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서평
지율스님,9개월만에다시입을열다
2005년초,대한민국전체는한비구니가생사의기로를오가는것을숨을죽이고지켜보았다.누구는도롱뇽을앞세워국익을희생시키는건무책임한어리광이?라고비난했고,누구는시비야어찌됐든사람목숨부터살려야한다고걱정했고,누구는뜻은알겠는데왜저렇게까지극단적인방법을취하는지이해를못하겠다고들했다.언론은초유의‘1백일단식’을기록경기처럼생중계했다.마침내1백일째되는날극적인타결이이루어지자모두들안도하며돌아섰고,...
지율스님,9개월만에다시입을열다
2005년초,대한민국전체는한비구니가생사의기로를오가는것을숨을죽이고지켜보았다.누구는도롱뇽을앞세워국익을희생시키는건무책임한어리광이라고비난했고,누구는시비야어찌됐든사람목숨부터살려야한다고걱정했고,누구는뜻은알겠는데왜저렇게까지극단적인방법을취하는지이해를못하겠다고들했다.언론은초유의‘1백일단식’을기록경기처럼생중계했다.마침내1백일째되는날극적인타결이이루어지자모두들안도하며돌아섰고,돌아서서까맣게잊어버렸다.
그이후에천성산과지율이어떻게되었는지궁금해하는이들을위해몇마디덧붙이자면,우선그당시극적으로합의되었던천성산환경영향공동조사는오랜기간의진통끝에시작되어지금진행중이며,오는11월30일마무리될예정이다.그리고지율은지금9개월전과는달리아무도보지않는곳에서홀로칩거하여힘든사투를벌이고있다.
지율의근황
현재바깥세계에서지율과연락이닿는유일한사람은그가책속에서“제작은등에업어키웠다”고애정을표시하고있는친동생뿐이다.그나마동생마저도그와언제나연락을취할수있는것은아니다.그를통해간간이전해듣는지율의건강상태는현재매우심각하다.보내온원고에의하면지율은“3개월만이라도공사를중지하겠다는약속이여전히지켜지지않”고있는데대해매우낙담하고있다.사실이것이지율의근황에대해우리가알고있는전부이다.확실하게말할수있는것은그의육신이쇠잔해가는만큼그의의지는점점더강해지고있다는것이다.
지율의두번째책『초록의공명』은온전히지율의의지에따라이세상에나오게된것이라해도과언이아니다.그는이책에실릴글과사진들을모두손수선정했는데,대부분은그가지난2004년3월이후부터천성산홈페이지(http://cheonsung.com/)게시판에틈틈이올린글과손수찍은사진들로이루어졌다.(그의사진솜씨는거의프로급이다.자신이찍은사진을플래시동영상으로만들어올리기도한다.)그가『초록의공명』을펴내기로결심한주요한동기는1백일단식이후에도쉽사리가시지않고있는,자신을둘러싼세상의오해와억측을풀기위해서인것으로보인다.
“저어두운강에몸을던져야건널수있다는것은얼마나두려운가”
이책은크게세부분으로되어있다.첫부분은2004년3월초부터1백일단식을끝낸2005년2월3일까지매일의심경을기록한일기형식으로되어있다.가운데부분은자연에대한자유로운단상과그가여러곳에서행한강연원고들을모았으며,끝부분은외부인사들이기고한글과신문기사등을수록했다.
그가천성산벌목현장에서농성을시작한2004년3월초부터1백일단식까지이르는1년여의일지는,산하나가파괴되는것을막기위해한개인이할수있는모든노력을다한눈물겨운기록이다.처음에그가포크레인한대를몸으로가로막자,공사인부들은포크레인두대를현장에들여놓고다른한대를움직여일을한다.이제곧이곳에열대의포크레인이올라올텐데그때는어떡하겠느냐는말에지율은자신의무력함을절감한다.하지만공사방해혐의로체포되어더이상포크레인한대를가로막는일마저도할수없게되자,그는청와대앞으로거처를옮겨세번째단식을시작한다.그는자기가숨어서음식을먹고있다고보고서를올린경찰서장과청와대관계자들에게분개하면서도,골목안어느집창틀을타고올라간나팔꽃이핀것을보려고아침마다일부러그집앞을찾아가는여유를즐기기도한다.
