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화 KIM SUNHWA

김선화 KIM SUNHWA

$120.00
Description
이 책은 작가 김선화의 도록이다.
저자

김선화

출간작으로『김선화KIMSUNHWA』등이있다.

목차

Introduction 007
빛은어둠이있기때문에더욱빛이난다.
최병식|미술평론가
LightShinesBrighterThroughDarkness
ChoiByungsik|ArtCritic
Works 023
Drawings 189
ArtistStatement 207
Biography 217
ListofWorks 221

출판사 서평

“빛은어둠이있기때문에더욱빛이난다”
-한지위의별드로잉

최병식|미술평론가


연두와주황색빛을띤감나무가지가흐드러지는청도의작업실을찾았다.사방에온통감나무가
제무게를못이겨어찌할바를모르는별천지이곳에들른것은2015년10월이었다.
그전에코엑스아트페어에서눈에띄는작품을발견했고,모처럼순수의시대를연상케하는명징성이
매우인상적이었다.아트페어는수천여점의국내외작품들을만나게되고,풍요로운안복을누리는기회이기도하지만어쩌다가운이좋으면주옥같은보석들을만날수있어즐거움을선사한다.
감나무밭한중심작업실주인공은‘심향 (沁香)’김선화작가 (1961-2019) 이다.
호에서보면언뜻수묵화를떠올리게된다.실제로그녀는청년시절한국화와서예를배울수있는
기회가있었고,틈틈이자수를즐겨하였다.30대중반에계명대서예과에서수학하였으나이후
줄곧문인화류의회화작업을하다2009년한지와캔버스,실,먹등의재료를사용하게되고,2014년에
들어회화자수를통한회화적세계관을시도하게된다.

점화 (點化) 된별,삶의투영
처음그녀의작업은‘봄 (Spring)’시리즈로출발한다.2014년한해는흐드러지는감나무밭한가운데
그녀의스튜디오가위치하듯이풀잎과새싹,생명력을연상케하는선들에의해형상과비형상
두가지가공존하고있다.풀잎과곤충,꽃들이등장하는소재들과함께사실성과사의성,여백감을
통해현대적초충도를보는듯한독특한화면을연출하였다.
하지만이해에는마치점처럼미물화하여해석된추상적실험에진입하게되고,이후2019년2월
작고하기전까지4-5년동안‘스타필드’시리즈로이어지면서수십여점의작품을남기게된다.그출발점에는「스타필드 (Starfield)-1401」이있다.소재는‘별’이었고,감정이입은자신의삶,가치,공존과소통
의미학이었다.

나는어둠을갈망했다.그밑바탕에는나라는존재감을찾기위해서....밤하늘을보면유난히빛이
나는별을보았다.나도저빛이되고싶다는생각이간절했다.어둠을대비하지않고는빛이드러나지않는다.이것이우리가살아가고있는현실과똑같다는생각이들었다.

작업노트에서는반복해서별에대한단상을말하고있다.그녀의생각은“실로한올한올,점과
선이되어서인연이닿는것과소통한다.”라는말에서그가존경했던수화김환기의‘점화 (點畵)’에
대한생각에가깝게접근되지만궁극적으로는형상의본질과생성,소멸의과정에대한삶의성찰을
되뇌이고있다.그와함께“어떤작업을합니까?빛은어둠이있기에더욱빛이난다.”라는작업메모는자신이영위한삶의과정과많은부분이닮아있음을느끼게된다.

2014년이전작업들은문인화류의부채그림이나
실험적인서예작품들의주류를이루고있으나,「스타필드 (Starfield)-1401」은그가드로잉으로남겼던별자리
들의도상을형상화한초기작품으로매우큰의미가
있다 (부분적으로이작품에도나비나벌의형상이등장) .
이어서이듬해2015년에는「스타필드 (Starfield)-1501,1503,1504,1505」에서수묵발색과오방색선이등장
하는등별무리의형상으로실험하고있다.비교적짧은
기간이지만여기까지가본격적인‘스타필드’시리즈의전
단계실험과정이었으며,「스타필드 (Starfield)-1507」이후로는한지자수와다층적레이어로이어지는추상
세계를선보이게된다.

