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의 입술

어둠의 입술

$8.00
저자

이석범

1982년 제주에서 처음으로 아이들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개나리처럼 풋풋한 아이들의 얼굴에 유채꽃처럼 진한 희망을 새기고 싶었다. ‘가르친다는 것은 다만 희망을 말하는 것’이라는 말을 따라 교육 운동에 참여했고, 그러한 사연으로 1989년 교단을 떠났다. 그 후 서울로 올라와 학원 강사를 하며 사교육 현장의 모순을 낱낱이 체험하게 되었고, 이를 토대로 장편소설 『윈터스쿨』을 발표했다. 돌아보면, 교단으로 돌아갈 수 없는 처지에서도 온통 학교 생각뿐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2000년 복직하게 되어 지금은 서울에 있는 한 고등학교에서 국어를 가르치고 있다. 2002년부터는 여러 일간지와 교육 잡지에 칼럼을 쓰고 있다. 공교육과 사교육의 현장 모두에 있어보았기에 ‘교육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진지하게 되돌아볼 수 있었다. 학교는 십 년 전이나 이십 년 전이나 갈등과 희망이 교차하는 소란한 현장이다. 거기에 우뚝 서서 아이들을 가르쳐야 하는 사람이 바로 ‘선생님’이다. 나는 초로(初老)의 나이가 되어서야 비로소 ‘선생님이 내 운명’이었다는 것을 어렴풋이 깨닫게 되었다. 이 책은 날마다 조금씩 선생님이 되어가는 나의 발자취를 기록한 것이다.

목차

1. 농
2. 백설제
3. 적들을 찾아서
4. 어둠의 입술
5. 불타는 기린
6. 중림만가
7. 사슬과 춤
실명소설 이석범 | 작가 이석범에 대한 보고 - 고원정 소설가
작가 후기

출판사 서평

소설집 [어둠의 입술]은 자신의 성장 과정과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우리 사회의 감추어진 면을 날카롭게 파헤친 이석범의 중단편 소설집이다. 이번 소설집에서 작가는 교육 현장 외에도 삶의 이면에 대해 끊임없는 관심과 천착의 결과를 다양한 작품 세계를 통해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다.

교육이라는 도구로 한국 사회의 치부를 드러내며, 교육 현장을 소재로 한 소설도 재미있다는 것을 보여 주었던 작가는 이번에는 그 날카로운 시선을 사회로 돌려 화려하게 빛나는 우리 사회의 숨겨진 허와 실이란 과연 무엇인가를 작품화하는 데 성공했다. 작가의 말처럼 "세찬 바람은 이겨내기 힘들고 전망은 안개 속에 묻혔던" 우리 사회의 이면을 적나라하게 풍자한 이 소설들은 작가와 같은 시대를 살아온 사람들에겐 공감을 줄 것이며, 그렇지 않은 세대에겐 보이는 것의 이면과 아픔에 대해 생각하는 기회를 줄 것이다.

물질적인 발전에만 급급해 정작 우리에게 소중한 것들은 잃어버렸던 산업화 과정을 자신의 다양한 체험과 그에 걸맞는 우리 사회의 현실을 결부시킨 그의 소설들은 읽는 이로 하여금 우리 사회와 그 속에서의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게 한다.

이 소설집은 군대, 학생 운동, 불륜, 소외 계층 등 쉽게 소설화하기 힘든 소재들임에도 불구하고 구성이 탄탄하고 드라마틱하며, 읽는 이로 하여금 씁쓸한 웃음을 띠게 하는 공감을 이끌어 내고 있다. 자신이 헤쳐 나온 모든 지난 세월을 집약시킨 이번 소설집은 우리의 빛나는 현대사의 어두운 이면에 들이대는 날카로운 칼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추천사
서울에서 그는 이런저런 직장을 전전하는 한편으로 교사 생활의 경험을 담은 『갈라의 분필』『권두수 선생의 낙법』같은 소설들을 발표합니다. 그리고 문제의 『윈터스쿨』에 이르게 되는 것입니다. 이석범은 이 세 작품을 스스로 "교육소설 3부작"이라 부르곤 합니다만 마지막 『윈터스쿨』이 일으킨 사회적 반향은 대단한 것이었지요. (……) 이 작품에는 한 때 학원강사로 일하기도 했던 작가 자신의 경험이 녹아 있기도 합니다. 눈치를 채신 분도 있겠지만 이석범은 자신이 직접 "살았던" 세계만을 소설로 다뤄 왔습니다. 거꾸로 말하자면 그는 경험한 것은 모두 소설로 썼다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언젠가 그는 "70년대는 자신에게 고난의 시기"였다면서 지긋지긋하다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80년대도 90년대도 그에게는 편안한 시기가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거기서 소설을 건져냈습니다. ―고원정(소설가)

작가의 말
아마도 이 창작집에 실린 소설들은 길 없는 길을 헤치며 흙붉은 오름에 올랐을 때와 흡사한 시대의 분비물일 것이다. 세찬 바람을 이겨내기 힘들고 전망은 안개 속에 묻혔던, 이제 새삼 심신을 가다듬어 소설을 쓰게 된다면 돌오름 정상에 오른 때와 같은 경지―산 아래를 한눈에 내려다보며 주위의 사소한 것들 모두를 음미할 수 있는 그런 경지에 이르고 싶다.

작가 소개
1955년 제주 출생했으며, 제주대 국어교육과를 졸업했다. 1988년 『문학과 비평』에 중편「적들을 찾아서」로 등단한 후 한국교육현장 시리즈를 집필하기 시작해 장편『갈라의 분필』『권두수 선생의 낙법』『윈터스쿨』(전2권) 등으로 이어지는 3부작을 펴냈으며, 『윈터스쿨』로 제3회 상상문학상을 수상했다. 2000년 9월 해직교사 특별채용조치로 11년 6개월 만에 복직한 그는 현재 제주도 한림에서 교편을 잡으며 새로운 소설을 구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