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고통 - 이후 오퍼스 10 (양장)

타인의 고통 - 이후 오퍼스 10 (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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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수전손택

미국최고의에세이스트이자평론가,소설가로1933년1월뉴욕에서태어났다.첫소설『은인TheBenefactor』(1963)과에세이「‘캠프’에대한단상Noteson'Camp'」(1964)을발표하면서문단과학계의주목을받기시작했다.1966년평론집『해석에반대한다』에서서구미학의전통을이루던내용과형식의구별,고급문화와대중문화의구별에반기를들며화려한명성을얻었다.그뒤...

목차

한국의독자들에게

타인의고통
RegardingthePainofOthers

감사의말

부록
1.문학은자유이다
2.현실의전투,공허한은유
3.다같이슬퍼하자,그러나다같이바보가되지는말자
4.우리가코소보에와있는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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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출판사 서평

▶오늘날타인의고통을염려한다는것은어떤의미일까?
지난2003년10월12일독일출판협회는제55회프랑크푸르트국제도서전에서수전손택에게평화상을수여했다.“거짓이미지와뒤틀린진실로둘러싸인세계에서사상의자유를굳건히수호해왔다”는것이시상이유였다.독일출판협회가잘지적했듯이,손택은첫저서'해석에반대한다'(1966)에서부터최근작'강조해야할것(2002)에이르기까지기계로대량복제되는이미지가한문화의감수성을어떻게바꿔놓는지다양한방식으로일관되게추적해왔다.그리고미군의폭격기들이한창바그다드외곽지역을폭격하고있던지난3월말에출판된이책'타인의고통은그노력의결정판이다.
손택의관찰에따르면,오늘날의현대사회는사방팔방이폭력이나잔혹함을보여주는이미지들로뒤덮여있다.특히테크놀로지의발달은사람들이텔레비전,컴퓨터,PDA등의작은화면앞에붙박인채로도전세계에서벌어지는재앙의이미지를속속들이볼수있게해줬다.그렇지만이말이곧“타인들의괴로움을생각해볼수있는사람들의능력이두드러질만큼더커졌다는말은아니다.”이미지과잉의사회에서는사람들이타인의고통을스펙터클로소비해버린다.그리고이렇듯타인의고통이‘하룻밤의진부한유흥거리’가된다면,사람들은타인이겪었던것같은고통을직접경험해보지않고도그참상에정통해지고,진지해질수있는가능성마저비웃게된다는것이손택의지적이다.
그렇다면우리는어떻게해야하는가?손택은우리에게이런제안을던진다.무엇보다먼저이세계를거짓된이미지를통해서가아니라있는그대로보자고,제아무리이세계를변화시키려는제스처가엿보일지라도세계를재현하는이미지의방식자체를문제삼아보자고.따라서,자신이예전에‘투명성Transparency’이라고불렀던('해석에반대한다')이런태도를가지고손택은우리가이미지를통해서본‘재현된’현실과‘실제’현실의참담함사이에얼마나크나큰거리가있는지를여실히보여준다.

