헨리 키신저의 외교

헨리 키신저의 외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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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외교 분야의 기념비적인 책이 한국에서 출간되었다
다시 시작된 강대국 경쟁의 시대를 통찰하는 헨리 키신저의 역작
세계는 지금 역사적 전환점에 있다. 오늘날 미국과 중국은 점점 더 전략적 경쟁에 빠져들고 있다. 미국은 냉전 시대처럼 또다시 중국과 러시아 같은 거대한 독재국가들의 팽창에 맞서기 위해 NATO를 확대하고 쿼드나 한미일 안보협력체를 구성하는 등 민주주의 국가들을 결집시키고 있다. 중국은 이에 맞서 상하이협력기구나 브릭스를 확대하면서 미국의 진영을 균열시키고 역포위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헨리 키신저는 미국과 중국의 대전쟁이 임박했다고 말한다. 2023년 5월 〈이코노미스트〉와의 인터뷰에서, 키신저는 “현재의 국제정세가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기 직전과 비슷하다. 미국과 중국 모두 동의할 수 있는 국제질서의 원칙을 정하지 못하면 5~10년 안에 제3차 세계대전이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한다.

키신저의 말대로, 세계는 삼국협상과 삼국동맹이라는 두 진영으로 나뉘어 부지불식간에 대전쟁으로 끌려들어 갔던 19세기 말 유럽의 경로를 밟게 될 것인가, 아니면 체제와 이념을 달리하는 두 진영으로 나뉘어 대충돌 없이 오랜 기간 체제 경쟁을 벌이는 새로운 냉전의 경로를 밟게 될 것인가. 아니면, 우리가 생각지 못한 전혀 새로운 경로로 나아가게 될 것인가. 어떤 경로가 가능성이 높을지, 대전쟁이라는 파국이 과연 일어날 것인지, 그런 대재앙을 막기 위한 방안이 무엇인지 깊은 통찰이 요구되는 이 시점에 현대 외교의 거장 헨리 키신저가 쓴 기념비적인 책 『헨리 키신저의 외교(Diplomacy)』가 한국에서 출간되었다.

지금의 세계질서는 미국의 질서이고 미국의 가치가 지배하는 질서이다. 그 질서의 본질은 무엇이고, 어디에서 비롯되었고 언제까지 지속될 것인가? 키신저는 책에서 이렇게 말한다. “어떤 자연법칙에 따르기라도 한 듯, 모든 세기마다 권력과 의지, 지적 도덕적 추진력을 갖추고 국제체제 전체를 자신의 가치에 따라 형성하는 국가가 등장하는 것처럼 보인다.” 17세기에는 프랑스의 재상 리슐리외의 국가이성이, 18세기에는 영국이 주도한 세력균형의 개념이, 19세기에는 오스트리아의 재상 메테르니히의 협조 정신이 그 시대의 지배적 가치였다. 메테르니히의 협조체제를 깨뜨린 것은 독일의 철혈재상 비스마르크의 냉정한 권력정치였고, 그 권력정치의 비극적 결과가 제1차 세계대전이었다. 그 전쟁을 결정지은 미국은 세력균형과 권력정치에 기반한 유럽의 구질서를 부정하고 민주주의와 국제법, 집단안보에 기반한 새로운 세계질서를 제시했고, 그 이후로 윌슨주의가 미국 외교의 근간이자 세계질서의 토대가 되었다.

미국 외교의 현실주의를 대표하는 헨리 키신저는 30년전쟁 이후의 베스트팔렌 체제로부터 나폴레옹전쟁 이후의 빈 체제, 독일 통일 후의 비스마르크 체제, 제1차 세계대전 후의 베르사유 체제, 제2차 세계대전 이후의 냉전 체제, 그리고 탈냉전 질서에 이르기까지 국제체제의 주요 변화들을 만들어낸 강대국들의 외교정책을 분석하면서 지난 1세기 동안 국제체제를 주도해온 미국 외교의 기원과 본질에 대한 가장 깊이 있는 통찰을 보여준다. 지금의 국제정세가 키신저의 말대로 무질서와 대전쟁으로 빠지게 될지, 아니면 새로운 냉전 상황으로 갈지는 상당 부분 미국의 선택과 리더십에 달려 있다. 그리고 한국 외교가 어떤 선택을 내릴 것인가도 미국의 선택에 대한 판단과 예측에 달려 있다. 『헨리 키신저의 외교』는 다시 돌아온 강대국 경쟁 시대를 통찰하고 그 미래를 예측하는 데 가장 적절하고 절실한 책 중 하나가 될 것이다.
저자

헨리키신저

1923년독일퓌르트출생으로1938년에나치의유대인박해를피해가족과미국으로건너갔다.2차세계대전중미군으로복무했으며하버드대학교에서정치학박사학위를받고같은대학정치학교수로일했다.1969년부터닉슨정부와포드정부에서대통령국가안보보좌관과국무장관을지냈으며1973년에베트남전해결을위한노력을인정받아노벨평화상을받고1977년에는미국에서민간인의최고영예로꼽히는대통령자유훈장을받았다.

