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꿀수없는

바꿀수없는

$20.00
Description
‘비전향장기수’

이 책「바꿀수없는」은 현직 사진기자인 저자의 기획기사 ‘빨갱이 나를 소환하라’ 그리고 사진전 ‘비전향장기수 19인의 초상-귀향’과 함께 ‘비전향장기수’ 2차 송환을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출간되었다. 책에는 북으로 돌아가야 할 ‘비전향장기수’ 19인의 초상과 일상을 담은 사진들과 그들의 육성 인터뷰가 담겨 있다.

2018년 한반도는 북핵과 통일의 열기로 뜨겁다. 4월 27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판문점에서 만났다.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었다. 두 정상은 ‘판문점선언’을 통해 70년 비극적 분단으로 인한 문제를 해결하기로 약속하며 두 손을 맞잡았다. 이를 지켜본 19인의 ‘비전향장기수’들은 낮은 탄식으로 화답했다. 선언문에 그들의 송환이 구체적으로 언급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비전향장기수’는 자신의 정치적 사상과 신념을 그와 배치되는 방향으로 바꾸지 않았다는 이유로 사회와 격리되어 장기간 수감된 사람들을 말한다. 비전향은 ‘방향을 바꾸지 않는다’는 의미다.
1933년 일제에 의해 시행된 ‘사상전향제도’는 일본과 우리나라에만 존재했다. ‘전향’이란 단어조차 일제의 사상검사들에 의해 만들어졌다. ‘변절’, ‘투항’, ‘굴복’ 등과 같은 자존심을 거스르는 말을 대신하여 당시 일제에 저항하던 사회주의 혹은 공산주의 사상가들을 회유하기 위해 만든 정치적인 용어였다. 패전이후 ‘사상전향제도’는 원조였던 일본에서 폐지된다. 그러나 남한에는 남았다. 이승만, 박정희를 거치며 오히려 ‘강제전향’의 폭압은 절정에 달한다. 자신이 단순한 전향자가 아닌 동지를 팔아 살아남은 변절자였던 박정희는 형기를 마친 좌익수들이 사회로 나가는 것을 두고 볼 수 없었다. 박정희 정권은 ‘사회안전법’을 만들어 전향을 거부한 이들을 재판도 없이 구금하고 무자비한 고문과 폭력으로 ‘전향서’를 받았다. 이를 견디지 못한 수백명의 좌익수가 도장을 찍었고 끝내 거부한 94명은 ‘비전향장기수’라는 이름을 얻었다.
이들 94명의 ‘비전향장기수’가 감옥에서 보낸 햇수는 2854년에 이른다. 1인당 평균 31년의 징역을 살았다. 혹독했던 일제 강점기에 징역을 제일 오래 산 사람은 박열로 23년이다.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장기수 넬슨 만델라는 27년을 복역했다. 한국의 ‘비전향장기수’의 평균 수감기간에도 미치지 못한다. 한국의 ‘비전향장기수’ 중 최장 복역기간은 무려 43년이었다.

그들은 우리 사회에서 잊혀진, 아니 기억해서는 안 되는 존재였다. 5.18과 민주화 투쟁이 있었다. 1993년 이인모가 북으로 송환되면서 비로소 ‘비전향장기수’들이 아직도 수감되어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그리고 김대중 정부가 들어 1998년 7월 ‘전향서’가 ‘준법서약서’로 대체되고 ‘비전향장기수’ 대부분이 석방되면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사상전향제도’는 오로지 한국에서만 50년 넘게 존속한 셈이다.

미룰 수 없는 송환 혹은 귀향(歸鄕)

2000년 남북정상이 합의한 6·15 공동선언에 따라 이듬해 1차로 63명의 비전향장기수가 북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미처 신청을 못했거나, 과거 강제로 전향서를 썼다는 이유로 30여명은 남한에 남아야 했다. 여론의 관심이 뜨거웠다. 해외 언론의 취재도 이어졌다. 하지만 그들은 다시 잊혀졌다. 그로부터 17년의 세월이 흘렀다. 2차 송환을 간절히 기다리던 이들 15명이 세상을 떠났다. 지난해까지 19명이 남았다. 안타깝게도 올해 김동수씨가 타계하여 이제 18명만이 남았다. 이들은 체포된 후 짧게는 21년, 길게는 37년을 감옥에서 보냈다. 이들의 복역기간만 해도 3백 64년이다.