▶타인의고통에연민을보내는것만으로는부족하다
'타인의고통'을쓰고있을때손택은이런궁금증을갖고있었다고한다.“시청자들은잔인하게묘사된폭력에익숙해져버린걸까?매일같이쏟아지는이런이미지때문에현실인식이손상된걸까?”손택은스스로이런궁금증을풀기위해서고통의재현물,예컨대전쟁이나참화를찍은사진들을볼때사람들이어떤태도를취해왔는지분석해본다.손택의지적에따르면,“고통을둘러싼도상학은기나긴족보를갖고있다.”특히재현되어야할가치가있다고간주되는고통은신이나인간의분노가낳은것이라고이해되는고통이었다.이런고통의재현물(예컨대고문당하는순교자나박해받는예수)은뭔가교훈을주거나본보기를보이려는의도로만들어졌다.그러나“고통받는육체가찍힌사진을보려는욕망은나체가찍힌사진을보려는욕망만큼이나격렬한것”이었고,이런욕망은얼마안가“사람들은원래소름끼치는것에관심을기울이는경향을타고났다”는주장으로이어지기에이르렀다.
“‘끔찍함terribilit’속에매력적인아름다움이놓여있다”“숭고하거나장엄하며,그도아니면비극적인형태로아름다움을담고있으니,유혈낭자한전투장면도아름다울수있다”등등의주장이나오게된것도바로이런욕망이있었기에가능했다.이런사고방식안에서는고통의재현물이더이상교훈이나본보기구실을하지못한다.단지“병적일만큼음란한정신상태”의시각적등가물이될뿐.현대에들어와극한의상태에서발생한현실의고통을담은이미지가일종의‘포르노그라피’가되어버리고,이런이미지를보는행위가(의도했든안했든)일종의관음증이된까닭이바로여기에있다.
더군다나,날이면날마다끊임없이폭력의이미지가쏟아져나오는현대사회에들어와이미지의성격자체는사람들의“신경을거슬리고,소란을불러일으켜야하며,눈을번쩍뜨이게”만드는쪽으로뒤바뀌어버렸다.“쉴새없이이미지가자신을드러내는상황,한줌의이미지들이반복해서자신을과잉노출하는이상황을그밖에다른어떤방법으로돌파할수있겠는가?”라고손택은반문한다.이렇듯이미지자체가스스로의생존을위해갈수록자극적인요소들을요구하게되면이미지들은타인의고통을재료로사용할수밖에없으며,그에따라타인의고통은“소비를자극하는주된요소이자가치의원천”이된다.바야흐로오늘날의문화에서는이미지가스펙터클이되어버린셈이다.
손택은프랑스의철학자베이유와영국의소설가울프를좇아서이렇게얘기한다.“폭력을당하게되면그사람은숨을쉬는생생한인간에서사물로변형되어버린다”고,즉“인간을하나의개인으로서,인류로서구별케해줄수있는바가잔인하게파괴되어버린다”고.이말은타인의고통을담은이미지에도들어맞는다.타인의고통을보여주는어마어마한양의이미지가쏟아지면사람들은이런고통자체에점점더무감각해진다.“한번충격을줬다가이내분노를일으키게만드는종류의이미지가넘쳐날수록,우리는반응능력을잃어가게된다.연민이극한에다다르면결국무감각에빠지기마련”인것이다.
따라서손택은이렇게주장한다.연민은쉽사리우리의무능력함뿐만아니라우리의무고함(“우리가저지른일이아니다”)까지증명해주는알리바이가되어버리기때문에,타인의고통에연민을보내는것만으로는부족하다고.오히려그런고통을쳐다볼수있는우리의특권이그들의고통과연결되어있을지도모른다는사실을숙고해보는것,아무것도할수없다는무력감이나잔혹한이미지를보고가지게된두려움을극복해우리의무감각함을떨쳐내는것,그래서전쟁과악랄한정치에둘러싸인채타인에게연민만을베풀기를그만둔다는것,바로이것이야말로우리의과제라고.

▶이책의특징
수전손택이한국어판서문에서도밝히고있듯이,'타인의고통'은“사진이미지를다룬책이라기보다는전쟁을다룬책”이다.그건두가지의미에서그렇다.첫번째로현대전은무기테크놀로지의발달로가장빠른시간에가장대규모로고통을양산하는원인이됐기때문이다(포토저널리즘이제2차세계대전이한창진행중이던1940년대초에모습을드러낸이유중의하나도바로이것이다).즉,전쟁이야말로타인의고통을적나라하게드러나는무대인것이다.그래서손택은이렇게말한다.“사진없는전쟁,즉저뛰어난전쟁의미학을갖추지않은전쟁은존재하지않는다.”
두번째로'타인의고통'은9/11세계무역센터폭파사건을비롯해미국이주도한이라크전쟁전후의현실정세에대한‘지적’개입이기때문이다.손택은부시행정부가주도하는‘테러리즘과의전쟁’이‘공허한은유’에불과하다고비판한바있다.정부가암이나빈곤이나마약과의전쟁을선포한다면그것은곧정부가이문제를처리하기위한협력을요청하고있는중이라는뜻이지만,언제쯤끝날지전혀예측할수없는전쟁인테러리즘과의전쟁을선포한다면“그것은정부가자기맘대로아무런일이나할수있도록직접자신을허가한다는뜻”이라는것이다.실제로이라크전쟁종전후의현실은손택의염려대로미국이‘제국화’되는방향으로흘러가고있는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