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근대원로예술가들의생애를구술채록하여엮은예술사구술총서‘예술인·生’의1차분세권을수류산방에서출간했다.국립예술자료원에서2003년부터실시해온한국근현대예술사구술채록사업의구술기록을일반독자들에게널리알리고자새로이편집하여펴낸것이다.1차분세권은각각종합예술인이라고할수있는원로박용구(1914년~),조형예술(미술)분야의전혁림(1915~2010년),공연예술(연극)분야의장민호(1924년~)선생을다루었다.예술사구술총서‘예술인·生’은우리나라근현대예술가들을대상으로한최초의구술총서일뿐만아니라,국내최초의예술분야인물총서라는의의가있다.그동안한국근현대예술가들을다룬총서는분야를막론하고없었다.2차분은건축및문학분야로올해말에출간될예정이다.전문연구자,학생들은물론예술에관심이있는일반인이나학생들도어렵지않게읽을수있는구술회고문으로서,꼼꼼한주석과촬영,도판자료등편집에열의를다했다.원로예술가들이마치마주앉은듯이친근하게해주는체험담과이야기를흥미진진하게따라가는동안예술가들의치열한생애와작품세계는물론20세기의문화,예술과생생하게마주하는기쁨을얻을것이다.
‘예술인·生’은우리나라원로예술가들의구술채록을바탕으로한다.조형예술과공연예술을중심으로문학,미술,건축,연극,음악,무용등예술전분야를아우른다.총서의이름‘예술인·生’은예술가의삶을다루었다는뜻과그들의생생한육성을담았다는뜻을함께담는다.
①한국근현대예술의흐름을형성하고이끌어왔으며,그현장에있었던예술가들,또는기존의유명세와는다소거리가있더라도치열한시대를기억하는원로들을대상으로하여
②각분야의전문연구자들이깊이있는연구를바탕으로질문을했다는점이이총서의특징이다.이는평범한일반인이나여성등소외된계층을상대로하며질문자가존재를드러내지않는기존의구술사와뚜렷하게차별되는점이다.즉단순한생애사이자사회사일뿐
만아니라예술체험에대한깊은사색을바탕으로한대화이기도한것이다.
예술인·生한국근대예술가의생애를다룬최초의총서
“구술채록연구는예술사연구및예술가연구에있어새로운가능성을보여주었다.다시말해예술연구는그특성상문자기록으로부터소외또는문자기록의사각지대가되어있는부분이적지않은데,이에구술채록연구는그공백을메워주는기능을하고나아가서는관련분야의연구를촉진시켜줄수있기때문이다.…한국근현대예술의형성과정에있어서공헌이많으신원로들께서는한결같이하시고싶은이야기,남기고싶은이야기를많이가지고있고또이분들이남겨야할중요한말씀이너무많은데도불구하고우리사회는그런기회를별로만들어드리지못했다.…문헌이나문자기록을통해느낄수없는생생한현장감,역사를이해하고연구하는데단초역할을하는감추어진이야기,예술작품이라는결과물보다는그결과물이만들어질때까지있었던과정과이야기,그동안궁금했던내용을당사자에게직접물어보고답을얻을수있다는점등,이모든것이구술채록연구만이가지고있는장점이다.그런의미에서구술채록연구는가면갈수록중요연구방법의하나로정착을하고제구실을하게될것이다.”(제1권의책임연구자,민경찬국립예술종합학교교수의후기가운데)
총서의의의:한예술가의치열한창작에너지의기록,
나아가우리근대예술사복원의청사진으로
예술사구술총서‘예술인·生’은크게세가지층위에서의의를지닌다.
