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핑의 과학 : 경기장을 뒤흔든 금지된 약물의 비밀

도핑의 과학 : 경기장을 뒤흔든 금지된 약물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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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왜 운동선수들은 도핑이라는 금지된 유혹에 시달릴까?
정말로 ‘약 하면’ 강해질 수 있을까?
1988년 서울 올림픽, 남자 100미터 달리기에서 세계 신기록을 세운 벤 존슨이 도핑 검사에서 금지 약물이 나와 금메달이 박탈됐을 때 세계는 충격에 빠졌다. 벤 존슨뿐만 아니라 그와 함께 달렸던 8명 중 6명이 도핑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했고, 1988년 올림픽 남자 100미터 달리기 경기는 ‘역사상 가장 더러운 경주’로도 불린다. 마린보이 박태환이 2015년 도핑 검사에서 테스토스테론 양성 반응을 보였던 사건도 우리에게 큰 충격을 안겼다. 박태환은 담당 의사가 권유한 주사에 금지 약물 성분이 포함된 줄 몰랐다고 해명했지만 원칙에 따라 18개월 동안 자격이 정지됐다. 이후 대한체육회가 ‘도핑을 한 선수는 3년 동안 국가대표가 될 수 없다’는 규정을 바꿔가면서 그를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 출전시키자 불공정에 대한 논란이 일었다. 중국의 금메달리스트 수영 선수 쑨양이 도핑 검사 방해 혐의로 4년 이상의 자격 정지를 받아 2021년 도쿄 올림픽에 출전하지 못하게 되었다. 오랫동안 도핑을 한다는 의혹을 받고 있던 쑨양이 검사를 거부하며 혈액 샘플이 담긴 병을 깨뜨리고 보고서를 훼손했기 때문이다.

도핑은 스포츠 규정상 명백하게 금지된 행위다. 스포츠맨십에 어긋나는 ‘편법’으로 여겨지는 도핑은 약물을 복용하는 사람의 몸과 정신을 해치기도 한다. 또한 도핑 사실이 발각되면 선수는 신뢰와 명성, 그간의 기록을 모두 잃는다. 그런데 왜 운동선수들은 들킬 위험을 무릅쓰고 약물에 손을 댈까? 약물은 정말로 경기력을 향상시킬까? 경기력 향상 약물은 신체에 어떻게 작용하고, 선수의 몸에는 대체 어떤 일이 벌어지는 걸까? 사실 우리는 도핑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스포츠를 사랑하는 정신과 의사가 쓴 이 책은 우리가 막연하게 ‘나쁜 일’, ‘불법’이라고만 생각했던 도핑의 비밀을 낱낱이 파헤친다. 언제부터 선수들이 약물로 기량을 끌어올리기 시작했는지 도핑의 역사를 훑어보고, 약물들이 어떤 원리로 선수의 몸에 작용해 효과를 발휘하는지를 과학적으로 설명한다. 빛나는 스포츠 스타들에 얽힌 흥미로운 도핑 스캔들은 덤이다. 스포츠 경기의 찰나의 순간에 웃고 우는 사람이라면, 어느새 책 속에 빠져들어 선수들의 피와 땀과 눈물에 얽힌 도핑의 과학을 들여다볼 수 있을 것이다.
저자

최강

정신과전문의.진료실에서환자들과이야기나누는것을좋아하며정신과에대한사회적편견을줄이고자늘고심한다.불안및정동장애,물질사용장애같은정신질환부터스포츠정신의학,의학사,뇌영상학까지여러분야에관심이많다.어릴적부터읽고쓰기를좋아했고,지금도글쓰기를통해세상에조금이라도도움이되려고한다.지은책으로『아픈마음들의시대』,『도핑의과학』등이있다.

목차

프롤로그:스포츠역사를뒤흔든약물들

1부또렷한정신
마약은경기력을향상시킬까?-코카인과자극제
ADHD와도핑의상관관계?암페타민과신경도핑
감기약과맞바꾼금메달?에페드린과클렌부테롤
잘쓰면축포,못쓰면오발탄?프로프라놀롤과베타차단제

2부탄탄한근육
스포츠역사를바꾼냉전의산물-스테로이드
울룩불룩근육만들기의뒤안길?단백동화남성화스테로이드
도망가는선수,뒤쫓는검사관?디자이너스테로이드
실력도키처럼자랄수있을까?-성장호르몬

3부견디는힘
산소가희박한고지대의매력?고지대훈련
피로더럽혀진승리의비밀?혈액도핑
신세계와심장마비사이를달리다-EPO

4부유용한도구
수영복은복장일까,도구일까?-수영복과기술도핑
과학기술이만들어낸불공정?자전거와기계도핑
블레이드러너의비상과추락?장애인선수의보조기구
수술은도핑의영역일까?-토미존수술

