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은왜출가하셨나요?”
“어떻게해야정말자유롭고행복하게살수있을까요?”
청량한새벽숲길에서,고요한선방에서,
햇살가득한빈마당에서함께마주하며듣는행자시절이야기
“소리에놀라지않는사자처럼,그물에걸리지않는바람처럼,진흙에더럽히지않는연꽃처럼,무소의뿔처럼혼자서가라.”
초기경전숫타니파타에나오는구절이다.이경구는끊임없는욕망과번뇌에서벗어나고자출가한수행자의길을단적으로함축한다.아무런두려움이나걸림도없이청정하고당당하게살아가는사람이출가수행자인것이다.그런데이들대부분이수행의근간으로삼는기본덕목이한가지있다.바로‘첫마음’이다.무엇보다도출가를단행한목적과구도를향한결의가사무쳐있는첫마음을잃어선안되기때문이다.불교에서는이처럼첫마음을내는때가깨달음의자리라고말한다.
이책은수십년전행자시절부터오늘에이르기까지출가할때의첫마음을지키며올곧게정진해온마흔여덟스님들의수행내력을담고있다.특히머리를파르스름하게처음깎고산문에들어선행자시절이야기가중심을이루고있는데,진솔하면서도담담히털어놓은수행담한편한편의울림이사뭇크다.누구를막론하고초발심행자시절만큼순수하고간절하고열정적인때가없었던것이다.
세간의눈에는혹독하게만여겨지는고행조차마다하지않고그시절을온힘으로관통해온분투는전율과탄복을자아낸다.또한스승의엄정한가르침과자애,인간적인고뇌와갈등,구도과정에서겪는좌절과한탄,수행공동체안에서벌어지는특이한일화들,출가수행자만이누릴수있는환희와행복,나이어린행자의천진무구까지망라되어그어떤드라마보다극적인감동을선사한다.
익숙한것에안주하거나낯선것에두려워하지말라
자신을깊이살피며꾸준히정진하면
늘깨어있는삶의주인으로당당하게살아갈수있다
조계종의정신적지주인종정,서릿발같은수행가풍이살아있는총림의방장,진실한구도자를길러내는승가대학의학장등이책에등장하는스님들은현대한국불교의구심점같은존재들이다.이미세연을다했어도제자들을통해여전히세상을향기롭게만드는스님들도있다.출세간의존경을한몸에받는이들의초발심풍경은다채롭고감동적이다.
정진:걸림없는완전한자유를얻다
우선은감히흉내내기조차힘든치열하고지난한수행과정이단연눈에띈다.
조계종종정을지낸법전스님은한겨울찬밥한덩이에김치몇쪽올려놓은채끼니를해결하며좌복위에서죽을각오로정진했던뜨거운한시절을들려준다.해인사금강굴불필스님은3년결사를끝내자마자또다시의자도이불도없이백일동안서서살다시피하며참선수행한경험을회고한다.
이밖에백만배절을올리고,하루한끼공양과장좌불와로수행하며촌음을아껴깨달음을구한이야기들도많다.극도의용맹정진끝에이들이얻은결과는한결같다.두려움도걸림도없는완전한자유였다.
하심:작은나를버리고큰나를얻다
수행자들이초발심시절에가장많이,가장집중적으로배우는것이참회와하심이다.알게모르게형성된업과아만심을버려야나와세상을바르게보고흔들림없이구도의길을걸을수있기때문이다.
자신을절에두고간할머니가미워날마다눈물바람을일으킨관후스님은할머니가돌아가시고나서야깊은참회를올리며남에게상처주지말고가까운사람을사랑하라고일러준다.어려운행자시절을무려6년이나해낸석주스님,누가어떤말을해도표정에변화가없어인욕보살로불린철산스님,병마를극복한후참회와하심만이역경을이겨낼수있음을알았다고고백한법의스님의이야기등은나를내세우기급급한이시대에깊은울림을자아낸다.
정성:지극한마음으로매사에진심을다하다
이책의전반에흐르는수행자의대표적인삶의태도는‘정성’이다.이들은모든일에지극한마음으로정성을다한다.사람이든미물이든공부든‘지금이순간’에온전히집중한다.
전국비구니회원로의장인명성스님은하나의경전을삼천번이나읽으며오직진실한마음으로공부에매진한이야기를털어놓는다.화두를들고,밥을짓고나무를하고,스승을모시거나불사를할때도스님들은언제나자신이할수있는최선의정성을기울인다.
제자를보살피는스승의관심은부모의사랑못지않게뭉클하다.병약한제자를위해손수따뜻한죽을끓여주고,추운겨울밤이면어린제자를방으로불러들여자신의요를내준다.제자가물어보면자다가도일어나대답을해주고,참기름한방울도아껴쓰라고호된꾸중을내리고는얼마뒤스무병이넘는기름병을가져다놓기도한다.
