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길이 내게로 오면 내가 모든 길이다 존재는 자신을 보여주지 않고 드러내지 않고 한 번도 자신에 대해 말한 적이 없다. 그러므로 존재의 외부에 머물면서 우리가 만나는 것은 존재에 대한 갈망이다. 김미성은 이런 갈망을 노래한다. 그것은 나와 또 하나의 나의 분리, 나와의 불일치, 자아의 모순을 동기로 하고 자폐의 공간, 소라게의 눈물로 형상화된다. 소라게는 거품으로 말하고 거품이 소라게의 눈물이다. 이 눈물이 그대로 말라붙는 삶, 이렇게 박제가 되어 가는 삶에서 벗어날 길은 없는가? 김미성은 이 길을 ‘광주역에 내려/ 낯가림으로 어찌할 바를 몰라 하다가/ 문득 먼발치로 눈을 들어 바라보는’ 무등산과 금강경 읽기로 암시한다. 결국 모든 길이 내게로 오면 내가 모든 길이다. 이때 존재는 자신을 보여주고 드러내고 마침내 자신에 대해 말한다. 그 말에 귀를 기울이자. 이승훈/시인·한양대 교수
재인식을 통해 새롭게 지금 나타난 과거의 삶 “모든 길은 일어섰다”고 속삭이는 후리지아 꽃향기, 내게로 눈부시게 흘러들어온 강물, 숨죽이고 있는 꽃들, 더디게 흘러가는 안개, 하얗게 빛나는 조약돌, 그리고 안개 속을 떠도는 안개와 “발목까지 차오르던 물”, “그늘을 드리워”주는 느티나무 등은 지금 발견되어 새롭게 구성된 과거 삶의 형상인 것이다. 이 과거는 미래를 향해 삶을 구성해 나가는 작업의 산물이다. 재인식을 통해 새롭게 지금 나타난 과거의 삶이다. 김미성 시인에게 시 쓰기는 바로 이러한 형상을 구성해 나가는 작업일 터다. 유명해지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삶을 강렬하게 하기 위해서. 이를 위해서는 삶을 재구성하기 위한 자신만의 방법을 탐구해야 한다. 그 방법은 우선 삶이 놓여 있는 지점을 바꿔보는 것에서 만들어지기 시작한다. 바뀐 지점에서 시를 구성해 나갈 때 한 권의 시집, 더 나아가 한 사람의 삶은 돋보이는 힘을 획득하면서 생성될 것이다. 이성혁/문학평론가
모든 길이 내게로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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