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림보 달리다

느림보 달리다

$12.00
Description
부끄러움도 시가 됩니다
일상의 언어를 볶고 끓여 차려 낸 맛깔난 시 한 상
때론 화산을 품은 사내의 거친 외침처럼, 때론 봄볕이 간지러운 아기의 옹알이처럼 직설적이고 순수한 언어로 독자들의 묵직한 감동을 불러일으켰던 김영관의 두 번째 시집. 불의의 사고를 당해 요리사의 꿈을 접고, 지금은 삶의 낱말을 다듬고 볶는 언어의 요리사가 되어 차려 낸 맛깔난 시 한 상. 자신을 ‘굼벵이’라고 일컫는 시인은 건강했던 과거의 기억, 장애의 불편과 현실의 한계 속에 희망을 찾는 일상의 속내를 이번 시집에도 솔직하게 드러내고 있다.

“가슴이 먹먹하다” “슬프지만 힘이 난다”는 시평은 누구나 아프고 힘든 순간이 있고, 이를 이겨내는 것에서 삶이 더욱 빛난다는 데 공감하기 때문일 것이다. 좌절과 절망 속에 우연한 인연처럼 다가온 시는 그에게 기도이자 치유의 도구다. ‘넘어져도 다시, 느릿느릿 이마에 땀이 맺힐 만큼’ 여전히 시를 쓰며 자신을 이겨내는 중인 그의 시에서 용기를 배우고, 슬픔을 제련하는 시 쓰기에 도전하고픈 욕구를 느끼게 한다.
저자

김영관

저자:김영관
시로희망을쓰는마흔살청년입니다.한때요리사로서맛있는인생을꿈꿨지만불의의사고를당한후,지금은언어를다듬고볶고끓이며세상과소통하고있습니다.일상의소박한입말을시어로삼는그의시는때론맵고,뜨겁게끓기도하지만마침내잘숙성된말맛이일품이라는평을듣습니다.
햇볕잘드는군포시책상앞에서혼잣말처럼쓴이시들이누군가에게치유와위로가되길희망하며,멋진시보다공들인시를쓰는평생시인으로남고싶어합니다.
‘보리수아래’라는시쓰기모임을통해창작과낭송등의활동을이어나가며『아시아엔』등에꾸준히시를발표하고있습니다.『시,그대노래로태어나다』『꽃과별과시』등음반의작사가로참여하였으며,‘대한불교조계종신행수기공모전’에서중앙신도회장상을수상했습니다.첫시집『시에는답이없어좋다(2020년,도서출판도반)』가있습니다.

목차


시인의말
추천사최명숙
추천사신영란

1부나는겁쟁이랍니다
굼벵이|그날에|기억이란거무섭다|꿈은|끝없는망상|나는겁쟁이랍니다|나는나|나에게몽골은요|나처음|난왜|내가|내책상|녹색세상|울어라목놓아짖어라|인간관계

2부사람냄새
눈물이나|눈부신|느림보달린다|늘|닭대가리|따스함|때때로|만해마을|무너지지|민폐|비가오는오늘|사람냄새|사십살|살려주세요

3부새로시작
새것|걸어보네|그기자의발자국|나는없다|내그릇|내주둥이무섭다|늘밤입니다|떡국|새로시작|새해아침|설|식목일|쓰다|아름다움|아버지아버지나의아버지|어김없는하루|어디까지|어릴적살던|어쩌라구

4부-인간영관사용법-
언어장애를가진어느장애인의발버둥|귀와입은|없다|여긴어디|옛그길|-인간영관사용법-|인정안함|일인삼색|잔소리|저에게보리수아래는요|적어보네요남겨보네요|처음….|철부지|그냥평범하게|놓아지지않는|해와달은|홀로서기

출판사 서평

혼잣말이어서더절절하다
삶이끝났다고느꼈을때,시가등불이되었다

마치혼잣말을내뱉듯생생한입말로쓴김영관의시는일상의눈물과웃음을생생한언어로진솔하게담아낸다.비록절망의심연에빠졌더라도‘느린듯멈춤없이가는그의하루(최명숙시인)’가오롯이들어있고,좌절을이겨내는시인의안간힘과천진함에‘와락눈물이나고,슬며시웃음이나는(신영란작가)’땀냄새나는시가더절절한울림을준다.

