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반의 인민주권

절반의 인민주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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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출판사서평]

오늘의 한국적 맥락에서 이 책은 논쟁의 주제를 담고 있다. 왜냐하면 첫째, 이 책은 민주주의는 직접 민주주의가 아니라 대의제 민주주의라는 점을 분명히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둘째, 대중과 민주주의를 이상화하는 그 모든 이론의 한계를 비판하면서 현실주의 민주주의론의 구축을 분명히 하고 있기 때문이다. 셋째, 이른바 ‘운동정치론’와 같은 민주주의 이해 방식과는 매우 다른 민주주의론을 개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

E.E.샤츠슈나이더

저자:E.E.샤츠슈나이더(ElmerEricSchattschneider)
미국을대표하는정치학자로,1892년미네소타주베다니에서태어나1971년사망했다.피츠버그대학교에서학사와석사학위를취득했으며1935년콜롬비아대학교에서박사학위를받았다.
콜롬비아대학교,뉴저지여자대학(현루트거스대학교)등에서교편을잡다가1930년부터1960년은퇴할때까지웨슬리언대학교에서학부생을가르쳤다.아울러그는미국정치학회회장(1956~1957)을역임했다.
샤츠슈나이더는갈등에바탕을둔정당이론분야에서세계적인명성을떨쳤다.‘샤츠(Schatts)’라는애칭으로도유명한그의이름을따제정한‘샤츠슈나이더상’은미국정치학분야에서최고의박사학위논문에수여하는것으로유명하다.

주요저서로는『정치,압력,그리고관세Politics,PressuresandtheTariff』(1935)『정당정부PartyGovernment』(1942)『정당정부를위한투쟁TheStruggleforPartyGovernment』(1948)『미국정치에서의균형과변화EquilibriumandChangeinAmericanPolitics』(1958)『절반의인민주권TheSemisovereignPeople』(1960)『정부를찾아나선2억명의미국인들TwoHundredMillionAmericansinSearchofaGovernment』(1969)등이있다.  

역자:현재호
고려대학교아세아문제연구소연구교수
"정당간경쟁연구,1952~2000:선거강령에대한공간적분석을중심으로"(2004)  

역자:박수형
연세대학교국어국문학과를졸업했고,"민주화이후한국의정치제도변화에관한연구"라는논문으로2011년고려대학교에서정치학박사학위를받았다.역서로『미국헌법과민주주의』(공역,2004),『절반의인민주권』(공역,2008)이있으며,현재고려대학교학문소통연구회연구교수로재직중이다.
  

출판사 서평

이책이말하고자하는바를한마디로요약하면이렇다.아무리민주주의정치체제라할지라도정당정치가사회갈등을폭넓게조직하고동원하고통합하지못한다면그때의‘인민주권’(popularsovereignty)은사실상그절반밖에실현되지않는다는것이다.
우리사회에서‘갈등’은없애야하고극복해야할부정적인것으로이해되고,정당은정치계급들의특권조직처럼이해되는경우가많다.따라서이책에서사회갈등이민주주의의동력으로,정당이사회갈등의조직자이든통합자로정의되는것자체가다소낯설어보일수도있다.하지만갈등이란,지역?종교?소득?직업?성?고용형태등우리가스스로를정의하는사회적차이때문에만들어지는것이며,한미FTA찬성이냐반대냐국가개입과시장자유의범위를어떻게설정할것이냐등등의사안마다사회구성원을이런저런형식으로분기시키는요인을말한다.요컨대사회갈등없이그누구도사회속에서존재할수없는것이다.
민주주의는이런갈등때문에불러들여진정치체제이고또갈등때문에존재한다.갈등이없다면민주주의는존재해야할이유가없다.한마디로민주주의는갈등에기반을둔정치체제이다.그런데사회적으로존재하는갈등의구조와정치의영역에서존재하는갈등의구조가큰격차를갖는다면어떻게될까?특정인종이사회적으로큰차별의대상이되고있음에도불구하고정치적으로는동원되거나조직되지못한다면어떻게될까?고용조건이나임금에서큰차별을받는비정규직의문제가정치의영역에서다퉈지고있지않다면,시민으로서그들의주권은어떤의미를갖는것일까?
‘인민’(demos,people)즉보통의시민이나일반대중이자신의이익을‘직접’조직하고정부에압력을행사하면되지않을까?저자는그렇지않다고한다.사적이익집단이든공익적사회집단이든이들이동원할수있는사회갈등의범위(scope)는그리넓을수없기때문이다.각자의협소한이익과관심의범위를넘어갈등을폭넓게조직하려고해도어느수준에이르면,갈등의범위를확대하자니참여자가줄고참여자를늘리자니갈등의범위를축소할수밖에없는상황에처하게되기때문이다.이를‘사회집단에의한정치적동원의불완전성법칙’이라부른다.
또다른문제는,사회집단들이정부를향해경쟁적인압력행사를최대한조직한다하더라도실제직면하게되는귀결은‘상층편향적인’(upperclassbiased)정치체제라는데있다.이책이다원주의(pluralism:사회여러집단이익들의경합이만들어낸결과를민주주의로보고정치와정당의적극적역할을부정하는이론)에시종일관비판적인것은바로이때문이다.다원주의의이상에가까워진다고해도가난한보통시민의주권은무력할수밖에없다는것이다.


