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빈곤과불평등문제를방치한다면,가난한사회구성원일부를기대수명의차이만큼감금하거나사형대에보내는것과다르지않다.”
1인당국민소득이6천달러를넘어절대빈곤문제가해결되고중산층이중요사회집단으로등장하면,환경이슈와건강이슈가등장하게된다.1987년당시3,218달러에불과했던한국의1인당국민소득은지난20년간6배이상성장했다.그러는사이민주화도절차적으로공고화되었고세계11위내지12위의경제규모를자랑하게되었으며,너도나도앞다투어건강과웰빙을다투는시대가되었다.한국사회는정말건강해졌는가?
민주화이후한국사회의가장큰변화를꼽으라면단연불평등이심화된것이다.특히1997년세계화의충격은그속도를제어하기어려울정도로가속화시켰다.부자가더욱부유해진반면가난한사람은더가난해졌다.빈곤문제는‘신빈곤’이라는이름으로다시등장했다.출산율의급격한저하와세계최고수준에다다른이혼율의증가도있었다.과거와는비교도할수없을정도로강력범죄는빠른속도로늘고있으며,10대임신과가정폭력,학교폭력,우울증등모든지표가다나빠졌다.
“정부가빈곤과불평등문제를방치한다면,가난한사회구성원일부를기대수명의차이만큼감금하거나사형대에보내는것과다르지않다.”
구매력있는중산층들이비싸도몸에좋다는웰빙품목의먹거리,유기농,건강기능식품,자연식을찾고,명상이나요가등웰빙에열광하면서지난10년간웰빙은한국사회최고의키워드이자성장산업이되었다.기존의모든상품이유행처럼웰빙버전으로업그레이드되고있으며,TV와신문등미디어프로그램에는잘먹고잘사는법이넘쳐나고,몸과마음을다스리는법에대한책이베스트셀러를차지하는등모두가웰빙을말하고있다.그런데왜스트레스성질병이늘고사회적갈등이나우울증,일상적폭력과강력범죄가증가하는등사회는병들어가는것일까.그것은건강에대한한국사회의지배적인관점이지나치게표피적인데다가사회환경적차원과탈맥락적으로이해되고있기때문이다.
국내에서건강과사회적환경의관계에대한연구가없었던것은아니다.그러나대체로“잘사는사람이더건강하고가난한사람이더많은병에쉽게걸린다는사실”을확인하는정도이며,사회적환경이개인의건강에영향을미치는구체적인과관계나전달메커니즘은거의연구되지못했다.불평등에대한연구또한거시적이어서그것이어떻게개인들에게파괴적효과를가져오는지는탐구되지못했다.
이책,"평등해야건강하다"는건강에대한사회학적해석과불평등의미시적.거시적효과에주목해,사회적환경이나빠지면서개인의건강도나빠지는복잡한관계를규명한역작으로,저자윌킨슨은이분야를대표하는세계적인명성을얻고있다.특히불평등이라는사회적환경때문에한사회에서살아가는‘모든계층’이폭력과우울증으로고통받게된다는점을여러사회의사례를통해보여주고있어,건강에대한사회적접근이이제막시작된한국사회에는더없이의미가있는책이다.
이책의번역인세는역자의뜻에따라<보건의료단체연합>에기부된다.잘알려져있듯"보건의료연합"은한국사회에서건강불평등문제를해결하기위해활발하게활동하고있는의료분야전문가들의단체이다.
책의주요내용
①불평등한사회일수록사망률이높다
미국내에서도부유한지역에사는16세백인남성의기대수명은74~75세였지만극빈지역의흑인남성의기대수명은59세로그차이는16년이나된다(본문中).
한사회에서건강수준은보통사회계층이높을수록좋아진다.기대수명이나장애,사망률을살펴보면소득·교육·직업을기준으로한사회적피라미드에서상층으로갈수록건강수준이높게나타나고하층으로내려올수록낮다.
그러나이책은GNP등으로계산되는사회전체의소득수준이나재산의절대적수준이높으냐낮으냐가아니라,상대적소득격차가핵심이라고말한다.세계에서가장잘살고보건의료비로엄청난돈을쓰고있지만불평등이심한미국은,GDP수준이미국의절반에해당하는그리스보다평균기대수명이더낮으며세계25위에불과하다.심지어미국의극빈지역(뉴욕의할렘이나시카고의남부등)에사는사람들의사망률은,세계에서가장가난한나라인방글라데시에사는사람들보다높다.
