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교육/사교육, 중등교육/고등교육, 수도권대/지방대, 청소년/학부모/교사 문제, 교육행정, 교육개방, 교원노조, 입시교육, 체벌, 평생학습 등, 이 땅에서 벌어지는 모든 교육적 행태들에 날카로운 비평의 메스를 들이대고 실천적 대안을 이끌어내고자 한 총괄적 교육 시론.
제목인 '이 교육'은 작자 미상의 예수상 〈이 사람 Ecce Homo〉(책의 앞날개 그림 참조)에서 따온 것으로, 왜곡된 교육관과 경직된 교육제도의 희생물이 된 우리 청소년들을 십자가에 매달려 고난받는 예수에 비유한 제목이다. 따라서 저자에게 '이 교육(Ecce Educacion)'이란, 바리새인의 모함으로 선한 인간 예수가 살해되었듯이, 껍데기만 남은 이 나라의 교육이라는 망령에 질식해가는 우리 아이들의 현실을 안타깝게 지시하고 있는 단어인 것이다.
저자는 '이 교육'을 넘어서려면 인간을 중시하는 배움과 익힘이 우리 삶에서 우선하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제까지 시행되었던 교육개혁은 제도적 장치나 법률적 또는 행정적 명령체계의 개선, 교육과정의 변화, 교사의 근무 여건 개선, 성적 평가 방식의 변화 등등, 주로 '사물'의 개선에 집중되어 있었다. 그러나 결국 '배움'이란 그 자체로 즐거움을 주는 인간의 본성에 해당하므로, 교육개혁이란 이러한 배움의 인간적 조건에 주목하는 '배움의 휴머니즘'을 염두에 두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한다.
저자는 이미 서언에서 '배움의 휴머니즘'이란 구체적으로 어떠한 것인지 결론 삼아 이야기하고 있는데, 이것이 바로 저자가 생각하는 바, 우리 교육이 궁극적으로 지향해야 할 교육의 이상향이다.
1. 틀바꿈 교육: 틀바꿈은 애벌레가 나비가 되는 것 같은 동물계의 탈바꿈이 인간 정신의 영역에서 일어나는 것이다. 이전의 삶과는 전혀 다른 삶을 사는 것, 타인과 자기 자신과 환경과 새로운 관계 맺음을 하는 것으로, 흔히 '개과천선'이라는 말에서 풍기는 커다란 내적 변혁을 뜻한다. 교육은 시시한 정보덩어리를 주입하는 일이 아니라, 이처럼 삶 전체의 방향을 전환시키는 일이어야 하며, 따라서 인간의 본성을 이해하지 못하는 교육은 교육의 궤적에서 이탈하는 것이다.
2. 의식소통의 교육: 인간은 평생 타인과 언어교통(言語交通)을 하며 살아가는데,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언어교통보다 차원 높은 활동이 바로 의식소통(意識疏通)이다. 의식소통은 인간이 서로 삶에서 얻은 경험을 체험적으로 주고받는 활동으로, 이것이 이루어지려면 사람들간의 절대적 믿음과 깨우침이 수반되어야 한다. 갈등과 이해의 반복을 통해 얻어지는 의식소통은 지식의 변화, 태도의 변화, 행위의 변화를 동반하며 서로간의 경험을 공유하게 만드는 각성제이다.
3. 지성인으로서의 교사: 교사는 단순한 지식인이 아니라 지성인이 되어야 한다. 지식인 교사는 그들이 직면한 현실적인 호구지책의 개량을 위해 힘을 결집시키고 목소리를 높이지만, 지성인 교사는 교육의 역사를 바로잡기 위해 '나 홀로 목소리내기'도 서슴지 않는다. 인간교육의 기초 위에 서 있는 지성인 교사는, 가르치는 것은 결국 배우는 것이며, 학생들과 더불어 배우는 일에 자신의 삶을 거는 존재다.
