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2년 9월 7일 평안북도 구성에서 출생하였다. 오산학교 중학부를 거쳐 배재고보를 졸업하고 도쿄 동경상대(東京商大)를 입학했으나 관동 대지진으로 중퇴 후 귀국하였다. 당시 오산학교 교사였던 안서(岸曙) 김억(金億)의 지도와 영향 아래 시를 쓰기 시작하였으며, 1920년에 『낭인의 봄』 등의 작품을 <창조>에 발표하여 문단에 데뷔하였다. 이어 『먼 후일』『금잔디』『엄마야 누나야』『진달래꽃』 등 한국 서정시의 기념비적 작품들을 발표하여 크게 각광받았다. 안타깝게도 33세 되던 1934년 12월 24일 요절했다. 7·5조의 정형률을 많이 써서 한국의 전통적인 한(恨)을 노래한 시인이라고 평가받으며, 짙은 향토성을 전통적인 서정으로 노래한 그의 시는 오늘날까지도 많은 독자의 사랑을 받고 있다.
● 제27권 김소월(金素月) 편 《진달래꽃 (외)》
- 일제시대라는 무덤에 생매장된 채 질식하지 않기 위해 소월이 택한 서정시의 길.
- 한민족 전체가 다 함께 몰락한 1920년대. 그리고 다시 한번 쓰러진 70년 후의 우리. 지금 의 한국문학은 소월의 시에서 그 비전을 가르침 받아야 한다.
● 70여 년 전의 소월의 시대와 70여 년 후의 우리의 시대.
그리고, 소월의 시가 제시하는 우리 문학의 비전!
김소월에 관한 논의는 이제 새삼스럽다는 느낌이 들 만큼 진부하다. 심지어 그동안 500여 편의 논문이 김소월의 시에 관하여 써진 사실에서 볼 때 이미 많은 사람들의 충분한 관심의 대상이 되어 온 소월의 시에 대해 더 이상의 논의가 개진될 필요가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기도 한다. 그러나 아직도 광범위한 호소력을 지닌 소월의 시의 생명력을 부인할 수는 없다. 그리고, 이 시적 생명력은 그의 시를 이해함에 있어 새로운 관점을 요구한다.
일례로, 셰익스피어의 《햄릿》은 그 작품에 대해 지금까지 가해진 무수한 비평과 해석의 총량으로 존재하는 것이다. 이 총량이 ‘문학의 현재성’이며, 이 현재성에 의한 요구가 상실되면 그 문학작품은 망각의 저편으로 사라져버린다. 그렇듯, 김소월은 한용운과 더불어 아직도 가장 많이 읽히고 연구되고 있다는 점에서 그의 작품을 이해하는 새로운 관점이 요구된다.
그러나, 김소월의 시적 정서가 좌절과 슬픔에 가득 차 있을 뿐만 아니라, 이념 지향의 시대정신을 결하고 있음 또한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소월의 시가 슬픔의 시이며, 그 배후에는 허무주의의 음영이 짙게 드리워져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김소월에게 문제되었던 것은 실존적 삶의 구체적 난관을 이념적으로 극복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그가 처한 시대의 숨겨진 영혼을 탐색하는 것이었다. 이것은 ‘혼의 좁힘’이라는 추상적 충동으로 드러나며, 이 충동이 ‘삶의 좁힘’이라는 방향성을 지닐 때, 스스로 파멸의 막다른 길을 향하게 되는 것이었다.
김소월은 타협과 굴종을 강요하는 식민지적 현실과 정면으로 대결하려 하였던 시인이 아니다. 그는 자아와 현실 사이의 극복할 수 없는 단절로 인하여 좁혀진 삶의 가장자리에 선 실존적 인간으로서 자기 자신의 영혼을 탐색하려 하였으며, 또한 철저한 자기 한계 속에서 피할 수 없어 부딪쳐야 했던 삶의 양식을 그는 - 우리가 ‘운명의 형식’이라 명명할 수 있는 - 독자적인 서정시 형태로 표출한 것이다.
