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속 짐이 되어버린 권장도서, 하지만 꼭 읽고 싶고, 읽어야 하는 것들>
우리 중 누구나 꼭 읽고 싶은, 꼭 읽어야겠다 마음먹은 고전 작품이 있다. 그것이 마음속 짐이 되어 버렸다 하더라도, 고전이 우리에게 경험하지 못한 삶을 살게 하고, 다른 세계(시대)의 존재를 알게 하기 때문에 우리는 고전 읽기의 끈을 놓지 못한다.
<충실한 지침서가 원작을 만나고픈 욕구를 자극한다>
문학작품을 간략하게 설명하는 해설서는 시중에 많다. 대부분이 중고등학생들을 위한 대입시험과 관련된 것들로, 읽지 않아도 내용을 알 수 있도록 간추려 놓은 것이거나 시험에 자주 나오는 지문을 발췌하여 연관 질문들을 던져놓은 것 등이다. 이들은 원작을 읽지 않았는데도 다 읽은 듯한 착각을 준다. 하지만 이런 것에는 작품에 대한 이해가 없다. 객관적인 정보만 알게 하는, 알맹이 없는 빈껍데기 같은 느낌을 준다.
테마로 읽는 우리 소설》에서 저자는 이렇게 적었다. “나이 든 이에게 문학은 지난 시절에 대한 귀중한 지혜와 깨달음 자체이다. 그것이 그저 학습을 위한 지침서로밖에 보이지 않는 지금의 현실이 그래서 슬프다. …… 그러나 우리는 문학은 계속 읽혀져야 한다고 믿고 있다. 그 무엇도 문학을 대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다른 책들과 힘을 합해 모든 젊은이들에게 ‘문학을 향유하라.’라고 외칠 것이다.”
이 책은 학습을 위한 지침서가 아닌 “향유”를 위한 문학 지침서가 되고자 한다. 아마 어떤 이는 대충 훑어보고 이 책이 여타 책과 다를 게 뭐가 있냐고 말할 수 있지만, 책을 읽은 사람이라면 원작을 읽어 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원작에 대한 지은이의 깊은 이해와 새로운 시각을 담은 해설이 독자로 하여금 원작이 자아내는 분위기를 확인하고 싶도록 만들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저자는 작품의 일부분을 맛깔나게 소개하여 원작의 매력을 확실하게 PR하였다.
<가능한 한 새로운 시각으로 작품을 읽는다>
이 책은 기존 논의를 교과서식으로 정리하는 방식을 탈피하여 가능한 한 새로운 시각으로 작품을 해설하고 함께 생각할 수 있게 한다. 문학과 현실의 거리를 최대한 좁히고 작품과 작품들을 한데 얼러 읽을 수 있는 시야를 확보할 수 있게 한다. 24편 모두, 각기 하나의 큰 주제를 향해 진행된다.한 예로, 김동인의 <대수양>은 “사실과 진실”이라는 주제로 이야기되고 있다. 작품을 이광수의 <단종 애사>를 비교하고, 이광수에 맞선 김동인의 작품 활동을 소개하며 본문을 시작한다. 그리고 “사실과 진실”이라는 세부 주제로 이 두 작품의 성격과 차이를 상세히 소개, 설명한다.
<누구나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내용. 작가 및 작품 소개와 작품 읽기를 두어 원작에 대한 이해를 높였다>
"‘빡순이, 찍순이, 옥순이가 일요일에 창경원(창경궁)으로 소풍을 가려고 전차를 탔다. 그런데 전차에 얼마나 사람이 많았던지, 빡순이는 빠그라지고, 찍순이는 찌그러지고, 옥순이는 오그라졌다.’이 이야기는 1960년대 초에 유행한 우스갯소리이다. 요즈음 유행하는 유머와는 달리, 유치하고 단순한 말장난에 지나지 않지만 이 이야기 속에는 그 당시 도시 풍경이 잘 나타나 있다. 내가 어렸을 때만 해도 전차가 다녔는데, 그 전차로 종로에 있던 화신 백화점 구경을 가는 것이 유일한 외출이었다. 지금처럼 무슨 ‘랜드’니 ‘몰’이니 하는 놀이와 휴식 시설이 없던 그때, 휴일에 부모님의 손을 잡고 간 곳은 바로 ‘창경원’이었다. 그곳은 서울에 있는, 아니 전국의 모든 사람들이 유일하게 알고 있는 놀이 공원이자 동물원이었다. 그러니 빡순이 일행이 창경원에 가는 일요일, 전차 안이 그토록 많은 사람으로 붐빈 것도 무리가 아니었을 것이다. 이 이야기 속의 도시는 내 기억의 가장 끄트머리에 있는 서울 풍경이다. ……(중략)…… 이런 도시 공간을 무대로, 도시 특유의 범죄, 폭력, 약물 중독과 같은 병리 현상과 삶의 양식 또는 도시적 생태를 제시하고 관찰한 소설을 ‘도시 소설’이라 한다. 도시가 현대성을 상징하듯, 도시를 배경으로 하는 소설의 등장은 우리 문학사에 현대성이 출현한 증거라고 할 수 있다."
이 글은 박태원의 <천변풍경> 도입 부분이다. <천변풍경>과 같은 도시 소설에 대한 설명을 저자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재미난 이야기로 시작하고 있다.
책은 각 작품의 주제에 따라 내용을, 이론의 나열이 아닌, 관련된 사회 현상이나 공통적 경험, 비슷한 유의 작품들과 접목시켜 재미나면서도 간결하게 풀어놓고 있다. 학생들이 읽기에 너무 교양적이지도, 일반인 독자들이 읽기에 너무 학습적이지도 않은 것이 이 책의 장점이다.
또한 각 작품별로는 도입 부분에 작가 및 작품이 개략적으로 소개하고, 말미에는 논의된 주제에 맞는 작품의 한 부분을 인용해 원작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높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