이때의작업들에서는형상이사라지면서점화 (點化) 되며,수많은생명의씨앗을연상케하는‘자수
 (刺繡) 점’들이등장한다.

점과점사이,그리고점으로연결된공간은무한의공간이며,시간역시찰나의순간부터끝없이
흐르고있다.그리고이관계속에주인으로서존재한다.개인적으로는내가주인이지만객관적으로
우리모두가주인인것이다.그리고주인은소유하는것이아니라받아들이고포용해야한다.

그녀의포용은개별적존재들에대한소중함을말하며,언제나공동체로서의가치를생각한다.모든
점들이자신의정체성이지만,궁극적으로모든구조는오히려부분과개별적인존재를소중히여길때의미를지닌다는생각을반복해서말하고있다.이점은김선화의매우핵심적인‘존재론’이기도하다.
2016년도에접어들면서는세가지실험형식이나타난다.첫째는별의점들이더욱미립자적형태로
평렬적구조로흩어지면서별자리를형성하거나,동어반복적현상과함께기호화되면서여러개의
레이어를형성하고,한지자수가겹쳐지는독자적세계관을전개하며,둘째는강렬한선을구사하면서성채 (星彩) 를연출하는시도이다.세번째는다양한별자리의자유로운선들이배경레이어에나타나고,그위한지레이어에별들의이미지가수놓아지는현상이다.미니멀적단순성과여백,한지중첩으로
연출되는몽환적공간감,모두이해에집중적으로나타난변화들이다.
관류와장벽
김선화는4살때열병으로인한소아마비를앓게되었고줄곧신체적장벽을지니고살아왔던작가
이다.2015년유방암진단을받고2016년1월,수술과함께이듬해까지방사선치료를거듭하고있었다.
설상가상으로2018년재생불량성빈혈이라는희귀난치병으로투병하다작고하게된다.
“빛은어둠이있기때문에더욱빛이난다”라는짧은말한마디가더욱먹먹하게느껴지는2016년은
작가로서는가장왕성한예술적실험이진행되었던시기이자,암수술이겹쳐지는한해이기도했다.정반대의현실이동시에진행되는그사실자체가심향김선화를이해하는키워드이기도하다.
파이널2년간즉,2017년과2018년은「스타필드 (Starfield)-1701,1707」과같이비교적대작들이
제작된시기이면서중요한작품들을남기게된다.경향은‘점화 (點化)’과정이비교적안정적으로
통일감을형성하면서밀집되는구조로나타나고있으며,「스타필드 (Starfield)-1704」에서는상형적인
굵은선조들이배경레이어로작업되고화면의새로운구성체로서기호화를시도하고있다.

김선화가말하는별의언어는2017년이되면서급격히단순화과정을거치게된다.색채가절제되고
백색선들의자유로운변화가화면전체에나타난다.「스타필드 (Starfield)-1708,1712」서예의필선에서체득된필감과선조감각이인상적인이시리즈들은흰선드로잉으로일관된다.
그해말에서2018년작업까지는원형으로집중된별의형상들이선묘유희와함께나타나면서
평렬적‘점화 (點化)’가갖는정적과함께그로부터분화하고역동하는화면으로전환한다.「스타필드 (Starfield)-1809」와「스타필드 (Starfield)-1810」 은그의파이널두작품이지만대조적인감정적
변화를읽을수있다.죽음을앞둔그녀가‘관류 (貫流)’의평화와정적을유희하는가하면,강렬하고도
드라마틱한선조와색채,황도십이궁중‘궁수자리 (Sagittarius)’나‘처녀자리 (Virgo)’와같이별들의
무희가역동하는빅뱅스펙트럼으로마무리되는두양단의감정을절필로남기고있는것이다.