5부복잡한성별
그선수는남자일까,여자일까?-성별이모호한선수
트랜스젠더선수,경기장에등장하다?성별을바꾼선수

에필로그:그리고스포츠는계속된다

약물색인

출판사 서평

잘쓰면약이지만,잘못쓰면도핑!
감기약한알때문에금메달이취소된억울한사연?
우리가몰랐던눈물의스포츠사

스포츠역사에‘도핑’이라는개념이등장한것은언제일까?놀랍게도100여년전만해도약물로경기력을끌어올리는것은전혀문제가되지않았다.그러나점차스포츠가순수한아마추어리즘(스포츠를생계의수단이아니라즐기기위한활동으로여기는태도)에서벗어나치열한경쟁의장으로변화하자건강을해칠때까지약물을복용하는선수들이늘어났고,본격적으로스포츠단체의반도핑운동이시작된것이다.우리는‘도핑’이라는단어에서어둠의세계에서거래되는불법적인약물을먼저떠올리지만,경기력향상약물또한‘약물’이기에의료목적의처방과도핑의경계가모호한사례도많다.어떤약물들은선수에게서검출되면도핑판정이내려지지만,병원이나약국에서일상적으로처방되기도한다.경기력을향상시키기위해의도적으로도핑을한선수들도있었지만,반도핑규정이자리를잡아가던중억울하게도핑판정을받은선수들도있었다.

특히감기약과알레르기및천식치료제에많이사용되는에페드린성분은여러피해자를낳았다.1972년뮌헨올림픽에서수영선수릭데몬트는천식약을복용했다가도핑검사에서에페드린이검출돼도핑으로처리됐고,2000년루마니아의체조선수안드레아라두칸은37킬로그램의작은체구때문에감기약한알을먹고도혈중에페드린기준을넘겨금메달을박탈당했다.우리나라에서는양의학계와한의학계의이원화된의료구조때문에억울한피해가발생하기도했다.2017년국내프로야구에스케이와이번스의임석진이마황이라는약재가들어간한약을잘못먹었다가도핑검사에서에페드린이검출됐던것이다.이책은도핑을피하기위해감기약과한약마저조심해야하는운동선수들의슬픈현실을보여주며,‘도핑’이라는단어의껍질을벗기고약물에대한객관적인사실을알려준다.

냉전시대에는국가차원에서도핑프로젝트를진행했다고?
교묘하게도핑검사를빠져나간선수들의비밀
진정한스포츠정신과공정한경쟁은무엇일까?

2차세계대전이끝나고민주주의진영과공산주의진영이치열하고조용한경쟁을벌일때,미국과소련은스포츠를통해각각의체제를선전하고상대보다우월한지위를뽐내기를원했다.이시기에는운동선수의도핑이국가차원에서계획되었다.냉전시대국가적도핑의선두를달린나라는동독이었다.당시동독은분단된후민주주의를꽃피우지못하고불황에시달렸고,국가의자존심을회복하려국제운동경기에서성과를내는데골몰했다.동독스포츠계의지도자들은선수들에게비타민이라고속인후단백동화남성화스테로이드(anabolicandrogenicsteroid),즉AAS를건넸다.1976년몬트리올올림픽에서금메달40개를획득할정도로약물의효과는탁월했지만부작용도만만치않았다.여성선수들은남성호르몬의영향을받아목소리가굵어지고수염이났으며,성정체성에혼란을느껴성전환수술을받기도했다.독일이통일된후도핑을주선한지도자들은선수들의육체에피해를끼친혐의로독일대법원에서법의심판을받았다.하지만동독의국가적도핑은아직까지도세계곳곳에서몰래재현되고있다.

도핑을잡아내려는검사관과기를쓰고검사를빠져나가려는선수의쫓고쫓기는역사를박진감있게풀어낸점도이책을읽는재미를더한다.교묘하게도핑을시행했던선수들중에는우리의귀에익숙한스포츠스타도있었다.미국프로야구의전설적인타자배리본즈는세상에알려지지않은스테로이드를찾아내사용하며미꾸라지처럼도핑검사를빠져나갔다.본즈는당시시행되던검사의허점을이용해AAS주사와바르는스테로이드크림을동시에이용하고,여성호르몬까지사용해도핑을감추는치밀함을보였다.투르드프랑스(프랑스전역을달리는세계적인사이클대회)에서연속7회우승했던사이클의영웅랜스암스트롱은사실EPO(에리스로포이에틴)도핑의화신이었다.적혈구양을늘려산소섭취량을향상시키는EPO는인간의신체에서자연히만들어지는물질이기때문에검출이쉽지않았다.암스트롱은도핑을들키지않으려동료를공범으로만들거나상급기관에뇌물을제공하기도했다.

책속의기상천외한도핑사례들을따라가다보면어떻게든검사를피해기량을향상시키려는선수와지도자의집요함에혀를내두르게된다.금지약물을검출하는기술을개발해도핑을한발앞서찾아내는검사관들이벌이는치열한두뇌싸움에는감탄마저나온다.또한여전히도핑이만연한스포츠계의현실을바라보며씁쓸함이느껴지기도한다.이책은우리가지금껏알지못했던스포츠세계의어두운면을드러내며진정한스포츠정신과공정한경쟁이란무엇인지를고민하게만든다.