레알폴리티크,즉이념보다는권력관계와물리적조건을중요하게고려하는현실정치의신봉자로서통상적외교경로를따르기보다는이른바‘키신저외교’를전개했으며1977년에국무장관자리에서물러날때까지미국의외교정책에지대한영향력을행사했다.소련과데탕트를조성하고,중국개방을위한프로그램을주도하고,파리평화협정을만들어베트남전종식에이바지하고,셔틀외교를전개하며중동에평화를정착시키려고노력하는등실제외교업무를통해지리적조건과정치의관계를탐구하는지정학을널리알렸다고평가받는다.

여러저서를통해국제관계와외교정책에관한통찰력을보인만큼100세를바라보는최근까지도러시아가우크라이나를상대로일으킨전쟁및미국과중국의패권경쟁같은문제에대해적극적으로의견을제시하고있다.

저서로『선택의필요성:미국외교정책전망(TheNecessityforChoice:ProspectsofAmericanForeignPolicy)』(1961),『미국의외교정책(AmericanForeignPolicy)』(1969),『백악관시절(TheWhiteHouseYears)』(1979)등이있다.

목차

01신세계질서
02경첩:시어도어루스벨트혹은우드로우윌슨
03보편성에서균형상태로:리슐리외,윌리엄오렌지공,피트
04유럽협조체제:영국,오스트리아,러시아
05두혁명가:비스마르크와나폴레옹3세
06자승자박의현실정치
07정치적인류파멸장치:제1차세계대전전의유럽외교
08소용돌이속으로:군사적인류파멸장치
09외교의새로운얼굴:윌슨과베르사유조약
10승자들의딜레마
11슈트레제만과패배자들의재등장
12환상의종말:히틀러와베르사유체제의파멸
13스탈린의바자회
14나치-소련조약
15미국의무대재등장:프랭클린루스벨트
16평화를향한세가지접근법:제2차세계대전당시의루스벨트,스탈린,처칠
17냉전의시작
18봉쇄정책의성공과고통
19봉쇄정책의딜레마:한국전쟁
20공산주의자들과의협상:아데나워,처칠,아이젠하워
21봉쇄뛰어넘기:수에즈운하위기
22헝가리:제국내부의격변
23흐루쇼프의최후통첩:1958-1963베를린위기
24서방단결의개념:맥밀런,드골,아이젠하워,케네디
25베트남:수렁속으로.트루먼과아이젠하워
26베트남:절망으로향하는길에서.케네디와존슨
27베트남:탈출.닉슨
28지정학으로서외교정책:닉슨의삼각외교
29데탕트와이에대한불만
30냉전의종식:레이건과고르바초프
31되짚어보는신세계질서

감사의말
사진목록과출처
NOT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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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국제체제의미래를유추하기위한국제외교의고전
지금의세계는제1차세계대전직전의유럽인가,새로운냉전의시대인가

키신저는다수국가들에기반을둔세계질서의흥망의역사는현대정치인들이직면하고있는도전을이해하기위해의지할수있는유일한경험이며,역사는유추를통해비교가가능한상황에서비슷하게예견되는결과를비추어준다고말한다.처칠역시국제정치의미래를알고자한다면과거로돌아가라고말한바있다.인간의본성은변하지않으며무정부적국제체제하에서국가의행태는반복되기마련이기때문이다.21세기들어다시시작된강대국경쟁은과거어느시점의강대국들의행동과유사한가,그리고유사하면서다른점은무엇인가.우리앞에기다리고있는미래는거대한파국인가,아니면또다른차가운전쟁인가.『헨리키신저의외교』는역사를통찰하고현재와미래를유추하게하는놀라운지적요소들로가득하다.