28살 늦깎이 대학생은 10분의 전향 연설을 거부해 37년을 감옥에서 살았고 꽃다웠던 빨치산 여전사는 하얗게 머리가 센 노인이 되었다. 출소 후에도 ‘보안관찰법’의 감시는 계속되었다. 세상은 창살 없는 감옥이었다. ‘빨갱이’ 중에서도 ‘골수 빨갱이’로 낙인찍힌 이들이 연고 없는 타향에 정착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전국을 떠돌았다. 제대로 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궁핍한 생활의 연속이었다. 지금도 대부분이 생계급여에 의존하고 있다.
저자는 지난여름 폭염 속에서 전국에 흩어져 있는 19인의 ‘비전향장기수’들을 만났다. 그들의 육성을 기록하고 사진기 앞에 세웠다. 짧은 만남이었지만 이만큼의 기록도 전무한 실정이었다.

이 책「바꿀수없는」은 역사의 수레바퀴에 짓이겨질지언정 자신의 신념을 거짓과 바꿀 수 없었던 ‘비전향장기수’ 19인의 생존기다. 저자는 “그들은 역경을 이겨낸 만큼 강했다. 그리고 풍파를 겪고도 순수한 마음을 잃지 않고 있었다. 담담하게 전해준 그들의 증언은 화석에 피가 통하고 숨결이 이는 듯 생생했다."고 말한다.

어떤 이는 지금도 집요한 전향 공작을 이기지 못해 쓴 '전향서'가 뼈아픈 실수라며 자책했고, 어떤 이는 옆에 앉은 남한의 아내 앞에서 북한 아내를 그리워했다. 그리고 북에 두고 온 코흘리개였던 아들이 환갑이 넘었을 것이다. 한 번이라도 보고 싶다고 했다.
이들의 평균나이는 87세, 대부분 오랜 감옥살이와 고문의 후유증으로 병마와 싸우고 있어 언제 세상을 등질지 알 수 없다. 이제 18인이 되어버린, ‘비전향장기수’ 19인의 마지막 소망은 모두 같았다. 북녘의 고향으로 돌아가는 ‘송환’이었다.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는 “북으로 가기를 원하는 분들을 돌려보내는 것은 우리 사회가 강제전향제도의 악령을 떨쳐버리는 중요한 한 걸음이 될 것”이라고 했다.

바꿀 수 없는

수 십 년을 0.75평 차디찬 감옥에 살면서도 지켜야 할 정치적 신념은 무엇일까. 현실의 사회주의가 몰락하고 북한의 민낯이 알려진 뒤에도 바꿀 수 없는 그 신념이란 도대체 어떻게 만들어진 것일까. 70~80년간 세월의 흔적이 배인 그들의 초상을 보면 조금이나마 알 수 있을까.

이 책「바꿀수없는」의 저자는 23년차 현직 사진기자다. 그의 사진은 따뜻하지만 군더더기가 없다. 인물과 일상의 공간을 치장 없이 담아낸다. 저자는 이 책의 부제가 된 ‘비전향장기수 19인의 초상-귀향’이라는 주제로 사진전을 열었다. 책에 실리지 못한 사진들도 함께였다.
전시장을 찾은 사진 속 주인공은 “가족들도 제 사진을 둬서는 안 된다고 버렸는데… 거울로 매일 보는 얼굴이지만 사진으로 마주하니 쑥스럽다.”고 했다. 그는 일생에 단 한 번도 제대로 된 사진을 찍어본 적이 없었다.

단칸방을 찍은 사진 한 장에 그의 고단한 삶이 있다. 남쪽에서 이룬 가족사진, 구식 달력, 오래된 시계, 약봉지, 신문 더미와 책 뭉치가 노인의 키보다 높게 쌓여있다. 한 평 남짓의 정원, 통일구호가 내걸린 사무실, 병실의 침상과 어두운 건물 복도에서 마주한 그들은 늙고 병 들었다. 초상 사진 속에서도 더러는 지팡이에 의지해 있거나 환자복을 입고 산소 호흡기를 꽂은 채다. 하지만 검은 막 앞에 홀로 선 그들의 눈빛만큼은 끝내 전향하지 않은 신념과 자존을 뚜렷이 드러내고 있었다.
이들은 사진처럼 정직했다. 붉은 것을 붉다고 했다. 내 안의 생각을 속이지 않은 죄. 거짓을 말하지 않은 죄. 과연 그것은 정치적 신념이었을까? 마지막 책장을 넘기면 끝내 살아남아 스스로의 존엄을 지켜낸 이들이 묻는다.

