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동네

어떤 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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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볼품없고 가난하지만, 그래서 더 아름다운 어떤 동네
‘노후 불량 주거지역’이라 불리는 인천의 오래된 동네를 20여 년간 기록해온 유동훈 사진 에세이『어떤 동네』. 똑딱하고 나면 찍히는 인스턴트 사진이 가득한 세상. 전문 사진작가도 에세이스트도 아니지만 그 누구보다 감동적인 사진과 이야기를 전하는 유동훈의 동네 이야기를 담았다. 일제강점기 공장노동자들의 집단합숙소로, 한국전쟁 이후 피란민들의 터전으로 개발독재 시대에는 이농민들이 자리 잡아 마침내 동네가 된 곳. 저자는 그 동네의 주민으로, 사라져 가는 동네 구석구석을 오래된 카메라로 기록하고 있다. 관찰자의 입장이 아닌 동네 주민으로써 애정 어린 시각으로 기록해 간 사진과 이야기는 단순히 피사체를 담아내는 것이 아니라, 마을 사람들의 삶과 슬픔 그리고 행복과 상처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낡은 동네 골목에 모여 있는 해맑은 아이들, 근근한 살림에도 웃음을 잃지 않는 사람들, 젊은이들보다 더 삶에 애착이 깊은 노인들, 다닥다닥 붙은 지붕 아래 모여 있는 마음이 넘쳐나는 사람들……. 유동훈은 그곳에서 사랑 본 사람만이 포착할 수 있는 동네의 풍경을 슬프고 아름답게 그려낸다. 특히 일정한 삶의 기준에 맞춰 일방적으로 누군가의 삶을 ‘개선’시키려는 계획이 얼마나 어이없고 폭력적인 일이지 역설적으로 보여주며, 가녀리지만 씩씩한 동네 주민들의 모습을 통해 마음을 움직이는 이야기를 전한다.
저자

유동훈

저자유동훈은1969년인천에서났다.대학을다니면서포구가있는어떤동네작은공부방에첫발을디뎠다.지금도그곳에살면서공부방삼촌으로공동체를꿈꾸며일하고있다.아이들과함께인형도만들고,목공도하고,그림도그린다.어린이책에도관심이많아『새끼개』,『따뜻한손』,『우리동네에는아파트가없다』등에그림을그렸다.
자꾸만스러져가는동네와그동네이웃들의삶이안타까워사진을찍어왔다.고양이처럼살금살금동네골목을다니며조심스레사진을찍는데‘찰칵’하며골목에울리는셔터소리를좀무서워하는편이다.늘골목이웃들에게미안한마음이들게하는‘찰칵’소리는이십년이지났어도좀체적응되지않는다.그건동네와이웃들의삶을사각의틀안에담고싶다는것이어쩌면욕심일지도모른다는생각이드는탓이다.가난한이웃들의삶의여정과스스로의삶이하나이길바라는어떤동네사람이다.

목차

어떤동네,낡은담에기대선아이들/어떤동네,불량한소망/어떤동네,골목안에는
어떤동네,할머니할아버지/어떤동네,흩어진삶/어떤동네,작은학교

출판사 서평

“세상은우리동네를불량한사람들이사는불량한동네라고한다.”

사진이흔한시대다.비싼카메라로찰칵소리를울리며그날먹은음식사진을찍고,질좋은휴대폰카메라로순간의풍경을기록해개인블로그에올리고,‘예쁘다’는탄성을자아내는글과사진을모아책을내는일도아주익숙한시대.하지만,인천의오래된동네와그곳사람들의삶을20여년간몸과마음으로기록해온결과물인유동훈사진에세이집『어떤동네』는이러한‘트렌디’함의대척점에서있는우직하고투박한책이다.
『어떤동네』는전문사진작가나에세이스트의책이아니다.지인으로부터물려받은카메라로찍기시작한사진들의질감은거칠고,몇겹씩감정을삭이며쓴듯한글에서는무뚝뚝함마저묻어난다.그러나천천히책을넘기다보면여기실린사진과글이얼마나소중한우리공통의자산인지를절감하게된다.사라져가는것들에대한안타까움을절절하게담았을뿐아니라무엇이과연행복한삶인지,희망은어떤모습을하고있는지까지도성찰하게하는힘이그의사진에는있다.

