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행위미술가들
저자

이혁발

이 혁 발

글쓴이 이혁발은 행위미술가이며, 회화는 물론 설치미술, 사진, 영화미술작업 등 다방면의 시각작업을 하여왔다. 개인전 8회, 행위미술 20여회를 하였으며, 저서로는 에로틱미술 에세이집 『누가 그림속의 즐거움을 훔쳤을까』(스테디북), 연예인 운영 카페 방문에세이집 『연예인과 함께하는 즐거운 식사 & 티타임』(생각하는 백성), 셀프기록퍼포먼스 사진집인 『섹시미미』(이소북)가 있다. 또 한국의 행위미술을 총 정리한 『한국의 퍼포먼스 아트』(다빈치’ 기프트)를 편저하였다.

목차

서문 - 순수한 창작 열정에 이 책을 바친다

ㆍ성능경- 정신질환적 현상의 비망록

ㆍ이건용- 논리적 이벤트와 된장 바르기

ㆍ김석환- 상생을 위한 제의 집행자

ㆍ문정규- ‘시간과 공간의 요리사’를 꿈꾸는 문제 제기자

ㆍ홍오봉- 건강한 삶 꿈꾸는 신체정보철

ㆍ심홍재- 슬픈 서곡에서 안식의 노래로

ㆍ임택준- 현실의 피안을 꿈꾸는 익명의 몸짓

ㆍ박이창식- 들숨과 날숨의 미학

ㆍ회로도(유지환)- 회로도의 힘!

ㆍ김백기- 실험예술 바이러스

ㆍ김광철- 초인을 꿈꾸는 행위예술전사

ㆍ김은미- 여성으로 살아간다는 것에 대한 사유

출판사 서평

누구는 그들을 미쳤다 하고
누구는 그들을 예술가라 한다!!

제2의 백남준, 제2의 요셉보이스를 꿈꾸는
한국의 행위미술가들 12人,
그 생생한 예술 현장의 기록

<이미지 자료 1,000여 컷 수록!!!>

제 몸을 불살라 예술魂을 토해내는 이 時代의 行爲美術家들 12人에 관한 記錄!