4. 옴살의 학습기관: 옴살학습이란 학생끼리, 학생과 선생이, 학생과 자연이 서로 한몸같이 가까운 의식을 공유하는 학습으로, 전인교육의 원형이며 자연친화적인 활동이다. 사람과 사람 간의 경험을 이어주는 의식소통의 학습을 원활하게 해주는 것도 바로 옴살학습이다. 옴살학습은 평생교육을 지향하며, 지역공동체로서의 학교기관, 즉 '지역공동체 배움'을 지향한다. 이를 위해서는 재택학교나 맞춤형 학습 등의 적절한 대안교육기관과 대안학습활동을 끊임없이 개발해내야 한다.
이 책의 내용1부 <이 교육의 이해>에서 저자는 우선 교육문제를 사회문제로 이해하는 틀을 제시한 다음, 교육의 본질을 이해하기 위해 동서양에서 각각 정의되는 교육의 개념을 살펴보고 있다. 교육과정의 문제를 이해하기 위해 교과서중심 교육정책의 폐해를 지적하고, 교사 문제를 이해하기 위해서 교사들이 안고 있는 무력함의 본질을 파악하면서 지성인으로서의 교사상을 제안한다. 더불어 그동안 시행되었던 교육개혁의 이모저모를 살펴보고 새로운 교육정책의 방향을 제시한다.
2부 <이 교육의 현장>은 학교교육을 올곧게 세우기 위한 기틀을 마련하고, 대학교육의 경쟁력 강화 방안을 검토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전자로는 공교육 내실화와 사립학교 육성책, 사교육비와의 전쟁, 특수목적고 파동, 영재교육, 촌지비리, 대학 무시험 전형 등, 입시위주의 학교교육에서 탈바꿈하여 옴살학습의 장을 열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들이 소개되어 있으며, 후자로는 서울대 입시 정책, 대학평가와 대학교육의 책무성, 지방대학의 경쟁력 확보 방안, 대학생 실업 문제, 대학개방의 위험과 가능성 등, 대학교육의 개혁방향을 다각도로 제시하고 있다.
3부 <이 교육의 주체>에서는 교육의 주체인 교사, 학생, 학부모의 역할과 과제를 살펴보고 있다. 기간제 교사, 수석교사제, 교원 정년 단축, 교원노조와 교원단체의 책무성, 사랑의 매와 교육적 처벌의 관계, 왕따 문제, 청소년의 파격문화, 학부모의 교육열 등을 살펴봄으로써, 우리 교육의 제3의 길은 무엇인지 점검한다.
4부 <이 교육의 미래>에서는 모든 사람이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는 교육적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 평화 교육, 세계화와 다문화 교육, 개성 교육, 평생학습 등, 학교교육의 테두리를 벗어난 열린 교육, 미래 교육의 가능성을 타진하면서, 배우는 동물인 호모 에루디티오로 돌아가기를 제안한다.