2.민주주의에서대중의권력을강화하는최선의방법은?
그렇다면인민주권이제대로실현되려면어떻게해야하는가?이책은‘갈등의사회화’를말한다.달리말하면최대한많은사람이갈등에관여할수있게해야한다는것,곧갈등의범위를확대하는것이다.예컨대비정규직문제를개별사업장의문제에국한하는것이아니라,고용구조나경제체제의내용을둘러싼갈등으로바꾸는것이대표적인예이다.혹은미국의오바마처럼백인과흑인사이의인종문제를어느한편에서접근하기보다흑인이든백인이든인종문제로고통받는미국시민이해결해야할사회개혁의중심과제로접근함으로써더넓게갈등을조직하는것도이런사례에속한다.
상층계급은갈등의사사화(privatization)즉,기업이든시장이든자신이관장하는사적영역으로국지화하길원한다.왜냐하면이영역에서는자신들이강자집단이기때문이다.갈등의범위가기업과시장을넘어사회전체적으로확대되기를원하는사람들은당연히약자들이다.그들은갈등의문제에더많은사람들과집단이관여하게됨으로써사적영역에서자신들의약한지위가달라지기를바란다.그렇다면민주주의에서갈등의범위를확대하는최선의방법은무엇인가?그것은갈등을공적영역으로전환하는것이다.
민주주의에서사회갈등을공적영역으로전달하는것은정치의기능이다.그리고정치의핵심기구는정당이다.그러나사회갈등을공적영역으로전환하는일은쉽지않다.상층계급은이를막으려하고,그래서공적영역과정치,정당에대한부정적편견을동원하는데열심이기때문이다.“정치?정치인?정당을공격하고비당파성에찬사를보내는것은갈등의규모를통제하려는”이들의대표적인전략이다.
다수의사회약자들의주권을강화하려면,정치가왜중요한지나아가정치가어떤조건을갖출때인민주권의이상에가까워질수있는가라는문제에있어좋은정책을갖지않으면안된다.이책6장의마지막문장이“지금우리에게필요한것은정치에대한공공정책이다”로끝나는것은바로이때문이다.


3.민주주의는왜좋은정당을필요로하는가
이책이민주주의를높이평가하는이유는소박하다.“사회하층의요구와경험을이해하고통합하는일을다른어떤통치체제보다도잘할수있다는것”이다.그렇다면민주주의가그러한가치를실현하려면어떤조건이필요한가?
이책의대답은‘정당’이다.평소“민주주의를만든것은정당이며,정당없는민주주의는생각할수도없다”고말해온저자는정당이야말로“다수의동원에적합한특수한형태의정치조직”,갈등에우선순위를부여하고위계화하여가장큰규모의대중을동원함으로써“선거에서승리할수있는유일한조직”이기때문이다.
그렇지않고정당이공직자를선출하는데머무를뿐대안을조직하고정치가무엇을둘러싼것인가를결정할힘을발휘하지못하게된다면“시민은온전한주권자가아니라절반의주권자일수밖에없다.”그경우이들은정치를버리고기권을선택함으로써주권자임을포기한다.기권은바로이들이원하는선택지와정당대안이억압되어있음을의미하는것이기때문이다.
선거에서투표율이낮은것,그로인해엉뚱한후보가당선되는것을두고그“책임을인민의무지?무관심?무기력탓으로돌리는것은공동체내의좀더부유한계층이보여주는매우전형적인행태이다.이는어떤정치체제에서나늘하층계급의배제를정당화하기위해사용되어왔던논리다.”좋은정치,좋은정당이기능하는민주주의가아니라면,인민주권은억압되어있는것이나다름없고그경우시민으로서의제역할은발휘될수없기때문이다.
이상과같은이유에서샤츠슈나이더는“내가나의학문분야에서한가장중요한일을꼽으라면,그것은현재활동하고있는그누구보다도더오랫동안더열심히더일관되게더열정적으로정당에대해말해왔다는사실이라고생각한다”라고말할수있었다.