결국정부는공사를중단하고지율은재판결과에승복하는조건으로58일간의단식이중단되지만,약속되었던환경영향재평가가환경부의약식보고서로대체되면서또다시네번째단식이시작된다.무대는‘도롱뇽재판’항고심이벌어지고있는부산고등법원앞으로이동한다.지율은부산진시장에서커튼샘플을탁발해와서법원앞땅바닥에주저앉아도롱뇽을수놓으며,카프카의소설「법앞에서」의주인공인K를생각한다.그는“아무도입장을허락하지않는법앞에서법안으로들어가기위해문지기와함께늙어가는K의버둥거림”이바로자기이야기라고일지에썼다.
그러나도롱뇽을원고로한항고심은원고부적격판정으로기각되고,천성산구간의공사는재개된다.아마도이때지율은무의식중에자신이생사의고빗길에서있다는것을깨닫고본능적인두려움을느꼈던것같다.“수없이건너왔던강을또혼자건너야한다”고속삭이며그는이렇게독백한다.“수심을알수없는저어두운강에몸을던져야이강을건널수있다는것은얼마나두려운가.이제저강은나를건네줄수도있고내생명을앗아갈수도있다.”
서울로올라가기위해낡은옷가지몇벌과약간의서류를뒤적이며,손끝에서“전면전을위해무기를손질하는긴장”을느끼는대목에선사뭇비장감이감돈다.“적의를가진사람들은무기를들고오는것이아니라언제나미소와이익,우정을담보로했으며마지막칼을꽂은사람은적이아니라언제나동지였다”고토로하며,“그물에걸리지않고잘살고있는그들”이“제영혼의자유로움에손대지않기를”바라는데서는날선기운이느껴진다.
그러나단식이진행될수록그의마음은점점고요해지고평화를찾아간다.“사람의몸으로태어났고……신명을다바쳐할수있는일을만나서정진할수있었는데무슨후회가있겠습니까.”,“이상하리만치마음은고요합니다.……이렇게아무런자각증세를느끼지않을수있다는것이신기할뿐”이라고담담히말하며,나아가“70일의허기를견디어내고난후,제가가져가야할절망이갑자기보이지않습니다.사랑해야한다는생각이문득들었습니다.”라고하는경지에까지이른다.그리고“바라건대천성산과함께한모든인연을자애로운마음으로거두어주소서”라는마지막말에서우리는죽음을준비하는그의모습을볼수있다.
“제말을서운하게듣지마십시오.스님한테뺨을얻어맞을각오를하고말합니다.”
천성산문제와관련해잘알려지지않은사실이두가지있다.그하나는지율이극단적인수단을썼을지언정극단적인요구를하지는않았다는것이다.지율이요구한내용은공사를하지말자는것이아니라“터널을뚫는것이어떠한문제가있는지없는지제대로된영향평가를받아보고싶다는”것이었다.더욱이그는천성산지기소임을맡은내원사산감이었다.
그리고또하나는,지율의요구에대해정부는실제로여러번들어줄것을약속했다는것이다.그러나그약속은번번이무시되고파기되었으며,그때마다지율은단식일수를조금씩늘려갔다.그러나지율이보기에약속이지켜지지않은사실보다더놀라운일은아무도그일에대해문제삼지않는다는사실이었다.이것은그에게곧이사회의도덕성의위기로비쳐졌다.“천성산문제를통해제가느끼는본질적인문제는……이사회권력의구성원들이공익과다른사람의아픔에도덕적으로무감각하다는것입니다.”
단식기간동안지율에게쏟아진불같은비난은그래서더욱이해하기어려운측면이있다.그를비판한측은이해관계가직접결부된정부나고속철도공단뿐만이아니었다.언론을위시해서상당수일반인과네티즌들도지율의행동에대해격렬한거부반응을보였다.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