기라퓨타표착관광록 _69
말사람나라구경_걸리버유람기후이늠표착관광록 _101

해제|『걸리버유람기』의번역계보와세상읽기
_김미연성균관대비교문화연구소연구교수 _142
작가의말|최남선의『걸리버유람기』를이어쓰며_김연수_157

출판사 서평

부정적인언어와그늘진이성이없는곳,완벽한이성을가진후이늠의나라

이렇게어린이를위한모험소설혹은동화로알려진소인국과거인국이야기외에축약본으로도제대로알려지지못한『걸리버여행기』속이야기중하나가바로2024년도서전의주제이기도한‘후이늠Houyhnhnm’이다.걸리버가여행한마지막여행지인후이늠은,의심과불신,거짓말,정욕,무절제,권력,전쟁같은부정의말이아예존재하지않는곳이며,이곳에살고있는완벽한이성을가진종족을이르는말이기도하다.
이책『걸리버유람기』는백년전최남선의번역에기초한소인국과대인국의이야기를이어받아,오늘의소설가김연수가(조너선스위프트의)원작의서사에기대어‘지금여기’의시점에서‘라퓨타’와‘후이늠’의이야기를다시써내려간작품이다.
하늘에떠있는섬나라라퓨타에는머리가한쪽으로기울어져제생각에만골몰하느라,치기꾼에게맞아야만대화가가능한사람들이살고있다.남의도움없이는제대로듣지도말하지도못하는이들은뉴스와정치라면사족을못쓰는데다,온갖터무니없는것들에골몰하는학술원의행태는실소를금치못하게한다.
겨우라퓨타를벗어나집으로돌아온걸리버는오개월만에다시여행길에오르고,야후를부리는후이늠의나라에도착한다.들판의야후들과달리품위있고당당한말馬들의나라인후이늠은‘자연의완성’을뜻하는말이라고한다.
부정적인언어와거짓말,권력과전쟁같은부정의말이존재하지않는곳,후이늠.존경할만한주인의보호아래걸리버는이곳에서그간한번도누려보지못한행복을맛본다.하지만‘야후’를믿지못하는다른후이늠들로인해쫓겨날위기에처한걸리버는차라리죽음을택하고만다.

우리가알지못했던진짜『걸리버여행기』

그리고이때,걸리버앞에홍길동이나타난다.김연수가써내려간『걸리버유람기』에서가장돋보이는것이아마홍길동의등장일것이다.전혀예상치못했던걸리버와홍길동의만남과두사람이나누는-정확하게는홍길동이전하는-이야기는어느순간독자를울컥하게만든다.거짓과부정과환멸로가득찬인간세계에지쳐버린우리는걸리버와마찬가지로크게위로받는다.

“우리는모두문학입니다.문학은결코죽지않습니다.걸리버님도여기서죽으면안됩니다.(……)인간의비루한모습에도절망해죽지않고계속썼기때문에걸리버님과저는세계문학으로영원회귀하게됐습니다.언어가존재하는한우리는계속읽혀질것입니다.(……)우리는우리가본것을증언해야만합니다.어리석은전쟁과고통,부조리한차별과죽음에도불구하고거기에맞선인간들이있었다는것을수백년뒤의사람들에게도전해야만하는것이지요.”(134p~135p)

이제우리는전혀다른오늘의『걸리버유람기』를만났지만,그것은어쩌면삼백년전조너선스위프트가처음하려고했던그이야기와다르지않을것이며,백년전최남선이축약본으로나마전했던그것과도다르지않을것이다.문학은결코죽지않는다.

그러니,

말도안되는이야기를읽자.
미친것처럼보일지라도더나은미래를상상하자.
우리함께야후그다음의세상을꿈꾸자.(140p)


덧,

또한이야기사이사이강혜숙의그림은조너선스위프트와최남선,그리고김연수가삼백년에걸쳐꿰어놓은위트있는문장과이야기의힘을더욱돋보이게해독서의즐거움을한층더배가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