1.근현대예술가의뜨거운삶
우선한국근대예술에서큰족적을남긴예술가들이생전에스스로구술한전기,즉예술가의생애라는점이다.이것은기초자료가절대적으로부족한우리나라근현대작가론의연구에지극히소중한자료가될것이다.자신의출생,가계,유년시절부터창작을시작하게된계기,교육과정,사제관계,교류와말년의활동까지를빠짐없이다루었다.집필이나대필등이아닌구술의방법에의했기때문에가장예술가자신의솔직한육성에가깝다.또한전문연구자들이치밀한사전연구를바탕으로질문을이끌어갔기때문에단순한회고록을넘어서는전문성을확보할수있었다.한창작자의삶속에서예술작품이어떻게형성되었고어떤개인사가작품으로이어졌는지,하
나의작품이어떤삶의모습을이끌어냈는지,그동안공인이면서도가장내밀한곳을들여보아야하는천형을지닌예술가는어떻게태어나는지를가장구체적으로,솔직하게체험할수있다.이것은비평가와연구자들에게연구자료로서요긴할뿐만이아니다.구술들은한시대예술현장의중심에있었던역사적인물이자동시에여전히살아서창작하고있는현재진행형이기도하다.이것은정치,경제등다른분야원로들과다른예술가들만의특질이다.흥미진진한과거의회고담에서그치지않고생의마지막순간까지,오랜연륜과경험을더하여뜨거운에너지로창작을계속하고있는원로예술가들의현재는모든독자들을가슴뜨겁고숙연하게만들기까지한다.
2.한편의연희마당처럼,마주하고이야기를듣듯
두번째로구술의과정에서예술가스스로자신의창작과정을재연한다는점이다.이것은특히1회성의예술인공연예술여러분야(음악,연극,무용등)에요긴하다.미술이나문학등유형의작품이남는경우에도그영감을얻는과정,창작이나작업시의버릇,제작방식등작품세계의파악에필요한정보들을얻을수있지만,특히무대에서연희되는공연예술의경우작품창작과정의기록과복원은작가론연구와예술세계의후대계승을위해지극힌중요한기초자료가된다.연출가의스타일,배우의발성법,무용가의동작형성과정등을하나하나묻고재현하고답하며기록한것이다.
3.우리근대의공백을메꾼다
마지막이자중요한의의는우리근대예술사의공백을메꾸어간다는것이다.한국근대예술은이념과정치,경제등의문제로인해그동안많은부분이왜곡되거나가려져왔다.친일문제,월북예술가문제등에서여전히자유롭지못하다.원로예술가들은자신이기억한근대월북예술가,납북예술가의삶을신비화의위험한베일을벗겨생생히전하기도하고,일제강점기와해방공간예술풍경에서삭제되었던사조의유입과성립과정을찾아주기도하며근대예술가들의이면을공개하기도한다.지금은이름만으로남아있는공연의기록,그이름과존재자체가사라진예술가들의작품세계,그리고격동하던근대사의현장속에서갈등하고상처입던예술의모습을담담하게,그러나마치영매처럼전하는것이다.이런점에서그들의구술은단순한과거의회고가아니라과거를현재와연결시켜주는고리다.역사를현재로만들어주는살아있는고리이며,우리에게늘암운과도같은‘근대’,‘근대성’이라는문제를우리의현재-21세기의삶과현실의고민들과서로연결시켜주는마지막남은다리들임을,책을읽어가는동안독자들은자연스럽게느끼게될것이다.
실제로이번1차분세권에서도그와같은역사적기록들이숱하게쏟아져나와편집진을놀랍게,그리고때로는곤혹스럽게했다.2011년현재98세의노수에도다음세계한반도가공유할예술형식을탐구하고있는박용구선생의500쪽에달하는방대한구술은대표적이다.일본에서실제로본월북무용가최승희의창작과정과의의,일제강점기과해방공간에서잊어진음악가들,예술가들의친일을어떻게분류할것인가에대해서직접그시대를겪고본중심인물로서주관적경험에의거해객관적인시각을제시한다.전혁림선생은근대화가이중섭의<소>의창작과정에얽힌비화며피난기부산의예술풍경,국전의뒷이야기를서스럼없이털어놓는다.
이총서의또한가지특징은여러권을함께읽어나감으로써종합적으로시대상을볼수있다는것이다.일례로1권에등장하는박용구선생의일제강점기동경학생예술좌가우리연극에미친공헌에대한참신한증언은3권의장민호선생의구술로보완된다.또한장민호선생의해방공간월북연극인의중요성에대한솔직한고백은박용구선생의구술과정확하게맞아떨어져그시대예술풍경복원의객관성을담보해준다.문학가유치진,미술가김환기,김향안,음악가윤이상,건축가김수근등은박용구선생과전혁림선생의증언에겹쳐서등장하며,그들인물의생애를복원하는데다양한일화를제공한다.