당신에게는 ‘바꿀수없는’ 무엇이 있습니까?
저자

정지윤

1995년부터경향신문사진기자로일하고있다.23년동안사건,사고현장을취재하였고사진기획등을통해우리사회에서사라져가는풍습과생활상을따뜻한시선으로잡아내고자노력하고있다.최근에는뉴스사진을넘어역사적의미를담을수있는작업을이어오고있다.비전향장기수,제주4.370주년,쌍용차해고노동자,난민인권기획등지금까지50여편의다큐멘터리사진기획을진행했다.

■수상2006년한국보도사진상/2007년한국보도사진상,액설런트사진기자상
2011년한국보도사진상/2015년현장의사진기자상/2016년한국보도사진상
2018년한국편집기자가선정한올해의사진상
■경력2008년~2015년(사)민주언론시민연합언론아카데미사진강의
■개인전2018.10<귀향(歸向)_비전향장기수19인의초상>展-갤러리류가헌.서울

목차

추천사|한시도미룰수없는송환/한홍구004
추천사|돌아가야할방문객들/김혜순010
작업노트018

70년간전역하지못한인민군소위/류기진선생
73세,가장나이어린장기수/이광근선생
병상에누운‘백두산호랑이’/김동섭선생
내마음은이미통일이되어있다오/문일승선생
잡지속에담은어머니/김교영선생
전장에나선김일성대학여학생/이두화선생
쌍무기수의부치지못한편지/서옥렬선생
아쉬움은있지만후회는없다/허찬형선생
한반도배지에담긴통일의염원/양원진선생
지팡이늦은걸음으로라도/최일헌선생
꽃잎은바람에지지않고/박정덕선생
좁은감방에서27년,넓은감방에서20년/박희성선생
잊혀진여전사/박순자선생
막내이름도모르는아버지/오기태선생
60년의기다림‘송환’/박종린선생
다큐속아련한그의눈빛/김영식선생
진통제맞으며꾸는꿈/강담선생
10분과맞바꾼37년/양희철선생
이제는돌아갈수없다/故김동수선생

출판사 서평

편집자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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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TimeMachine
“인류가전쟁을끝내지않는다면전쟁이인류를끝낼것이다”라고말했던허버트조지웰스는‘타임머신’이라는개념을최초로문학작품의소재로등장시켰다.시간을거슬러과거로떠나거나시간을초월하여먼미래로여행하는이흥미로운개념은인류의상상력을자극했다.
웰스이후로수많은작가들이타임머신혹은시간여행이라는소재를그들의작품에형상화시켰다.지금도연간수십만대에이르는타임머신이상상공장의생산라인을빠져나와각각의사연을안고무한의시간대로출발한다.타임머신의무엇이대중의마음을이렇게사로잡는것일까?그내면에는시간이라는절대불가역의조건과불안한미래에대한공포그리고현재를‘바꾸고싶다’는욕망이자리하고있다.
그런데여기‘바꿀수없는’타임머신에갇혀버린이들이있다.2018년넌픽션이다.한반도에유일하게존재하는‘비전향장기수’가바로그주인공들이다.한반도에는36년의식민지배끝에해방이왔고,전쟁이있었다.그들은타임머신에강제로태워졌다.세상의시간은흐르고있었다.독재와4.19가있었고다시독재와5.18이있었다.민주화투쟁이있었고몇번의정권이교체되었다.그지난한세월동안그들의시간은정지되었다.육체는감금되었고신념은봉인되었다.고향에두고온어린자식들은두살혹은네살인채박제된기억으로남았다.이책은멈추어버린그들의시간을찍었다.

