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빛과 그림자가 그곳에 있었고

다만 빛과 그림자가 그곳에 있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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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사진가 정멜멜의 첫 번째 에세이. 피사체의 가장 빛나는 부분을 포착해 자연스러우면서도 반짝이는 화면으로 담아내는 정멜멜 작가는, 요즘 여러 아티스트들과 매체, 브랜드가 가장 협업하고 싶어 하는 사진가다. 회사에서 웹디자이너로 일하다가 지금 소속된 스튜디오 ‘텍스처 온 텍스처’를 열고, 사진을 전업으로 하며 부업으로 빈티지숍을 운영하기까지, 일과 삶에 대한 고민과 결심, 시행착오를 겪으며 나아가는 과정을 1부에, 그리고 꾸준히 좋아하던 일을 직업으로 받아들이고 사진가라는 직업인으로서 그것을 더 오래 잘해보고자 하는 마음을 2부에 담았다. 1부와 2부 사이 1.5부에는 정멜멜 작가가 세계 여러 도시를 산책하며 카메라 렌즈를 통해 채집한 도시의 장면들 61컷을 단상과 함께 수록했다.

저자

정멜멜

서울에서동료들과스튜디오‘텍스처온텍스처’를운영하며사진을찍고있다.다양한규모의국내외브랜드와매체,작가,디자이너와함께관련프로젝트들을진행했으며공간을이루고있는인물과사물,그자리에감돌고있는분위기나여백을포착하는것에관심이많다.『다만빛과그림자가그곳에있었고』를쓰고『채소마스터클래스』,『타인의삶2』,『레투어RETOUR』에작품을실었다.

여행과사진이취미인사진가.자연스러운것,아름다운것,때로는무의미한것을담고있다.

목차

1부.일과삶
어딘가이상한사람|단골술집과맞바꾼것|틀어지고나서야비로소시작되는무언가가있다|부딪히는처음들|후회도권유도없을|종로구에서일합니다|작은상점만들기-순환하는물건들을바라보며|작은상점만들기-팔면서배우기|작은상점만들기-각각의리듬으로|있었는데요,터졌습니다|기능과작용|동업이란이름의결투레이스|강아지둘|시스터!레츠워크투게더

1.5부.도시와산책
아이스버그의여백?시드니|길위에서?태즈메이니아|그도시의슬로건?후아힌|러브오브비치?시체스|어제와다른오늘?방콕|순한마음?제주|애주가와애애주가의섬?시칠리아|호숫가의맥주보다더좋은것은없다?베를린|잠시사랑에빠졌던것들-라플란드

2부.균형과반복
빈사각형은나를어디까지데려가는가|가운데카메라를두고|오토화이트언밸런스|눈과손과발|자연스럽게찍는다는것|도망자와추격자|질의응답의시간|몸으로하는말|퍼스트레이디오브포토그래피|같이,이야기하면서,만들어나가는|렌즈앞으로앞으로|가까워지고또멀어지며|환호하며완패한다|에필로그_노플래시노트라이포드

부록.질문과응답

출판사 서평

“어느한쪽에치우치는마음이
때로는나를바로잡아준다고믿는다.”

한쪽으로치우친마음이매일을살리고,
직업이되고,세상을더욱넓고깊게바라보게하기까지

사진가정멜멜의첫번째에세이
세계여러도시를산책하며촬영한사진61컷수록!


