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기타는 잠들지 않는다

내 기타는 잠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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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신중현

신중현
1940년 11월 4일 서울에서 태어났다. 열여섯 살 때부터 기타교본을 가지고 독학으로 기타를 공부하던 신중현은 1957년 미 8군 무대에 처음 서게 된다. 여기에서 그는 미군들의 기호에 맞추어 재즈, 스탠더드 팝, 록음악을 연주하며 일본식 트로트 일색이던 한국에 서구 대중음악을 들여놓았고 이후 5년간 미 8군의 톱스타로 큰 인기를 누렸다.

1962년경 한국 최초의 로큰롤 밴드인 ‘애드훠’(Add 4)라는 그룹을 결성하였는데, 이 그룹은 기타·보컬·베이스·드럼이라는 로큰롤 밴드의 전형적인 구성을 갖추고 있었다. 애드훠는 1964년 〈빗속의 여인〉 〈커피 한잔〉 등 새롭고 전위적인 사운드의 노래들이 실린 데뷔 앨범 〈애드훠〉를 발표하였다.

애드훠에 이어 신중현은 계속해서 조커스, 덩키스, 퀘스천스 등의 그룹을 조직해 활동하면서 ‘그룹 사운드’를 한국 땅에 정착시키고 로큰롤의 리듬과 한국적인 리듬을 결합시킨 독특한 사운드를 개척해 나갔다. 한편, 1968년에는 펄 시스터즈에게 〈님아〉 〈떠나야 할 그 사람〉 등의 곡을 주고, 김추자에게 〈월남에서 돌아온 김상사〉를 작곡해 주면서 이후 장미화·장현·박인수 등 여러 가수들에게 노래를 만들어주었다. 1960년대 말에는 당시 세계적으로 유행했던 사이키델릭록에 심취하여, 〈봄비〉 〈꽃잎〉 등 사이키델릭 스타일이 엿보이는 곡들을 선보이기도 하였다.

1973년에는 신중현(기타, 보컬), 이남이(베이스), 권용남(드럼)으로 구성된 3인조 밴드 '신중현과 엽전들'을 결성하여 넉 장의 앨범을 발표하면서 한국적 록사운드가 담긴 대표작들을 남겼다. 이 중에서도 〈미인〉이라는 노래가 실려 있는 1집은 명반으로 기록된다.

그러다가 유신정권이 들어서자 수많은 뮤지션들이 대마초 연예인으로 낙인 찍혀 구속되고 대부분의 노래들이 퇴폐적이고 불온하다는 이유로 금지당하였는데, 신중현 역시 1974년에 대마초 사건에 연루되어 징역 4개월
에 처해지고 100여 곡이 금지곡으로 묶였다. 금지곡은 1987년에야 비로소 해금되었다.

1986년에는 라이브 클럽 ‘락월드’(Rock World)를 개관하여 록뮤지션들의 연주공간을 마련하였고, 그후 개인 스튜디오이자 카페인 ‘우드스탁’(Woodstock)을 차리는 등 1980년대 중반 이후 다시 활발한 활동을 재개하여 한국적 록의 완성을 위한 작업에 매진하였다. 그 결과 전기기타 산조 〈무위자연〉(1994)과 〈김삿갓〉(1997) 등을 발표하였다.

시나위의 기타리스트인 신대철을 비롯하여 신윤철·신석철 등 세 명의 아들 또한 신중현의 뒤를 이어 한국 록음악계에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목차

추천사
머리말

1장 _ 전쟁 통에서 음악인을 꿈꾼 소년
1. 만주에서 서울로
2. 아버지와 축음기
3. 어머니와 첫 기타
4. 소년 가장이 되다
5. 한국전쟁 발발
6. 전쟁 통에 부모님을 여의다
7. 음악, 고단한 삶의 탈출구
8. 기타에 빠지다
9. 오디션을 보다

2장 _ 미 8군 무대를 점령하다
1. 공장에서 벗어나 음악인으로
2. 미 8군 오디션
3. 미 8군 무대에 서다
4. 첫 기타 독주
5. 잘나가는 기타리스트
6. 이교숙 선생님 쪾 82