중동부유럽의공산주의국가들의평균기대수명은1960년대후반까지만해도이들보다훨씬잘사는몇몇서유럽국가들보다도높았지만,그이후소련식자본주의적경제개혁을도입하면서,그리고결정적으로는탈공산주의적전환기에소득불평등이급격히증가함에따라기대수명이재앙에가까울정도로크게줄어들었다.
윌킨슨은절대적빈곤선을지나온국가들의경우문제는상대적소득격차이며그것이사회전체를병들게하는심리사회적효과에주목한다.따라서건강불평등은단순히빈곤층이나하위20%집단만의문제가아니라는것이다.
②건강을위협하는심리사회적요소
지위가낮다고생각하거나상대적박탈감을느끼는이유는낡은자동차나누추한집이불편해서가아니다.열등한물건을사용해근근이버텨야한다는것자체가사회적낙인이기때문이다.질낮은물건을사용한다는것은그사람이다른사람들과비교해2류인생을사는2류사람임을의미한다.
사회적불안,수치심,우울,폭력이라는감정들은모두사회적비교에서생기는감정이다.이런감정들은자신이열등하다거나실패했다고느낄때(낮은사회적지위),여기에자기나름대로대응하면서갖게되는감정이다.또한사회적인간관계는사람들에게거부당했다/인정받는다거나,자신이매력적/매력적이지못하거나,존중받고있다/존중받고있지못한다고느끼는데영향을미친다.마지막으로어린시절애착관계의결핍이나불안정도그이후경험하게되는사회적불안에취약하게만든다.
이세가지심리사회적요인들은불안감을일으켜,질병에대한면역력을떨어뜨리고노화를가져오는만성스트레스를초래한다.예컨대백인밀집지역에거주하는부유한흑인의건강수준이,흑인밀집지역에사는흑인들보다나쁜것도이런이유에서이며,이때문에사람들은비슷한사람들끼리모여산다.이를‘집단밀집효과’라고하는데,이는인간이타인의시선을통해자신을평가하는성찰적존재이며사회적동물이기때문이다.인간모두에게필요한것은바로존중받고있다는느낌이다.따라서사람들은타인이자신을어떻게평가하는지주변을관찰하며자신이미련하거나못생겼거나열등하거나지루한사람으로비칠까걱정한다.이런사회적평가에대한두려움은곧수치심(사회적불안)으로이때문에사람들이권위에복종하고순응하게된다는것이다.예컨대,모든사람이잘못된답을말했을때실험대상자는다른대답을하지않고전체집단의의견을따르는경향이있다는실험(SolomonAsch의실험)은이를잘보여준다.그러나다른한편수치심은치욕?경멸?체면손상에분노하거나폭력으로이어지기도한다.
③불평등에상처받는사람들:폭력,범죄,살인,10대임신
미국50개주와캐나다10개주를대상으로소득불평등과살인율을비교한바에따르면소득불평등에따라살인율은최소한10배가차이났다.불평등과폭력의관계를말할때문제가되는것은가난한사람들사이에서빈번하게발생하는일상적폭력인데,대부분의도시에서가장위험한지역은빈곤지역이다.윌킨슨이재인용한교도소수감자와의인터뷰를보자.“내가만난교도소수감자들은‘왜다른사람을공격했는가’라고질문하면언제나‘나를무시했기때문’이라고말했다.”불평등과낮은사회적지위에시달리게되면사람들은자신이무시당했다고느낀다.폭력사건은창피를당하거나무시당했다고생각하는사람들에의해발생한다.왜냐하면이들은,“남아있는……한가닥자존감”이라도부여잡거나유지하고자하는욕구가가장강하기때문이다.이사실은불평등과낮은사회적지위가우리의존엄성과자존심에얼마나큰상처를입히는지를보여준다.
