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 김승웅 충남 금산 태생으로 서울대학교 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마칼레스터 대학에서 언론학을 전공했다. 동경대 대학원에서 사회심리학을 연수했으며 한국일보 파리특파원과 문화일보 워싱턴 특파원, <시사저널> 편집국장, 동 워싱턴 특파원 국회 공보국장으로 재직했다. 재외동포재단 사업이사를 역임하기도 했으며 저서로는 『모든 사라진 것들을 위하여』(김영사, 07년3월),『DJ를 평양에 특사로 보내시오』(김영사 07년 3월),『실록/김포국제공항』(갑인출판사, 78년 5월)이 있다.
이 책은『파리의 새벽...』이라는 제목이 자칫 시사할 법한, 파리의 관광책자가 결코 아니다. 서슬 퍼렇던?5공?시절 한 일간지의 파리특파원으로 발령받은 저자가 그 곳 파리에서 뒹굴기 5년, 그 와중에 체험한 희열과 절망, 그리고 무엇때문에 살고 누굴 위해 사느냐는 거창한 이야기를 한편의 영화처럼 찍어 낸, 저자 자신의 표현을 빌면, 작심하고 펴낸 "그 시절 내 삶의 시편(詩篇)" 이다.
이 책은 또 기자가 흔히 출간의 유혹을 받는? 특종(特種) 자랑을 위한 기록은 더더욱 아니다. 파리에서 40초반의 꽃같은 시절을 살다 지금 60중반의 중노인으로?훌쩍 바뀐 저자가 어느 날 집에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누님’ 처럼 그렇게 처연하게 또 을씨년스럽게 회억(回憶)해 내는 20년 전의 '그립고 아쉬움에 가슴 조이던' 그 시절 이야기의 모음집이다.
이 책에서 눈을 찌르는 대목은 단연 변경(邊境)이다. 이 변경의 논리를 말하기 위해 저자는 파리시절 로마에서 만난 한국의 테너가수 박세원 교수(서울음대)를 원용(援用)하고 있다. 서울에서 자신의 음역을 바리톤으로 알고 대학을 졸업했던 박세원 씨는 로마에 유학 와서야 자신의 음역이 (바리톤이 아닌)테너라는 지도교수의 말을 듣고 경악한다.
박 교수가 오늘 서울에서 누리고 있는 한국최고의 테너라는 자리는 로마라는 변경이 아니었던들 불가능했다는 것이 저자가?이 책에서 말하려는 변경 논리의 요체이다. 파리야 말로 저자에게 바로 그 변경이었음을 말하기 위해서다. 변경이란 그러면 구체적으로 어떤 곳인가. 이 책에는 한마디로 ‘바람 불고 음산한’ 광야로 나타나있다. 저자는 어느 날 파리의 일상(日常)을 작파, 그 광야를 물어 물어 찾아 나선다. 저자가 파리에 머물던 시기는 소련의 담이 무너지기 직전이었다. 동 구라파에서 긴 취재 여행을 마치고 파리로 돌아오던 어느 날 새벽,저자는 파리가 바로 그 변경이었을 깨닫고 전율 한다. 당시의 떨림이 이 책의 제목이 됐다.
이 책은 그런 의미에서 변경을 향한 저자의 탐사기록이다. 저자는 그 탐사를 파리 주변에서 촬영한 <금지된 장난> <남과 녀> <길> 등 8편의 클래식 영화의 현장 답사로 시작해서 독자들을 놀라게 만든다. 이 영화들 모두가 현대 영화이론의 전범이 되고있는 명화들인데, 저자의 사회과학도로서의 경험을 살려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일상적 용어의 의미를 저자는 날카롭게 파헤친다.
모두 일곱 꼭지로 된 이 책의 내용 가운데 저자가 가장 악센트를 둔 대목은 작곡가 고(故) 윤이상을?만나 인터뷰 했던 "아, 나는 그를 더 사랑해도 되는 것이다!" 라는 두번째 꼭지가 아닌가 싶다. 20여 년 전, 지금처럼 꽃이 한창 다투어 피던 이 맘때 저자는 `빨갱이`로 분류되어 기피인물로 낙인 찍힌 그 윤이상을 만나러 서베를린으로 날아가 인터뷰 한다. 그리고 의심투성이의 윤이상 앞에서 "기사화 될테니 안심하라!"고 장담 후 파리로 돌아온다.
인터뷰는 그러나 예상했던 대로 5공 정권의 사전검열에 걸려 결국 빛을 보지 못했고, 이 점은 2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저자에겐 `가책`(苛責)으로 두고두고 남아 괴롭혀 왔다. 이 책은 그런 의미에서 저자가 20년 지나 고인의 영전에 꽃다발 대신 올리고 싶은 참회록이다.
저자가 당초 출판사장인 나에게 들고 와 책제목으로 "아, 나는 그를 더 사랑해도 되는 것이다!"를 고집했던 것만 봐도 그가 치른 그 동안의 가책이 얼마나 컸는지 짐작이 간다. 출판은 비지니스인만큼 책 제목속에 "파리라는 말은 꼭 들어가야 한다"는 나의 고집에 저자도 결국 굴복(?)하고 말았지만... 굳이 저자가 어색하게 여길 이 이야기를 들추는 건 앞서 말했듯, 이 책이 한갓 파리 관광안내서가 아니라는 것을 말하기 위해서다. 저자는 파리에 5년 살면서도 관광객 누구나 올라가는 에펠 탑 꼭대기에 단 한번도 올라간 적이 없다.
또 한가지, 이 책이 기자들이 흔히 출간하는 특종 취재를 자랑하는 책이 아님을 거듭 강조하기 위해서이다.`취재`이야기는 이 책에도 몇 토막 등장하지만 거개가 경쟁 기자들한테 속고 당하다 막판에는 "아, 이 가증스런 직업, 언제까지 계속해야 하는가!" 로 이 책을 마감하고 있다.
파리의 새벽 그 화려한 떨림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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