3장 _ 한국적 록을 꽃피우다
1. 애드훠 결성
2. 덩키스와 이정화
3. 펄 시스터즈
4. <님아>, 신중현을 알리다
5. 김추자와 <님은 먼 곳에>
6. 신중현 사단, 미 8군 무대를 공략하다
7. 김정미와 사이키델릭
8. 사이키델릭과 마약

4장 _ 사람들 틈에 울고 웃고
1. 가수들과의 악연
2. 김추자의 매니저
3. 첫 이성 교제
4. 동거녀
5. 잇단 불운
6. 빵점짜리 남편
7. 세 아들
8. ‘자유’ 가족

5장 _ 환희, 그리고 좌절
1.‘찬가’와 <미인>
2. 대마초 사건
3. 정신병원에서 감방으로
4. 출소
5. 활동 금지 여파3
6. 음악계 복귀
7. ‘뮤직파워’ 해체

6장 _ 내 기타는 잠들지 않는다
1. 세 나그네
2. 클럽 ‘라이브’
3. 우드스탁
4. 대학 교수
5. 김삿갓과 컴퓨터의 만남
6. 영화음악 작업
7. 영화배우 ‘외도’와 김완선
8. 속세를 떠나

부록_신중현의 음악세계

출판사 서평

■ 신중현이 털어놓는 인생역정

일을 끝낸 한밤중 뒷동산에 올라가 어머니의 유품인 하모니카를 부는 게 유일한 낙이었다. 그 시간이면 피곤함이 싹 가셨다. 종일 이어지는 고된 노동도 음악을 하는 그 시간을 위해 존재하는 듯했다. 음악을 할 때가 가장 좋고 편하고 아름다웠다.
-전쟁 통에서 음악인을 꿈꾼 소년(43쪽)

첫 기타 솔로 연주를 성공리에 마친 뒤부터 기타 솔로 레퍼토리를 하나씩 늘려나갔다. 결국 쇼 중간에 고정 솔로 타임이 생겼다. 오디션에서 전문가들은 내 솔로 타임에 대해 별도로 점수를 매겼다. 미국 주심이 영어로 “Great”라고 썼다. 당시에는 무슨 뜻인지 몰라 고개를 갸웃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최고’라는 평가였다. 나도 모르게 몸값이 올라가고 있었다.
-미 8군 무대를 점령하다(80쪽)

은퇴 공연을 앞두고 있는 신중현이 자신의 삶과 음악에 대한 열정을 털어놓았다. 이 책에는 한국 대중음악의 거인 신중현이 걸어온 발자취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전쟁 통에 돌아가신 부모님을 제 손으로 묻은 이야기에서 고된 노동을 하며 음악인을 꿈꾸던 시절의 이야기, 미 8군 무대를 주름 잡던 시절의 이야기, 대마초 사건으로 고난을 겪은 이야기, 컴퓨터 음악과 노년 록이라는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고 있는 이야기에 이르기까지 신중현의 파란만장한 인생역정을 들여다볼 수 있다. 신중현이 솔직담백하게 털어놓는 일화들은 보통 사람들은 감히 상상할 수도 없을 만큼 충격적이고 흥미롭다.


■ 한국 록을 증언하다

1973년, 더 맨을 해체하고 국내 최초의 3인조 그룹인 ‘신중현과 엽전들’을 꾸렸다.
‘엽전들’이란 밴드 이름은 일부러 한국적이고 토속적인 맛을 내기 위해 붙였다. 엽전에는 여러 뜻이 담겨 있었다. “엽전이 다 그렇지 뭐”나 “한심한 게 엽전이다”고 말할 때 엽전은 바로 우리 국민을 비하하는 은어였다. 속으로 생각했다.
‘그래 좋다. 내가 엽전이다. 어디 엽전 맛 좀 봐라.’
한국적인 가락만으로 한국적 록을 제대로 만들어보자고 결심했다. 6개월 동안 고심해서 곡을 썼다. 엽전들 1집은 한국식 록 음악의 전형을 보여준 야심작이었다.
-환희, 그리고 좌절(166쪽)

