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번째 소나기 (사이보그의 속삭임, 안드로이드의 메아리)

백 번째 소나기 (사이보그의 속삭임, 안드로이드의 메아리)

$18.92
저자

노도영

출간작으로 『굿모닝 라오스』 등이 있다.

출판사 서평

▶프롤로그- 강아지와 대화하며

만약에 나의 어린 딸이
마녀의 저주를 받아 작은 강아지가 되었다면,
강아지가 되어 집에 돌아왔다면,..

나는 그 아이를 어떻게 알아볼 수 있을까
어떻게 대화할 수 있을까, 어떻게 사랑할 수 있을까.
그때 서로의 마음은 어떨까...


언젠가 아들놈이 들여온 ‘솜이’라는 강아지를 한 마리 키우다 보니, 산책을 하며, 먹이를 주며, 오줌을 누이며, 똥을 치우며, 발을 씻기고 목욕을 시키며... 어쩌다 하루 중 사람보다 ‘솜이’와 더 많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솜아 이리 와, 아구 이뻐, 밥 먹었어? 오구오구 엄마 기다렸어? 까까 먹자. 어야 갈까? 어야 가자. 인사해야지, 코 해야지, 옷 입자. 발 씻자...”

“멍, 멍멍, 멍멍, 멍멍멍, 멍멍멍멍멍...”

하지만, 과연 ‘솜이’는 나의 말을 알아듣는 것일까. 나는 ‘솜이’의 말을 알아듣는 것일까. 아마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강아지와 대화, 그저 소리의 주고받음, 길고 짧은 울림을 갖는 어느 파장대의 에너지를 내고 서로 반응하며, 나는 나대로 ‘솜이’는 ‘솜이’대로 자기가 듣고 싶은 말로 해석하고 행동하고 있다. 그럼에도 얼굴을 부비며 안아주고 안기며 서로의 마음을 전한다. 서로 이해할 수 없는 두 소리를 내어 바라지 않는, 알아주지 못할 마음을 전한다. 전해졌다고 착각하며 위안을 받는다.

때로는 웃으며, 때로는 화를 내며 나누는 강아지와의 대화, 실은 독백이다. 혹은 기도이기도 하다.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하며, 자기가 하고 싶은 행동을 하며 흐뭇해하는 것, 행복해하는 것, 소리 없이 나누는 자신 내면과의 대화와 같다. 명상을 마치고 스스로에게 위안을 받으며 내면의 안식을 취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강아지하고만 그럴까. 사람과의 대화도 마찬가지…. 진정 아끼고 사랑한다면 말 따위는 그다지 필요가 없는 것 같다. 이 이야기의 두 주인공들, 안타까운 현실에 짙은 선글라스를 써야만 했던 중년이 된 소년과 소녀도 말을 몰라도, 심지어 볼 수 없어도 평생을 간직해 온 따뜻한 에너지의 울림만으로도 서로의 감정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을 것이다.

비 그친 오후 공원 위에 뜬 무지개. 두 사람이 바라보는 무지개는 무슨 색일까. 어떤 색이든 상관없지 않았을까. 무지개는 어떤 소리를 들려줬을까. 그 또한 상관없지 않았을까.​

이 책을 읽는 동안 누군가의 말이, 말하지 못한 마음이
당신의 손끝에 조용히 닿기를 바랍니다.2025년 10월
가을의 한중간에 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