작은선택들과결정들이쌓여예상하지못한방향으로나아간다
인생의알수없는부분이다
피사체의가장빛나는부분을포착해자연스러우면서도반짝이는화면으로담아내는정멜멜작가는,요즘여러아티스트들과매체,브랜드가가장협업하고싶어하는사진가다.그런데회사에서웹디자이너로일하다가지금소속된스튜디오‘텍스처온텍스처’를열고,사진을전업으로하며부업으로빈티지숍을운영하기까지,사실무엇하나먼저예상하고계획대로일을꾸려온것은아니었다.
단골손님과그가게의사장으로처음만난정멜멜과신해수는가끔막연하게동업을도모하는이야기를나누다가,각자의사정에따라정말함께일해보기로결심한다.재밌게도처음두사람이구상했던것은‘생선구이를파는술집’이었다.그러나내정해둔요리사의변심으로계획은시작부터틀어졌고,일단퇴사와영업종료를저질러버렸기에두사람은우선그간해오던일로돈을벌며차차무엇을하고싶은지생각해보자는결론에이른다.그렇게웹디자인을하고로고를만들며인테리어를하는스튜디오를열게된것이다.
1부‘일과삶’에는그런스튜디오가어째서지금은주로사진을찍고있는지,부업으로작은빈티지상점은왜하고있는지,“작은선택들과결정들이쌓여예상하지못한방향”으로,그러나돌아보면“틀리지않은방향”으로나아가는과정을담았다.알맞은공간을서울에서찾는일부터동업과올바른싸움의기술,상점을운영하는데필요한태도와지침등조직에서벗어나스튜디오를운영하며겪어온수많은착오와실수,배움과깨달음,그리고그로인해고되지만“적어도일을하는내몸과마음을원하는곳에놓아보는하루”에대해이야기한다.

삼촌,난사진을배운적이없는데틀렸다고생각하지않아?
맞게찍고틀리게찍고가없지.사진에는그런게없지
스튜디오를열자마자두세건의의뢰가거의동시에들어왔는데,홈페이지에올려둔포트폴리오대부분이디자인작업이었음에도불구하고놀랍게도모두사진작업과관련된의뢰였다.정멜멜작가는그간자신이취미삼아블로그나여러SNS에올렸던무수한사진들때문에이런종류의의뢰가들어온것으로추측하는동시에,전문가도아닌자신이과연이일을수락해도되는지한참을고민했다고한다.그러나만일그때의의뢰를모두거절했더라면지금의스튜디오‘텍스처온텍스처’는어떤모습이었을까.
입시미술을준비하고대학에서인테리어디자인을전공했지만학교생활은재미가없었고,수업에도흥미가없었다.사진을마음껏찍을수있다는것만이대학생활의유일한낙이었다.사진앞에서는결코작아지지않았고,무엇이되기를바라지않을수있는유일한시간이었기때문이다.그렇게견디기힘든날에는사진을찍고,그것들을옮기고,색을만지거나트리밍하는데열중했다.겨우졸업을하고웹디자인회사에취직했는데,대표가사진을잘찍는걸보니레이아웃감각이좋을것같다고신뢰를보였다.
사진을직업으로삼게된것은그로부터몇년이지난후였다.살다보니예상치못했던길이자신앞에나타났다고여겼지만,돌아보면좋아서계속하는일들이줄곧이끌어준셈이었다.대학에서도회사에서도계속헤맨줄로만알았는데,학교에서,회사에서,심지어입시미술에서배운기술들을알차게써먹으며지금도사진을찍고있다.

열심히돈을버는것만큼중요한것은
나를계속해서좀더나은방으로안내하는일이다
취미가업무의영역이된이후에도한동안은스스로를‘사진가’로부르기를주저했다는정멜멜작가는,“인정받거나사랑받지못하는시간이길어지더라도어떤식으로든이일주위를맴돌고싶다는확신”이서자비로소직업인으로서사진을받아들일수있었다고한다.2부‘균형과반복’은정멜멜이사진가로서렌즈를통해세상을바라보는방식과피사체를대하는자세,오래도록사진을찍고자하는마음등에관한이야기다.
자연스러운사진을좋아해서촬영장비는최소화하고상황이허락하는한,광원은태양하나일때를선호한다.카메라에서색온도를자동으로보정해주는설정인‘오토화이트밸런스’모드도거의사용하지않는다.그러다보면자연스럽게언밸런스,즉균형이한쪽으로치우친사진이찍히기도한다.바로그어느한쪽에치우치는마음,그것이때로는자신을바로잡아주고올바른방향으로이끌어준다고믿기에가능한일이다.
1부와2부사이,1.5부‘도시와산책’에수록된사진들은정멜멜작가가세계여러도시를산책하며채집하듯카메라렌즈에담은단면들인데,그것들을보다보면가볍게카메라를들고산책을나서고싶어진다.압도하는무언가보다는사진을보는사람들에게“나도뭔가해보고싶다”라는마음이순환되는창작을하고싶다는작가의바람이깃들어있기때문일것이다.좋아하는심지하나로작은세계를만들며오래찍는일.그러기위해서는무리하는습관을조정하고조금씩더쉬고,덜찍어야할지도모른다.열심히돈을버는것만큼중요한것은나를계속해서좀더나은방으로안내하는일이니까.