록의 대부, 한국 록의 산증인, 한국적 록의 완성자……. 음악인 신중현을 수식하는 말들이다.
신중현은 1962년경 한국 최초의 로큰롤 밴드인 ‘애드훠’(Add 4)라는 그룹을 결성하였고 계속해서 조커스, 덩키스, 퀘스천스 등의 그룹을 조직해 활동하면서 ‘그룹 사운드’를 한국 땅에 정착시키고 로큰롤의 리듬과 한국적인 리듬을 결합시킨 독특한 사운드를 개척해 나갔다. 트로트가 판치던 시절에 서구의 로큰롤과 흑인음악을 창조적으로 수용해 한국적 록을 탄생시킨 것이다. 이 책에서는 미국의 록을 오롯이 한국의 것으로 만들어낸 신중현의 열정과 투쟁의 자취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 한국 대중음악의 발자취를 돌아보다

연예인 대마초 사건을 비롯한 가요정화운동은 그저 몇몇 연예인들의 인생만 암흑 속으로 몰아넣은 게 아니었다. 그 사태로 한국 대중음악은 10~20년 전으로 되돌아갔다. 내 전성기 때는 쏙 들어갔던 트로트가 다시 라디오를 점령하기 시작했다.
-환희, 그리고 좌절(191쪽)

신중현의 삶은 단순한 개인의 삶에 그치지 않고 사회적 성격을 띤다. 신중현의 혁신적인 음악은 언제나 주류에서 호령했기에, 신중현의 삶 자체가 우리 대중음악의 역사를 들여다볼 수 있는 단초가 되기 때문이다.
펄 시스터즈, 김추자, 김정미, 박인수, 김완선에 이르기까지 한 시대를 풍미한 가수들과 함께하며 한국 대중음악을 선도해온 신중현의 고백을 통해 한국 대중음악의 발자취를 돌아볼 수 있다.


■ 마지막 투어, 그리고 또 다른 시작

생애 마지막 투어도 용인에 집을 짓는 일과 같이 내 노년기를 준비하는 작업이다. 20여 년간 지하에 묻혀 있던 음악성을 정리하고 대중에게 알리는 무대이기도 하다. 음악의 한계란 전 세계 어느 뮤지션이든 다 느끼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무한의 세계에 도전하려 한다. 강력한 도를 터득하지 않으면 구현하지 못하는 음악이 있다는 걸 이번 콘서트에서 보여주고 싶다. 테두리에 갇히지 않은, 어떤 한계에 만족하지 않는 음악을 말이다.
-머리말(8쪽)

나는 촌스러워 보일지언정 꾸미지 않는 순수함, 심지어 투박함을 좋아한다. 그러나 사회는 그렇게 돌아가지 않는 것 같다. 그러니 난 사회에는 별로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다. 가끔은 지금처럼 속세를 떠나 한가로이 있는 게 낫다는 생각이 든다. 덕분에 이렇게 시골에서 어떤 음악을 할 것인지 구상하는 여유도 부릴 수 있다. 그래서 내 기타는 잠들지 않는 것이다.
-내 기타는 잠들지 않는다(231쪽)

〈님아〉, 〈아름다운 강산〉 등 한국 대중 음악사에 길이 남을 곡을 만들어온 신중현, 그는 요즘 생애 마지막 투어인 ‘라스트 콘서트’를 준비하며 바쁜 음악생활을 하고 있다. 20여 년간 지하(우드스탁)에 묻혀 있던 음악을 정리하고 대중에게 알리는 무대를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은 언제나 새로운 도전과 실험으로 대중을 사로잡아 온 신중현의 남다른 도전정신과 나이가 들어도 사그라들 줄 모르는 음악을 향한 뜨거운 열정을 읽을 수 있을 것이다.


2. 추천사

우리 대중음악의 정체를 알려거든 신중현을 들어라!

