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잎, 흔들리는 중심 - 이미지북 시선 6

꽃잎, 흔들리는 중심 - 이미지북 시선 6

$10.00
Description
‘중심’이라는 비존재적 공간과 분투하는 주체
윤숙 시인의 신작 시집 「꽃잎, 흔들리는 중심」에서는 본질적으로 부재하는 중심이라는 공간을 탐색하고 그 존재 가치를 사유하는 주체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중심이라는 공간은 가변성을 지닌다. 경계의 매듭을 짓는 주체가 누구인지에 따라 또 어떤 기준에 의해 만드는지에 따라 매듭의 형태와 위치가 달라지므로 중심은 언제든지 유동한다. 그러나 이번 시집에서 윤숙 시인이 구축하고자 하는 중심은 표류하는 마음을 한데 모으기 위한 사유와 인내의 공간이다. 그 공간에서 시인은 주체와 세계를 조망하고 연쇄적으로 고개 드는 번민과의 분투를 시도한다. 그리고 그가 보여주는 시의 언어이자 삶의 언어들은 이러한 미덕의 전개 과정에서 진정한 가치를 확보한다.
이번 시집에서 윤숙 시인의 시적 상상력은 역사 인식과 지구적 문제, 생의 덧없음과 무욕無慾의 의지, 인간으로서 외면할 수 없는 존재 방식에 대한 탐구와 내면 가다듬기 등 다양한 방면에서 촉발된다. 이런 감수성은 주체의 존재성에 관한 자의식이 시인의 세계관에 넓게 자리함을 함축한다. 떠나가지 않아서 사라지지 않은 시간을 온몸으로 떠안으며 시인이 고민한 흔적과 아포리아aporia가 이번 신작 시집에 담긴 것이다.
저자

윤숙

저자:윤숙
자유문학(2013)시등단
중랑문학상(2018)
한국문인협회,자유문인협회
중랑문인협회회원,시마을3050동인
시집『꽃잎,흔들리는중심』
공저『소리없는계절』,『찔레꽃잠깐피었을까』

목차


시인의말

제1부|붉은잎하나저도모르게
동행
흐르는것에대하여
단풍잎하나
분꽃
일어서는바람
너도된장
겨울숲
멀미
분갈이
걱정인형
오빠생각
산행
부활의길
옥수수차끓이기

제2부|저녁이오고새벽이온다
찔레꽃질때
새싹
미술관의앵무새
꽃잎,흔들리는중심
뚝배기
순창가는길
넝쿨장미
꽃잎날다
고리
노을,물들다
봄이오는길목
호명산을오른다
전동차는돌아오지않는다
늦가을철학자

제3부|마음은이미뜨거워지고
빈소주병에대하여
산수유꽃
고창청보리밭에서
달맞이꽃질때
보리굴비
아날로그가그리운날
아버지의지게
눈내리는밤
어머니의순대국밥
꽃대궁으로서기까지
불통에대하여
줄다리기
한여름밤에
쏨뱅이

제4부|길은또다른길이된다
산나리꽃
길위에서
몽산포몽돌
생선가시에찔리다
북극고래
어떤생존
철쭉꽃진다
가야산이말을하다
해질무렵강둑에앉아
가을플라타너스
깔딱고개를넘으며
참치캔
두마음
길을열다

제5부|초록감은바람속을견디며산다
제비꽃피다
내소사풍경소리
누에고치의꿈
얼룩진시간
달팽이집
담쟁이
숨은날개를찾아서
봄날
배꽃을찾아
동백꽃
민들레꽃씨
단감이되기까지
덕수궁회화나무
벚꽃잎이날린다

해설_김태경/‘중심’이라는비존재적공간과분투하는주체/-윤숙론

출판사 서평


[평론가서평]
윤숙시인이궁극적으로향하는곳은주체의존재방식에대한탐구이고내면세계이다.그리고그가걷는길은쓸쓸하지만온기가있다.미하일바흐친MikhailBakhtin이“나의자의식과자기발화가그안에서그자체를실현할수있고,삶이시작될수있도록하기위해서는나를둘러싸고있는가치적인대기大氣에어느정도의따스함이필요하다”라고언급했듯이(<말의미학>,길,2007,201쪽)윤숙시인이주체를‘중심’에두는행위는자기자신에대해겸허하게접근하는방식이고그마음에서나오는언어는따스하다.“먼지쌓이듯늘어가는내허물들/옷을입은들가려질까”(?겨울숲?)싶지만,“바람속흔들리며/경계의벽을넘어서”(?내소사풍경소리?)그가가는길에는꽃향기가난다.

이길일까저길일까

꽃길
손을뻗어움켜쥐려해도
잡히지않는무지개길
그유혹에빠져
무더기꽃타래속으로들어선다

시간속꽃타래
인내하며풀어나가는
삶의여정이
나를다스리는길일것이다

언제나중심은외롭고
흔들리는법

만갈래이름끝을쥐고
달무리따라걸어가면
꽃술에지고피는
그작은우주속
한생애의중심이잠깐흔들린다
-?꽃잎,흔들리는중심?전문

‘중심’이흔들릴때조차도주체를둘러싼‘가치적인대기’에따스함이느껴지고꽃향기가난다.그것은주체가“이길일까저길일까”갈등하고시행착오를겪으면서“시간속꽃타래”와같은삶의여정을“인내하며풀어나가”기때문이다.3연말미에서도드러나듯이,이러한과정은“나를다스리는길”위에서벌어진다.그가느끼는상념을시인은꽃이라는이미지에기대어표현한다.위시에서엿볼수있듯이주체와꽃이겹쳐진이미지는시적전언의순도를높여주는효과를낳는다.강조하건대,낙화라는미적흔적을강조하면서도,주체의속내를읽게되는독법은윤숙시의돌올한기투企投라할것이다.
주지하듯꽃의중심에서꽃잎이피거나질때,꽃술은그무게에잠깐흔들린다.“그작은우주속”에서“한생애의중심이잠깐흔들”리는것이다.이처럼이상과정서가흔들릴때시인은시와함께‘중심’을잡고자노력했겠다.그런분투하는주체의의지가표제작인인용시를포함하여이번시집에서“생살뚫고오르는붉은뚝심”(?찔레꽃질때?)으로드러난다.그것은“하나의꽃나무로우뚝서는아픔속에피는꿈”(?배꽃을찾아?)이기도하다.
지금까지살펴본바,윤숙시인에게시란“끝없는흔들림속에/자신의세계를세워가고있는/또하나의길”(?가을플라타너스?)이다.그가비존재적공간인‘중심’에다양한대상을위치시키며존재성을파악하고자하는시도도종래는자신을향해가고있다.이러한창작지향과작업방식은“하늘자궁속/별꽃으로피어나산정에앉는일”(?옥수수차끓이기?)과같다.그의시편하나하나가“별빛길열어가는/마음한조각”(?넝쿨장미?)인것이다.윤숙시인은자신뿐만아니라주변물과세계를호명하며대상의존재에의미를부여한다.그가‘중심’에대상을존재하고자하는의식저편에그것을각별하게생각하며조명하려는따스한마음이생성되고있음을뜻한다.그러므로윤숙시인의시세계는끊임없이“말이말을이어가는어둠의터널길열며”(?몽산포몽돌?)가고,그렇게“저기/길이/길을열며”(?해질무렵강둑에앉아?)갈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