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피노키오 (차승호 동시집)

안녕, 피노키오 (차승호 동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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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시와 동화를 써온 차승호 시인의 첫 동시집 『안녕, 피노키오』는 아이와 함께 놀며, 함께 감정을 나누며, 아이의 내면을 길러주고 나아가 어른 독자들까지 어루만져 주는 동시집이다. 유쾌하고, 재미있고, 감동적인 동시들이다. 푸른 달밤에 아이가 보낸 손 편지 같은 동시집이다. 아이의 모습은 기특하고 순수하다. 평범한 사물도 아이의 눈과 귀와 상상력을 통하면 우리가 미처 생각지 못했던 것들을 만나게 된다.

지구별과 달님이/서로 내 팔뚝 굵다고/자랑할 때마다/하루에 두 번/바다가 잇몸을 보이며/씨익, 웃는다. (「갯벌」 전문)

밀물과 썰물의 모습을 갯벌의 이미지로 표현한 것이 재미있다. 쉽게 읽히는 감각적인 언어 구사로 아이는 물론 어른들에게도 유쾌한 재미를 준다. 동시집에는 다양한 이야기가 존재한다. 「딩동딩동」은 엄마가 마트에 가고 집에 남은 밤톨이 삼 형제를 겁먹게 하는 무서운 늑대가 등장한다. 급기야 무서운 늑대가 “질겅질겅 단풍잎을 씹으며 입술 사이로 빨간 피를 팔랑팔랑 떨어뜨리는 가을”로 변신한 엄마의 모습은 반전의 묘미가 가득하다.
아이의 ‘사랑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다.

마음속에 들어온/왈가닥/이경자에게/살짝궁/담장 밑에서/빼빼로 건네준 걸/혹시/담장 너머로/다 본 건 아닐까? (「해바라기」 전문)

이경자는 빼빼로를 받았을까? 안 받았을까? 자못 궁금해지는 동시이다. 어색하지만 풋풋한 첫사랑의 모습이, 해바라기가 봤을까 걱정하는 아이의 모습이 독자를 순수하고 무구한 세계로 이끈다.

그건 아귀 때문이야./이빨이 지퍼처럼 생기고/몸 전체가 입으로 된/아귀 때문이야.//둥근 보름달 뜰 때/바다 위로 뛰어올라/한 입 베어 물고 사라졌거든.//텀벙, 물텀벙//바닷속으로 사라졌거든. (「보름달이 눈썹달 된 이유」 전문)

보름달이 뜨는 시간에 아귀가 바다에서 뛰어올라 한 입으로 보름달을 베어 물고 사라지는 모습과 바다로 ‘텀벙’하며 떨어지는 소리, 시각과 청각의 이동과 입이 큰 아귀와 또 다른 이름인 ‘물텀벙’의 짜임새가 한 편의 그림 같다.
이 동시집의 특징 중 하나는 곳곳에 서사적인 구조를 가진 동시들이 많다는 것이다. 동시집을 읽는 동안 ‘이야기 동시’의 참맛을 느낄 수 있다.

자동차 시동을 켜 놓고/아빠는 쉽게 출발하지 못하네.//할아버지가 깡마른 손으로/내 손을 꼭 잡네.//따뜻하네.//손가락이 몰려서 조금 아프지만/나는 가만히 있네.//부릉부릉 부릉/차 안 가득 자동차 소리만 떠다니네.//생신 때 집에 왔다가/요양원 가는 할아버지//손가락이 따뜻하게 아프네. (「부릉부릉」 전문)

요양원에 있는 할아버지가 집에서 생일을 보내고 다시 요양원으로 출발하는 상황이다. 아이는 ‘손가락이 아프다.’라고 말한다. 묵직한 울림이다. 아이라고 인생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이런저런 상황의 경험 속에서 아이는 속 깊은 어른으로 성장한다.
저자

차승호

충남당진농촌에서태어나들판속에서자랐습니다.2004년《현대시학》에시를발표하며작품활동을시작하였습니다.2017년《푸른동시놀이터》에동시추천,2020년《전북일보》신춘문예에동화가당선되었습니다.지은책으로시집『즐거운사진사』『들판과마주서다』『소주한잔』『얼굴문장』『난장』,동화집『도깨비창고』가있습니다.『안녕,피노키오』는첫동시집입니다.

목차

시인의말

1부안녕,피노키오

아바타연필
멋쟁이갈치
지우개
안녕,피노키오
해바라기
짱뚱어
떼쟁이갯벌
눈치코치
딱걸렸어
갯벌
진짜공부
눈부처
정말모르는거야?

2부이상한그림책

감나무아래에서
멍게
버찌따옴표
이상한그림책
딩동딩동
보름달이눈썹달된이유
누가뭐래?
하굣길에생긴일
여우와롱패딩
감기
어떡하죠?
사랑참어이없다
문방구앞병아리

3부얼굴꽃밭

거미
불가사리
얼굴꽃밭
들판학교
넌무슨운동을했니?
돌탑
우물쭈물아빠
야,비둘기너!
손을꽉!
새우할아버지
청국장
똥귀신비데귀신
겨울쉼표

4부우주인할아버지

바람이불면
시간참화살같구나
우주인할아버지
부릉부릉
멋쩍게웃네

휘파람새
할아버지두꺼비집
곰사냥꾼
할머니창고
하얗게입김나온날
저녁

발문­다정한아이가별처럼반짝빛나길

출판사 서평

[작품평]
사랑의감정이들면언제,어떻게고백을할까하는마음이부풀어오릅니다.표제작「안녕,피노키오」는여섯개의물음표로거짓말과그로인한상황을유쾌하게표현하고있지요.아이는피노키오처럼거짓말을하면정말코가길어진다는상상을하며여러가지질문을던지고있네요.코가얼마나길어지는지,언제길어지는지,그리고그에대한비유적인표현들이재미있게어우러져있네요.마지막부분“우리반이경자에게고백하지못하는것도거짓말이니?”라는질문을통해거짓말의의미를더깊게생각해보게해줍니다.거짓말은때로는속마음을가리는것일수도있고,자신의감정을표현하지못하거나두려움때문에발생할수도있으니까요.물음이많다는것은사람과세상에대해궁금하다는신호이지요.물음에물음이이어지는순간들은설렘과기대와얼마간의두려움을품고있습니다.다양한감정은아이의마음을두텁게해주는나이테와같아요.궁금함과호기심과윤리적질문사이에서오늘도아이는자신을발맘발맘만들어가고있을겁니다.
_김정숙(평론가,충남대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