수영선수의수영복,사이클선수의자전거는도핑일까?
의족을한장애인선수와트랜스젠더선수를어떻게받아들여야할까?
도핑에대한새로운개념과관점을제시하다!

도핑의범위는‘경기력을향상시키는선수의건강을위협하는약물이나도구,스포츠정신에위배되는물질이나기술’로정의되어있다.선수들은약이나주사같은약물뿐만아니라도구나기술의도움을받아실력이향상되기도한다.만약시대가지날수록발달하는과학기술이선수의노력보다더중요한요소가되었을때,우리는그기술도도핑으로규정해야할까?이책은첨단기술을도입한수영복,공학기술이집약된자전거를예로들며‘도핑’이라는개념에대한시야를넓혀준다.저자는장애인선수가착용하는의족과투수가받는팔꿈치수술을이야기하며기술도핑의경계가어디까지인지,그기술이경기의균형을깨뜨린다는사실을어떻게판단할수있는지흥미로운질문을던진다.

또한이책에서는성별이모호하게태어난간성(intersex)선수나성별을바꾼트랜스젠더(transgender)선수를두고벌어진논란들을소개한다.생식기,성호르몬,염색체구조등이여성이나남성으로나뉘지않는간성선수들은오랫동안여장남자선수로오해받거나도핑을한선수처럼취급받았다.최근에는성별을변경한트랜스젠더선수들도경기장에속속등장하고있다.대개남성이여성보다뛰어난운동능력을갖고있기때문에남성호르몬의영향을받는간성혹은트랜스젠더선수에관한논란은쉽게정답을내릴수없는문제다.그러나과학적으로모든사람이여성과남성이라는이분법으로나뉘는것이아니며,이런논란은성소수자인권문제와도관련이있다.저자는비록소수의사례일지라도이문제에대해사회적으로이야기를나누고고민하는노력이필요하다는메시지를남긴다.

도핑의범위와역사를흥미진진하게밝히다!
기술도핑과신경도핑의시대,도핑의미래는?
스포츠와스포츠맨십을사랑한다면꼭읽어봐야할책!

체흐라슬로(CsehL?szl?)라는이름의선수를들어본적있는가?2008년베이징올림픽때은메달세개를획득한수영선수다.하지만사람들은마이클펠프스는알아도그를기억하지못한다.이렇게‘1등만기억하는세상’이기에정상급선수들은도핑의유혹에흔들릴수밖에없다.약물이나도구의도움으로작은차이만만들수있어도돌아오는결과는크게달라지기때문이다.경기장이일터가되는프로스포츠에서는경기력이수입으로직결되기도한다.실력이향상되어몸값이올라가면도핑이적발돼도계약조건은향상되는것이기에선수들은도핑의유혹을떨쳐내지못한다.우리가그저‘약쟁이’로만치부했던선수들에게는이런사정과고민이있는것이다.무한경쟁의스포츠세계를직시하며이책은우리에게중요한질문을던진다.

분명경기력이뒤처지던선수가약물이나도구의힘으로갑자기탁월한기량을선보일때당신이운동선수라면어떤선택을하겠는가?그래도과정보다결과가중요하다고되뇌며독야청청한태도를견지하겠는가?아니면도핑을통해불공정하게기울어진현실을바로잡아역설적으로공정함을회복하겠는가?(…)선수와지도자가규정의빈틈을합법적으로파고들어늘한발앞서가는상황에서세계반도핑기구와도핑사냥꾼은과연승리할수있을까?그렇다고도핑이과거처럼약물에만국한되지않고도구나기계로확대되는현실에서도핑을그냥방치하면스포츠의근간자체가흔들릴수있기때문에마냥손을놓고있을수도없다.(314-315p)

구조적으로도핑이만연한환경에서선수개인의선의와도덕성만바라는것은현실과동떨어진이야기일지도모른다.누군가는도핑을하는선수들만을따로모아별도로경쟁하도록하자고주장하고,적발되었을때벌점을부과한뒤벌점이쌓여기준을넘으면규제하자는절충안이제시되기도한다.하지만우리가스포츠를사랑하는이유는최선을다해노력한선수들이정정당당하게실력을겨루고결과를쟁취하기때문일것이다.선수뿐만아니라지도자,스포츠계,의학계,사법계및사회전체가도핑에대해같이고민할필요가있다.저자는“현실에뿌리를두고스포츠의보편적가치를지향하고,결과보다는과정을중시하며,때로실수하고넘어지는선수들도포용하자”는말로책을맺는다.코로나19시대의올림픽을마주하고있는지금,스포츠와스포츠맨십을사랑하는사람이라면푹빠져읽을수있는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