19세기말유럽의역사는1890년통일독일의재상비스마르크실각전후로나뉜다.비스마르크대신독일황제빌헬름2세가통치의전면에나서면서유럽의정세는점점더돌이킬수없는대립으로빠져들었다.비스마르크가공들여쌓았던모든게무너졌다.프랑스가러시아와손을잡았고영국이균형자역할을포기하고여기에가담했다.독일은오스트리아제국이라는위태로운동맹에매달려야하는신세가되었다.누구도거대한파국을예상하지못했고그것이20년후더거대한재앙으로이어질지예상하지못했다.그렇지만비스마르크가권력을유지했더라도파국을막을수있었을지장담하기어렵다.이책의표지는1878년베를린회의의한장면을담고있다.러시아-터키전쟁(1877년)의결과인산스테파노조약을개정하기위해열강들이한자리에모였다.비스마르크체제의정점을상징하지만그붕괴의시작이기도했다.러시아는독일에원한을품게되었고오스트리아가보스니아를병합하면서대충돌의씨앗이뿌려졌다.그렇지만아직대전쟁까지가려면독일의중대한실책들이연달아이어져야했다.

1950년한국전쟁을계기로동서진영의대결구도가명확해졌고미국의봉쇄정책이본격화되었다.동독내에위치한베를린문제를놓고몇차례위기가이어졌고쿠바미사일위기도있었다.베트남등에서국지전이벌어졌지만미국과소련간의직접적인충돌로비화되지는않았다.1991년소련이스스로와해되면서냉전의막이내렸다.대전쟁의가능성이없었던것은아니었다.소련군이언제라도동독국경을넘어밀려올것이라는공포가있었고한국전쟁마저그러한시도의일환처럼여겨졌다.핵무기경쟁이끝이없었다.하지만19세말의유럽과달랐던것은미국도소련도상대방과의직접적인충돌을두려워했고두진영간에안정적인힘의균형이존재했다는점이다.어쩌면대전쟁의기억과두려움이새로운대전쟁을억제시킨가장중요한요인일수도있었다.

2023년8월19일한미일3국정상이역사적인캠프데이비드정신과원칙에합의했다.사실상중국이라는잠재적적국을상대로한국과미국,일본이포괄적안보협력에나서기로합의한것이다.이러한상황은한편으로1차세계대전을앞두고프랑스가평시동맹을꺼려왔던영국과협상(entente)이란형태의덜구속력있는제휴관계를수립하게되는과정을떠올리게한다.다른한편으로국경을사이에두고소련진영과대치중이던서독이나토에가입하고서방에결속되면서결과적으로양진영의대결구도가완성되어가던과정을떠올리게한다.전후냉전시대의봉쇄정책에관한키신저의분석은예리함으로가득차있다.소련에대한봉쇄와중국에대한봉쇄는무엇이다르고,또무엇이달라야하는가.중국에대한봉쇄가적절하고가능한것인가.지금의국제정세를이해하고예측하기위해서는과거강대국의행동들을돌아보며유추해볼필요가있다.어쩌면이것이이책을읽어야하는가장중요한이유일수있다.

미국외교의기원과본질에관한심오한통찰
21세기에도미국은윌슨주의의나라로남아있을것인가

미국은제1차세계대전에참전하면서“민주주의가안전한세계를만들기위해서”라는보편적가치를전쟁명분으로내세웠고,그로인해윌슨주의의나라가되었다.그때까지미국은고립주의가지배적이었다.조지워싱턴의금언에따라유럽국가들이싸우든말든초연한태도를견지하는것이미국의외교정책이었다.하지만우드로우윌슨은고립주의적인미국을제1차세계대전에참전시키기위해미국이예외적인나라라는미국인들의신념에호소해야했다.미국인들의도덕적신념에호소하지않고는가장안전한나라의국민들에게머나먼전장으로달려가싸우다죽으라고요구할수없었다.윌슨은“이위대하고평화로운국민을…가장끔찍하고비참한전쟁으로끌고가는것은두려운일입니다.하지만모든국가에평화와안전을가져다주고마침내세계를자유롭게만들어줄자유로운국민들의협력에의한권리의보편적지배를위해서싸울것입니다.”라고선언했다.그렇게미국인들은두차례의세계대전과한국전쟁,그리고냉전을민주주의를위한성전으로그리고선과악의투쟁으로받아들였고,이로써미국의행동에거대한추진력과헌신이뒷받침되었다.

