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의눈물을넘어,영광의한반도를꿈꾸다
도서출판우리겨레가출간한김종천작가의역사소설『이제는닦아야할반도의눈물』은임진왜란,병자호란,러일전쟁과한일병합에이르는조선과대한제국의비극을한반도의지정학적조건속에서재구성한작품이다.저자는조선의불행을외세의침략이나내부모순어느한쪽으로만설명하지않는다.해양세력과대륙세력이맞부딪치는반도의위치,국제질서를읽지못한지배층의무능,허약한국력,외세의존과민생외면이어떻게전쟁과굴욕의역사로이어졌는지를소설형식으로풀어낸다.
이책은세개의역사적파국을한줄기로꿰어낸다.임진왜란은일본의대륙진출야욕이조선을짓밟은전쟁으로,병자호란은명·청교체기의격랑속에서조선이감당해야했던굴욕으로,러일전쟁은러시아의남진과일본제국주의팽창이한반도에서충돌한전쟁으로그려진다.그끝에는대한제국의외교권박탈,군대해산,한일병합이라는망국의길이놓여있다.
저자는이과정을딱딱한역사해설이아니라생생한장면과대화로재현한다.부산진과동래성의함락,신립의탄금대패전,선조의몽진과불타는궁궐,광해군의중립외교,인조반정과병자호란,남한산성의겨울,삼전도의굴욕,포로로끌려간백성들,러일전쟁과을사조약,헤이그특사와군대해산까지조선과대한제국의격동이빠른호흡으로펼쳐진다.
『이제는닦아야할반도의눈물』은조선의패배와대한제국의망국을단순한과거사로남겨두지않는다.이책이끝내묻는것은반도의눈물이과연피할수없는숙명이었는가하는문제다.저자는그렇지않다고말한다.반도의눈물은지리적조건만이아니라,그조건을감당하지못한정치,허약한국력,외세의존,주권의식의결핍이빚어낸역사였다는것이다.
이문제의식은오늘의한국현실과도맞닿아있다.한반도는여전히강대국의이해가부딪히는자리에놓여있고,분단은고착되어있으며,동북아국제정세는요동치고있다.저자는조선의실패를되풀이하지않으려면강한국력만으로는충분하지않다고말한다.외세의전략에끌려다니지않고나라의진로를스스로결정할수있는주권의식,전쟁을막는평화의지혜,분단을넘어서는통일의길이함께필요하다는것이다.
〈글을맺으며〉에서저자는로마와조선을나란히놓고,반도라는지리적조건이곧약소국의굴욕으로이어지는것은아니라고말한다.이탈리아반도의작은도시국가였던로마는대제국으로성장했지만,조선은경직된사대부지배체제와사대의식,허약한군사력,민생외면속에서전쟁과망국의길로들어섰다.
그렇다고저자가오늘의한국을비관적으로만바라보는것은아니다.한국은식민과전쟁,분단을겪고도경제적성장과민주주의발전을함께이룬나라다.4·19혁명,6월항쟁,촛불항쟁으로이어진시민의힘은조선과다른현대한국의저력이다.이책은그힘을바탕으로한반도가더이상외세의각축장에머무르지않고,주권국가로서자신의운명을스스로결정하는땅이되어야한다고말한다.
이책은조선사와대한제국사,임진왜란·병자호란·러일전쟁에관심있는독자뿐아니라,오늘의한반도정세와주권,자주,평화,통일의문제를역사적시야에서바라보고자하는독자에게도깊은울림을준다.과거의비극을되짚어오늘의한반도가풀어야할과제를묻는다는점에서,『이제는닦아야할반도의눈물』은한시대의역사소설을넘어주권과평화의길을성찰하게하는기대작이다.
이책의특징
①임진왜란·병자호란·러일전쟁을한줄기로꿰어낸역사소설
이책은임진왜란,병자호란,러일전쟁과한일병합에이르는조선의비극을하나의흐름으로엮어낸역사소설이다.부산진과동래성의함락,탄금대패전,선조의몽진,광해군의중립외교,인조반정과병자호란,남한산성의겨울,러일전쟁과을사조약,헤이그특사와군대해산,한일병합까지조선과대한제국의격동이빠른호흡으로펼쳐진다.
②‘반도의숙명’이아니라지배층의무능과외세의존을묻는책
책은한반도가반도라는이유만으로전쟁과굴욕을피할수없었다고말하지않는다.저자는조선의비극을지리적숙명이아니라내부의무능과폐쇄성,사대와분열,민생을외면한지배층의책임에서비롯된역사로본다.국제질서를읽지못한왕권,당쟁과명분에갇힌사대부,허약한국력과군사력,백성의삶보다특권유지에매달린국가운영이어떻게전쟁과망국의길을열었는지를집요하게추적한다.