☞ 본문 소개
▷ 이 땅의 모든 학생들이 매일같이 십자가에 묶이는 예수와 그 처지가 흡사하기 그지없다. 인간 예수를 십자가 묶어 매기 위해 여러 종류의 사람들이 등장했듯이, 오늘도 여러 종류의 사람들에 의해 그들의 영육(靈肉)이 매어달리고 있다.…… 상황은 다르지만 오늘날 ‘이 교육’의 한 단면을 보여주고 있는 척박한 교실은 골고다와 같은 고난의 처소이다. 예수를 매달아놓았던 십자가는 갖가지 시험으로 바뀌었고, 시험성적은 그의 손을 박는 데 쓰인 못이나 마찬가지이다. 이들 학생의 잘잘못을 심판하는 빌라도의 역할은 교육최고정책가가 맡고 있고, 이런 저런 교육행정관료는 헤롯이나 대제사장들의 역할을 십분 나누어 맡고 있다고 보면 된다. 저 여린 예수에게 달려가 입맞춤을 한 가롯 유다의 그 땀냄새는 바로 오늘의 교실 에 살고 있는 교사로부터 풍겨나고 있을 성싶다. (10∼11쪽)
▷ 재능과외는 자녀의 인생살이에서 삶의 안전망과 같다. 입시교육은 무리하게 강요하면서 반대로 재능과외를 도외시하는 것은, 헬멧 없이 자전거로 고속질주하게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재능과외는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준다. 우리 주위에는 수십 년을 공부했지만, 악기 하나 제대로 다루는 아빠가 없으며, 외국어 하나 변변하게 구사하는 엄마가 없다. 삶의 질이 그만큼 답답할 수밖에 없다. 정말로 자녀가 살아갈 삶에 관심이 있거든 적성특기과외 하나에 투자하라. 앞으로 그 누구든 풍요로운 삶을 살기 위해서는 외국인과 대화하는 데 어색하지 않을 만큼 외국어 하나쯤은 익혀야 한다. 그림을 그리든, 악기를 다루든, 가족과 더불어 즐길 수 있는 재능 하나쯤은 있어야 한다. (86쪽)
▷ 악성 사교육비의 원천이 되는 것은 그 무엇이든 막아야 한다. 과외는 물론이고, 입시학원 구멍도 조건 없이 틀어막아야 한다. 그러나 무지막지하게 막는 것보다는 오히려 악성 사교육비가 필요 없는 교육제도를 만드는 것이 더 경제적일 것이다. 그것은 바로 대학의 문을 손질하는 일이 될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정부가 고려하고 있다는 서울대학교의 대학원중심대학 방안과 지방대학 통합 정책은 크게 기대해 볼 만하다.
국공립대학 평준화정책의 한 형식으로 보이는 이른바 열린 국공립대학 정책을 강력히 추진해야 할 것이다.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대학은 국민의 것이 되어야 하며, 정부예산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모든 국민이 시험 없이 입학할 수 있어야 한다. (94쪽)
▷ 집단따돌림은 단순히 학생들의 개인주의 성향 때문에 생기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다른 아이를 부정하고 약자로 만들어 우월해지고 싶은 욕심 때문에 생기는 것만은 아니다. 학교교육에 대한 분노 때문에 생긴 것이다. 약자나 이단자에 대한 배려가 집단압력을 이겨내지 못할 때 왕따 현상이 자연스럽게 만들어진다.…… 왕따문제를 포함해서 학생인권이 존중받는 학교교육이 우리에게 필요하다면, 두말할 것 없이 우리의 닫힌 교육부터 열어젖혀야 한다. 지금과 같이 학교 스스로 앞장서서 아이들을 시험으로 가두고 성적으로 왕따하는 한, 학교에서 왕따 현상이 사라지기는 매우 어렵다. (105쪽)
▷ 우리의 경우, 대학들은 학점 교환, 도서관이나 전산시스템 공유 등과 같은 학문적인 전략적 제휴를 선호하고 있으나, 이런 것으로는 대학의 위기를 넘기기 힘들다. 한번 해보면서 적당히 넘기겠다는 발상으로는 대학의 파산 위기를 넘기기 힘들다. 대학들이 경쟁력을 기르면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극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외국에서는 대학의 경쟁력을 기르기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대학간의 인수합병을 권장하고 있다. 이제는 우리 대학 역시 국내 대학간의 우호적인 인수합병이나, 혹은 국내 대학과 외국 대학 간의 인수합병 등도 적극적으로 생각해 보도록 고등교육법을 보완해야 한다. 아무런 조치도 없이 도산하는 대학을 하나 둘씩 바라보고 있을 때가 아닐 성싶다. (142쪽)
▷ 청소년문화는 성인문화의 희생양이 아니다. 이것부터 고쳐야 한다. 우리 청소년의 경우, 일탈행위는 청소년 갱(gang) 문화나 약물중독으로부터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입시중독으로부터 시작되고 있기에 더욱더 그렇다. 성인문화의 희생양이라는 논리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