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부재의시대,[대통령없이일하기]출간은우연일까운명일까?
이책이기획된것은2016년8월의일이다.매달1차례이상필자들이모여회의를하고,원고를분담하고,완성된원고로합평회를하며원고를고치고,책의방향을정하고….이런과정을거쳐8개월만에출간된이책은공교롭게도제목과똑같이,박근혜전대통령의탄핵후,우리헌정사상초유의‘대통령없는’시기에출간하게되었다.우연도이런우연이없다.
대통령없이일하기를꿈꾸었으나,결국은진짜로대통령이필요한때를맞닥뜨리게된내용을담은참여정부의대통령비서실이야기『대통령없이일하기』의운명이었을까?『대통령없이일하기』가진짜로대통령이없는,대통령부재의시대에출간되는것은어찌보면기막힌우연이고,어찌보면하늘의도우심이다.이책은‘우리시대에과연대통령이란무엇인가’란물음에대해우리모두에게화두를던져주고있기때문이다.
참여정부여서가능했던대통령없이일하기
-그러나사실은대통령이진짜로필요했던이야기
필자들과편집자의난상토론을거쳐이책의제목은『대통령없이일하기』로결정되었다.참여정부에서는대통령이없어도일할수있는‘시스템의정치’를꿈꾸었으나,박근혜정부에서는대통령이없으면아무것도안되고,대통령이모든것에간섭하고모든것을지시하는,그러나세월호7시간같은정작중요한일에는대통령이아무것도지시하지않는황당한현실에대한반영이었다.
결국『대통령없이일하기』는대통령이없어도일할수있는,‘시스템의정치’를추구했던참여정부대통령비서실의이야기이자,대통령없이일해보려했으나결국은대통령없이는안되는일도너무많더라는,대통령없는시스템의한계에대한고백이기도하다(7쪽.편집자의머리말중에서).
참여정부비서관들이말하는청와대의참모습!
박근혜정부를거치면서청와대가무슨음모의소굴같기도하고,시정잡배만도못한권력의온상같은이미지를국민들에게심어주었지만,원래의청와대는그런곳이아니었다.참여정부시기의청와대는대통령의지시에대해“대통령님은월권하지마세요!”라며대통령과계급장떼고맞장뜬비서관도있었고(77쪽),한미FTA등에대해대다수의비서관들이반대를해도끊임없이소통하고대화하며설득하려던대통령이있는곳이기도했다(251쪽).『대통령없이일하기』에는그런증언들이가득하다.
참여정부의비서관들이증언하는청와대는오히려너무나과중한업무탓에웬만한비서관행정관들은원형탈모나대상포진,치아임플란트서너개쯤은기본으로감수해야했던,3D업종에가까운힘든직장이었다(84쪽,209쪽,275쪽등).인사,국정홍보,업무혁신,해외언론,차별시정등다양한분야에서비서관으로일했던저자들이기록하는청와대의모습은힘들고고달픈격무속에서도대통령이꿈꾸던꿈이현실이되도록보좌하며,그를통해자신이꿈꾸던이상을정책으로이끌어내기위해고군분투하다때로는좌절도하고,때로는성취도맛보는,사람냄새나는청와대의모습이었다.
그모습을따라가다보면,책의곳곳에서그동안대중들에게잘알려지지않았던대통령노무현,인간노무현의모습을만날수있는것은『대통령없이일하기』가독자에게드리는일종의‘보물찾기’혹은‘덤’이라고도할수있다.
〈책속으로추가〉
드디어일이터졌다.대통령님께서임대주택건설사의부도로입주자들이겪는고통을다룬TV시사프로그램을보시다가문제가무엇인지파악하라고지시하셨고,다음날아침수석보좌관회의에서대통령님이보셨던방송이압축되어상영됐다.물론나는이미보았던프로그램이었고,그건은민원으로접수되어담당비서관하고이야기를나누었던건이었다.담당비서관은너무도별문제아니라는입장이었고,문제를조사해제시하기에는시간이걸릴수밖에없었던터였다.수석보좌관회의말석에앉아있던나는프로그램이화면에비추어지는내내눈물을참을수없었다.내잘못이라는생각을떨칠수없었다.내가정치를시작한일이나이자리에있는이유가무엇인데이런일이벌어지고대통령이문제를지적하실때까지대처를하지못했던가싶어정말속상했다.이유야어떻든가장어려운사람들이정책의미비로인해고통을당하는상황을민원으로인지하고도적극적으로해결하지못했다는자괴감은한동안가시지않았다.이후그사안은민원제안비서관의손에서떠나해당비서관이책임지고처리해야할일이되었다.
