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을 하러, 학교에 가러, 산책하러, 우리는 매일 집을 나서 길을 걷는다.
온통 시멘트 담장으로 둘러싸이고 울퉁불퉁 보도블록에 여기저기 쓰레기봉투가 뒹구는, 어지러이 간판이 널려 있고 보도까지 침범한 가판대와 오토바이를 피해 한순간도 편하지 않은 길을 걷고 있는가. 담을 허물어 훤해진 동네, 자투리 땅에 꽃이며 채소를 가꾸면서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는 주민, 누구나 동네에서 뛰노는 아이들의 보호자가 되고 늦게 귀가하는 내 누이의 든든한 지킴이가 되는, 그런 길을 걷고 있는가. 이제는 살벌하고 개성 없는 길로 우리 감각이 무뎌지기 전에 걷고 싶은 거리, 살고 싶은 마을로 눈을 돌려, 우리 모두가 보호자, 감시자가 되어 내가 사는 마을, 거리는 스스로 지켜나가야 한다. 전국적으로 매력 있고 개성 넘치는 거리를 만들기 위해 수많은 지방자치단체와 기관, 민간단체, 시민단체가 계획을 진행하고 있다. 살벌하고 개성 없는 길로 우리 감각이 무뎌질 대로 무뎌진 지금이 공공디자인 정비와 걷고 싶은 거리만들기 사업을 시작해야 할 가장 적당한 시기일지 모른다. ‘걷고 싶은 거리’ 본연의 기능을 회복시키고자 시도는 하고 있지만, 현재 진행되고 있는 계획들은 ‘보여주기 위한’ 장식에 너무 의존하는 문제점이 보인다. 거리는, 그 거리에 쌓인 거주민의 기억과 자원을 살리고 거리의 매력적인 골목과 상징, 사람들이 모이는 공간과 녹지와 같은 배경이 되는 요소가 쾌적함과 안전함, 소통이라는 내적인 요소와 조화를 이루어 드러날 때 더욱 쾌적해지고 그 가치를 높여갈 수 있는 것이다. 요즘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걷기’를 위해, 그 길이 가지고 있던 매력, 거주민들과의 소통, 역사는 무시한 채, 너도 나도 획일적인 길을 만들어 관광객 모으기에 혈안이 되어 있다. 걷고 싶은 거리를 너무 관광화에만 의존하게 되면 거주민은 멀어지게 되고 점차 매력을 잃어가게 된다. 지금 이탈리아와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역시, 오랜 역사적인 도시를 지나친 관광지로 만들어 오염문제와 거주민 이탈과 같은 폐해를 겪고 있고, 국내에서도 무리한 거리관광화로 인해 거주민에게 외면받고 거리가 가진 본연의 매력을 상실한 경우는 이러한 문제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결국, 환경을 쾌적하게 조성하여 오랫동안 쌓아온 거리의 개성을 적극적으로 만들고, 거주민과 방문객 등 다양한 사람들에게 매력으로 다가가 스스로 살고 싶다고 느껴져야만 사랑받는 거리가 되는 것이다. 이 책은, 그런 거리와 마을을 만들기 위해 도쿄의 대표적인 거리를 대상으로, 다양한 생활환경을 가진 사람들에게 삶의 가치를 높여주는 거리의 매력을 거리의 역사, 문화, 거주민의 의식을 가지고 다양한 실험을 통해 객관적으로 밝혀낸 것이다. 지금은 아파트가 일반화되어 커뮤니티와 거주민 간의 의사소통이 형성되기 어려운 국내 상황에서도 이 책에서 제시한 커뮤니티, 아이덴티티, 휴먼스케일이 거리매력의 중요한 평가요소로 자리 잡게 될 것이다. 따라서, 도시와 거리를 연구하는 연구자나 공공디자이너, 도시계획 행정담당자뿐만 아니라 거주민인 우리 모두에게도 걷고 싶은 거리에 대한 중요한 관점과 방법을 알려주는 유익한 책이 될 것이다. 희망이 있는 것은, 아직도 우리 주변에는 도시의 공간과 역사 속에 성장해온 매력적인 거리가 남아 있다는 것이다. 그런 거리는 우리에게 풍요로운 삶과 즐거운 개성을 전해준다. 그런 거리의 매력적인 가치를 발견하고 만들어 나가는 데에 이 책이 큰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