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는스펙터클이다.최근몇년간한국사회곳곳에서소녀는끊임없이매혹과관심의대상이되어왔다.소녀의이미지를보고,그녀들의이야기를들으려는욕망은가히폭발적이다.왜소녀에게이리도열광할까?도대체소녀가누구이고무엇이기에.
소녀의문화적재현은실제십대여성의삶에대한관심과는상관없이과하게넘쳐나고,동일한사안이라도소녀를경유하면관심이증폭한다.미디어문화는소녀들을보라고우리를유혹하며그녀들을응시의대상으로만든다.소녀들은미디어문화모든곳에존재한다.소녀를논한다는것은한성별의생애주기의특정단계를자연적으로묘사하고법적으로정의하는것을넘어,지금이시대의미디어문화가연령,성별,섹슈얼리티와관련해어디에욕망을투자하고누구를타자화하는지를지표화하는페미니스트작업이된다.그렇기에페미니스트소녀학을표방하는이책『소녀들』의소녀는문화적,사회적,정치경제적조건속에서구성되고매개된소녀로,소녀성girlhood과소녀되기를포함한다.그렇다고주체로서의소녀를완전히배제하는것은아니다.왜냐면이소녀성을주조하고,협상하고,파열을내는데(매개된)소녀들또한생성과운반의행위자로서역동적으로참여하고있기때문이다.
이책의아이디어를촉발한것은2015년말에서2016년사이미디어의소녀재현을둘러싼논쟁적인담론들의동시다발적증식이었다.당시의주요논란을조금만언급하면이렇다.2015년10월발매된아이유의네번째미니앨범인《CHAT-SHIRE》를둘러싼‘롤리타’논쟁,2015년11월〈마이리틀텔레비전〉(MBC)이라는방송프로그램에서JYP다국적걸그룹트와이스의대만출신멤버쯔위가청천백일만지홍기를들었다는이유로중국의보이콧소동이있은후단독사과를한사건,국민프로듀서라는정치적투표에가까운참여방식으로101명의연습생소녀중11명의걸그룹멤버를선발하는서바이벌프로그램〈프로듀스101〉(Mnet,2016년1~4월)의흥행,촛불소녀세대의2015년페미니스트선언,2015년12월한일일본군위안부협상에일본대사관앞소녀상철거가포함되어있다고알려지면서벌어진논란등이그것이다.도서출판여이연의기획위원회는각각의사안들이완전히상이한맥락에위치해있기보다는21세기소녀(성)풍경의양가적이고분열적인양상이라고보았다.그래서링크되지않고이질적인것처럼보이는,‘이성애가부장제문화에서대상/도구화되는소녀’,‘역사·외교적네트워크의의미망에놓인소녀’,‘주체적시민으로참여하고변화를위해싸우는소녀’를한데펼쳐놓고이접시키며21세기의걸스케이프girlscape를그려내기로했다.
이책의제목인‘소녀들’은개별적이면서도집단적이고,사적이면서도공적인소녀들이다.아홉명의필자들은동시대소녀를중심으로해서벌어진논란을스캔들이아닌소녀학의중요한사건으로위치시키기위해아이유,설리,쯔위,김새론,롤리타,퀴어소녀,촛불소녀,소녀상등을직접거명하고이들을둘러싼담론을분석한다.이이름들은한명의주목받는소녀개인이나표상을가리키기도하지만,동시에그도드라진이름을둘러싸고새롭게구성되고변화하는각각의소녀성/소녀되기를지칭하기도한다.그래서종종한개인소녀내에분열과충돌을감수하는복수의‘소녀들’이존재하기도한다.
이렇게대상과주체,스펙터클과스캔들을진동하는21세기소녀성은이책의필자들의공통된관점이다.또한아홉명의필자들은소녀학이아직페미니즘연구의주변부지만,가장첨예하고뜨겁게여성성이재구성되고협상되는페미니즘의최전선이라고믿는다.소녀는가시적이면서도비가시적이다.이미지는과잉되지만그이미지의소녀주체는주변화된다.자신의이미지로부터가장소외되는이들이아마도소녀일것이다.때문에필자들은소녀를기호이자주체,재현이자현실,스펙터클이자매체,상품이자생산자,지역적이면서전지구적인것으로다룬다.아홉편의글은기반하고있는분야도글쓰기스타일도모두다르다.학술적논문부터문화비평,편지,페미니즘운동의성찰과보고서까지,소녀는이렇게가로지르고이접한다.이책의부제가‘K-pop,스크린,광장’인이유도여기에있다고할수있다.