책속에서

나는낯선조직에미끄러지듯안착하는데끝내실패했고,사장님은자신이만든공간에서피할수없는두려움을느꼈다.아마그때우리는서로를떠올렸을것이다.미처눈치채지못하는동안우리의동업은가까워지고있었다.그렇게말에는힘이있다.알수없는힘에속수무책으로휘둘리기도하지만때로는그힘에기대어어디에있었는지모를커다란용기가꺼내어지기도하는것이다.그해가을,우리는함께일을해보기로했다.나에게는단골술집이사라지고동료가생겼다._23쪽,「단골술집과맞바꾼것」중에서

중요한건틀어진계획으로우리가지금여기에있다는사실이다.크고작은실수들뒤엔늘예상치못한배움이있었다.말못할고충도뼈저린교훈도있었지만이렇게시작하지않았다면몰랐을환희도있었다.멋이라고는없는시작이었지만뒤를돌아보면그래도틀리지않은방향으로걸어오고있다는생각이든다._34쪽,「틀어지고나서야비로소시작되는무언가가있다」중에서

아직도수많은처음들이우리에게와서부딪힌다.피했으면좋았을일도,언젠가는맞서야했을일들도있다.어쨌든잘겪어내야처음이된다.그래야그다음이있으니까.시작이자끝이되지않도록,다가오는출발들을최선을다해마주하고있다.숙련된내일을만나고싶어서수많은처음들을넘는다._40쪽,「부딪히는처음들」중에서

다만욕심이화근이었다.이좋은공간을더돋보이게하고싶다는열망이도를넘어우리의대출금은천장을높였고바닥을뜯어냈다.벽이되었고창틀이되었다.싱크대의스테인리스상판이되고책상이,조명이,파티션이되었다.할게너무많았다.철거를하면할수록아찔해졌다.운치있는낡은건물이가지고있는필연적인단점은보수가만만치않다는점이다.이건정말주제넘게너무크고좋은공간을빌린대가였다._45쪽,「후회도권유도없을」중에서

서울의임대료는언제나부담스럽고원하는조건을모두맞출수는없었기때문에100퍼센트만족스러운공간을만나는건지금도앞으로도요원한일이다.다만확실한건이동과고민을거듭할수록일하는환경을꾸리는감각은성장한다는것이다.때로는직관속에서,때로는제약과경험안에서.열심히돈을버는것만큼중요한건나를계속해서좀더나은방으로안내하는일이라고믿는다._60쪽,「종로구에서일합니다」중에서

이곳의긴호리병이어딘가에서화병으로혹은술병으로쓰이길원한다.작은은쟁반이찻잔의받침으로도반지나팔찌의작은안식처로도쓰였으면한다.만듦새와쓰임새는좋되명확하게정해지지않은채로누군가를찾아가면좋겠다.그렇게주인의도구가되고또일상의풍경이되었으면좋겠다._79쪽,「작은상점만들기-각각의리듬으로」중에서

특별히목표했던것은아니었지만올해는이런저런성과가있었는데어쩌면그것이보람이자독이었다.몸과마음을최대치로갈아넣고있다는생각을어렴풋이했지만어쩐지멈출수없었다.추세라는건그렇다.일단이현상,이흐름에올라탄이상자력으로내려오기가쉽지않았다.바쁘게일하고어떤결실을얻어내는일에도취되어있었는지도모른다._83쪽,「있었는데요,터졌습니다」중에서