시인은세상을향해마음을열고,생각을익히고,솔직하게자신을드러내는것을시라고여긴다.‘철없는한탄과분노,부끄러움도시가되는’깨달음이세련된멋진시보다는공들인시를쓰는시를쓰겠다는다짐이되었다.시한편을쓰기위해온힘을다해낱말을찾고생각을익히고말의아름다움을즐기는치유의시간을다른이와나누고싶어한다.

시는그에게세상밖으로문을여는시간이자‘인생의가치는무너지지않는것이아니라무너졌을때다시일어나는것’에있다는자각의계기가된것처럼,한사람이라도그의시를읽고고개를끄덕이거나절망에빠진누군가가‘나도글을써봐야겠다’라고마음먹는다면대성공이라는게시인의바람이다.불교문화예술모임‘보리수아래’에서시를쓰고함께토론하고응원하며자신이성장한것처럼말이다.

책속에서

19p
굼벵이뛰어봐라답답해속터진다
이리로뛰어봐라저리로뛰어봐라
굼벵이말좀해라뭐라고하는건데

27p,28p
나는겁쟁이였고
겁쟁이고
겁쟁이일겁니다
(….)
항상겁에질려살면서도
고치지못하는
멍청이겁쟁이랍니다

34p
나처음겪어보는내마음내팔다리
내것은확실한데내말을듣지않네
분명히내것인데정말로내것인데
말을생각않고듣는척하고있네

39p
더높이높이
저높은곳을향하여
힘내본다.
힘들지않은것처럼
힘들어본것없는거처럼

49p
느릿느릿
나는느릿느릿달리고있다
최선을다해
이마에땀맺힐만큼
겉옷이땀에다젖을만큼

57p
답답함에땅에적어나가는글자에몇개가
세상밖밝은곳으로올려주네
무너지지않는
무너질수없는
단단한탑이되어

78p
시간은멈추어도
똑같이걸어가고
걸어가고
걸어가도
저에게는늘밤입니다

82p
세뱃돈받는즐거움은어제
세뱃돈얼마줘야하나고민하는오늘

84p,85p
나무를심습니다
(….)
누구나편안히쉬었다
갈수있는나무로가꾸려합니다
많이지쳐보이는
너좀쉬다가라고

89p
많은일웃고울고더없이모진세월
그세월무거운짐짊어진내아버지
이놈두어깨한켠짐되어업혀있네
한없이존경합니다아버지내아버지

97p
쟤또제정신아니다
가엽게보거나미친인간보듯한다
내가하는말은하나도알아듣지못했으면서
다이해한다고니말도일리가있다고
우리는이해한다고
그래놓고자기들끼리수근덕거린다
쟤또저렇다고...

104p,105p
머리다친이후로...
다알아도되는거아니면저에게말해주지마세요...
저에게비밀이란없습니다...
지키려고노력한다고지켜지는게아니더라구요..
(….)
순간감정변화가심해
제가하는말이나행동은
진심은아니니
너무상처받지마시구요

119p
그냥평범하게
걷고싶습니다
그냥평범하게
말하고싶습니다
그냥평범하게
웃고떠들고싶습니다
(….)
평범하게가
저에게는
가장어렵고
가장힘든일이되었습니다

124p,125p
다치면서못했던것들,
다치기전에도아직은아닌것같아못했던것들,
해보고싶은것들은점점많아지네요...
(….)
홀로서기
이제조금씩은이루어나가야할
제인생의마지막과제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