주로 ‘무덤’을 소재로 한 김소월의 작품들에서는 삶이 순환되지 않고 정체되어 죽음으로 인식되는 의식의 심층이 나타나 있다. 계절이 바뀌고 봄이 돌아오는 자연계의 순환적 질서와 달리 그의 마음은 회복될 수 없는 상실감에 빠져 있었던 것이다. 이런 시적 의식은 간접적이지만 그가 주로 활동하였던 1920년대의 시대적 상황이나 분위기를 마치 ‘무덤’과 같은 것으로 인식하였던 다른 문인들과 유사한 상황의식을 반영하는 것이다.
이렇듯 김소월은 외면적 주제로 당대의 모순을 개혁해야 한다는 적극적 의지를 시로 나타내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는 무덤 속처럼 숨이 막히는 시대적 상황에서 상실이나 좌절을 일관된 주제로 삼아 당대의 서정적 혼의 실체를 극한까지 추적하는 내면적 주제를 택하였다. 그가 당시의 저속한 현실과 어떤 형태로든지 타협하거나 결탁하지 않았을 때 도달하게 되었던 삶의 방식은 결국 부서지고 마는 운명에 필연적으로 직면하게 되었던 것이다. 그가 삶의 영역에서 떨어져 나가 죽음의 영역에 가까이 갈수록 그의 시는 삶과 죽음을 통합하는 혼의 강렬한 추상적 충동에 이끌리게 되는데, 이는 돌이킬 수 없는 몰락의 운명에 처한 민족적 위기의식을 표출한 시대의 심층적 주제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그는 한편으로 현실과의 타협을 거부함으로써 (바꾸어 말하면 어떤 형태로라도 현실과 결탁하는 해결방식을 택할 수 없음으로 인하여), 현실을 개혁할 수 있는 어떤 대책 또한 마련할 수 없었으며, 이로 인해 모든 잘못을 자신에게 돌려 그 자책감에 괴로워했던 것이다. 그의 시에 충만된 눈물은 이 쓰라린 자책감을 일깨우면서 해소시키는 감미로운 주문과 같은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소월의 시가 우리에게 보여준 방향성은 우리 현대시사에서 매우 귀중한 경험이었다. 서정적인 것의 핵심에서 작용하는 구심력과 원심력의 원리는 우리 서정시의 근원적인 에너지를 이해하는 단서가 될 것이다. 그리고 김소월의 시적 시도가 실패한 것이라 하더라도 또 다른 좌절과 실패의 시를 반복하지 않을 수 있는 근거가 된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역설적으로 말하자면 현실적인 삶의 난관을 타개해 나가는 행동에 있어서 김소월은 실패한 시인이었지만, 그 인간적 실패에도 불구하고 감정에 형식을 부여하는 서정시에 있어서는 우리 문학의 한 정점에 도달할 수 있었다.
이제 김소월이 체험하였던 좌절과 슬픔의 시대는 지나갔다. 그러나, 앞으로 우리에게 다가오는 시대적 난관이 그의 시대보다 결코 약화되지는 않을 것이다. 강대국들의 이해관계와 더불어 분단에 의한 시대적 억압이 가중될수록 행위의 공간은 좁혀질 것이고 그에 따라 문학적 지표가 흔들릴수록 소월의 시에 대한 현재성의 요구가 강화될 것이며, 그의 문학을 새롭게 해석하는 비평적 총량도 증가되어갈 것이다.
● 게재작품 목록
《진달래꽃》수록시 님에게?봄밤?두 사람?무주공산?반달?여름의 달밤 (외)
《진달래꽃》미수록 발표시 낭인의 봄?그리워?춘강?서울의 거리?달밤 (외)
미발표 유고시 인간미?비 오는 날?마음의 눈물?봄바람?푸른 밤 창살마다 (외)
번역시 한식?춘효?밤 까마귀?봄?이주가 (외)
일문 ? 영문시 黃昏時 (외)
산문 춘조?함박눈?떠돌아가는 계집?시혼?팔베개 노래조 (외)
진달래꽃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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