당연하게도7년동안수없이싸워본성과는있었다.그렇지않다면이미이회사는모양을달리했을테니까.가장크게깨달은건점잔을떨지않고혹은이것저것재지않고격렬히싸우고나면어쨌든무언가는나온다는것.그결과물은서로의의견을반죽하고둥글게굴려만든부드러운모습이기도하고,때로는서로의포기할수없는부분을이어붙인완전히새롭고거친모습이기도하다.대부분그렇게격투끝에나온,한곳에치우치지않은안이정확했다._99쪽,「동업이란이름의결투레이스」중에서

나는여름이라는계절이싫은이유를쉬지않고30개정도쏟아낼수있는사람이었지만요몇년새이상하게여름을기다리고있다는생각이들었다.심지어여름이1년내내이어지는방콕으로떠나고싶다는생각이거세어지는것을막을수없다.곰곰이생각해보다가커다란깨달음을얻었다.직업이바뀐것이다.사진가라면여름을사랑하지않을도리가없다.사랑하게된다._167쪽,「어제와다른오늘-방콕」중에서

낙제생같은시간의터널들을통과한지금의나는어째서인지카메라로직관적인데생을하며돈을번다.심지어입시미술에서,학교에서,회사에서배웠던많은것들을얄밉도록알차게써먹고있다.그때알았다.그모든기술들이내가좀더숙련되게,그리고조금다르게데생을할수있도록쓰이고있다는걸.하고싶었던것은사각형안에서무언가의자리를알맞게잡아주는일이었는데그중심을바로찾지못하고맴도느라그것이그림이었다가,설계도였다가,웹페이지였다가비로소사진이된것이라는것을._240쪽,「빈사각형은나를어디까지데려가는가」중에서

그순간의격정적인감흥을가져올수있다면정답에서멀어져도괜찮다.원래의색을찾아내고교정하려는시도자체가그순간에는오히려억지스럽다.인생에서종종마주치게되는어떤정답이라는이름으로들이밀어지는요구들이그렇듯이.어떤부자연스러움이어느순간에는자연스러움이듯이.오차없이전달해야하지않아서,탁월하다면재편에도찬사를보내는세계여서나는사진을찍고만지는것이좋았다._251쪽,「오토화이트언밸런스」중에서

빛의조짐들을살피고,원하는장면을위해누군가가지나가기를한참을기다려보기도하면서걷거나멈춘다.마음을흔들어놓을만한장면은대부분약속없이찾아오기때문에집중이필요하다.카메라의도움을받아때때로도시속으로깊은산책,즉장면채집을하게된다.
그러므로빛과그림자,대기의온도와습도가적당히좋은어느날에너무무겁지않은카메라를하나들고걷는것은시신경과근육을동시에단련할수있는일이다.혼자서할수있으면서도주변과긴밀하게접속하기도하는풍성한취미이다._254∼255쪽,「눈과손과발」중에서

늘많이찍고오래찍는사람이되기를바라지만많이찍는것보다는오래찍는사람에게점점더무게를싣게된다.왜냐면오래찍으려면여러가지를섬세하게조절하는방법을배워야함을깨달았기때문이다.재능도,근력도,기개도,운도.그래서무리하는습관을조정하고조금씩더쉬고,덜찍으며가려고한다.철저하게계획해서오래오래찍고싶기때문에._292쪽,「퍼스트레이디오브포토그래피」중에서

사장님은처음부터끝까지나와한약속,“같이이야기해보면서만들어가자”를지켜주셨다.같이이야기하는것,작업자를존중하되새로운시도를마다하지않는것,함께만들어나가는것.갑자기문을열고들어간액자가게에서그어떤현장에서보다탁월한협업이무엇인지를배웠다.오랜기술자의격식과현장에서의노하우를느낄수있었다.좋은어른이셨고,좋은협업자셨다._296쪽,「같이,이야기하면서,만들어나가는」중에서

나의효능을널리알리는것역시마찬가지였다.가만히있어도일이쏟아져들어오는경우가아니라면,특히이제막시작한단계라면소리높여홍보하는것은거의필수에가깝다.정기적인선전이앞서말한(그나마)정기적인수입으로이어지기쉬운것이다.혹시너무설치는것이아닐까하는걱정은하지않아도된다.모두가목소리높여자신을홍보하는세상에서그런생각은자의식과잉이다._298쪽,「렌즈앞으로앞으로」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