윌슨이후대부분의미국대통령들은윌슨주의적수사를사용하지않고는자신의대외적목표를천명할수없게되었다.트루먼은한국전쟁에참전하면서강력한지정학적개입논거들이있었지만전쟁명분을미국의국익이아닌보편적원칙의수호로설명했다.“국제문제에서무력의지배가다시시작된다면그여파가광범위할것입니다.미국은계속해서법의지배를수호할것입니다.”현실정치를추구한닉슨조차자신이윌슨의국제주의를신봉한다고스스로여겼고백악관각료회의실에윌슨의초상화를걸어두었다.2023년8월미국이주도한한미일3국의캠프데이비드합의도첫문장을“우리는민주주의를증진하고인권을보호하기위한공조를강화할것이다.”라고시작하고있다.

윌슨주의의위대한성취들이있었다.불운했던국제연맹은국제연합으로재현되었고,유럽을재건하기위해마셜플랜이실행되었으며,한국전쟁에대규모유엔군이파병되었고냉전시기공산주의세력을봉쇄하는데성공했다.하지만윌슨주의는큰시련을겪기도했다.베트남전쟁은윌슨주의에대한미국인들의확신을약화시키고미국사회를극도로갈라놓았다.중동국가들을민주화하려는미국의시도는수많은인명의희생과지역의불안정이라는값비싼대가를지불해야했고미국의아프가니스탄철수로막을내렸다.오늘날미국내부에서는미국의국제적개입을반대하는흐름이다시살아나고있다.트럼프의미국우선주의는제2차세계대전참전을반대했던미국우선주의위원회(AmericaFirstCommittee)를떠올리게한다.트럼프는미국이러시아-우크라이나전쟁에서빠져나와야한다고말한다.중국은윌슨주의의보편성을거부하고세계질서에대한중국적가치를주장하고있다.

미국의힘과가치가안팍으로도전받고있는상황에서윌슨주의는미국외교의지침으로계속기능할수있을것인가.미국의일방적인힘의우위가사라진시대에윌슨주의적미국외교는어떠해야하는가.키신저는2022년7월영국주간지<스펙테이터>와의대담에서,“역사가당신을어떻게평가할것같으냐”는질문에자신은“미국이많은실패를했지만세계에서선한힘이었고,세계안정에필수불가결하다는신념의지지자”라고말했다.『헨리키신저의외교』에는미국을상징하는“선한힘”의원천이무엇이고,어떻게이상주의적인미국외교가실패하지않고미국우위의국제체제를유지할것인지에관한키신저의고뇌가담겨있다.키신저는보편적가치에기반한윌슨주의가국익과세력균형에기반한현실정치와결합되어야한다고말한다.실제로윌슨주의적동기와현실정치적동기가불일치할때미국외교는곤경에처했고,양자가일치할때는실패하는일이없었다.

21세기국제체제에대한키신저의관점
윌슨주의와현실정치그리고미국외교의선택

키신저는국제질서가안정적으로존재하려면세력균형에의한균형상태가존재하고공통의가치에의해뒷받침되어야한다고본다.키신저는나폴레옹전쟁이후메테르니히가주도한빈체제를이상적인강대국국제질서로보았다.빈체제는승전국들의4국동맹에기초한균형상태가있었고정통성이라는공통의가치에기반했다.패전국인프랑스도회의에동등한자격으로초대되었다.빈합의가이루어진1814년이후100여년동안유럽에서는대전쟁이없었다.반면1차세계대전이후들어선베르사유체제는불안정그자체였다.패전국독일을억제할수있는힘도,공통의합의도존재하지않았다.베르사유체제가붕괴되는것은시간문제였다.독일의힘과야망이너무강해져서더이상현상을유지할수없게되었다.제2차세계대전후패전국독일은분할되었고일본은점령되었지만승전국들은미국과소련진영으로나뉘었다.일종의균형상태가존재했고어느쪽도근본적으로현상을변경하려하지않았다.냉전이끝났고패전국인소련은해체되었고러시아는현상을변경할힘이없었다.그사이에중국이부상했고,현재의중국은제1차세계대전전의독일처럼현상을변경할동기도,능력도모두지니고있다.중국과주변국들의군비경쟁으로불안정성이높아가고있고민주주의와독재체제라는가치의충돌이존재한다.대만과남중국해문제는마치제1차세계대전을촉발한발칸반도문제처럼미국과중국모두사활적이익으로인식하고있어합의점을찾기가어려운상황이다.키신저가지금의국제정세가제1차세계대전직전의유럽과유사하다고본이유다.