③역사해설과소설적장면을결합한대중역사서
딱딱한역사해설대신인물의대화와장면묘사를통해조선의위기를생생하게되살린다.전쟁을준비한일본과전쟁을외면한조선,도망친임금과불타는궁궐,남한산성에갇힌조정과굶주린병사들,나라가망하는순간에도특권을지키려한지배층의민낯이소설속장면에서드러난다.역사적사건을따라가면서도독자는국가,지배층,외교,민생의문제를함께생각하게된다.
④조선의실패를오늘의한반도현실로되묻다
책의문제의식은과거에머물지않는다.저자는후기에서“반도의눈물은피할수없는숙명인가”라고묻는다.오늘의한반도역시강대국의이해가부딪히는자리에놓여있으며,분단과외세의존의문제는여전히현재형이다.저자는반도의비극을되풀이하지않으려면강한국력만이아니라자주적인판단,평화의지혜,통일의길이필요하다고말한다.
⑤비극을넘어미래를모색하는역사소설
책은조선의패배와대한제국의망국을비통하게되짚지만,결말은비관으로닫히지않는다.저자는현대한국이조선과달리경제력,군사력,기술력,민주주의의힘을갖춘나라가되었다고본다.반도의눈물은숙명이아니었고,이제는그눈물을닦고한반도의운명을스스로바꾸어야한다는것이이책의최종메시지다.
책속에서
p.6
우물안개구리였던국왕과양반들은편견과고정관념에사로잡힌경직된시각으로국제질서의변화와실상을제대로보지못했다.그들에게는오로지한족(漢族)의중화문명만이숭배의대상이었고,그밖의것들은단지미개한오랑캐문화였을뿐이었다.
p.78
명황제는조선이명나라를섬기니조선에은혜를베푼다는사대관계를파병의명분으로내걸었다.하지만그들의속내는조선땅이왜국의명나라침략에교두보가되는것을막으려는데있었다.
p.99
흰옷을입은이순신이무릎을꿇었다.도성에서온선전관이교지를읽었다.이순신은무릎을꿇은채두손으로교지를받았다.그는임금이있는북쪽으로절을하지는않았다.임금은그에게임무를준사람일뿐충성의대상은아니었다.그가충성을바칠대상은삼천리국토와그땅에서살아가는백성이었다.
p.105
이순신의조카이완이처절한표정으로물었다.“전쟁이끝나면우리는모두도성으로압송되어문초를받고참수
되겠지요?”이순신이비장한얼굴로답했다.“나하나가죽어서그대들모두를살릴것이다.”
p.330
잠시후에외부대신박제순이회의용탁자에놓여있는조약안에직인을찍었다.이어서학부대신이완용,내부대신이지용,농상공부대신권중현,군부대신이근택이각자직인을찍었다.이토는흐뭇한얼굴로공표했다.“이로써대한제국내각은조약안을의결하였소.”
p.346
허위가서대문형무소의교수대에올라서자일본승려가명복을빌어주려고독경을시작했다.그는승려를바라보며웃는얼굴로말했다.“그만두시오.충의의귀신은스스로마땅히하늘로올라갈것이오.혹지옥에떨어진다하더라도어찌그대들의도움을받아서복을얻겠는가.”
p.357
“빼앗긴나라를되찾기위해소신들은온몸을바치겠나이다.폐하께서의병양성에쓰일자금을도와주신다면황은이망극하겠나이다.소신들이훗날연해주에대한제국의망명정부를세워서폐하를모실계획이오니그때까지참고기다리시옵소서.”고종은이편지를읽자마자불속에집어넣었다.편지의내용은순식간에그의뇌리에서사라져버렸다.
p.362
조선의눈물은결코지리적숙명이아니었다.반도의눈물은내부의무능과폐쇄성,사대와분열,민생을외면한지배층의책임에서비롯된것이었다.그럼에도한국사회에는조선과다른힘이있다.우리국민은여러차례독재권력을무너뜨리고민주주의를지켜냈다.4·19혁명,6월항쟁,박근혜탄핵,윤석열탄핵은세계사적으로도보기드문시민의승리였다.
p.364
반도의비극을넘어서는길은자주와평화,그리고통일에있다.자주가있어야외세의각축장이되지않고,평화가있어야전쟁의참화를막을수있으며,통일이있어야한반도는더이상남의힘에휘둘려지는분단의땅으로남지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