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쳐야 미친다 : 조선 지식인의 내면읽기

미쳐야 미친다 : 조선 지식인의 내면읽기

$13.71
저자

정민

‘다함이없는보물’같은한문학문헌들에담긴전통의가치와멋을현대의언어로되살려온우리시대대표고전학자.한양대국문과를졸업하고모교국문과교수로재직중이다.조선지성사의전방위적분야를탐사하며옛글속에담긴깊은사유와성찰을우리사회에전하고있다.

연암박지원의산문을다룬『비슷한것은가짜다』『오늘아침,나는책을읽었다』『고전문장론과연암박지원』,18세기지식인...

목차

목차
1.벽에들린사람들
미쳐야미친다
굶어죽은천재를아시오?
독서광이야기
지리산의물고기
송곳으로귀를찌르다
그가죽자조선은한사람을잃었다.
2.맛난만남
이런집을그려주게
산자고새의노래
어떤사제간
삶을바꾼만남
실내악이있는풍경
돈좀꿔주게
노을치마에써준글

3.일상속의깨달음
연기속의깨달음
그림자놀이
천하의지극한문장
신선의꿈과깨달음의길
세검정구경하는법

출판사 서평

책의특징

옛글속에서길어올린지식인의내면풍경

이책의저자정민은스스로먼지쌓인한적속에서‘오래된미래’를찾는작업에몰두하고있다고이야기한다.고전도코드만바꾸면얼마든지힘있는말씀이될수있다한다.그렇다.같은글도누가,어떻게읽느냐에따라다른울림,다른느낌으로다가온다.이책에서저자가붙잡은화두는‘미쳐야미친다(不狂不及)’이다.이를조선지식인의내면을읽는화두로삼은이유는무엇일까?

18세기지식인을읽는새로운코드,벽(癖)
“사람이벽이없으면쓸모없는사람일뿐이다.대저벽이란글자는질((疾)에서나온것이니,병중에서도편벽된것이다.하지만독창적인정신을갖추고전문기예를익히는것은왕왕벽이있는사람만이능히할수있다.”-박제가,《백화보서》

꽃에미친김덕형,장황에고질이든방효량,돌만보면벼루를깎았던석치(石癡)정철조,담배를너무좋아해아예담배에관한기록들을모아책을엮은이옥,<백이전>을1억1만3천번을읽은독서광김득신,스스로를간서치(책에미친바보)라했던이덕무……,18세기조선지식인들의글에서는무언가에온전히미친마니아들의존재가부쩍눈에띈다.지켜보는이에게광기로비칠만큼미친듯이한가지일에몰두한이들의존재는이시기변모한지적토대의성격을단적으로보여준다.

광기넘치는마니아의시대

18세기지식인들은이처럼벽에들린사람들,즉마니아적성향에자못열광했다.너도나도무언가에미쳐보려는것이시대의한추세였다.이전시기에는결코만나볼수없던현상이다.이전까지지식인들은수기치인곧자기를닦는공부에몰두했다.사물에몰두하면뜻을잃게된다고하여오히려금기시했다.격물치지공부를강조하기는했어도어디까지나사물이아니라앎이,바깥이아니라내면이최종목적지였다.이런흐름이18세기에오면속수무책으로허물어진다.세상은바뀌고지식의패러다임에도본질적인변화가왔다.조선의르네상스라불리는이때쏟아져나온그방대한저작들,정약전의《현산어보》김려의《우해이어보》,정약용의그엄청난저작들은모두벽의추구가낳은새로운지적패러다임의산물이었다.

나태와안일을꾸짖는서늘한죽비소리

그러나저자는이들이이룬성취에만주목하지는않는다.한낱기생과깊은우정을나누고보잘것없는화공의죽음에크게낙담했던허균,나이와신분을잊고음악을통해진심을나누었던홍대용과그의벗들,자신의둔함을탓하는제자에게용기를북돋우는스승권필과그런스승을정성으로모시는제자송희갑등,이들이보여주는삶의태도는그자체로서오늘을사는이들에게서늘한죽비소리이다.날마다홍수처럼쏟아지는정보속에서옳고그름을판단할주체를세우지못한채이리저리몰려다니는이들에게,그렇게해서야도대체무슨일을할수있겠는가묻고있는것이다.

작은영웅들의삶을복원-“세상은재주있는자를사랑하지않는다”

한가지에몰두하는힘으로우뚝한보람을남긴이들,그런데이상하게도이들은하나같이고달프고신산한삶을이어갔다.천대와멸시속에,세상으로부터인정받지못하는데대한좌절과분노속에,그렇게잊혀져갔다.굶어죽고만천재천문학자김영,과거시험대필업자라는조롱속에세상을냉소하였던노긍,불온한문체를쓴다는이유로견책을입고군역을갔던이옥,저자는사람들의기억속에그렇게잊혀져간이들의삶을정성스레복원해내고있다.이들이자신에게자꾸말을걸어오는것같다고한다.김영의죽음에홍길주는“세상은재주있는자를사랑하지않는다”라며안타까워했고,이가환역시“노긍을알아줄환담(한나라때양웅의대단한학문을알아보았던사람)은없다”며자신이그역할을맡겠노라했다.이들의기록이있었기에그나마이들의삶이이렇게전해지게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