-161~162쪽.절반의실패절반의성공에대한추억중에서
참여정부출범시기에내각에참여한여성장관은역대정부에서가장많았다.강금실법무부장관,김화중보건복지부장관,한명숙환경부장관,지은희여성부장관이있었다.청와대에는박주현국민참여수석이임명되었다.민원제안,제도개선,법무,균형인사,업무혁신,해외언론,국정홍보,국내언론,교육문화,지속가능,빈부격차차별시정,시민사회,정보과학기술,정무,행사기획,보도지원등의영역에여성수석,여성비서관,일반직과별정직여성행정관들이근무했다.청와대의여성숫자는적지않았고여성들의목소리또한작지않았다.그러나결코같거나동등한것은아니었다.
죽을것처럼,죽을만큼최선을다해제도와시스템을만들어갔지만,새로운정부가들어서더니사람이바뀌고또제도와시스템도허물어지는것을보았다.그리고깨달았다.제도나시스템도중요하지만언제나사람이먼저인것을.누가,무슨생각으로,무엇을하려고하는지가시스템을통해구현되는것이고,그반대는아닌것을.성공과실패의이분법에갇히지않으며사람을중시했고사람만을바라보았던그시간들이10년이넘은요즘참으로새삼스럽다
-237쪽.“나이지긋한할머니가일기예보해주시면안되나요?”중에서
마지막으로내정된후보는김신일후보였다.그런데이후보는정말로대통령과일면식도없는인사였다.인사수석에게서추천보고를받은대통령은일단한번만나보자고제안하였다.이를테면면접이었다.교육부총리이니정부서열상으로도매우높은자리여서대통령이알지도못하는사람을임명했다고하면아무도믿지않을사실이었다.나도밖에있었다면‘설마…’했을터이다.그러나내가그진행과정속에들어가있었으니믿지않을수가없었다.
결국대통령과교육부총리로내정된김신일후보는인사수석이배석한가운데한시간반동안청와대에서만나만찬을하면서서로의교육관을피력하며대화했다.즉대통령의면접인셈이었다.김후보는두루두루신망받는,이를테면중도인사였다.여야를가리지않고신임을얻고있었으며평생교육의대가였다.또참여정부의교육정책인3불정책,즉본고사부활불가,고교등급제불가,기여입학제불가에도찬성하는인사였다.
장시간의대화를통해두지도자는총론에선교육관을같이한다는것을확인하였다.물론세부적인지론에선뜻이다른점도있었다.즉정부가부정적으로생각하는자립형사립고나특목고를평준화보완제도로접근해야한다는점을피력하기도했다.1)
결과적으로김부총리의인선은성공적이었다.김신일교육부총리내정자에대한평가는언론에서도긍정적이었고청문회에서도큰탈없이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채택하여임명할수있었다.김부총리는임기말까지교육부총리역할을성공적으로완수하였으며통합적인교육정책을펼치기위해많은노력을하였다.
-254~255쪽.인사로성평등을말하다중에서
어쨌거나세계는넓고외신은한없이많아서항상넘쳐나는업무를1+1으로처리했으니가성비는괜찮은비서관이던셈이다.게다가해외순방행사중에는김현보도지원비서관을빼고는유일한여성비서관이라는프리미엄덕분에틈틈이여사님공식행사도수행하는1+2비서관이었으니청와대전체를통틀어가성비는최상위권이아니었을까싶다.다만문제는1+1이업무강도가세서정설에따르면한명분의일만해도정년이2년(1년반이라는설도강력했지만)인청와대비서관이라는점이었다.
사실멀쩡하던치아를몇개나임플란트로바꿨다거나일하다쓰러져병원에실려갔다던가하는비서실괴담을들으면서도법조계에서가끔있는일이라나는나름단련이되어괜찮을거라고내심자신했었다.그런자신감이얼마나터무니없는지,그리고아무리열심히해도1+1은커녕외신대변인역할하나도제대로하기가만만치않다는것을깨닫기까지는한달도채걸리지않았다.
-275쪽.해외언론비서관실은무슨일을하나요?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