①구술사와전기의차이점:
예술사구술총서‘예술인·生’은예술가라는인물을다루지만여타의위인전이나평전과는차이가있다.위인전은선정한편집자및필자가이미그대상인물을위인또는평가의대상인물으로규정하고그시각에따라인물의삶을평가하고교훈점을찾아독자에게전해준다.즉필자와편집자가대상인물의삶을일정한기준에따라편집하는것이다.그러나구술사에서편집은구술자의몫이다.지극히개인적기억이나사건도구술자에게는중요성을띨수있다.평가는독자의몫으로훨씬크게열린다.우리는그가위대함을보여주려는것이아니라한사람의삶에대한이야기를들려줄뿐이다.
②구술사와자서전의차이점:
사회적으로성공한명사들의자서전은누군가의개입이없으므로객관성을담보하기어려운부분이생길수있는데,구술사는질문자와의대화로이루어지기때문에이야기가한방향으로쏠리지않도록균형을잡을수있다.예술사구술채록사업은구술자의회고에대한희망이나의지로이루어지는것이아니라국가에서엄선하기때문에자신의삶을미화하는데치우치지않는다.특히예술구술사에서전문질문자들은예술작품과의다양한이야기들을묻는다.그렇게해서구술자의생애가아닌다른예술가의이야기,시대의이야기로풍부해지는것이다.
편집의특징과주안점:
씨줄과날줄을엮듯입체적으로구현한근대예술의풍경
예술사구술총서‘예술인·生’은2003년부터예술구술채록을하나의방법론으로서연구하고개척해온국립예술자료원에서실시했다는데가치가높다.원로예술가들의삶을국가차원에서채집하고기록하며관련자료들을과학적방법에의해수집하는것이다.따라서일반사적기관이나개인차원에서이루어진어떤인터뷰보다도높은객관성과신뢰성을담보한다.구술대상이된예술가들또한국립예술자료원에대한신뢰를바탕으로쉽게공개하기어려울수있는증언과다양한사진및인쇄물자료들을선뜻내어놓았다.새로운총서의출간,목록선정,방향설정등은여러차례의전문가자문을거쳐세심하게이루어졌다.편집은당초예상했던기간을훨씬넘어거의
1년가까운시간소요되었으며,각분야전공자들이편집을주도해전문성을높였다.
1.구술의현장을생생하게살린본문
본문은구술채록원문의현장성을최대한살리는데주안점을두었다.편집초기에는내용을대중성에중점을두고재집필하자는의견도있었으나구술자체의가치를훼손하지않고독자에게전하기로하고구술당시의말맛을가급적살리는방향을택했다.고향의사투리와근대기의언어습관,일본식발음도읽기에방해를주지않는차원에서살렸다.본문을읽어가는동안마치한판의연희를눈앞에서보는듯,지난세기의사람과대화를나누듯신명을더하는말의호흡에자연스럽게빨려들어갈것이다.다만원채록당시에서구술자의요청에의해향후30년간공개하지않기로약속한부분들은공개하지않았다.또한출간과정에서다시한번구술자또는유족의꼼꼼한검토를받았다.구술문은원문을헤치지않는한에서중복을피하고시대순,또는주제별로읽기편하게편집했으며중간제목을달아중간제목들만훑어보아도구술의큰흐름을한눈에볼수있도록했다.
2.초기채록후를보완한추가구술
수류산방에서는이총서출간을계기로국립예술자료원에기록된구술채록결과물을바탕으로추가구술을더했다.추가구술의질문은근황과원채록문의모호하거나간략한대목등을중심으로이루어졌다.이과정에서8~9년전이루어진구술사업이후작가의생애와작품활동의변동사항을보완할수있었다.장민호선생의경우영화<태극기를휘날리며><천년학>등최근흥행작의이야기를통해과거와현재영화제작의차이점을비교했고,<금강>평양공연때방문한고향북한의연극계증언등이추가되었다.지난해작고한전혁림선생의경우유족이자30년이상선생을모신아들전영근화백(현전혁림미술관관장)이주변인물구술자로등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