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국립대학에는 엄청난 폭탄이 투하되었다.”
일본 국립대학 법인화를 앞두고 당시 국립대학협회 회장을 맡고 있던 교오토대학교 나가오 마코토 총장이 한 말이다. 이 말을 통해 당시 일본 국립대학이 느낀 충격과 고등교육계에 미친 파장을 충분히 알 수 있다.
이 책은 동아시아 고등교육의 모델로 자리 잡고 있던 일본이 이런 충격을 감수하면서 법인화를 단행해야만 했던 고등교육 개혁의 세계적 흐름을 살펴보고, 제국대학 시절부터 시작한 일본 국립대학 법인화 논의의 역사와 전개과정을 고찰하고 있다. 또한 영국, 독일, 미국과 일본 대학의 재정재무구조 및 관리운영의 변화, 법인화 이후 일본 국립대학의 목표관리 및 경영전략까지 총망라하여 살펴본 이 책은 고등교육 개혁에 대한 국내 최초 국제비교 연구서이다.
현재 한국 대학사회에서는 국·공립대학교 법인화 찬반 논의가 어느 때보다 한창 진행 중이다. 법인화에 찬반을 떠나 진정한 대학발전을 원한다면 꼭 한 번은 읽어보아야 할 책이다.
세계 고등교육 개혁의 흐름을 한눈에
이 책은 ‘국립대학 운영체제 개선방안 마련을 위한 기초조사연구’의 세계대학 사례연구(2004, 교육혁신위원회), ‘자율선택에 따른 국립대학 법인화를 위한 공청회(2006. 10. 6.)’의 주제발표 논문, 교육인적자원부 정책연구과제 ‘법인화 이후의 일본 국립대학의 거버넌스 및 재정운영 혁신에 관한 연구(정책이슈과제-11, 2006. 12. 30.)’, 각종 언론매체 기고문 등 지은이의 최근 4년간 논문이나 글을 묶어 수정·보완한 것이다.
4년이라는 기간과 다양한 연구가 보여주듯, 이 책은 일본의 국립대학 개혁을 주요대상으로 하고 있지만, 그것에만 국한한 연구서가 아니다. 다양한 자료와 도표를 통해 영국, 독일, 미국 등 여러 나라의 고등교육 개혁이 어떤 변화를 겪어왔고 어떤 방향으로 흘러갔는가를 한눈에 보여줌으로써 현재 우리 고등교육의 위상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만든다.
한국 대학개혁에 대한 다양한 논점 제시
지은이는 책머리에 “이 책의 직접적인 과제는, 법인화 이후 일본 국립대학 지배구조와 재정재무구조 변혁을 국제비교의 관점에서 분석하는 데에 있다. … 그동안 한국 국립대학과 여러모로 유사한 구조와 특징을 가지고 있던 일본 국립대학이 구미 대학개혁을 어떻게 받아들여 일본 현실에 맞는 지배구조와 관리운영체제 개혁에 반영했으며 그 장점과 한계가 무엇인지를 분석하여 가능한 한 시행착오를 줄이며 한국 대학개혁의 이념적 틀과 정책방향을 마련하는 데 이바지하려는 것이다.”라고 이 책이 추구한 연구 과제와 의의를 적고 있다.
또한 “한국사회에서 국립대학 법인화를 둘러싸고 … 소모적 논쟁과 갈등이 미만(彌滿)하는 가운데 … 다양한 학문 분야에 걸친 ‘대학 지배구조와 관리운영체계’를 국제비교 관점에서 분석하는 연구를 찾아볼 수 없었”고, “최소한 이 책에서 제기하는 많은 논점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되기를 간절히 기대한다.”는 말로 이 책이 앞으로 한국 고등교육 개혁에서 다양하고 건설적인 논쟁과 결실을 맺기를 바라고 있다.
한국 대학개혁에 대한 시사
지금 한국의 대학은 국제경쟁력을 갖춘 교육연구 거점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강력한 시대적 요청을 받고 있다. 이를 위해 고등교육의 중추인 국립대학이 법인격을 가진 권리의무 주체로서 목표관리에 입각한 교육연구사업을 추진하는 책임경영체제를 갖추는 것이 무엇보다도 시급하다. 이 책은 이러한 문제인식을 바탕으로 동아시아 고등교육의 모델(典型) 역할을 해왔던 일본 국립대학 법인화와 이에 따른 관리운영체제의 대변혁을 지배구조, 재정재무, 목표관리·경영전략이라는 측면에서 실증적인 국제비교 분석을 시도하고, 한국 고등교육 개혁에 필요한 이념과 모델의 설정, 방향정립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오랫동안 한국과 일본의 국립대학은 다양한 차원에서 조직적 유사성을 가지고 있었다. 따라서 법인화 이후 일본 국립대학의 지배구조 및 관리운영체제에 대한 국제비교 고찰은 한국 고등교육개혁에 적지 않은 시사점을 줄 것이다. 국립대학은 물론 사립대학을 포함하여 지배구조와 관리운영체계의 기본 틀 설정, 목표관리운영과 자금배분 기준책정, 국립대학 법인의 재정재무와 회계제도 정비, 국유자산 운용과 처리에 관한 기본지침 마련 등 어느 하나 우리에게 생소하지 않은 과제가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를 둘러싼 일본 교육 당국과 대학 간의 논쟁과 갈등을 실증적으로 검토하는 것은 우리에게는 시행착오를 줄이는 첩경이 될 것이다. 나아가 국립대학 법인화는 개혁의 끝이 아니라 목표관리운영과 그 결과에 따른 운영비교부금의 차등적·경쟁적 배분에서 보듯이 본격적인 개혁의 시작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향후 고등교육과 학문정책의 기본방향 및 개별 대학의 경영관리모델의 책정에도 이바지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