유럽의30년전쟁과나폴레옹전쟁,그리고두차례의세계대전을깊이연구한키신저에게어떻게대전쟁을막을것인가는항상그의주된관심사였다.키신저가1970년대초에중국과의관계개선을시도하고이를지렛대삼아소련과의데탕트를이뤄낸것도핵전쟁의위험으로부터벗어나려는분명한목표가있었다.키신저는언론과의인터뷰에서“중국이압박을통해변화할것이라거나약화될것으로보는건위험한발상이다.…중국은세계가아닌,아시아에서지배적인세력이되길바라고있으며,미국과중국이모두동참할만한세계질서를제시하고균형점을찾는다면전쟁을피할수있을것이다.”라고말했다.키신저의사고는자신이1970년대초핵전쟁의위기에서소련과의데탕트를추진하던시점과연결되어있다.두적대적진영간의평화적공존방법을찾고자하는것이다.키신저는미국이중국을민주주의로개종하려하지말고적정한세력권을인정해주는것이대충돌을피할수있는현실적인방법으로보고있다.이는사실상중국이주장하는신형대국관계론과유사한측면이있다.다만키신저의경우는대전쟁을막기위해수단이라면,중국의경우는미국의패권을무너뜨리기위한위장전략일수있다.중국은윌슨이전의시대로돌아가야한다고주장하고,키신저는어느정도윌슨이전의시대로돌아갈수밖에없을것이라고말한다.키신저는미국이여러강대국중하나일뿐이며,더이상보편적가치에기반한질서를강제할수없을것이라고본다.

미국외교는어떤선택을하게될것인가.미국이“민주주의에안전한세계”라는윌슨주의의이상을포기할가능성이있는가.민주주의와민족자결,국제법,집단안보에기초한세계질서라는윌슨주의의목표를포기한다는것은미국인스스로자신들의예외주의와정체성을포기하는것과같다.미국이두차례의세계대전과한국전쟁에참전한것은어떤구체적이익이아니라민주주의라는가치를지키기위해서였다.현실주의자로서키신저는윌슨주의가미국이불완전한세계를헤쳐나갈수있도록하는필수적요소라고말한다.윌슨주의의목표는윌슨주의적방식보다는현실주의적방식으로달성될수있다고제시하고있다.실제로미국의대통령들은윌슨주의자처럼말하고현실주의자처럼행동하는경향이있다.도덕적가치이상으로세력균형을본능적으로인식하고있다.프랭클린루스벨트는히틀러를파괴하기위해공산주의소련과손을잡았고,닉슨은소련을약화시키기위해공산주의중국과손을잡았다.레이건은소련을악의제국이라부르면서도소련과의대화를마다하지않았다.조바이든은한미일안보협력체,쿼드같은다자동맹체제를구축하면서중국을억제하는전략을취하고있다.힘의계산이불확실하고유동적일때국가들은힘을시험해보고싶은유혹을받는다.다자동맹체제를통해힘의우위를유지하는전략은역내갈등을조장하기보다는중국의모험적행동을억제할가능성이있다.

바이든은중국이대만을침공하면미군을투입하겠다고공개적으로밝힌바있다.미국이윌슨주의의나라라는사실을생각한다면당연한태도다.냉전시기에서베를린이소련에의해점령되었다면전쟁이일어났을것이다.윌슨주의는지정학적위협만큼이나무력에의한현상변경을방관했을경우,그로인한규범과가치의붕괴를더두려워한다.이는미국이섣불리우크라이나전선에서러시아와타협할수없는이유이기도하다.궁극적으로냉전을끝낸것은키신저의데탕트전략이아니라레이건의압박전략이었다.윌슨주의의나라로서미국의국제적리더십이유지된다면현재의국제체제는19세기말의유럽보다는냉전시대와더유사한양상이될것이다.하지만미국의새로운정부가윌슨주의와거리를두게된다면,히틀러의독일처럼중국은교묘하게자신의힘을시험하고군사적모험을감행하게될것이다.그렇기때문에다가올대전쟁에대한키신저의경고는여전히유효하다.『헨리키신저의외교』는냉전과봉쇄정책에대한가장깊이있는분석서중하나이다.새로운냉전상황에서봉쇄정책이작동가능한지,딜레마가무엇인지유추할수있게해줄것이다.

『헨리키신저의외교』가한국에주는시사점
미중경쟁과한미일캠프데이비드합의

한국은지금역사적변곡점에서있다.현상을유지하려는미국의힘과현상을변경하려는중국의힘이충돌하고있다.두힘의충돌양상과결과에따라한국의운명이달라질것이다.어느한쪽이무너질수도있고,장기간또다른냉전이전개될수도있고,키신저의우려대로대전쟁이일어날수도있다.동아시아의유력한행위자로서한국의선택과전략에따라동아시아의판세가결정될가능성이높아가고있다.2023년8월19일한국은역사적이고의미심장한선택을했다.한미일캠프데이비드합의를통해민주주의라는가치에기반한한미일다자안보협력체를구성하기로한것이다.윌슨주의가동아시아에서처음으로제도화되기시작한것으로볼수도있다.

