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서평
권정생선생1주기를맞아《우리들의하느님》개정증보판을발간하다.
개정증보판에부쳐중에서:녹색평론발행인김종철
권정생선생이돌아가신지어느덧1년이지났다.
그러나,지금1주기?를맞으면서나는선생님이더이상우리들곁에계시지않는것이새삼말할수없이허전하다.물론선생님이많은글을남겨놓았다는게우리들에게위안이안되는것은아니다.그렇지만이제우리는더는저조탑리의작고어두운골방으로부터나오는유례없이부드럽고간곡한,그러면서도더할나위없이무서운목소리를듣는행복을누...
권정생선생1주기를맞아《우리들의하느님》개정증보판을발간하다.
개정증보판에부쳐중에서:녹색평론발행인김종철
권정생선생이돌아가신지어느덧1년이지났다.
그러나,지금1주기를맞으면서나는선생님이더이상우리들곁에계시지않는것이새삼말할수없이허전하다.물론선생님이많은글을남겨놓았다는게우리들에게위안이안되는것은아니다.그렇지만이제우리는더는저조탑리의작고어두운골방으로부터나오는유례없이부드럽고간곡한,그러면서도더할나위없이무서운목소리를듣는행복을누릴수없게되었다.이제우리에게선생님은어쩔수없이우리들의기억속에서만살아있을수밖에없다는사실이나는유감스러운것이다.
이허전한마음을달래기위해서《녹색평론》편집실에서우리들이생각해낸것이이책,즉선생님의산문집《우리들의하느님》의개정증보판이다.
이번에개정증보판을내면서우리는선생님의글가운데서책으로묶여지지않은산문을더찾아보려고했으나여의치않았다.다만《우리들의하느님》이나온후에《녹색평론》에발표되었던선생님의글몇편과작년《녹색평론》의권정생추모특집에실렸던두편의글을추가하여증보판을찍기로하였다.
권정생은뛰어난아동문학가임에틀림없지만,단순히아동문학가라고해서는그본질을드러낼수없는문인이자,사상가이다.
그는권력있는자들과그들의세계에대하여거의본능적인위화감(違和感)을느끼고있었고,그런감정을별로숨기지않았다.그대신이세상의약자들―사람과사람아닌것을포함한―에대한그의본능적인연민혹은사랑은측량할수없이깊었다.아마도그것은그자신의철저한밑바닥체험과평생에걸친병고(病苦)와관계가없지않을것이다.혹은그의기독교신앙과도관계가있었는지도모른다.하지만어떠한경우에도권정생은이른바교인다운티를조금도내지않았다.그는여하한권력욕망도,권력의그림자와도인연이없는철저히소박한,꾸밈없는촌사람이었다.그는‘산상수훈(山上垂訓)’의가르침을문자그대로믿은기독교인이었다.그가자본주의근대문명과근원적으로화합할수없는‘비근대인’으로서의일관된삶을살아간것은바로이때문이었다.
오늘날이나라의독서계에서권정생은계속해서읽히고,존경을받고있다.그러나권정생의생애와사상에대한우리들의이해가과연얼마나상투적인수준을벗어나있는것인지는분명치않다.아마도권정생의문학과사상에대한성숙한이해와연구는지금부터시작되어야할과제일것이다.
동네노인들이알고있던것처럼권정생선생은가장낮은자리에서병들고비천한모습으로살다가셨다.세속적인욕심을버렸고명예와문학권력같은것은아예꿈도꾸지않으셨다.10여년전윤석중선생이직접들고내려온문학상과상금을우편으로다시돌려보냈고,몇해전문화방송에서‘느낌표’라는이름으로진행했던책읽기캠페인에선정도서로결정되었을때도그걸거부한바있다.그때달마다선정된책은많게는몇백만부씩팔려나가는선풍적인바람이불때였는데권선생은그런결정자체를번잡하고소란스러운일로여기셨다.
권정생선생이사시던집은다섯평짜리흙집이다.그집에서쥐들과함께살았다.선생이돌아가시고난뒤찾아간집댓돌에는고무신한켤레가가지런히놓여있었다.나는그고무신을보고울었다.우리가가지고있는많은신발과옷을생각하며부끄러웠다.그래도부족하다고생각하며새로운신을사들이고다시구석에쌓아두면서더큰신장으로바꿀일을생각하는우리의욕망,우리는앞으로도내욕망의발에맞는신발을찾아다니는삶을살것임을생각하며민망했다.
―도종환(시인)
그는탐욕과죽음의공포로가득한이세상의전복을꿈꿨다.이세상의한구석을바꾸는것이아니라이세상전체에대한반역을꿈꿨다.욕망의체계인자본주의한가운데에서그는무욕,절제,가난을무기로정면대결했다.사람들이《우리들의하느님》을어떻게읽고있는지모르지만,이책에는“함께일해함께사는세상이사회주의라면올바른사회주의는꼭이루어져야한다”는주장이있다.
가난하고늙고병든아동문학가는이사회에서전혀위험하지않다고생각했다면잘못이다.버림받고,병들고가난한자가세상과잘어울린다는것자체가기만이다.그는매우위험하고불온한사상가였고,반역자였으며,혁명이사라진시대의혁명가였다.‘위대한부정의정신’의소유자였다.
그런데왜그의죽음은인생의종말이아닌평화를느끼게할까.그에게소멸은무엇이기에슬프기보다아름다워보일까.한줌의흙,한포기풀과같이살았기때문일까.그는“싸움이라는삶이끝났을때라야평화라는안식을얻을수있다”고했다.지지배배짖던작은새가숲속으로날아가듯그는그렇게가버렸다.가장치열하게싸운전사에게만돌아가는휴식이다.
―이대근(경향신문정치?국제에디터)
권정생,그는생전에동화와소설,시와수필등적지않은분량의글을써서발표하였습니다.지금까지그를존경해왔고앞으로그를그리워하게될사람들에게그의이러한문필업적들은오래도록위로와용기를,또가르침과깨달음을줄것입니다.그러나그의글은,어느것이나절실한울림을뿜어내고있음에도불구하고,그의저비할바없는삶,거의성자(聖者)의후광에둘러싸인듯한그의흉내낼수없는삶에비하면빙산(氷山)의드러난부분에불과한것처럼느껴집니다.
이제그가이세속의삶을마감하였고,오늘우리는그를보내기위하여여기모였습니다.그의이름권정생,이제그이름은가난하고외로운사람들에게,슬픔과두려움을간직한사람들에게,지상의평화와통일을간구하는사람들에게,강자들의폭력과파괴에고통받는사람들에게,아니사람들뿐아니라벌레와새와쥐와개구리,세상의모든약자들에게진실한친구이자이웃이었던존재를가리키는영원한기호로되었습니다.
―문학평론가염무웅선생의조사(弔辭)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