환희심:출가의기쁨,출가자의자긍심으로빛나다
『스님의첫마음』을읽다보면,출가자로사는기쁨이그어떤세속의즐거움에비할바가아님을알수있다.스님들은비록고된절집생활에몸이고되고잠이부족해도출가자가되었다는기쁨에마음만은더없이행복했다며즐겁게회고한다.
금강선원장혜거스님은막출가한행자의신분으로여러스님들틈에앉아화엄경을공부한그시절의환희로움을잊지못한다.출가자로살아가는것이마냥행복했다는일진스님(운문사승가대학장)은함박꽃같은웃음이멈춰지지않아계를받던날“너무웃지마라.”는경책을당했다.미황사주지금강스님은하루라도먼저출가자로살고싶어코앞에집이있는데도절에머물면서학교에다녔다며슬며시웃음을짓는다.절에서사는게좋아자신을데리러온부모님을피해도망을가고,몸힘든것보다“그렇게살거면절에서떠나라.”는말이가장무서웠다는스님도있다.
어린행자들의순진무구함에혼탁한마음이맑아지는시간
행자들의눈물겨운애환과해맑은모습이솔직히드러날때면코끝이찡해지고웃음이난다.다시데리러오겠다는아버지의말을믿고3년을한결같이언덕에올라부모님을기다리고,새벽세시에일어나밥짓는일이너무힘들어꾀병을부린일화도있다.
절에공부하러왔다가떠난여고생들때문에어린시절에상실의아픔을지독하게맛보고,국수삶은솥단지를세찬계곡물에들이대함께놀러간도반들을망연하게만든추억담도있다.부뚜막에앉아부지깽이를두드리며염불을외우고,부처님께드릴깨끗한다기물을뜨러새벽마다호랑이가오가는산을넘기도한다.
하루하루간절하게첫마음의등불을밝혀라
좋은책,좋은말이차고넘치는세상…
그러나수행하지않으면삶은바뀌지않는다
『스님의첫마음』이우리에게던지는메시지는명료하다.바로우리들내면에첫마음의등불을밝히고,스스로자기삶의수행자가되어하루하루충만하게살아야한다는것이다.“구슬이서말이라도꿰어야보배”라는속담이있고,불가에는“삼일동안마음닦는것은천년의보배요,백년물질을탐하는것은하루아침티끌”이라는말도있다.또“하루종일남의보물을세고있어도나에게는반푼어치도안들어온다.”는화엄경구절도있다.모두가자기자신의수행과체득의중요성을강조한다.
이책에담긴마흔여덟가지초발심풍경과치열한구도여정은그대로가살아숨쉬는법문과같다.게으르고무지한영혼에밝은등불이되어삶의주인으로다시한번새롭게살도록이끌어주는귀한스승이다.
절집의풍속과스님들의일상생활,고승들의수행담까지,
한국불교백년사를생생하게기록하다
이책에는한국불교백년사가녹아들어있다.1900년대초반부터오늘에이르기까지한세기동안의한국불교수행사,절집의풍속과수행문화,솔직담백한일상생활,고승들의수행법등이풍성하게기록되어있다.특히노스님들의회고를통해만암,한암,금오,청담,성철,해안,청화,일타,동산스님등한국불교사에중요한발자취를남긴수많은선지식들의언행과수행담이흥미롭게되살아나눈길을끈다.
쉽게듣지못할출가자의내밀하고실제적인삶의풍경을그리다
이책의저자는20대에불교에입문한뒤25년동안글쓰기와수행을함께해온불교전문작가이다.그중10여년이상은한달에한번꼴로스님들의초발심시절을인터뷰하여월간〈해인〉에기사를연재했다.쉽게듣지못할출가자의내밀하고실제적인삶의풍경에독자들은뜨거운애정을쏟아냈다.출가를꿈꾸다가실제로입산한예도있고,노스님의어린시절에눈시울을붉혔다는수녀님도있다.대학강의실에서는교수의낭독으로강의실이눈물바다가되기도했다.
큰관심속에연재된백여명의행자시절을모아십수년전처음책으로펴냈다.그동안여러스님들이자신의육성을남긴채안타깝게세연을다했고,그때만난중진스님들은원로스님들이되었다.출가의환희를차분하게들려주었던젊은스님들은이제한국불교계의중추가되어선원장으로,승가대학장으로,현대적인감각의주지스님으로사회곳곳에서활약하고있다.
시간이꽤흘러저자는이전의원고를꺼내꼼꼼히손보고,해인사방장법전스님,금강굴불필스님,운문사회주명성스님,내소사선원장철산스님등몇몇스님들을추가로인터뷰하여새롭게책을구성했다.독자들의이해를돕기위해책말미에인물및용어설명도덧붙였다.이렇게하여먼저48분의이야기를개정증보판으로선보이고,나머지분들의출가수행담도곧이어출간할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