한미일캠프데이비드합의는동아시아판NATO의시작이될것이다.양자관계를넘어서는다자안보협력체는윌슨주의적집단안보에부합하고,미국이중국에대응하는데있어우세한입장에서게할것이다.한미일안보협력체는또한중국을견제하면서일본의행동을제약하는제도적틀로기능하게될것이다.키신저는일본이중국에대응해머지않아자체적인대량살상무기를개발하게될것이라고내다봤다.키신저는장기적으로일본의독자적행동을억제하는것을중국을견제하는것만큼이나중요하게보고있다.초대NATO사무총장인이스메이영국장군은NATO의목적을“러시아인을몰아내고,미국인을불러들이며,독일인을억누른다.”라고말한바있다.동아시아판NATO가한국으로서는최선의선택인이유이다.

한미일캠프데이비드합의는한국과미국모두에게역사적인순간이라고볼수있다.한국에게있어미국은중국뿐만아니라일본과의균형을잡기위한필수불가결한전략적지렛대이다.캠프데이비드합의는미국의고립주의적성향으로부터한미동맹을보호하는역할을하게될것이다.미국으로서는일찍이오바마대통령에이어조바이든이한국을미국의안보린치핀(핵심축)이라고불렀던그상황이실현되는것이다.이는미국의대유럽관계에있어영국이린치핀인것과유사한측면이있다.영국에게있어미국과의특별한관계(specialrelations)는미국의정책결정과정에대한영향력을유지하고,유럽대륙에대한균형을잡기위한수단이상의의미를지녔다.영국은미국이세계에관여하지않는것이지나치게관여하는것보다영국의국익에훨씬더위험하다는사실을잘알고있다.세계의안정과국익을위해미국을혼자내버려두지말아야한다면,아시아에서그역할을할국가는한국일것이다.

한미일캠프데이비드합의의또다른의미는한국이세력균형의논리에따라행동했다는사실이다.세력균형은지역내에서가장위협적인국가를견제하기위해여타국가들이동맹을형성하는것을의미한다.중국은동아시아에서지배적국가가되려는욕망을숨기지않고있다.캠프데이비드합의를통해한국은오랜적대감정을뛰어넘어일본과대중국연합을도모하게되었다.제1차세계대전이전까지영국과프랑스는오랜숙적이었으나,독일의팽창에맞서영불협상이라는느슨한형태의동맹을체결했고,이는제1차세계대전의승리로이어졌다.2차대전의적국이었던프랑스와독일의단결이냉전승리의또다른밑거름이되었다.

한미일캠프데이비드합의의마지막의미는한반도통일에대한지지가국제적인문서에처음으로담긴것이다.캠프데이비드정신에는“우리는대한민국의담대한구상의목표에대한지지를표명하며,자유롭고평화로운통일한반도를지지한다.”라고나와있다.이는장차한국이한반도통일과정에서미국과일본의지원을받게될가능성을열어놓았다.동서독통일과함께소련제국이붕괴되었듯이,한반도통일이전략적으로고려될가능성이있다.『헨리키신저의외교』는한국전쟁에대한미국의입장과전략에대한깊이있는분석을담고있다.키신저는한국전쟁당시한국과유엔군이38선을넘어북진하기로결정했을때중국의개입가능성을염두에두고어느지점에방어선을구축할지에대한전략적판단을내려야했다고말했다.새로운한반도상황에서의통일전략을위해반드시읽어볼필요가있다.

근대의역사는국가의운명을짊어진지도자들의고뇌와결단으로가득하다.30년전쟁의와중에프랑스의리슐리외가그랬고,1814년오스트리아의메테르니히가그랬고,1871년독일의비스마르크가그랬다.1914년미국의우드로우윌슨이그랬다.『헨리키신저의외교』는외교적선택지들을눈앞에둔수많은국가지도자들의고뇌와딜레마를보여준다.그리고그들의선택을통해근대역사가어떻게전개되어왔는지를보여준다.때로는불가피했고때로는탁월했고때로는어리석었다.『헨리키신저의외교』는국가의운명을걸고외교적선택을해야하는이시대의국가지도자들이반드시읽어야할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