책의내용
1부김은하의「소녀란무엇인가」는이책의훌륭한입문역할을한다.이글은소녀의근대적개념사다.김은하는서구와한국을가로지르며소녀의계보를치밀하게짚어간다.당연하지만서구의21세기소녀를설명하기위한포스트페미니즘의관점이한국의현실과완전히일치할수는없다.그렇기때문에한국적맥락과전지구적맥락을모두이해하며소녀의정의,명명,범주화가어떻게변화해왔는지를기술하는작업은큰의미가있다.
2부‘이미지상품과아티스트사이의소녀들’은K-엔터테인먼트의소녀들을둘러싼담론과의미망을분석한다.손희정은「베이비로션을입은여자들:설리,아이유,로리콤」에서아이유와설리를둘러싸고벌어졌던롤리타콤플렉스논쟁의핵심질문이,아이유의앨범과설리의인스타그램사진이“롤리타콤플렉스냐아니냐?”가아니라“성적대상화와주체화는그렇게선명하게분리할수있는것인가?”였음을적확하게짚어낸다.이질문은여성의성장및섹슈얼리티와관련해규범-일탈,피해-가해,대상화-주체화의이분법적구도를깨고21세기셀럽소녀의소녀성을한층더깊이있게논의할초석이된다.한편류진희의글「걸그룹시대와‘K-엔터테인먼트’」는다국적걸그룹트와이스의대만출신멤버쯔위가청천백일만지홍기를들었다는이유로비난을받고사과했던일을동아시아적사건으로재위치시킨다.당시만17세로‘상큼발랄한’개성을자랑했던쯔위는중국팬덤이보이콧을선언하자이모든논란을책임지며초췌한모습으로사과동영상을찍어배포했다.여기에관리자,보호자,양육자,프로듀서,사장등의이름으로이모든프로젝트를기획하고소녀들을보호하는주체로서자신들을홍보하던박진영과기획사는없었다.이에류진희는시장확대와이윤만을바라보며다문화,다국적multinational상품으로키운걸그룹이기획사의의도와는달리어떻게민족,정치,경제,외교적차이와갈등이첨예화되는초국적transnational사건의핵심이되는가를날카롭게지적한다.
3부‘걸스온스크린’은스크린안과밖을넘나들며영화에서의소수자소녀성을논의한다.듀나의「퀴어소녀:소녀에겐미래가필요하다」는한국영화에서여성동성애가오로지소녀성만을중심으로구축되었음을비판한다.〈여고괴담두번째이야기(1999),〈장화,홍련〉(2003),〈써니〉(2011),〈아가씨〉(2016)까지,레즈비언의재현은늘‘소녀’에머물러있다.이것은이성애중심사회가비규범적인레즈비언을가부장제제도내로언제든재규범화하려는시도와맞닿아있다.성소수자혐오자들의왜곡된홍보문구에서도볼수있듯이한국에서성소수자는늘과잉성애화된존재로묘사된다.그러나레즈비언은예외다.특히상업영화에서의레즈비언은무성애적으로그려진다.스크린의‘퀴어소녀’들은이중적으로탈성애화된다.소녀라는측면에서한번,레즈비언이라는측면에서또한번.스크린의퀴어소녀들은자신의욕망을갖고성장해나가는인물이라기보다는배우의팬과관객들이자신의욕망을쉽게투영할수있는도구이다.퀴어소녀의스크린재현에있어이정표를세웠던〈여고괴담두번째이야기〉이후거의20년이되어감에도기이하게퀴어소녀들은자라지않는다.듀나는이글에서시간이멈춰진비존재의소녀들을자기욕망을가진시간을달리는존재로깨우려한다.심혜경의「김새론:뉴-걸혹은새론-소녀」는아마국내에선유일무이한‘아역배우론’일것이다.사실‘아역배우’는이글의취지를거스르는단어다.심혜경은강아지나어린고양이처럼작고귀엽고어린시절에한정되어잠시소비되는‘아역배우’라는범주를깬배우로김새론을정의하기때문이다.심혜경에따르면,김새론은대안가족의구심점,다중소녀체,가부장제권위에저항하는소녀,역사적주체로자신의경력을쌓아가며‘새론-소녀’라는새로운소녀성을구축한다.이러한그녀의경력은쉽게빠질수있는‘국민여동생’함정과‘삼촌팬’을피해가게한다.정말로김새론이주체적으로기존의소녀성,유약함,순결함,선함에결별을고하고있는지는알수없다.다만심혜경은김새론이라는텍스트를통해새로운소녀성에주목함으로써신자유주의가부장제에복무하는대중문화의외부를발견하고주목의다른가능성을상상한다.