한지위의별드로잉
흔히자수를‘수양과치유의미학’이라고말한다.최근들어여류를중심으로한국에서도많은작가들이
자수를작품에도입하는사례가있고,외국에서는한국동시대여성성을상징하는방법으로도사용되고
있다.물론김선화의삶이갖는특수성으로미루어볼때그과정이한편‘치유’와함께자신의세계관을가장적절하게표현할수있는기법이었을지도모른다.동시에분명한것은김선화의작업이글로벌트렌드나,
여성성에대한논의와는거리가있는‘자생적 (自生的) 표현수단’이었다는점이다.이러한관점은그가한땀한땀실을다루어가고선율로전화 (轉化) 하는유려한표현력과자유자재의드로잉으로나타난선율에서도잘나타나고있다.
얼마전,그녀가여가로제작했다는병풍자수를볼기회가있었는데그사실적이고정세한기술이자수
전업작가들에못지않은수준이었던것을기억한다.논점은김선화의자연주의,인연,생성,소멸등을상징하는우주의세계,별들의점화 (點化) 에서부터선율과드라마틱한드로잉에이르기까지먹선이나
서예,캔버스,안료가아닌바로그자수를통해순전한이상과희망의세계를구가했다는점이다.

두인연
종이는한지분야에서국가무형문화재로지정된경북의령의신현세옹이제작한한지를주문하여사용해왔다.세계적으로도저명해진전통한지를통한문화재복원용종이들은배경이그대로비춰질
정도로얇지만상상외로견고하고종이자체의아름다움을내뿜고
있다.바로신옹의솜씨이기에4-5개의다층한지레이어를형성할수있었으며,그로부터김선화만의독자적인화면깊이와층차를형성하는데많은도움이되었다.
다른시각에서하나의소중한인연,바로작가의동생김중희이다.그녀는원래는음악을전공했었다.오로지언니의삶과동행하면서동료예술인이자친구이자가족으로서말없이긴시간들을
함께하였다.언니의흔적을재정리해가는모습은‘시간의예술’이라고말하는작가의자수와닮아있다.

5년의불꽃
심향김선화작가의예술세계정점은사실상작고전5년간
그리길지않은기간에집중되어있다.한편에서는투병시기와겹쳐지는기간이지만세상의만물이모두가소중하다는평등성을말하는작가의항상심은절필작까지흐트러지지않고오히려다면적인
실험의지를불태우면서파이널두점의전혀다른작품을남기게
된다.

내가말하는구조주의는기존의구조주의한계를넘어선다.기존의구조
주의는부분들의총합인‘구조’의견고함과완결성에중점을두었다면,내가주장하는‘구조’는오히려‘부분’과‘개별’적인존재의소중함에
중점을두고있다.

그녀의관심과표현대상은언제나미물이다.마이크로의세계를보는듯한작고,축소된미립자의
세계를소중하게생각하며,미물과같은작은별들이모여은하단,우주를형성하는구조이다.주요
기법이나스타일에서도잘나타나있지만미술사적정설과모더니즘이후이러저러한사조에영향을받거나몰입된작가는아니다.
본격적인예술세계를전개한5년간은시작부터절필작까지순전히작가의체현된사고,존재론,
어떠한수사를읽어내는미술사적능력보다도그녀의진정성과자세의진지함과함께,필선,실드로잉,
한지레이어등으로진행되었다.화려한미사여구가그리필요하지않은담백하고도명료함이작가의작품곳곳에스며있는것이다.

라캉의한마디
작가가남긴작품수는60-70여점,드로잉수십여점이있다.순연 (純然) 한자연의물성과모든미물을
소중하게생각한작가의숨결을오롯이읽을수있는한지위의우주 (별) 드로잉은특히나인상적이다.그녀의절대가치는거대한스케일도아니고,학술적평가가진행된적도없다.하지만세계관의독자성은대구,
경북지역은물론,미술사에서도의미있는기록으로남아야할것이다.문득라캉의한마디가스쳐간다.

“많은인연을사귀어본것이다무슨소용인가.한명도너에게우주를보여주지않았다고한다면”
-자크라캉 (JacquesLac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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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향김선화 (1961-2019) 
대구출생
1999 계명대학교미술대학서예과졸업,대구

개인전
2022 ‘Starfield’,갤러리팔조,대구
2016 ‘Starfield’,수성아트피아&갤러리팔조공동기획,
수성아트피아,대구
2015 심향‘Starfield’,갤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