순수한 창작 열정에 이 책을 바친다
이 책이 나오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맨 처음 이런 책을 내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2000년쯤부터이다. 행위 작업을 하고 있는 작가들의 현실적인 모습이 안타까워 보였기 때문이었다. 커다란 가방을 메고 행사장에 나타나 옴 몸으로 예술적 열정을 토해내고서는 차비 정도의 작품제작비를 받고 돌아서 가는 뒷모습이 쓸쓸해 보였다. 지원비를 전혀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고, 작품을 한 증거가 되는 자료(사진, 비디오)도 주최측에서 챙겨주지 않아 작가 스스로 챙겨야만 하는 실정이었다. 발표기회도 남의 전시회 개막식에 분위기를 띄우는 정도의 대접밖에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었다. 지방의 몇 개의 행위예술제 외에는 발표기회도 많지 않았다.
행위 작업을 하는 필자로서 가까이서 이 작가들을 지켜보며 작업환경의 어려움을 개선하기위해서는 이들의 삶과 예술을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야겠다는 의무감이 충만해졌다. 또 열정적이고 훌륭한 작업을 하는 이들 작품에 대한 자료보존과 조명이 절실했고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책을 선택했다. 우리의 행위 작가들이 존 케이지, 요셉 보이스 같이 세계미술사에 이름이 올라가지 못하란 법이 없다. 이 당시까지만 해도 행위미술 감상법에 관련해서 책 한 권이 있었을 뿐 전문적으로 행위미술을 다룬 책은 한 권도 없을 때였다. 책을 통한 이러한 조명작업이 행위 작가들의 창작 욕구를 북돋게 하는데 일조하고 작가들의 예술적 열정들이 어떤 식으로든 보상을 받을 수 있는 밑거름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 본다.
주변에 알고 있는 출판사 관계자들에게 몇 번 말을 건네도 다들 고개를 돌렸다. 팔리지 않을 책이라는 것이 이유였다. 그리고 몇 년이 지났다. 그러던 중 미술세계 기자를 만난 자리에서 행위미술가를 다룬 연재에 대한 제안을 하였고, 그쪽에서도 마침 기획중이라서 2004년 1월부터 9월까지 아홉 번 연재하게 된다. 행위 작가들을 만나서 인터뷰하여 작품소개와 인간적인 면을 살짝 소개했다. 이 연재가 1년을 못 채우고 아홉 번 만에 끝남으로써, 행위 작가들을 알리다가 중도하차한 꼴이 되었다. 부족분을 채우기 위해 다시 책 출판을 알아봤다. 미술세계의 원고들을 가지고 미술관련 출판사 이십여 곳에 메일로 출판 의뢰를 하였다. 두 군데 정도 관심을 보여 만나서 얘기를 나눠봤지만 결국 책으로 내는 것에는 주저하였다.
작가들한테는 책을 낸다고 큰소리쳐났는데 공수표를 날리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이런 고민의 시간이 한참 지나고서 우연히 문예진흥기금을 신청했는데, 이 책이 선정되었다. 문예진흥기금에 몇 번이고 절을 하고 싶을 정도로 감사한다. 그리고 이 책의 출판을 맡아준 다빈치 기프트의 김장호 대표에게도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물론 자료를 주고 인터뷰에 응해주신 작가 선생님들에게 거듭 감사드린다.
이 책의 작가들이 한 그릇에 담겨 있다고 해서 어떤 한 작가가 같이 실린 다른 작가들의 작품을 모두 인정하며, 우수한 작가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님을 밝혀둔다. 행위미술에 대한 용어나 범주(폭)에 대한 개념이 조금씩 다르므로 타 작가 작품에 대한 평가도 조금씩 다르다. 행위미술의 범주가 명확치 않은 것이 바로 행위미술의 특징이다. 실험적이고 전위적이라 굳어진 형태를 갖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작가선정이나 그 작품에 대한 의미 부여는 전적으로 개인적인 결정이었음을 밝힌다. 작가순서는 무순서로 배치했으며, 작품 밑의 설명글은 작가가 보내준 글 내용을 기초하여 가감, 윤색하였다. ‘작품전개’는 작업진행순서를 설명하는 것이고, ‘작가의도’와 ‘작품노트’, ‘작가의 작품설명’은 작가가 준 글을 거의 그대로 실으려 하였고 부분적으로 윤색하였다. ‘작품설명’부분은 필자가 작품에 대한 설명을 적은 것이다.
이 책이 미술전문서적은 못될지라도 대중들에게 행위미술을 가깝게 만들 수 있는 교량역할을 할 것이라 기대한다. 그리고 작가들의 순수한 열정과 인간적인 면이 고스란히 전달되기만 한다면 이 책의 역할을 다한 것이라 생각한다. 또한 후학들에게 미술사적 자료, 작가론적 자료 역할을 충분히 할 것이라 생각한다.
책 한권의 분량으로는 열심히 활동하는 행위 작가들을 다 실을 수가 없었다. 이번에 실리지 못한 훌륭한 작가들은 두 번째 책에 실어 볼 계획이다. 주변의 도움이 많았으면 한다.
- 지은이 서문 중


책에 등장하는 12인의 행위미술가들 (내용 소개)

? 성능경
“기준에 의존하는 것은 나쁜 작업이다. 퍼포먼스는 말할 것도 없고 기준을 깨부수는 게 예술이다”
그의 철학이 날카롭게 표현된 경구 중 하나, ‘알맹이는 물렀거라 껍데기는 남았거라’가 있다. 그는 부인이 일을 나간 후, 집안 청소, 설거지, 보일러 물 빼기, 신문을 보는 것이 일과라 했다. 그래서 “잡스런 일로 채워져 있는 것이 우리 삶이다.”, “삶이란 쓸데없는 일로 구성되어 있다.”한다. 쓸데없고 껍데기로 살아가는 것이 일상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현실세계를 초탈한 것처럼 위장하거나, 잘난 척하거나, 통 큰 척하는 사람들을 ‘정신적 거지’라고 말한다.
그런 관점으로 도출된 것이 “알맹이는 물렀거라 껍데기는 남았거라, 스타일이 이 세상을 지배하나니”이다. 그는 신동엽 시의 ‘알맹이는 남고 껍데기는 가라’는 너무 순진한 말이라 주장한다. 사람들은 실제로 껍데기, 스타일로 존재한다는 것이다. (p18)