4부‘초국적소녀상’은‘일본군위안부’소녀상을매개로소녀의초국적성을탐색한다.장수희와현시원의두글은기존의‘일본군위안부’에대한글들과는매우다른궤도를돈다.장수희의「일본군위안부,촛불소녀그리고민주주의」는소녀상을둘러싸고일어날수있는연대의가능성을느슨하지만가능한크게확대한다.장수희는우에노치즈코의입장처럼민족주의를비판하는일본페미니즘이자칫‘탈제국’페미니즘이기보다는역사성망각으로귀결될수있음을경고하며글을연다.그리고‘일본군위안부’의목소리로구성된‘소녀적인것’이야말로‘탈제국’페미니즘을링크시킬수있는가능성을갖는다고주장한다.일본의전쟁범죄와남성의폭력에대해공식적사과를받고자하는‘일본군위안부’들의목소리는제국주의,군사주의,가부장제,비역사성에저항하고반대하는것이기에,‘소녀적인것’이란평화주의와민주주의를회복하려하는초국적발화다.장수희는한국과오키나와의‘일본군위안부’의증언,오키나와반기지평화운동,미군기지사드배치를반대하는성주의촛불소녀들을연결하며,‘소녀적인것’을‘정치적인것’으로재정의한다.한편현시원의「‘위안부’소녀상과‘국민프로듀스’의조우:이상한이상화」는이책에실린글중가장낯선관점을제공한다.이글은‘위안부’소녀상과‘프로듀스101’의걸그룹연습생들을연결한다.현시원이이두이미지에서공통적으로찾아낸것은21세기디지털미디어시대의‘소녀매체성’이다.두소녀는의미론적으로는상이하다.전자가‘일본군위안부’의피해와역사성을환기하고일본제국과가부장제의범죄를고발한다면,후자는그야말로엔터테인먼트컨텐츠로서즐거움과위무를목적으로한다.그러나이미지의매체성에서두소녀는모두집단적이고,참여적이며,쉽게변형가능하고,감정이입이나욕망의투사가쉽고,움짤이나미니어처소녀상같은저용량/저화질이미지poorimage로소셜미디어등을통해급속도로널리유통된다.이러한소녀이미지의매체성은접근성과참여도를높이지만,정형화된소녀성을강조하는효과를가져오기도한다.현시원은왜소녀와여성은용기있게전쟁범죄를증언한‘일본군위안부’와같은영웅일때조차도한명으로재현되지않는가라는흥미로운질문을던진다.여기서한명의소녀는단순히개인적이고개별적인소녀라기보다는자신의물질성속에서욕망의차이를갖고이미지의소유권을주장하는소녀다.
5부‘소녀처럼싸워라’는앞의글들이문화재현과아이콘에초점을맞춘것과달리진짜현실의소녀들의이야기를들려준다.어찌보면현시원의글에서제안했던‘한명의소녀’라할수있을것이다.더군다나이두글은그한명한명의동료소녀들,젊은여성들에게건네는연대의말이라는점에서더의미가있다.쥬리는청소년운동단체‘십대섹슈얼리티인권모임’에참여해겪었던자신의운동경험과성찰을나눈다.실제사례와십대여성들의풍부한인터뷰가포함되어있는「여성청소년의인권과자기결정권」을재미있게읽는법은앞의글들과연관해읽는것이다.청소녀당사자가바라본의제강간,보호자가부장과자본이여성청소년에게요구하는덕목간의간극,그리고실제여성청소년들에게“외모꾸미기는순응이면서도저항”이고“개인적취향의실천이면서도사회적메시지를던지는행위”라는지적은앞의논의들을더구체적이고풍부하게만들어줄것이다.마지막글홍승은의「촛불소녀,페미니스트되다」는촛불소녀가어떻게페미니스트로각성하게되었는지를서술한다.홍승은의정치참여여정은곧동시대젊은여성들의공통경험이라고할수있다.자신의동생과함께‘촛불소녀’로광장정치를경험했던홍승은은그후각종진보적청년단체,시민단체,정당활동을한다.그러나처음느꼈던주체적시민으로서의정치적해방감을쉽게경험할수는없었다.언제나젊은여성은의미있는정치적참여와실천을해도외모와젊음으로평가되고끊임없이성별로환원되며