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단편소설 다시 읽기 : 어제의 소설로 오늘을 치열하게 읽어내고 싶은 당신에게

한국단편소설 다시 읽기 : 어제의 소설로 오늘을 치열하게 읽어내고 싶은 당신에게

$16.12
Description
운수 좋은 날, 동백꽃, 치숙, 난쏘공, 무진기행, 오발탄, 사랑 손님과 어머니…
친숙한 우리 소설들, 낯설게 다시 만난다
좋은 문학작품은 시대와 삶이 변화할 때마다 우리를 되돌아볼 수 있는 거울이다. 그럼에도 널리 알려진 고전일수록 그 의미가 박제화되는 역설적인 상황을 자주 접하게 된다. 대표적인 것이 이른바 ‘국민문학’이라 불리는 한국 대표 단편소설들일 것이다. 이 책은 한국 근현대 단편소설들을 오늘의 눈으로 새롭게 읽어내고자 하는 이들, 우리 대표소설들을 수업에서 다루고자 하는 교사들, 그리고 교과서 속 해설에만 머물지 않고 우리 소설들을 치열하게 읽어내고자 하는 청소년들에게 의미 있는 깨달음과 구체적 생각거리를 전하는 인문 교양서이다.
저자

김형준

저자:김형준

연세대에서국문학을전공했고,1996년부터현재까지해오름평생교육원부원장으로재직중.독서와글쓰기교육방법에대해연구·실천하고있다.특히교과와교과의경계,지식과삶의경계를넘는통합적수업을중심적으로고민하고있으며,그성과를다양한강의와교사용월간지《배워서남주자》지면을통해많은선생님들에게전하는일에가장큰보람을느끼고있다.

교육이그본래적의미를상실하고,형식과방법으로박제화되고있는한국의교육환경에서,읽고생각하고쓰는행위의근본적가치를우리교육에뿌리내리기위해계속노력할예정이다.

목차


1장_소설,또하나의눈

현진건,운수좋은날-불행은어디서오는가
우리는이소설을모른다

김승옥,무진기행-현실,비현실그리고안개
명쾌함이아니라모호함을즐겨보자

공선옥,명랑한밤길-평강공주가본세상
프레임의한계를생각한다

이남희,허생의처-허생이못보는것,허생의처가못보는것
패러디소설의선과악을생각한다

윤정모,밤길-끝나지않은역사,끝나지않은임무
소설은어떻게역사를초월하는가

이범선,오발탄-불행은왜혼자오지않는가
소설은왜고통을말하는가

2장_‘나’와다른‘너’

김유정,동백꽃-나는점순이가아니고,점순이는내가아니다
나와다른너는,이상한존재가아니다

주요섭,사랑손님과어머니-나의눈,너의눈,그리고옥희의눈
다른시선이없다면다른풍경도없다

강경애,지하촌-우리가가난에대해말할수있는것
비극을바라보는자는어떤의무를져야하는가

최윤,하나코는없다-부르는자의폭력
폭력과차별의뿌리를들여다본다

3장_소설이란거울에비친우리시대

현진건,B사감과러브레터-풍자와혐오사이
풍자는때로약자에대한혐오가될수있다

이태준,복덕방-노인을위한미래는가능한가
노인문제는결국삶의속도에관한문제다

최은영,씬짜오씬짜오-사회의죄,개인의책임
모든‘개인’속에는‘사회’가들어있다

전광용,꺼삐딴리-능력주의와반민족행위
능력주의의비윤리성을생각한다

채만식,치숙-세속적욕망과반지성주의
무지가정당화되는사회의비극을생각한다

4장_지켜야할‘무엇’들

성석제,황만근은이렇게말했다-존경과부러움
‘존경’의의미와가치를되새긴다

황순원,독짓는늙은이-우리가노동을잃어버릴때
노동의가치를어떻게회복할수있을지고민한다

이문구,유자소전-총수와운전수
성공의다양성과복합성을생각한다

황석영,아우를위하여-공포와맞서는법
두려움을이겨낸경험은반드시다른이에게이어진다

김성한,바비도-신념과이념사이
부조리를깨는힘에대해생각한다

조세희,뫼비우스의띠-‘백만년후의세계’를위한소설읽기
‘오늘’의우리가‘어제’의소설을읽는이유를묻는다

출판사 서평

어제의소설,오늘의눈으로다시읽는다

문학은정답이없기에문학이되고,고전은거듭새로워지기에고전이된다.그런까닭에좋은작품은시대와삶이변화할때마다우리를되돌아볼수있는거울이된다.그러나널리알려진작품일수록그의미가박제화되는역설적인상황을우리는자주접하게된다.따라서우리가20년전,50년전,나아가100년전소설작품을바라볼때필요한것은구체성의껍질속에놓여있는보편성을찾아내는일이다.일례로〈운수좋은날〉이라는작품을‘식민지시대하층민의비참한삶’이라는구체성에만가두어버린다면그것은시대를넘어갈문학의힘을빼앗고문학을역사의보조기록으로전락시키며,읽는이에게성찰과감동의기회를빼앗는일이될것이다.

참고서지문으로스쳐지나기엔너무나소중한
우리소설의특별한페이지들

이책은한국근현대단편소설들을현대적으로읽어내고자하는이들,한국대표소설들을수업에서다루고자하는교사들,그리고교과서속해설에만머물지않고우리소설들을치열하게읽어내고자하는청소년들에게의미있는깨달음과구체적생각거리를전하는인문교양서이다.25년이라는긴시간동안청소년·교사·성인대상인문학수업을진행하며많은독서·토론·논술교사들을양성해온저자는타인의고통과기쁨을이해하는공부,나와다른시선을통해삶의지평을넓히는공부가왜우리시대에절실하게요구되는지를우리문학이야기로생생하게풀어낸다.

