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불교는어느때보다많은정보위에서있습니다.경전은넘치고,강의는쉽게접할수있으며,해설서또한다양하게나와있습니다.그러나이상하게도,많이알수록더헷갈리는경우가많습니다.무엇이먼저이고무엇이나중인지,이가르침이어디로이어지는지분명하게잡히지않기때문입니다.
스님들도불자들도이문제에서자유롭지않습니다.아함을배우고,대승을익히고,유식과화엄을공부하지만,그것들이하나의흐름으로이어지지않으면각각따로머물게됩니다.그러다보면어느하나를붙잡으면다른것이흐려지고,전체를함께보는감각은점점사라집니다.
이책은바로이지점에서출발합니다.지금우리에게더필요한것은지식이아니라‘지도’라는문제의식입니다.지도는모든내용을설명하지않습니다.대신어디에서시작되었고,어떻게이어지며,지금내가어디쯤있는지를보여줍니다.이감각이잡히는순간,각각의경전과사상은따로떨어진것이아니라하나의길위에놓인장면으로보이기시작합니다.
불교는원래조각으로만들어진가르침이아닙니다.하나의질문에서시작된흐름입니다.괴로움은무엇인가,왜생기는가,어떻게벗어나는가.이질문이이어지면서표현이달라지고,설명이깊어지고,세계가확장되었을뿐입니다.
이책은그흐름을따라갑니다.아함은출발점으로놓이고,반야는그출발을끝까지밀어붙인자리로,유식은그과정이마음안에서어떻게일어나는지를밝히는자리로,화엄은그모든것이하나로드러나는세계로이어집니다.이렇게보면서로다른가르침이아니라하나의길이펼쳐지는과정으로보이게됩니다.
지금까지불교는종종‘점’으로이해되어왔습니다.개념은개념대로,경전은경전대로,수행은수행대로나뉘어전달되었습니다.이런방식은정리에는도움이되지만,전체를보게하지는못합니다.이책은그점들을다시이어하나의흐름으로돌려놓는작업입니다.
그래서이책은새로운이론을주장하지않습니다.이미있는가르침을다른방식으로배열합니다.무엇이먼저이고무엇이이어지는지를분명히하여,독자가스스로길을찾을수있도록돕습니다.지식을더하는책이아니라방향을잡아주는책입니다.
이과정에서일부설명은과감하게줄이고,일부는단순하게정리합니다.모든것을다설명하기보다,어디에놓여있는지를분명히하는데집중합니다.그래야이후어떤경전을읽더라도스스로위치를잡을수있기때문입니다.
결국이책이하려는일은하나입니다.불교를외우는대상에서보는대상으로바꾸는일입니다.
불교를점으로보면아는것이늘어나지만,흐름으로보면길이보입니다.이책은그길을보여주는지도입니다.
이지도를손에쥐는순간,불교는더이상어렵게쌓아야할지식이아니라,자연스럽게이어지는하나의이야기로다가옵니다.그리고그때부터공부는무거워지지않고,오히려가벼워지고분명해집니다.
이책은많이아는사람을위한책이아니라,제대로보고싶은사람을위한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