누가여기를불량주거지역이라하는가
소위‘노후불량주거지역’이라고불리는가난한동네.일제강점기공장노동자들의집단합숙소였고,한국전쟁이후에는피란민들이맨손으로갯벌을간척하거나토굴을파고살기시작한곳,개발독재시대에는이농민들이자리를잡고얼기설기다락방을올리고집과집들이연결되면서마침내‘동네’가된곳.IMF이후에는아파트와공장들이주위를둘러싸기시작해지금은외딴섬처럼고립된어떤불량한동네….작가유동훈은대학시절에이곳을드나들기시작하다여기에터를잡고서20년넘게살고있다.집에서도학교에서도마음붙일데없는아이들의공부를봐주고미술활동도같이하는공부방‘삼촌’으로서(‘선생님’이아니다),동네에무슨일이있으면힘을보태는주민으로서,그리고사라져가는동네구석구석을카메라로기록하는작가로서말이다.‘관찰자’입장인외부의전업사진작가가아니라‘동네사람’으로서찍어온사진들에는그의애틋한‘마음’이고스란히담겨있다.작은공터에서뛰노는아이들의표정,다함께국수를삶아먹곤하던동네귀퉁이공동부엌,바람에날리는남루한빨래,편찮으신할머니의힘겨운나들이,그리고이제는세상에없는사람들의해맑았던한때….이모든것들은렌즈속에한번갇히고굴절되어나온대상화된이미지가아니라바로옆에서나와웃음과슬픔을같이하고있는것처럼보이고읽힌다.단순한다큐혹은기록물을넘어서는힘과감동이그의사진에담겨있는것이다.
사진의힘은이미지자체가아니라그사진이담고있는이야기에서빛난다.유동훈의카메라는단순히피사체를담는도구가아니라아이들의상처를보듬는따스한손길이되고할머니할아버지의세월을풀어내는이야기상자가되었다.그의사진은사물을보는다른방법,바로‘이야기의힘’을우리에게일깨워주고있다.

첫번째章‘낡은담에기대선아이들’은어떤동네골목에모여든아이들의어린시절을담았다.비좁은공동마당에서도바람처럼뛰노는아이들의상기된얼굴을보면“아!사람사는동네같다!”되뇌게된다는작가의말에고개를끄덕이지않을수없다.이제는대학생으로,노동자로,가게점원으로,군인으로성장해각자다른미래를설계하고있지만여전히이동네에남기를꿈꾸는아이들의믿음직한오늘은마지막章‘작은학교’에서다시확인할수있다.
두번째와세번째章에서는그곳에서살아본사람만이포착할수있는‘어떤동네’사람들의지혜가담긴구석구석을보여준다.좁은골목길에살림살이가쌓여어수선해보이지만거기자리잡은마땅한이유가있는물건들(92쪽),턱없이비좁은공간을알뜰히활용한사다리모양계단(101쪽),‘환경미화’가아닌몸으로그려낸생활예술벽화(108쪽)등은가난한이들의삶을일정한기준에맞춰재단하고일방적으로‘개선’시키려는계획이얼마나어이없고폭력적인일인지를역설적으로보여주고있다.
조금의힘이라도남아있는한부두에서그물을꿰매고,마늘을까고,굴을까며어떤일이든자립적으로해내던동네할아버지할머니들의가녀리지만씩씩한모습이네번째章에담겨있다.그러나본격적으로개발이시작되면서그들은근처빌라에세를들거나주택가반지하로이사해야했다.서로기대며뭉쳐살던이웃들은낯선곳에서고립되었다.이제곧40층이넘는주상복합아파트가들어선다는곳,폐허가되어가는마을곳곳을찍은사진들(‘흩어진삶’)을보면마음이스산해진다.그러나남아있는사람들은깨진돌과나무를주워조그만담을만들고,태풍이지나간자리에뚫린지붕의구멍을때운다.“바람이지나간자리에삶이이어”지는모습을담은사진(176쪽)은자못숭고함마저풍긴다.

모두가나누고또나누어모두가넉넉해지는꿈
가난한동네,사라져가는풍경,작고약한존재들을담는유동훈의사진에는마음을움직이는처연함과분노도있지만,삶을같이해온사람만이보여줄수있는유머또한돋보인다.우산을뒤집어빗물을받으며노는아이들(48쪽),못마땅한표정으로골목을지키는개(110쪽),마치와불같은동료의뒷모습(236쪽)등은저절로웃음을머금게한다.이런반짝이는찰나를잡아내는능력이란사진기술의문제가결코아닐것이다.
오랫동안스스로지켜온소중한삶이권력과자본의침식에의해참으로쉽게부서지고사라지며,희망이과연어디에있을까의심하며하루하루살아가는것은가진것없이이시대를견뎌내는사람들공통의모습일것이다.유동훈의사진과글은‘주변의것들을기록으로남기고싶다’는지극히소박한욕망에서시작된것이지만,이제는뿔뿔이흩어진사람들의가장건강하고아름다운한때의기록이되었고,‘가난’이라는소중한자산을공유했던사람들이일구었던문화인류학적?사회적인기록이기도하다.그의사진과글에배어있는페이소스는이시대낮은자리에있는모든이들이한마음으로공유할수있는것이되었다.
“나누고또나누어서더나눌것이없을만큼가난해져서모두가넉넉해지는하느님나라”를실제로꿈꾸고실천하는사람들이있는곳,그곳이바로‘어떤동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