2.Photograph
사진은시간을정지시킨다.흐르는시간속에서찰나의빛과어둠,그경계를포착하는침묵의미학이다.그러나이책에등장하는비전향장기수19인의시간은저자의카메라에담기기이전에이미정지되어있었다.그래서사진들에는콘트라스트가거의없다.빛과어둠중에서그들삶의대부분이었을어두움만이트리밍되어있기때문이다.어떤캡션도필요하지않았다.

“이책을준비하는동안에김동수선생이돌아가셨다.인천의박종린,광주의서옥렬,음성의김동섭선생은건강이많이안좋으시다.나주의이두화선생도거동이어려워곧요양원으로갈예정이다.이분들은모두80대에서90대에이르는고령인데다가오랜옥고와전향공작과정에서의고문으로인한후유증과암투병에시달리고있어서언제세상을등질지알수없다.”
-김혜순민가협양심수후원회장추천사中
그들의삶과정신이정지된시간속에서도육체는늙고병들어마지막을가늠하기힘든순간을맞고있다.우리의역사와양심이이들을외면하는동안일어난일이다.


3.Profile
처음떠나온길은각기달랐다.인민군에입대해전쟁중에포로가되거나자진해서또는쫓겨서빨치산이되기도했고어린아들과아내를뒤로하고당의임무를받고남파되기도했다.그러나체포된후그들의시간은모두같았다.6~70년전의일이었다.평균30여년에이르는감옥살이를했다.몇줄로형언할수없는고문과전향공작반의집요한공작을견뎌야했다.짐승의시간이었다.대부분은그폭력의고통을이기지못했다.강제로날인했던전향서는무효를선언하였으나병으로장애로육체에각인된흔적은지워지지않았다.
혁명가로,전사로빛나던청춘은짧았다.감금당한채머릿속의생각을바꿀것을강요받았던감옥살이는길었다.출소이후버려진연고없는땅에서도감시와제한은계속되었다.끝없는감옥이었다.그럼에도신념은바꿀수없었다.거짓을강요하는세상에대한마지막자존심이었다.곤궁한삶의여정은깊게패인주름살골짜기마다묻었다.그들의마지막희망은모두한결같았다.피붙이가있는고향으로돌아가고픈‘송환’이다.

4.Unconvertible
류기진선생은인민군으로참전하였다가체포되어재판도없이11년의옥살이를하고60년을이방인으로살았다.93세인그는북으로돌아가전역신고를하고싶어한다.이광근선생은공작원으로남파되어사형선고후무기로감형되었다가22년을전향공작에시달리다출소하였다.故김동섭선생은중국해방군으로장개석군과싸웠고한국전쟁에참전하였다빨치산활동중체포되어사형을선고받았다가감형되었다.문일승선생은출소후에도감시를피해다니느라1차송환이있었다는사실도몰랐다.김교영선생은어릴적고향집이아직도눈에선하다.생사를알수없지만이두화선생의오빠들이생존해있다면아흔일곱과아흔셋의나이다.서옥렬선생이길을떠날때아들은세살과다섯살이었다.허찬형선생은식민지17년,인민군3년,빨치산3년,감옥살이15년후에51년을이방인으로살았다.18살에남로당비밀당원이된양원진선생은늘빨간색옷에한반도배지를가슴에차고다닌다.최일헌선생은두살배기아들과임신한아들을두고남파되었다.60년전의일이다.남편을따라빨치산전사가되었던박정덕선생은요양원에있다.오른쪽다리가없다.박희성선생은16개월된아들을두고왔다.그아들이올해쉰여덟이된다.박순자선생은아직도빨치산시절의꿈을꾼다.오기태선생이북에두고온자식들이름은춘자,정자,성일이다.막내는이름을짓지못하고내려왔다.박종린선생은감옥에서25년출소해서35년을살았다.고향으로가고싶어한다.거기에딸과사위,손자와손녀가있다.김영식선생은전향서를쓰고도27년을복역했다.2001년고문에의한강제전향은무효이므로이를취소하는양심선언을했다.양희철선생은10분간의전향연설을거부했다가37년의옥살이를했다.이들의모든꿈이이루어져2차송환이이루어진다하더라도김동수선생은이제돌아가지못한다.부산의한사찰에안치된유해만이북의아내와딸에게돌아갈날을기다리고있다.

무엇이었을까?그들을고장난타임머신에가두었던것은.
무엇이었을까?그들이바꿀수없었던것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