4가지키워드로떠나는21편의우리소설여행

먼저1장〈소설,또하나의눈〉은소설을읽는의미와이유에대해탐색하는장이다.현진건〈운수좋은날〉읽기에서저자는‘식민지시대하층민’과‘반어법’을기계적으로떠올리는교과서적독서에익숙한우리눈에새로운렌즈를가져다댄다.김첨지는왜‘운수’에의존할수밖에없는삶을살고있는가?만약김첨지가전통적인농촌사회에살았다면어땠을까?왜아내를사랑한다면서욕을하고뺨을후려갈기는걸까?오늘번돈을오늘의즐거움을위해술집에서써버리는것을비난할수있을까?저자는이런질문으로시작하여병든사회가어떻게병든개인을만들어내는지,‘운’과‘운명’을벗어나려하는시도의인류학적의미는무엇인지,또그런시도가인간을더행복하게했는지이야기를풀어낸다.그리고글을읽는이들은평소어떤영역에서어느정도의우연과운명을받아들이며살아가고있는지를되묻는다.그것은우리삶의형태를결정짓는근본적인질문이기때문이다.그리하여1920년대대표작인〈운수좋은날〉은식민지시대를넘어서는치열한오늘의이야기이자그오늘을살아가는우리자신의이야기로다시읽힐수있다.

〈2장‘나’와다른‘너’〉는우리에게매우친숙한소설〈동백꽃〉,〈사랑손님과어머니〉읽기로시작하여절대적빈곤이생생하게묘사된강경애의〈지하촌〉을섬세하게읽어나간다.개성과경험이다른타인을이해한다는것이얼마나어려운일인지,그러나그것은또얼마나우리에게필요하며현대사회에서매일새롭게요구되는것인지역설하는장이다.우리가모르는고통을,우리가보지못했던기쁨을타인의눈을통해상상하며삶을점점넓혀가는것,그것이우리가소설을읽는가장큰이유가아닐까하는질문이묵직하게다가온다.

〈3장소설이란거울에비친우리시대〉는,본격적으로우리사회특유의현상들과소설속갈등을겹쳐보면서현사회의문제들을해결하기위한삶의태도들에대해성찰하는장이다.〈B사감과러브레터〉읽기에서저자는인류역사속에서‘풍자’가수행해온긍정적역할에주목하며,권력을의심하고풍자할수있는권리가민주주의의기본적권리중하나임을말한다.그러나풍자의형식을빌렸지만만만한개인,특히약자나집단에대한조롱에그친다면그것은혐오에지나지않는다고경계하는부분은매일매일유튜브와SNS를접하며통쾌함과불편함사이를오가는우리에게날카로운지적으로다가오기도한다.
또잘알려진소설〈꺼삐딴리〉를다루면서,저자는그간교육현장에서만나온많은이들,특히어린학생들이주인공이인국박사를‘능력은좋으나인성이나쁘다’고평하고,주인공이가진능력을내심부러워하기도한다고이야기한다.그리고그런현상이야말로우리사회가가지고있는‘능력’에대한편협성을반영하는것이아닐까질문한다.전문적인기술,어학능력,그리고처세술은‘능력’으로여겨지지만,역사를바라보는관점,공동체에대한책임,굳건한신념은‘능력’으로여겨지지않는현상.그러니이인국박사의‘능력’을통해우리사회의목표는과연무엇인지돌이켜볼필요가있다는것이다.이외에도채만식〈치숙〉읽기에서는무지를인정하지않고알려고도하지않은채자기입장만을강요하는주인공의편협한태도가,입맛에맞고짧고쉬운콘텐츠만을찾아헤매는우리사회의반지성주의와닮아있음을지적한다.

〈4장지켜야할‘무엇’들〉에서는때로어리석고시대에뒤떨어졌다고외면받을지라도우리사회를분명더나은것으로만들어온가치들과,그가치가형상화된문학속인물들에주목한다.〈황만근은이렇게말했다〉의황만근,〈유자소전〉의유재필,〈아우를위하여〉의수남이,〈바비도〉의주인공바비도……이들은각각타인을위해수고로움을감내하는인물,다른사람과의관계라는면에서는더할나위없이‘성공’한인물,공포를이겨낸경험과용기를후대에전하는인물,‘날이밝기전가장춥고어두운밤에홀로눈을뜨고’끝끝내자신의존엄을지켜낸인물로해석된다.

제대로읽으면,잊혀진메시지가보이기시작한다

“소설을읽을때,내가없는세계에대해,내가아닌타인의삶에대해관심을기울일때우리는‘백만년후의세계’로첫걸음을내딛게됩니다.그리고그걸음걸음의여정에서우리는소설의세계와나의세계가,타인의삶과나의삶이이어진고리들을발견하게됩니다.”(본문〈뫼비우스의띠읽기〉중에서)

문학을읽는이가현시대와사회에대한고민과관심이있을때좋은문학이피워내는향기도나날이새로워질수있다.존경하는사람은없이부러운사람만많아지고,노력하면된다고믿으면서도미래에대한두려움은나날이팽배해져만가는우리시대문제들의해결책을함께읽고고민하고모색해가기를뜨겁게권하는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