4.보통시민을위한민주주의정치학
이책의미덕가운데하나를꼽으라면바로보통사람을위한민주주의론을구축하고있다는점이다.학술용어에의존한정치학책이아니라는뜻이다.무슨복잡한이론이있는것도아니다.이책은흑인병사와백인경찰간의싸움이예기치않게폭동으로확대되는이야기로시작하며,그것으로부터민주주의정치의가장중요한특징을설명해간다.
보통의시민을위해민주주의가만들어졌지,민주주의를위해시민이만들어진것은아니라고말하면서그는이렇게말한다.“민주주의는평범한사람들을위한것이다.학자연하는이들이인민의자격을인정하든말든상관없이,그것은평범한사람들의요구에민감하게반응하도록고안된정치체제이다.”
흥미로운것은평범한사람들을위한민주주의를말하고있는이책이‘정치학의고전’으로다뤄진다는사실이다.지금활동하고있는정당론연구자가운데가장권위있는사람은피터마이어(PeterMair)이다.그는현대정당론의중심이론을대표하는두접근을꼽았는데그중하나가바로이책이다(다른하나는립셋과로칸Lipset&Rokkan의논문으로,우리시리즈가운데피터마이어가편집한책,??서구정당체제론??에실려있다).
샤츠슈나이더는실제정치를이해하는데있어서,기존민주주의정치학은명백히실패했다고선언했다.따라서민주정치의실패는근본적으로‘이론의실패’에기인한다고말했다.그는교수로있는대부분의기간동안대학원수업을하지않았고학부생을가르쳤다.또한수많은시민정치교육프로그램에참여했으며,미국정치학회장을맡는동안정치를개혁하기위한현실적방안을보고서로제출할만큼적극적인실천가였다.정치학자란자신이연구하는문제와분리되지않아야한다고본그는한학생기자가정치학자로서자신이개밋둑을연구하는곤충학자같은기분이들지않느냐고묻자,“아니,그보다는개밋둑을연구하는한마리개미같은기분이지”라고답한데서도잘드러난다.
이책을읽다보면,실제의민주주의정치가이렇게단순하면서도체계적이고또생생하게서술될수있다는사실에놀라게된다.따라서샤츠슈나이더는그어떤정치학계의계보에참여하지도않았고또계보를만들지도않았지만,모두에게가장강력한영향을미칠수있었다.




5.오늘의한국사회에서이책이논쟁적일수있는이유
오늘의한국적맥락에서이책은논쟁의주제를담고있다.왜냐하면첫째,이책은민주주의는직접민주주의가아니라대의제민주주의라는점을분명히말하고있기때문이다.둘째,대중과민주주의를이상화하는그모든이론의한계를비판하면서현실주의민주주의론의구축을분명히하고있기때문이다.셋째,이른바‘운동정치론’와같은민주주의이해방식과는매우다른민주주의론을개진하고있기때문이다.

?고대아테네민주주의에대해이책보다확실한태도를갖는경우도드물다.시민의숫자가많았을때기껏몇만명정도였던그리스사례를두고민주주의이론을발전시키고자하는것은그야말로난센스라는것이다.민주주의를‘인민에의한지배’가아니라‘인민에의한통치자의선택’의체제라고정의해야한다고말하는그는결과적으로직접민주주의론이민주주의를잘못이해하고잘못실천하게만들었다고말한다.그것은인민이통치자가될수있느냐하는잘못될질문에매달리게함으로써,대의민주주의에서어떻게인민주권을실현할수있는가하는문제를다루지못했기때문이다.
문제는“텔레비전을구입하기위해텔레비전의제조방법을배울필요가없”듯이또시민모두가‘아리스토텔레스’가될필요가없듯이,우리가해야하는일은“대중권력의한계를감안하면서도그것을가장잘활용할수있도록정치체제를조직하는방법”을연구하는데있다.그리고그것은“민주주의에서인민의권력은유권자들이만들어내는결정의중요성에달려”있도록정치를재조직하는일,즉시민이적극적으로선택할수있는정당대안이있는정치체제를어떻게만들것이냐하는문제로집약되는일이다.정당대안을갖는인민만이주권자로서권력을발휘할수있기때문이다.

?도덕적인인간을민주주의의전제로보거나,민주주의를이상화된어떤규범적질서로이해하는접근과는달리,이책에서민주주의는갈등에기반을둔혹은갈등을둘러싼갈등의체제로이해된다.그러나그에게중요한질문은이런현실속에서어떻게공동체적통합을구축할것이냐에있지,서로나뉘어갈등하고다툰다는이유로정치를혐오하는그런식의접근과는다르다.그래서“민주주의란스스로가옳다고확신하지못하는사람들을위한정치체제”라는정의는그가얼마나정치를인간적이고현실적으로이해하고있는지를잘보여준다.
시민과대중을이상화하는논의에대한비판은이책의백미가운데하나다.기존의민주주의이론은‘인민’이라고불리는보통의시민을민주주의의보루로이상화해놓고는정작현실에서민주주의가생각대로되지않으면그책임을이들에게떠넘기는일을반복해왔다.촛불집회가계속되는동안은시민을상찬하고,서울시교육감선거결과를놓고는다시또시민의무지를질타하고,이제는시민의정치무관심을냉소하는것이대표적인예이다.이책은대중예찬과대중경멸의정치이론을손바닥뒤집듯하는해석들이왜잘못되었는지를매우설득력있게분석한다.

?이책의중심주장가운데하나는,시민운동내지사회운동의실제영향력이생각과는달리매우제한적이라는것이다.사회적의사표출과정부에대한압력행사를중심으로하는이들운동론적접근은현실에서생존의압박에덜시달리는중산층에편향적인정치참여의방법이라는사실,따라서민주주의가이들에의해주도될경우다수의가난한사람들의이익과열정은오히려더약해질수있다는것이이책의핵심주장가운데하나다.
미국의공익집단들의참여를추적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