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서에 글이 실린, 글쓰기 실력을 인정받은 최은숙의 따뜻하고 맛있는 산문집!
현직 국어 교사이며, 시인이고, 영화 시나리오를 쓰기도 한 최은숙의 두 번째 산문집이 나왔다. “밥처럼 따뜻하고 맛있는 산문집”이라는 수사를 붙이기에 부족함이 없을 만큼 담백하면서도 씹을수록 맛이 나는 글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이나 사건은 학생과 학부모, 마을 어른들이며 그들과의 관계 속에서 벌어진 일들이 대부분이다. 다시 말해, 철저하게 자신이 겪은 이야기, 주변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이야기가 바탕이 되었다는 말이다. 과장이나 상상이 아닌 경험을 중심으로 쓰면서도 그 안에서 주고받은 사랑과 나눔, 삶의 애환과 혹독한 배움의 시련 속에 감추어진 성장의 기쁨, 감사와 섬김의 마음들을 감동적으로 담아냈다.
“그이의 글을 읽고 있노라면 한없이 부박하게만 느껴지던 세상 속에 그 얼마나 많은 보석이 숨어 있는지를 알게 된다. 그냥 그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흘러가는 일상이 사실은 얼마만한 축복인지를” 알게 된다고 쓴 공선옥 씨의 추천문처럼, 소소한 일상 속에서 그가 발견해낸 보석을 만나는 일은 위안과 희망, 섬김과 배려에 굶주렸던 우리들 앞에 저자가 정성껏 지어올린 밥상을 마주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게 한다.
▶어떤 상황에서도 배움과 섬김의 자세를 놓지 않는 학생 같은 교사
최은숙은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으로 14년째 살아가고 있지만, 동시에 학교에서, 마을에서 ‘삶’을 배워가는 학생으로 산다. 글을 못 읽는 친구를 위해 시험문제 풀기를 도와주는 주영이의 모습 속에서도, 돌아가신 아버지가 주고 가신 세상을 아름답게 살겠다고 말하는 따뜻한 마음을 지닌 인정이한테서도, 어디든 따라갈 마음을 내도록 만드는 선무당 같은 기수 엄마의 소탈하고 푸근한 인품 속에서도, 방으로 들어온 여치가 징그러워서가 아니라 너무 작아서 자기가 밟을까봐 걱정하는 딸의 모습 속에서도 최은숙은 삶이 주는 ‘배움’을 선물로 받아 안는다. 등이 휠 것 같은 삶의 무게로 버거워하는 학부모나 그런 부모 밑에서 같은 무게로 아파하는 학생들의 삶을 통해서도 배우고, 선생을 위해 김치 볶음밥을 차려놓고 그 첫 숟갈을 뜨는 선생의 반응을 기대하던 어린 제자의 마음씀을 통해서도 배운다.
삶을 배움으로 받아들이고 나자 저자는 왜 자신이 학교에 몸담고 있는가를 알게 되었다고 고백한다.
아이들은 선생을 믿고 배우고, 선생은 아이들을 통해 삶과 사람을 대하는 자신의 마음 자세를 되돌아보고 깨어 살려고 노력하는 관계야말로 참된 교육의 관계가 아닐는지? 이들이 함께 꾸는 미래의 교실은 아름답다. 겨울에도 따뜻한 교실, 3교시 끝날 즈음 커다란 오븐에서 따끈하게 부풀어 오른 빵을 꺼낼 수 있는 학교, 교실에 구들을 놓고 장판을 깔아 감기 걸리고 몸살 난 사람 있으면 아랫목에 누워 공부하는 거 듣다가 잘 수도 있는 학교, 책상과 의자가 몸에 맞는 학교, 여름엔 덥고 겨울엔 추운 교복으로부터 자유로운 학교, 방학이라든가 개학, 시험 일정, 축제, 체육 대회 등등 모든 학교 일정은 선생님과 학생과 부모님이 함께 의논해서 결정할 수 있는 학교…… 사실 그리 거창하지도 않은 이 소박한 꿈이 이루어질 때쯤이면 이미 졸업해 있을 거라며 아이들은 섭섭해하지만, 최은숙 선생은 “하지만 우리가 그런 학교를 만들 수는 있지. 그리고 우리 자식들은 우리 같은 고통을 겪지 않고 우리가 누리지 못한 행복을 누리겠지”(<겨울, 빈 난로 옆에서 꾸는 꿈> 중에서)라고 말한다. 집 같고 마을 같은 학교를 꿈꾸고, 집도 마을도 학교도 모두 배움터요 나눔과 섬김의 터전이었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교사 최은숙이 그리는 교사상은 “내가 가르치는 아이들의 이웃으로, 그 마을 사람으로 살아가는 것”(<10년 뒤> 중에서)이다.
▶새 학년을 열며, 새로운 천사들을 만나게 될 교사들에게 꼭 권하고 싶은 책
말썽쟁이 재국이를 새롭게 만난 건 ‘행복한 학교 만들기’ 명상 프로그램에서였다. 틀을 바꾸는 것도 필요하지만 생각을 바꾸는 것은 더욱 큰 혁명이라는 생각에 참여했다. 명상을 이끄는 선생의 말씀대로 재국이의 흠 없는 모습, 하늘로부터 부여받고 태어난 환하고 맑고 생명력 넘치는 본래의 모습을 떠올리다 그는 ‘이렇게 사랑스러웠던가!’ 하며, 재국이를 다시 만난다.
세상에는 상대방의 가장 좋은 점을 끌어내주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반대의 것을 끌어내는 사람이 있다. 가장 선한 것, 아름다운 것, 빛나는 것을 끌어내고, 그 사람의 가장 순수한 면을 읽어줄 수 있는 눈을 가진 사람. 그 사람의 눈에는 모두가 천사로 보일 것이다. 아마도 “미안, 네가 천사인 줄 몰랐어”라고 말하는 그 순간이 스스로를 천사로 만드는 일일지도 모르겠다.
새로운 학년이 시작되었다. 교실에서건 가정 안에서건 회사에서건 또 한 번의 새로운 다짐 속에서 시작하는 봄, 3월이다. 자기 곁에 있는 아이, 남편, 애인, 친구, 동료의 맨 처음 모습, 하늘로부터 부여받고 태어난 환하고 맑고 생명력 넘치는 그 사람의 본래의 모습을 떠올려보자. 이 책의 저자 최은숙처럼 내 곁에 있던 그 사람이 나에게 ‘섬김’이 무언지를 알려주러 온 천사임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