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8년 가을에 남한에서 태어났다. 연세대 사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교(UCLA)에서 문화 인류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79년 봄에 귀국하여 줄곧 연세 대학교에서 강의해 왔고, 현재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학사 논문은 서울 남산의 부락굿을 중심으로 한 민중적 의례에 관한 것이었고, 석사 논문은 뉴욕, 시카고, 로스앤젤레스 등 미국 대도시의 <하레크리시나> 절에서 한 현장 연구를 토대로 1970년대 초반 미국의 반문화 운동에 관하여 썼다. 박사 논문은 제주 잠녀 사회에 대한 문화 기술지적 연구로, 이 이후 한국 사회의 가부장제에 관한 연구를 계속해 왔으며, 1990년대부터는 청소년 문화 연구에 집중해 왔다.
저서
한국의 여성과 남성(1988) 탈식민지 시대 지식인의 글 읽기와 삶 읽기 1 ― 바로 여기 교실에서(1992) 탈식민지 시대 지식인의 글 읽기와 삶 읽기 2 ― 각자 선 자리에서(1994) 탈식민지 시대 지식인의 글 읽기와 삶 읽기 3 ― 하노이에서 신촌까지(1994) 학교를 거부하는 아이 아이를 거부하는 사회(1996) 성찰적 근대성과 페미니즘 ― 한국의 여성과 남성 2(1998) 학교를 찾는 아이 아이를 찾는 사회 ― 21세기 학교 만들기(2000)
어느 날 ‘사나운 개’가 등장했다. 네 작업노트 안에서 만들어낸 멋진 주인공 ‘사나운 개’는 누군가가 “착한 개!”라고 부르면 으르렁거린다. 20대 초반의 젊은 미술가의 노트에서 이 ‘사나운 개’가 앞으로 어떻게 길러질지 나는 무척 궁금하다. 착하고 순종적으로 길들여져서 도무지 자신의 성향을 드러내지 않는 애매모호한 사람들에게 네 작품을 소개할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 사나운 개가 어떤 책들을 읽으면 더 사나워질지 상상하면서 책을 추천한다.
1990년대 중반 미술에 대해 총체적으로 의문이 들기 시작하던 때 만난 책이 조한혜정의 ‘탈식민지 시대 지식인의 글읽기와 삶읽기1, 2’(또 하나의 문화)다. 이 책은 내가 속한 사회에 대한 총체적 이해 없이 무작정 미술가를 꿈꾸는 것이 얼마나 얄팍한 수작인지 깨닫게 해줬다. 이 책에서 말하는 ‘식민성’이란 자신의 문제를 표현할 언어를 갖지 못한 상태를 말한다. 이 화두는 이제 막 예술을, 미술을 시작하려는 사람들에게 무척 중요하다. 자신의 작업 안에 들어와 있는, 어쩐지 내 것이 아닌 것 같은 다른 사람의 언어들을 수면 위로 드러내는 작업은, 나만의 세계관을 구성할 수 있다는 통찰을 갖게 한다.
나는 ‘사나운 개’가 자신만의 성질과 태도를 가지고 있는 것 같아 반갑다. 나는 한 발 더 나아가 ‘사나운 개’가 자신을 중심에 세우고 휘둘러 세상을 표현할 수 있는 통 큰 배포를 가졌으면 한다. 그래서 나는 예술의 태동을 사회주의적 시각에서 바라본 에릭 홉스봄의 ‘혁명의 시대’ ‘자본의 시대’ ‘제국의 시대’(이상 한길사) ‘극단의 시대’(까치)를 추천한다. 미술이 시대정신을 표현하는 것을 배제할 수 없다면 동시대가 어떻게 형성되고 있는지 어디로 흘러갈 것인지 예상할 수 있게 하는 굉장히 방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이 책들을 ‘사나운 개’의 머리맡에 놓아라. 책의 부피에 억눌리지 말고 그 부피로 과거를 가늠하고 인정하고 그리고 눈을 떠라. 사나워져라!
나는 지식으로 쓴 글보다는 이 세계에 대한 집요한 질문으로 써 내려간 책들에 손이 간다. 코디 최의 ‘동시대 문화의 이해를 위한 20세기 문화지형도’(안그라픽스)는 책의 맨 뒤편에 저자가 직접 그린 문화지도가 장관이다. 현재 소비되고 있는 문화와 우리 문화의 관계, 그리고 새롭게 생산해야 할 문화의 위치를 분별력 있는 지리적 통찰력으로 제시한다. 이 지도는 시대정신으로 무장한 ‘사나운 개’가 길을 찾는 데 유용한 쓰임새가 있을 것이다.
프랑스의 만화가 장 마르크 레제르의 ‘빨간 귀’(열린책들)는 사소한 잘못 때문에 늘 귀가 빨갛게 되도록 얻어맞는 기막힌 캐릭터다. 사회 심리를 정교하게 묘사한 작가로도 정평이 난 레제르의 만화는 기발한 발상과 통쾌한 풍자정신으로 자꾸만 얻어맞게 되는 빨간 귀를 통해 우리 사회가 갖고 있는 모순들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사나운 개’가 ‘빨간 귀’를 만난다면 근사한 친구가 되리라.
우리가 한 예술가를 통해 기대하는 것은 이 세계를 바라보는 통찰력 있는 시선일 수도 있고 이 세계에 존재하지 않는 그 무언가를 표현할 상상력일 수도 있다. 무엇이 아직 제대로 말해지지 않았는지, 이 시대에 무엇을 목격하고 있는지 자유롭게 표현하라! 자신이 표현하고 싶은 바를 세상에 스스럼없이 드러낼 수 있는 것은 미술가의 힘이다. 나는 ‘사나운 개’를 통해 바라보게 될 새로운 세계를 기대한다.
글 읽기와 삶 읽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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