? 이건용
“행위미술은 공연하고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오늘, 여기 있는 사람과 개념과 상황을 같이 공감하고 쓰는 것이다”
그는 “역사적으로 그림은 현전(現前)하고 있는 화폭에 대해 뭔가를 하는 것”이므로, 머리의 지시에 의해 손이 수동적으로 그리는 것에서 벗어나 “신체와 평면이 만나는 조건이 그리는 행위로 드로잉 되는 것”이 그림임을 새롭게 인식하였다.
이건용은 “신체가 머리의 지시내용에 따르는 보조자가 아니라 스스로 지시와 행동을 수행해 나가는 주체자로서의 위치를 부여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신체가 지각자요, 표현자”가 되는 것이다. 그리하여 “신체(몸)의 조건과 그리는 것이 일치되는 드로잉”을 한 것이다. 지각자며 표현자인 신체의 동작들은 그 동작 자체가 주체적이 되면서 신체가 만드는 자동기술적인 형식을 나타내기도 하고, ‘무심(無心)한 순수성’이 도출될 수 있으며, 이 그리는 행위 자체가 명상적이며 사유적인 행위의 연장선상에 서게 된다.
<달팽이걸음>도 신체 드로잉과 같은 개념으로 출발한 것이다. 이 작품은 신체의 일부가 선을 긋는 행위(팔이 움직여 긋는 것)와 신체의 일부(발바닥)가 닿아서 선이 뭉개지는 작용을 현상적으로 드러내주는 생태학적드로잉이라 할 수 있다. (p37)

? 김석환
“작품이 되기 위해서는 신이 실려야 하고 혼이 실려야 한다.”
근래의 작업 <해.비.뫼.달>에서는 평택호 물 속에 참회록이 쓰여 있는 윈드서핑보드들을 세우는 설치작업을 펼쳤다. 작가는 이 작업에 대해 “오염된 문명의 이기적 부산물들을 참회를 통해 새로운 생명력을 부여하는 퍼포먼스”라면서 실제 소리꾼 어부와 함께 배를 타고 설치물을 돌며 어부의 뱃소리와 상여소리로 참회와 명상의 의미를 담은 행위를 펼쳤다고 했다.
이렇게 김석환의 행위에서 많은 작품이 행위와 설치가 함께 공존하며, 서로의 존재가치를 더 북돋아주는 역할을 떠맡으며 지금까지도 잘 양립해오고 있다. (p76)

? 문정규
“행위예술은 실제 신체행위가 시간적 상황과 공간적 상황을 가로지르는 그 짧은 순간 밖에는 생명력을 갖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시간의 덧없음과 무상함이 오히려 美를 제공한다.”
직접적 참여가 아닌 감정이입의 관람 자체도 참여의 일종이다. 행위작업이 좋은 점을 묻는 질문에 문정규는 “관객과 함께 소통이 되면 엑스타시가 일어난다.”고 했다. 1995년 [바다미술제]의 행위작업을 보고서 “고생했다, 좋은 작품을 보았다”며 꼬깃꼬깃한 돈 3만원을 쥐어주며 따뜻한 저녁을 사먹으라고 하였던 이름 모를 관객이 생각난다고 했다. 그날의 공연에서 실제로 행위 중에 죽음이라는 공포를 절실히 느꼈는데, 그 감정들이 관객에게 고스란히 전달된 것일 거라 문정규는 회상했다. (p98)

? 홍오봉
“현대예술의 기본 컨셉은 동양철학이다. 누구나 부처가 될 수 있듯이 누구나 예술가가 될 수 있다.”
어머니의 죽음은 또 다른 세계를 접하게 만든다. 마침 ‘소통’을 중시하는 컴아트 그룹에 참여한 홍오봉은 소통의 극대화를 위해 음악, 미술, 무용, 연극, 문학 등이 혼합된 총체예술, 즉 종합 예술적 형태를 도입시킨다. 중얼중얼 사설을 해대는 문학성이나 무용, 연극적 요소들의 외형은 전통, 무속, 민속적 형태를 띠게 되는데, 그 근간에는 작가가 개인적으로 경험한 정서적 충격(무당을 통한 돌아가신 어머니와의 만남)이 깔려있다. 작가는 당시의 감정을 이렇게 기록하고 있다. “무당의 신체를 통해 사후에 다시 만나게 된 어머니의 그 생생한 실재감은 지금도 등골이 오싹해진다. 이승에 있는 작가와 저승에 계시는 어머니 그리고 이승과 저승의 중개자 무당, 정말 완벽한 소통이었다.” (p117)

? 심홍재
“행위는 외로움”
그는 “행위는 외로움”이라 했다. 그의 작품에는 음울함이 항상 깔려 있다. 어린 시절 정신적지주격이던 형의 죽음은 그에게 충격이었다. 그리고 생활고에 시달리며 자살까지 했었던 그의 삶의 궤적들은 1987년 첫 작업인 <업>에서 죽음의 냄새를 물씬 풍긴다. 비닐봉지에 싼 내장 덩어리를 파헤치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