④불평등과사회적편견·차별
불평등은인종,종교,젠더가운데어떤기준으로나누든간에취약집단을향한사람들의태도에영향을미친다.평등한사회에서어떤차이들은전혀편견이나분열을일으키지않을수도있다.그러나경제적격차가우월과열등이라는기준에따라각사회집단의관계를주도하게될때,이런차이는심각한공격과차별의표적이된다.사람들은자기보다우월한사람들에게무시당하면,자신이업신여길수있는개인이나집단에게직접폭력을휘두르거나차별적인언행을퍼붓기도한다.이는자기의우월성을주장해자존심을회복하기위한것이다.따라서우리는린치같이너무나지독한차별행위로이어지는과정이,사회상층의온건하고은근한사회적배제나거만함과함께출발했다는사실을인식할필요가있다.
⑤지배전략vs.친화전략,그리고건강
인간이경험하게되는사회적관계의유형은‘지배의관계’와‘친화의관계’로나눌수있다.지배의관계는서로경쟁자가되어강자가약자를약탈하고위계질서속에서상대를갈취하는관계다.반대로친화의관계는서로가원조?우정?협력의대상이되는관계를말한다.여기서우리는,단순히개인차원을넘어서한사회가평등한지불평등한지에따라그사회구성원들이선택할수있는사회적전략이전반적으로달라진다는사실에도주목해야한다.불평등은더이기적이고,덜친화적이며,반사회적이고,스트레스를더받게하고,폭력수준을높이며,공동체적결속을약화시키고,건강을악화시키는사회전략들을부추긴다.한편평등한사회는친화적이며,덜폭력적이고,상호지지적이며,포용적이고,좀더나은건강상태를가능하게한다.
⑥결론:평등해야건강하다
한개인이아무리요가나명상을하고,유기농음식을먹는다고해도병든사회를완치시키지는못한다.중산층을겨냥하고있는이런웰빙상품은스트레스의근원인불평등과상대적박탈감을오히려악화시킬뿐결코해소시켜주지는못한다.웰빙상품은어떤면에서는건강과소비를연결하는악순환의고리를만들뿐이다.그러나반대로저소득층을위한의료서비스를확충하는것이근본적인대안인것도아니다.물론무상의료서비스가부족한한국의상황에서이를확충하는일은분명히의미가있고필요한일이지만,윌킨슨은그것이사후적인해결책에불과하다고지적한다.더욱이이런전략은‘가난한사람의건강이나쁘다’는좁은의미의건강불평등에뿌리를두고있기때문에건강불평등을미처자신의문제로생각하지못하는다른계층의지지를끌어내기에는역부족이다.
이에윌킨슨은건강불평등을해결하는가장빠르고적극적인방식은전체사회의불평등을완화시키는일이라는점을명확히한다.특히우리가주목해야하는점은,그가말하는평등이현실을완전히뒤집는유토피아적인평등이나반자본주의적질서가아니라는점이다.스웨덴의사례,인도와스페인의협동조합,기업의종업원지주제처럼,그는현실속에서좀더많은사람이수긍할수있고,좀더많은사람이건강해질수있는대안들을찾아내려고노력한다.생활속에서작은평등을이루어가는방식들은이것외에도무궁무진하다.여기서중요한것은다양한대안들을재발견하고실천하려는의지와노력이다.
이책의관점
①인간이가진사회성의진화론적뿌리를탐구
이책이흥미로운것은인간이사회적동물로‘진화’했다는관점이다.원시수렵?채집사회는다른영장류의진화에서는찾아볼수없는규모의협력?공유?평등주의를보여준다.윌킨슨은인류가줄곧희소자원을둘러싼‘만인에대한만인의투쟁’이라는홉스적투쟁의‘가능성’속에서살아왔지만,이갈등이일어날가능성을방지하기위해수렵.채집사회에서는서로선물을주고받고식량을공유함으로써스스로사회적계약을만들어내어경쟁을폐기했다고말한다.좀더구체적인진화의증거를살펴보면,보통집단의규모가클수록뇌의크기가커지는데,인간의경우뇌가커진이유는‘사회적’문제를해결하기위한것이었다.또한다른영장류들이사회적유대관계를형성하는방법으로사용하는‘털고르기’대신,인간은집단의구성원이많아지자같은목표를달성하면서도시간을훨씬절약해주는방법으로‘말하기’전략을사용하게되었다.또다른흥미로운사례는영장류가운데눈동자에흰자위가있는동물은인간밖에없다는사실이다.그것은다른영장류들의생존전략과달리인간은서로에게시선을노출해서로이해받고협력하는전략을선택했음을보여준다는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