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청 1945년 울산에서 태어나 1973년 <대한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으며, 고등학교 국어교사, 신문기자 등 여러 직업을 전전하며 창작생활을 계속해 오고 있다. 저서로는《우리 옆에 왔던 부처》《사바행》《회색의 봄》《부처님동네》《우리들의 초상》《무덤 속의 축제》《사리》《이 뭣고》《화두의 향기》《소설 김삿갓-바람처럼 흐르는 구름처럼》등이 있다. 저술의 대부분이 불교의 정신세계를 천착한 것이 특징인데 이는 저자가 문학을 통하여 인간의 존재 가 지닌 궁극적 가능성을 끝없이 모색해 온 과정의 산물이다.
안중근을 만난 것은 내게 행운이었다. 역사가 되어버린 인물을 소설화하기 위해서는 소설가가 그 시대 속으로 들어가야 하는데, 안중근을 만나기 위해 들어가 본 그 시대는 내게 놀라움 그 자체였다. 구한말 한 마리 여린 짐승처럼 제국의 이빨 앞에 무방비로 놓여 있던 나라와 민족을 목숨 바쳐 피값으로 지켜보려 했던 인물들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싶어 소설을 시작했으나, 거꾸로 그 시대와 인물들이 오늘을 사는 필자에게 무거운 질문들을 쏟아내는 것이었다. 지금으로부터 꼭 한 세기 전인 20세기 초엽과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는 대체 무엇이 어떻게 다른가? 천길 벼랑 위에 서서 위태로운 생존을 이어가기는 100년 전이나 지금이나 다름이 없는데, 이런 사실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는 사람도 드물고 인식하고 있어도 목숨을 내놓고 나라와 민족을 떠받치려는 지사는 사방 어디를 둘러봐도 보이지 않는데다 얇은 고무풍선 속의 평화와 풍요를 탐닉하여 사분오열, 작은 이삭줍기에 정신들을 놓고 있으니 대체 이런 나라를 나라라고 부르기가 겁나고 부끄럽지 않은가? 잡지에 소설을 연재하던 1년 가까운 동안 주인공인 안중근이 작가에게 끊임없이 던진 질문이었다. 필자는 아직도 그 대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 소설을 쓰기 위해 작중 안중근의 활동 무대였던 연해주와 간도 일대, 그리고 거사를 한 하얼빈과 일제의 감옥에서 순국한 요동성 뤼순까지 3, 4회씩 답사했다. 아쉬운 것은 그가 태어나 장년이 되기까지 살았던 황해도 구월산 일대와 해주, 그리고 신의주 등지를 답사할 수 없었던 일이다. 조선인민공화국 당국자에게 답사 여행을 허락해 줄 것을 요청해 본 일도 없었다. 미리 단념해 버린 것이다. 뒷날 그 지역으로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을 때 이 소설의 전반부를 보완하게 되기를 필자는 기대한다. 이 소설이 나오기까지 여러 사람들의 도움이 있었다. 귀한 지면을 할애하여 연재해 준<月刊朝鮮>편집진, 소설의 영감을 불러일으켜 준 안중근 의사 숭모회 전 이사장이었던 黃寅性 전 총리, 그리고 답사와 취재 편의를 제공해 준 안중근 의사 숭모회와 栗村財團…. 안중근이 죽지 않고 살아 있다는 사실을 아는 분들이 아직은 많다는 사실을 이분들로 하여 확인할 수 있었다. 자칫 교과서 한쪽 귀퉁이에 실려 역사의 저편으로 묻혀 버릴지도 모르는 안타까움 때문에 안중근을 살아 있는 인물로 재생시키려 했던 필자의 노력이 얼마나 성공을 거둘지, 그 성패는 전적으로 독자들의 몫이다.
안중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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