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이나드라마에서와는전혀다른이미지의왕들을만나는역대조선국왕일대기.
최근들어대중적인역사서가많이출간되고있고드라마‘용의눈물’이히트를기록하는등우리역사에대한관심이높아가고있다.그런데서구역사서인<로마인이야기><풍속의역사>같은수준의책들을우리는아직만들지못하고있다.그것은사료가부족하거나이야깃거리가부족해서가아니다.근래에대중적인역사책을만들려는노력이집중적으로행해지고있기는하나아직도기존의역사를쉬운용어로풀어쓰거나,특이하고흥미있는소재만을골라단편적인지식을전하는수준에머물고있다.이런책들은대중의역사에대한관심도를높이는데는공헌을하지만역사본래의목적,인간과사회에대한인식의지평을넓히고과거의경험을내것으로만드는능력을제공하지는못하고있다.오히려이런경향은독자로하여금기존의획일적인결론을되새김질하게하거나‘용의눈물’에대한열풍에서잘나타나듯역사의교훈을과거의현상과지금의현상을서로그대로갖다맞추면서찾으려는태도를확산시키는문제점이있다.통치목적,정치.사회구조가전혀다른사회의행태를지금사회에그대로적용할수는없는것이다.
이책은이러한대중역사서의상황을넘어,일반인을위한역사서술의새로운기준을제시한다는야심을가지고저자가5년간의노력끝에완성한것이다.
이책은조선을건국한태조의선조들로부터8대임금예종까지역대국왕의일대기다.그러나사전식으로업적과경력을소개하거나흔한일화를나열하는방식을사용하지않았다.저자는단편적인기록에의존하지않고,각왕치세의시대상과시대적과제,왕의대인관계,각종정책에대한태도등을종합적으로분석하여왕들의독특한개성,통치스타일,그들의고민과정책목표등당대의최고지도자요정치가로서뿐만아니라,봉건시대를살아간한인간으로서의삶을입체적으로복원해냈다.
독자들은지금껏소설이나드라마등을통해친숙해진이미지와는전혀다른왕들을만나게될것이다.
태종은두뇌회전과상황판단이빠르지만술수와계략을지나치게좋아하는인물로드러난다.목적을위해서는일가친척이나심복을희생시키는데도조금도주저함이없다.세종은장점이많지만그장점이지나쳐서단점이된다.문종은부드럽고몸이약한선비와같은왕으로알려져있지만,세종못지않은뚝심과야망을가졌던인물이다.세조는직선적이고추진력있는인물이기는했지만,거칠고단선적이며자기도취가심했다.예종은그묘호에서아주부드럽고온화한이미지를풍기지만실제로는세조보다더하면더했지결코못하지않은전제지향적인군주였던면들을보인다.
한편이책은단순히국왕개인의성격과일생을새롭게소개하는데서끝나지않는다.태조로부터예종까지의시기는조선을건국하고국가와사회제도전반을새로이만들어가야했던시기로개혁의목소리와정치세력도다양하였다.다양한개성을가진국왕들은제각기독특한방법과이상을가지고이과제에뛰어들어조선의역사를만들어간다.
이성계의전공,위화도회군,정몽주암살,요동정벌론,태종의쿠데타,태조와태종의대립,양녕대군폐위와민씨일가의숙청,세종의개혁,문종의숨겨진야심,세조의쿠데타,대마도정벌,이시애의난등등.저자는이런사건들을당시의사회적.정치적구조와연결시켜국왕을정점으로숨가쁘게벌어졌던수많은정치적사건과조선의각종제도들을곁들여입체적으로설명하고있다.
이런내용들이쉽고맛깔스런문체로충실하고재미있게설명되고있다.중간중간에사례로든일화도어떻게이런것들을찾아냈나싶게하나하나가독특하고재미난것들이다.
이런이야기를따라가다보면국왕의실체는물론이고이시대의사회상,정치의실상과구조,그리고그동안피상적으로알아왔던각종제도가어떤기능을했으며,그런것들이우리역사에남긴흔적이무엇인지를자연스럽게알게된다.
이런점에서이책은단순한국왕의전기물이아니라이시대의역사를새롭게조명해주는새로운형식의역사교양서로서부족함이없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