한국 대중음악의 역사를 연구하는 사람들은 늘 곤혹스럽고 고통스럽다. 욕구에 상응하는 자료와 기록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참고할 기록이라고는 사실을 담보하지 않은 평가적 고찰 아니면 지극히 주관적인 재조명적 판단들뿐이다. 특히 대중음악의 틀이 확립되기 시작한 196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는 당대 종이매체의 기사를 빼고는 사실상 관련 기록이 전무한 실정이다. 대중문화를 홀대하던 시기라 대중문화를 보관하고 기록해야 한다는 개념이 희박했기 때문일 테지만, 대중문화의 위상이 몰라보게 달라진 지금도 상황이 그다지 나아지지 않고 있다.
그리하여 대중음악을 연구하기 위해서는 그 시절의 음악계를 헤치고 살아온 당사자를 만나는 것 이외에는 도리가 없다. 그들의 증언과 고백을 모아 사실과 흐름을 재구성하는 일이 우리한테는 가요역사를 축조하는 유일한 방법인 것이다. 여기서 신중현이 지니는 막대한 상징성이 부각된다. 신중현은 트로트와 스탠더드를 두 축으로 하던 시대에 서구의 로큰롤과 흑인음악을 창조적으로 수용해 새롭고 독창적인 음악어법, 이른바 ‘뉴 뮤직’을 그것들에 병치시켜낸 인물이다. 이것은 신중현의 이름이 사회적 성격을 띤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잘 만들어진 신중현 개인의 역사는 우리 대중음악의 전체를 조망하는 통사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신중현의 혁신적인 음악은 비주류에 허덕이는 지금의 인디와 달리 언제나 주류에서 호령했다는 점이 중요하다. 이 책은 신중현이라는 인물이 단순히 ‘한국 록의 대부’라는 타이틀에만 갇혀 있을 수 없음을 생생히 말해준다. 일례로 미 8군 무대를 공략하던 시절, 엘비스 프레슬리의 춤을 보고 김추자 등에게 그 쇼맨십을 전수했다는 대목에서 우리는 그가 오디오를 넘어 비주얼에 이르기까지 장르를 망라한 음악 콘텐츠의 위대한 프로듀서이자 지휘자였음을 알 수 있다. 로큰롤, 소울, 재즈, 펑키는 물론 흔히 말하는 ‘댄스’도 그의 표현 영토였던 것이다.

당시의 음반 제작과 매니지먼트 관행은 지금의 기준에서는 조악하고 비릿하지만 그 때문에도 책은 역사적 사실성을 획득한다. 그가 겪은 경험의 편린들을 나열하는 것에서 이미 역사서의 풍모를 갖춘다. 신중현이 솔직담백하게 털어놓는 일화들은 신세대들은 감히 상상할 수도 없을 만큼 충격적이고 흥미롭다. 그러나 지나간 시절에 일어난 일은 너그럽게 용서하는 우리의 속성 덕분인지 모든 사실들이 왜 그리 낭만적으로 비쳐지는 것인지…….

음습한 음악계 풍토에서 솟아난 경이로운 신중현의 도전과 실험은, 지금의 음악계가 형식만을 확립하고 외투만을 화려히 치장했을 뿐 음악의 내면,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예술가의 혼을 박탈하고 있다는 조용한 반성을 일깨운다. 책을 읽으면서 독자들은 우리의 현재 음악계가 폭주기관차처럼 산업적·상업적 사고로 내달려가는 것은 역사적 기록의 부재로 역사적 인식이 뿌리내리지 못했기 때문임을 알게 될 것이다.

언제나 뒷면이 가려져 있었기에 대중음악계는 야사가 곧 정사이기도 하다. 신중현의 절절한 고백을 절대 흥밋거리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유신으로 대표되는 억압시대에 그것에 굴하지 않고 당당히 대치하면서 예술 혼을 지켜온 그 처절한 몸짓과 순수한 호흡, 그 시대정신을 읽어야 한다. <중앙일보>에 연재될 때부터 열렬한 독자였던 사람으로 이렇게 완간을 보게 되어 반갑다. 신중현의 자전만이 아닌, 사실에 기초한 모처럼의 가요역사책이 나왔다는 기쁨 때문이다.

임진모(음악평론가, 대중음악협의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